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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7

       

        

        

        

        

        

       -[알림 : 킬존 축소 중. 안전지대로 이동하십시오.]

        

       -[최종 킬존까지 남은 수 : 1]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고 해야 하나….”

        

        

        

        금요일의 첫 번째 경기가 끝나간다.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불어닥치는 칼바람이 마치 변변찮은 결과를 내지 못한 채 스러져간 수많은 사람들의 한탄처럼 들리는 건 착각일까. 물론 내가 그런 걸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만, 원래 세상을 살면서 단 한 번도 감상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없듯이, 그저.

        

        총구에서부터 모락모락 흩날리는 연기 아래 한 명의 사람이 죽어있었다. 그러나 몇 초도 안 되어 마치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니 여러 개의 아이템만을 남긴다. 그 중에서 필요한 물품 몇 개만을 골라 오른쪽 허벅지의 다용도 파우치에 보관한다.

        

        그것으로 끝. 적은 지금쯤 누구에게 어떻게 죽었는지를 여실히 깨달았을 거고, 어쩌면 유진이라는 단어를 이루는 여섯 개의 철자를 보고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마저 바깥에서 부는 칼바람에 휩쓸려갈 즈음, 지도를 펼치고는 다음 킬존의 형성 위치와 안전지대를 파악한다.

        

        

        

       “여기로 가야겠네.”

        

        

        

        지도 위로 다음 목표를 표시하자 바닥에 떠오르는 루트. 해당 표식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목적지까지는 도달할 수 있겠지만, 이는 적의 유무를 도외시한 상태. 그렇기에 위치와 거리만을 표시하고는 다른 표식을 꺼서 없애버린다.

        

        사주경계를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사이에도 눈은 바쁘게 돌아간다. 특히 유심히 살피는 것은 오른쪽 상단에서 얼핏 볼 수 있는 킬 로그. 닉네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누가 살아남았는지를 확인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집중을 깨는 소리 하나가 있었다.

        

        

        

       ───부우우웅!

        

        

        

       “…?”

        

        

        

        대기를 울리는 낮은 중저음.

        

        칼바람을 휘저으며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는 소음은 마치 구급차를 연상하게 만들었으나, 아쉽다면 아쉽게도 오늘은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 – 수송기 한 대가 맵을 가로지른 것이다. 아마 케어 패키지를 요청한 거겠지. 과연 무엇을 하려고 부른 걸지는 몰라도.

        

        무엇이 낙하하는지, 그리고 어디로 떨어졌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바깥의 눈폭풍이 강한 탓에 기동 루트를 외부가 아닌 건물 내부를 경유하는 식으로 짠 시점이었다.

        

        무시하고 사전에 표시한 위치로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벌써 누가 와있을 줄이야.”

        

        

        

        카카캉!

        

        콘크리트 파편이 튀어오르는 가운데, 철골에 맞은 총알이 귀가 먹먹해지는 초고음을 내며 형편없이 찌그러진다. 다행스럽게도 탄환이 쏘아 맞힌 목록에 내 몸은 없었다. 처음부터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아마 최소 세네 발은 맞았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초탄 명중조차 없었단 건 저쪽도 상당히 우연한 기회로 날 식별했을 거란 소리.

        

        적과 나는 동시에 서로의 위치를 파악했고, 그 순간 교전이 시작되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불꽃이 피어올랐으나, 상대방의 위치가 상층 발코니였기에 아쉽게 적중한 탄환은 두 발 가량. 적과의 거리를 어림짐작하며 가용 가능한 선택지를 고려한다.

        

        스킬은 두 개. EMP 펄스와 관통형 점착폭탄. 어느 쪽이든 지금 사용하기엔 애매했다.

        

        그렇다면 적을 무시할 것이냐고 묻기에는 이미 마지막 킬존에 돌입하기까지 그리 오래 남지 않은 상황.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유저를 이 자리에서 처리하고 가야만 한다는 소리였다.

        

        

        쫓는다.

        

        

        

       ───드르르륵!

        

        

        

        그리 좁지 않은 창고 안, 납과 텅스텐으로 만든 창이 공중에서 교차했다.

        

        어깨에 총을 단단히 밀착하고는 붉은 십자선 안에 적을 놓는다. 거리가 그리 가깝지 않았기에 나도 상대방도 전부 단발 사격으로 일관하였고, 그 사이에서 스텝이 어지러이 교차했다.

