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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6

   세계 침식의 주인이자 8성급 침식종 적발귀.

   크라슈와 비앙카는 고작해야 둘이서 그런 적발귀를 쓰러트린 쾌거를 이룩했다.

     

   이번 전투로 크라슈는 자신의 성장을 확실히 체감했다.

     

   멸천화룡을 순간 강화 영약 없이도 사용한 것부터.

   예전 멸천화룡을 사용했을 당시, 쓸 수 없었던 사식까지도 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백룡왕의 육체에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제 마황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만 한다면.’

     

   환골탈태를 이룩하여 백룡왕의 힘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겠지.

   크라슈는 미래를 기약하며 비앙카를 업어든 채 빠르게 데모란 마을로 귀환했다.

     

   “어째 나보다 엉망인 거 같냐.”

   “노력한 증거예요.”

     

   적발귀의 머리카락을 꿰뚫기 위해 비앙카는 한계 그 이상의 힘을 썼다.

     

   솔직한 심정으로 조금 타박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자신이 해온 짓이 있어서인지 차마 비앙카를 꾸중할 수는 없었다.

     

   “몸 상하지 않게 해. 나도 예전처럼 바로 뻗어버리거나 하지는 않지 않냐.”

     

   그러니 최소한 가벼운 주의만 주기로 했다.

   비앙카는 대답 대신 크라슈의 등에 얼굴을 더 파묻을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몸에서 냉기를 흘려보내는 비앙카 덕분에 크라슈의 육체는 빠른 속도로 식어갔다.

     

   그것으로 비앙카의 마음을 느낀 크라슈는 얼마 후 거인의 숲을 빠져나왔다.

     

   곧이어 보인 풍경은 아까전에 보았던 세계 침식이 아니었다.

   평소에 보던 프레이야의 산맥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은 찌꺼기는 거인의 숲이 삼켜 버렸나.’

     

   크라슈는 거인의 숲의 경계선에 우뚝 멈추어 서곤 잠시 동안 거인의 숲을 바라보았다.

     

   최흉의 씨앗을 만들기 시작한 거인의 숲.

   그리 머지않은 시간 안에 다시금 찾아와야 하는 숲이었다.

     

   이번에는 그저, 세계 침식을 종식하는 데 그쳤지만.

   다음에 오게 된다면 거인의 숲의 주인을 무찌르고, 최흉의 씨앗을 부숴 버려야 할 것이다.

     

   ‘그때는 확실히 종식해 주마.’

     

   크라슈는 짧은 다짐을 하자 비앙카가 어째선가 조금 더 강하게 팔을 조여왔다.

     

   “같이 가는 거예요.”

     

   눈치도 빠르셔라.

     

   “물론.”

     

   크라슈는 부정하지 않고, 대답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려가던 크라슈의 눈에 얼마 지나지 않아 데모란 마을이 보여왔다.

     

   역병 탓에 일반 시민들이 죄다 피난 길에 오른 만큼.

   마을은 여전히 침묵을 유지 중이었다.

     

   그런 마을에 들어 서려던 찰나.

   크라슈는 무언가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특유의 향을 느꼈다.

     

   우뚝-

     

   발걸음이 멈춰진 크라슈가 주위를 살폈다.

   썩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슈 님?”

     

   뒤늦게 비앙카가 되묻자 크라슈의 주머니에서 시체 쥐가 불쑥 튀어나왔다.

     

   “크라슈, 세계 침식자가 근처에 있어.”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크라슈의 예감대로 에벨아스크가 알려왔다.

     

   “……누군지 알겠어?”

     

   크라슈는 건물의 외벽에 몸을 붙인 채 게슴츠레 눈을 떴다.

   만약, 익시온과 관련된 인물이라면 필히 전투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니 크라슈가 천천히 이그니스를 끌어 올리며 묻자 이번에는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너도 이름은 들어 본 자다. ]

     

   이름을 들어 본 자.

   그렇다는 건.

     

   “결계사야.”

     

   에벨아스크의 다음 말을 들은 순간 크라슈가 멈칫하였다.

     

   마황의 순전한 호기심을 위해 강제로 바이오렌의 어머니가 되어야 했던 세계 침식자.

     

   결계사(結界師)

     

   그녀가 이곳을 찾았다.

     

   우연인가.

   아니면 의도인가.

     

   결계사가 나타났다는 말을 들은 크라슈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결계사에 관해 깊이 알지 못해.’

