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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6

       곰방대를 입에 문 채 내 앞에 서있는 무리를 바라본다. 같은 곳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이지만 각자의 분위기는 다르다.

       

       대다수의 분위기는 여유롭다. 자신들이 열댓이나 뭉쳐있는데 질 리가 없다 생각하는 것이다.

       

       몇몇 이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구나. 저가 뭔데 나를 무시하느냐 여기는 것이겠지.

       

       또 한 둘 정도는 본인과 무를 맞대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고. 본인과 이전에 무를 맞대어 보았던 이들은 긴장을 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서우야 내가 자신의 스승을 쓰러트렸던 상대라는 걸 알고 있으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고,

       

       방금 전에 본인이 가르침을 주었던 녀석이야 한 번 박살이 났으니 저럴 수밖에 없다만, 저기에 검을 든 녀석은 왜 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가.

       

       본인이 언젠가 저 녀석과 만났던 적이 있었던가. 그를 곰곰이 생각을 하다 저와 비슷한 검술을 쓰는 이를 떠올렸다.

       

       아. 그래. 데케이가 개최했던 대회에서 마지막에서 만났던 검사인가.

       

       현대인 중에서는 나쁘지 않은 축에 들어가던 녀석이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그 때 본인이 좀 과도하게 괴롭히긴 했지. 현대에 들어와 처음으로 광신의 씨앗을 마주하고는 기분이 그리 좋지 못했었으니까 말이다.

       

       저를 상대할 적에 그 분풀이가 약간 섞여있었으니. 그러고 보면 궁금하구나. 그 때에 처음으로 마주했던 광신에 빠진 아해는 지금쯤 어찌하고 있을까.

       

       녀석을 떠올리면 예전의 기억들이 떠올라 녀석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의도적으로 지워버리고 있었다마는 지금은. 그래.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

       

       마주보기로 했고, 마주봄으로써 일정의 성과도 거두었으니까. 여전히 정확한 해결책에 대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무작정 외면할 생각은 아니다.

       

       그 대회에 나온 이들은 모두 다 데케이가 자신의 연으로 불러들인 이들이라 했으니 후일 데케이에게 연락을 하여 그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꾸나.

       

       혹시 아느냐. 그 녀석에게도 무언가 변화가 있었을지.

       

       “화령님.”

       

       연기가 머리 위로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다 한서우의 목소리가 들려 고갤 틀었다.

       

       “무어냐.”

       “시작하시겠습니까?”

       “편한대로 하거라.”

       

       바라는 때에 공격을 시작하면 된다. 기습을 하건, 정중히 앞에서 달려들건 뭐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으니까.

       

       그대들이 무얼 한다 하더라도 본인에게 상처 하나 입히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그럼 가겠습니다.”

       

       한서우가 그리 말을 함과 동시에 QZ게이밍의 아해들이 한 번에 발을 움직였다.

       

       그 중에 맨 앞에 선 것은 한서우였다.

       

       보법을 활용해 남들의 세 배에 달하는 속도로 내 앞에 도달한 그는 공격을 하지 않고 가만 내 움직임을 살폈다.

       

       그대가 본인의 움직임을 제한하며 다른 이들이 공격할 수 있도록 틈을 벌어줄 셈이더냐?

       

       하하. 주제를 알거라 욘석아.

       

       화룡무인의 육신을 지니고서도 그대의 스승을 쓰러트렸던 나다.

       

       과거 본인이 무림에서 한창 날뛰던 적의 육신을 가지고 있는데 그대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잖으냐.

       

       “그대에 대한 조언은 따로 하지 않으마.”

       

       이미 스승이 있는데 본인이 무슨 말을 해주겠느냐.

       

       본인은 다른 이에게서 제자를 빼앗아갈 정도로 고약한 취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래야 할 정도로 그대의 재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말이다.

       

       기운을 담은 살의로 한서우의 몸을 굳힌 후에 주먹을 쥐었다.

       

       한서우는 그를 보고서 뒤늦게 반응을 했으나 늦다.

       

       만전을 다한 상태에서도 막아낼 수 없을 권을 불안정한 자세에서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으니.