        

        어찌 보면 이 역시도 나름의 무도회라고 할 수 있었다. 이 환경에 어울리는 복장을 갖춰입고, 서로를 바라보며 스텝을 밟고 이동한다. 정열적인 눈빛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움직임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고려해버면 그렇게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이미 상층 발코니로 올라간 상태였다. 이로서 교전은 완전한 미답지로 접어든다.

        

        EMP 펄스의 사거리까지 닿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고, 이카루스 기어는 그 정도의 간격까지 접근 가능하도록 실드라는 문물을 사용자에게 선사했다 – 물론 잘못된 판단이 야기할 수 있는 즉사를 방어하는 정도에서 멈췄지만.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

        

        그리 생각한 순간 적이 퇴피하기 시작했다. 

        

       

        

       ‘…그닥 좋지 않은데.’

        

        

        

        하필이면 추후 퇴각 루트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으로 도망간다. 다르게 말하면 저걸 잡지 못하는 순간 오도가도 못한다는 소리. 확실히 페이스를 올려 따라잡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모를 트랩 방지를 위해 EMP 펄스를 발동, 방해 전파가 사방으로 퍼지며 적을 아슬아슬하게 감싼다. 펄스에 휩싸인 천장의 조명이 기괴하게 깜빡거리더니 이내 완전히 꺼져버리는 가운데, 다리에 힘을 주고 박차며 복도로 퇴피한 적을 뒤쫓는다.

        

        사전에 EMP 펄스를 사용했기에 근방에 있을지도 모르는 스킬을 활용한 트랩은 무용지물이 되었을 거고, 수류탄을 활용한 함정들은 대부분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고 몇 가지의 섬세한 조정을 거쳐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스퍼트를 올려 뒤쫓아도 리스크가 적단 소리.

        

        

        철컥 하는 소음과 함께, 대략 30미터 앞에 있던 적이 총을 들어 사격하기 바로 직전 문을 홱 닫아버린다. 찰칵 하는 소리까지 들린 걸 보아 잠금쇠까지 걸어놓은 듯했다.

        

        문까지 다다르기까지 대략 5초 가량. 문을 파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지만, 예상되는 문의 내구도는 꽤나 상당한 수준 – 이라고는 하지만, 어디 특수한 문도 아니고 비상구에 흔히 사용되는 문. 그렇다면 문고리의 내구도가 비상식적으로 단단할 이유는 없을 터였다.

        

        전력질주 속도를 늦추고, 조준.

        

        바람 빠지는 듯한 소음과 함께 너덜너덜해진 문고리였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쿠우웅!

        

        

        

        다시금 스퍼트를 올려 어깨로 문을 들이박는 순간, 거대한 소음과 함께 문이 통째로 뜯겨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순간 발생하는 기이한 광경. 마치 세상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이는 가운데, 복도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 길게 뻗은 회랑 이곳저곳에 배치된 엄폐물,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보이는 한 명의 인영 – 그러나 본능은 무언가 거대한 위협을 감지했고, 이내 시선은 정면을 향했다.

        

        적이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파이프처럼 생겼지만, 그것이 나를 조준하고 있다면 그 위험성은 단순한 길다란 파이프의 수천 배 이상으로 치솟는다.

        

        로켓. 혹은 무반동포거나, 아무튼 그 중 하나겠지.

        

        

        그리고 그 시점에서 퍼즐이 하나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설마, 아까 그 수송기 소리가…!’

        

        

        

        수송기를 통해 로켓포를 공수받은 것이었다.

        

        물론 에이펙스 프레데터에서 로켓포를 들고 다니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부무장으로 가끔씩 볼 수 있었으니까 – 하지만 대회에서는 반쯤 사장된 무기였다. 멀리서 식별하기도 쉽고, 쏘기도 힘들며, 장전하기도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굳이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공수받은 후 어딘가로 쟁여놓았다면?

        

        적을 특정 구역에 몰아넣은 후, 그 다음에 사격한다면?

        

        그 시점에서는 모든 단점이 희석되며, 수류탄을 능가하는 대미지라는 장점만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날 겨누었다.

        

        

        

       “…!”

        

        

        

        정면에 있는 엄폐물에 숨는 건 불가능. 엄폐물과 함께 통째로 날아갈 것이다.

        

        사격은 불가능. 벽을 들이박으며 자세가 흐트러진 탓에 지향사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맞지 않을 것이다.

        

        계속 달리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적과의 거리는 여전히 30미터 가량 남아있었으며, 15미터 안쪽에 닿기도 전에 폭발에 휘말릴 것이다.