     

   크라슈가 회귀 전 결계사를 마주한 건 딱 한 번.

   그것도 그녀가 죽은 뒤에 시체 상태일 때였다.

     

   그녀의 죽음의 이유에 관해 묻는다면 크라슈도 알지 못한다.

     

   한창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이 겨우 종식되던 때.

   우연히 발견된 결계사는 이미 오래전에 죽음을 맞이해 백골의 시체가 되어 있었다.

     

   너무 오래된 시체였던 만큼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세계 침식자인 만큼 구태여 죽은 이유를 캐낼 필요도 없었다.

     

   단지, 그런 결계사의 시체를 착잡한 눈으로 보던 바이오렌이 떠올랐다.

     

   「이럴 거면 얼굴이라도 비치지…….」

     

   결계사는 그녀의 어머니였으니까.

     

   그렇기에 크라슈는 바이오렌을 통해 들은 결계사의 단편적인 면모밖에 모른다.

     

   어린 시절, 바이오렌을 버리고 갔었던 그녀의 어머니.

   그 정도가 크라슈에게 결계사의 정보는 전부였다.

     

   “에벨아스크, 크림슨가든, 너희 둘은 결계사에 관해 아는 게 있어?”

     

   그런 만큼 현재의 결계사는 변수였다.

     

   만약, 그녀가 마황을 향해 복수심을 지니고 있고, 익시온의 소속이기까지 한다면.

   필연적으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나는 잘 몰라. 마주친 적도 없으니까.”

     

   에벨아스크에게는 큰 기대는 안 했다.

   그녀는 세계 침식자와 그리 많이 접촉하지 않았으니까.

     

   [ 조금이다. 마황과의 일이 있기 전에 그녀라면 대화 정도는 해봤다. ]

     

   그리고 크림슨가든 쪽에서는 꽤나 오래전의 정보가 튀어나왔다.

   어찌 되었든 현재에는 그다지 유용성 있는 정보는 아닌 듯싶었다.

     

   ‘결국 직접 부딪쳐 볼 수밖에 없나.’

     

   크라슈는 결단을 내렸다.

   여기까지 돌아오며 비앙카의 냉기 덕분에 몸도 꽤 안정화되었다.

     

   무엇보다 지금쯤이면 마황도 마을 주민들을 인솔해 돌아왔을 터.

   부딪쳐 본다 해서 손해는 없는 일이었다.

     

   한 가지 걱정인 건 바이오렌이지만.

   그건 지금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 알 수 있겠어?”

   “알아놨어. 안내할게.”

     

   시체 쥐가 크라슈의 어깨 위에서 껑충 뛰어내렸다.

   크라슈는 에벨아스크의 안내를 받기로 하고, 비앙카를 돌아봤다.

     

   세계 침식자와 마주하러 가는 일이다.

   아무리 비앙카가 강해졌다고 한들 지금은 여기까지 허용할 수 없었다.

     

   크라슈의 뜻을 알아차린 비앙카는 크라슈를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크림, 크라슈 님이 무사하게 돌아올 수 있게 해주세요.”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던 때와 달리.

   이제는 크림슨가든이 크라슈의 곁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비앙카다.

     

   그러니 그녀가 부탁하자 저 멀리서 까마귀가 퍼덕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녀올게. 바이오렌 녀석 좀 옆에서 지켜봐 줘.”

     

   크라슈는 손을 들어 비앙카의 머리를 헝클어뜨려 준 후 바로 시체 쥐를 따랐다.

     

   얼마 안 가 크라슈는 숲속을 지나쳤다.

     

   그리고 어느 기점에 들어선 순간.

   크라슈의 발걸음이 서서히 느릿해지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자기 몸을 옥죄어 오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

   마치, 자신을 이곳에서 밀어내게 하려는 듯한 기운.

     

   그 기운의 정체를 크라슈는 금방 눈치챘다.

     

   ‘결계.’

     

   이것은 결계였다.

   그것도 결계사가 만들어낸 오리지널 결계.

     

   모든 생물의 접근을 물리게 하는 종류의 결계인 것 같았다.

     

   ‘그래서 에벨아스크가 결계사를 발견할 수 있었군.’

     

   에벨아스크의 시체는 생물이 아니다.

   물체의 개념이다 보니 결계를 뚫고,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만큼 결계에 접촉했다면 저쪽도 알아차렸겠지.’