       

       한서우의 몸이 이 쪽으로 달려오는 이들의 머리 위로 날아간다.

       

       다시 정신을 차리려면 꽤 시간이 필요할 터이니 그 동안에 다른 놈들이나 구경하자꾸나.

       

       QZ게이밍의 프로게이머들은 한서우의 모습을 보고 잠깐 주춤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내게 달려들었다.

       

       가장 앞에 선 녀석은 자신의 몸집마냥 거대한 도끼를 든 녀석이었다.

       

       놈은 내 근처에 와서는 어깨와 팔을 뒤로 쭉하고 뺐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력을 담은 휘두르기를 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허수다.

       

       도끼를 움직이는 것은 본인의 움직임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일 뿐 실제로 노리는 것은 어깨로 들이박는 돌진이다.

       

       그를 옆으로 움직여 피하지 못하게 하려 도끼를 휘두르는 체를 하는 것이다.

       

       나쁘지 않아.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로 휘두를 생각을 하는 것 까지도.

       

       허나 느리다.

       

       “틈이 너무 많구나. 그대의 의도를 강요하는 것은 좋으나 그 전에 기본기를 더 갈고 닦아야 쓰겠어.”

       

       돌진을 보고서 되래 앞으로 걸어가 다리를 걸어 주니 도끼를 든 녀석은 자신이 돌진하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나자빠졌다.

       

       앞을 가리는 육중한 덩치가 사라지고 나니 그 뒤편에서 공격을 준비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도끼를 든 덩치의 역할은 시선을 빼앗는 용도도 겸하고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같은 곳에서 오랫동안 연습을 해 온 이들 답구나. 기본적으로 연계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어.

       

       아피스에는 5:5 모드가 존재하니만큼 그에 대비해 연계를 연습한 것일까.

       

       뭐어. 그래봐야 빈틈투성이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둘 중에 먼저 움직인 것은 오른 쪽에 서 있던 검수였다.

       

       놈은 나를 향하여 검을 휘둘렀다.

       

       쾌보다는 중에 가깝구나.

       

       나를 쓰러트리는 것보다 내 동작을 막는 것을 중점에 두고 있어.

       

       아쉽군. 연계를 하는 것은 좋다만 너무 연계에 집착하느라 제 할 일을 못하고 있지 않나.

       

       내게 휘둘러지는 검의 안 쪽으로 파고들어선 검수의 손을 붙잡았다.

       

       “정해진 것을 수행하는 것은 좋다만 변수에 대한 대처가 서투르구나.”

       

       전투란 것은 본인이 하는 일만 잘해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대라 해서 모르지는 않겠지만 그 어떤 상황에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걸 추천하마.

       

       붙잡은 손목을 휘둘러 그 반대에서 공격을 준비하는 녀석에게 던져준 후 고개를 틀었다.

       

       그러자 방금 전 본인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 화살이 꽂혔다.

       

       정확도도 괜찮고 노림수도 나쁘지 않아.

       

       허나 살의를 감추는 능력이 부족하군.

       

       멀리서 기습을 노리는 자가 저리도 정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어쩌잔 것인가.

       

       저런 것 하나하나가 기습이 성공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것인데 말이다.

       

       흐음. 이렇게 하나하나 보고 있자니 알려줄 것이 한 둘이 아니구나.

       

       전투가 끝난 후에 다 같이 모아서 하나하나 다그치든가 해야겠어.

       

       나는 그리 생각을 하면서 내 뒤로 날아든 창대를 붙잡았다.

       

       *

       

       이순은 무쌍 게임 속의 NPC들 마냥 박살나는 선배들을 보고서 웃음을 흘렸다.

       

       과거 화령을 상대해 본 적이 있던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열댓이나 되는 상대를 상처 하나 없이 박살냈던 화령이다.

       

       조금 고전을 하게 될지라도 그녀가 승리하리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허나 이렇게까지 압도적일 줄이야. 지금 화령에게 날아가는 이들이 어디 시정잡배들이던가.

       

       아니었다. 저들은 아피스 세상의 최상위권에 군림하는 이들이자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 모두가 화령이라는 사람 앞에서는 마차 앞의 사마귀가 되어 바퀴에 찍혀 눌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순이 바퀴 앞에 서야 할 차례가 됐다.

       

       그는 느긋허니 이 쪽으로 걸어오는 화령을 보다가 검을 꾹 쥐고서 달려들었다.

       

       이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상대는 그가 쓰러트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으니.

       

       다만 그는 지난 번 화령을 만난 후로 성장한 자신의 검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그녀의 조언을 바탕으로.

       

       그녀가 세상에 널리 알렸던 무의 이치를 연습해,

       

       여러 프로게이머들에게까지 인정받을 정도로 숙련시킨 자신의 검을 말이다.

       

       검격과 검격의 사이에 또 다른 검격을 집어넣는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잔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나름의 절기.

       

       이순의 전력.

       

       화령은 그 검을 가만 바라보다가 자신의 두 손가락으로 검날을 붙잡아 멈췄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는 가늠을 하듯 이순을 바라보다가 슬쩍 웃음을 지어 주었다.

       

       “우선 말해두자면 정진하는 방향이 틀리진 않았다. 아직은 시간이 부족했구나.”

       

       이순은 그 말을 듣고서 화령과 마찬가지로 웃어 보였다.

       

       그거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대답이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았단 기쁨과 함께 검은 화면을 마주했다.

       

       *

       

       QZ게이밍에 있던 녀석들이 다신 일어나지 못할 때까지 굴려주고서 집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었다.

       

       본래는 이 정도로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흥을 내버렸구나.

       

       말하는 대로 어떻게든 적용시키려 발버둥치는 이들에게 훈수를 두는 것은 그럭저럭 즐거운 일이었던지라.

       

       본인이나 엔리의 방송을 할 적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난리를 치는 이들의 심정을 약간이나마 알 것 같구나.

       

       이는 사람의 본능인 모양이야.

       

       귀여운 인형으로 가득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즐기던 중에 시유검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화룡무인에 들어와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무어냐. 서류 관련으로 결재할 일이 있는 것인가?

       

       그거라면 그대가 알아서 하라 하지 않았느냐. 내 그대에게 괜히 권한을 다 넘겨준 것이 아니다.

       

       <천마가 왔어요.>

       

       아아. 그 녀석인가. 이전에 한서우에게 부탁을 할 게 있다면 직접 찾아오라 이야기를 했더니 진짜로 찾아왔구나.

       

       백화령은 본인이 아니라면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할 수 없겠지.

       

       내가 가지 않는다면 바루가 장난감이 되어 놀아나게 될 테니까.

       

       오늘은 방송도 안하겠다 빈둥거리며 시간이나 보낼 생각이었다마는 아쉽게 되었구나.

       

       화룡무인의 세상에 접속한 나는 즉시 백화령의 기운을 따라서 몸을 움직였다.

       

       녀석은 화산의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화산의 숲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얼 하고 있느냐.”

       

       한 번 죽었다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숲의 한 가운데에서 주변을 살피는 백화령을 부르자 그녀가 반갑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마침 잘 왔다. 바루를 만나려고 했는데 영 그 녀석을 찾아낼 수가 없어서 말이다.”

       

       바루. 백화령의 괴롭힘에 못 이겨 결국 도주를 택했나 보구나.

       

       어지간한 도술이라면 간파할 이 녀석이 바루 그대를 찾아 헤매는 것을 보면 하루 이틀 준비한 것도 아닌 듯 하고.

       

       녀석. 그토록 백화령이 들러붙는 게 싫었느냐.

       

       “어차피 그것이 본론은 아니지 않나. 할 말이나 빨리 하거라.”

       “거 차가운 녀석 같으니라고. 그대가 부탁한 것에 대한 대답을 알려주러 왔거늘.”

       “부탁?”

       “그래. 이전에 고독을 구경하러 왔을 적에 바루와 함께 고독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살피고 싶다 하지 않았으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QZ게이밍은 저 후로도 수십 번의 전멸을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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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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