     

   데모란 마을 근처에 상주 중이라는 건 바이오렌은 물론 크라슈의 존재도 알아차렸을 터.

     

   크라슈는 몸 안에 조용히 백염을 피워 올리며 결계사의 접근을 대비했다.

     

   또각-

     

   그 순간 저 멀리서 구두 굽 소리 하나가 울려 퍼졌다.

   어느새 주위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껴있었다.

     

   발소리를 따라 크라슈가 그 방향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자 곧이어 여성의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잘도 발견했구나. 네게 함께 있는 세계 침식자들 덕분이니?”

     

   결계사의 목소리는 안개 전체에 퍼지듯 들려왔다.

   그녀의 결계술의 일종인 듯싶었다.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확신은 없었기에 크라슈는 신중히 묻기로 하였다.

     

   “결계사, 당신이 찾아온 이유에 관해 묻고 싶은데. 그건 바이오렌과 관련된 일이냐?”

     

   때에 따라서는 협조하겠다는 뉘앙스도 보였다.

     

   그러자 결계사는 잠시 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곧 그 입을 열었다.

     

   “맞단다.”

   “그렇다면 마황을 향한 복수인가?”

     

   크라슈가 되물었다.

     

   회귀 전, 바이오렌에게 단편적으로 들은 이야기.

   그건 마황이 결계사를 강제로 데려와 아이를 낳도록 한 이야기였다.

     

   “복수, 우흐흐.”

     

   그 순간 안개 속에서 그녀의 짧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한 웃음에는 크라슈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꿰뚫어 본 듯한 의사가 담겨 있었다.

     

   크라슈의 눈빛이 미묘해졌다.

     

   ‘마황을 향해 생각보다 별다른 감정은 없는 건가?’

     

   크라슈는 잠시 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크라슈는 이 이야기를 바이오렌을 통해 일방적으로 들었을 뿐이었다.

     

   그런 만큼 바이오렌이 했던 이야기가 바이오렌의 오해였을 가능성이 고려 됐다.

     

   “그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구나.”

     

   곧이어 웃음을 그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기에는 갈색빛의 머리카락을 지닌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특이한 것 없는 옷차림은 영락없는 시골의 여성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기운은 저 모습이 진짜가 아님을 가리켰다.

     

   ‘결계로 만든 껍데기로군.’

     

   진짜 모습은 보여줄 생각이 없다, 이 소리인가.

   크라슈는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물었다.

     

   “바이오렌이 알고 있는 이야기가 오해라는 거냐.”

   “일부는. 테라시우스가 막무가내인 사람이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니란다.”

     

   적어도 바이오렌이 알던 이야기와는 다르단 소리였다.

     

   “대신, 둘 다 옳지 못한 방법을 저질렀지.”

     

   그녀의 목소리에 착잡함이 깃들었다.

     

   바이오렌이 태어나는 과정에 크라슈는 다른 비밀이 있음을 눈치챘다.

     

   “그래서 사과라도 하겠다고 찾아온 건 아닐 테고. 무슨 볼일이지?”

     

   본론을 빙 둘러 가는 것도 여기까지다.

   크라슈가 핵심을 말하라고 전하자 결계사는 짧은 침묵 후 입을 열었다.

     

   “바이오렌, 그 아이를 익시온이 노리고 있단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예상 못 한 말이 튀어나왔다.

     

   크라슈도 아닌 바이오렌이 노려지고 있다니.

     

   크라슈가 황당한 얼굴을 했다.

   그러면서 크라슈는 어딘가 이 대화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가…….’

     

   크라슈는 대화에서 위화감의 정체를 바로 깨닫지 못했다.

   그러니 우선은 그 위화감을 잠시 묻어 두었다.

     

   “그걸 알게 된 경위는?”

   “얼마 전, 익시온이 내게 접근 해왔단다. 바이오렌을 노리고 있으니 협조해 달라고.”

     

   결계사도 세계 침식자.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일 목적이었겠지.

     

   하지만 결계사는 그 일을 거절했고, 바이오렌을 직접 찾아왔다.

     

   “크라슈 발하임, 넌 익시온의 적이지.”

     

   크라슈의 이름을 언급한 결계사가 크라슈와 마주 보고 섰다.

   안개 속에서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네게 거래를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단다.”

     

   거래 제안.

   그 말을 들은 크라슈는 곧 그녀를 따라 수상쩍게 웃었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냐.”

     

   우선, 거래 내용 좀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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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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