        

        그렇다면 피하는 수밖에.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엄폐물을 향해 달린다. 적의 시선이 돌아가며 포구가 엄폐물을 향해 움직였고, 불과 0.5초도 지나지 않아 손가락이 까딱이며 폭발의 권화를 세상에 풀어놓을 터.

        

        하지만 그 순간, 다리에 있는 힘껏 힘을 주면서 지면을 박찬다.

        

        아직 스피드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기에, 점프하자마자 바닥에서부터 힘껏 날아오른 몸. 그 시점에서 내 가슴팍까지 오는 엄폐물은 자연스럽게 내 발바닥 아래에 있었으며, 그것을 밟고 또 한 번 도약하는 순간 – 불꽃이 다리 아래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등 뒤에서 굉음이 일었다.

        

        

       

       ───콰아아앙!

        

        

        

        화염과 우레를 동시에 토해내며 음속에 미치지 못하는 속도로 토해진 고폭탄. 그것이 방금 밟았던 엄폐물을 강타하는 순간, 허공에 떠오른 몸이 충격파에 휩쓸려 급격하게 가속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급류에 휩쓸린 것마냥 가속을 받아, 예상 착지지점보다 족히 4미터 이상을 더 날아간 신체가 바닥에 닿는 순간 자연스럽게 낙법을 구사하며 앞으로 굴렀다. 물론 운동에너지와 낙하에너지가 무지막지했던 만큼 한두 바퀴 구르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지만.

        

        카강 하는 소리와 함께, 적은 순식간에 로켓포인지 뭔지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급격히 총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자세를 잡고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든 지 오래였으며, 검지를 당기는 순간 격철이 움직이며 뇌관을 강타했다.

        

        하지만 적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도 총기를 꺼내들고 지향사격을 갈겨대며 퇴피를 시작한 것이었다. 로켓포의 여파를 상당수 뒤집어쓴 시점에서 내 실드 역시도 그닥 좋은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시는지.”

        

        

        

        적보다 내가 먼저 재정비를 끝마쳤다.

        

        엄폐물에 숨음과 동시에 수류탄 두 개를 몰리에서부터 뜯어내어 상대방이 예측하고 있던 퇴각로에 집어던진다. 적은 한 탄창을 다 쓸 때까지 지향사격을 갈기고 있었던 터라 핀이 빠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내가 숨어있던 엄폐물에서 수류탄이 두 개나 튀어나오자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그 사이 나는 앞에 매둔 허니뱃저 한 정을 겨누며 엄폐물에서 튀어나왔다. 당연하게도 그 시점에서 앞과 뒤가 몽땅 막혀버린 적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투두둑!

        

        

        

        소음기가 먹먹한 소리를 뱉어내며 적을 빈사 상태로 만들었다.

        

        같은 나라의 선수였기에 아바타는 영 딴판이었지만, 나는 이 유저의 플레이스타일을 알았다.

        

        

        

       “잉크.”

        

       “…5초. 아니면 3초만 더 있었어도 잡았을 텐데.”

        

       “그런 시간을 만드는 것도 개인의 역량이죠.”

        

        

        

        하지만 나는 픽 웃으며 덧붙였다.

        

        

        

       “상당한 전술이었어요. 유용하게 써먹도록 하죠.”

        

        

        

        그 다음 말은 없었다.

        

        검지가 까딱였고, 한국 대표팀의 일원 중 한 명인 잉크는 로비로 사라졌다.

        

        물론 내 시선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무반동포라.”

        

        

        

        로켓포가 아니었다.

        

        물론 그것이 어쨌든, 어쩌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큼지막한 쇳덩어리가 등 뒤에 매어지는 순간이었다.

        

        

        

        

        

        

        

        

        

        

        

        

        

        

        

        

        

        

        

        

       “오로라 파워플랜트에서의 교전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남은 유저는 총 세 명입니다. 로건과 유진, 그리고 세바스티앙. 세 명의 유저들이 각각 일정 거리를 둔 채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방탄 방패를 든 로건이 먼저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습니다.”

        

       “한 발자국씩 전진하는군요. 정말이지 성벽 그 자체가 전진하는 듯한 압도적인 위용입니다. 안 그래도 강한 유저가 방패까지 들게 되니 거침이 없군요. 무언가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요?”

        

        

        

        금요일의 첫 번째 경기. 익숙한 닉네임들이 떠오른다. 이번 년도의 우승 후보 두 명과 그 사이에 끼인 불행한 유저 한 명은 이제는 꽤나 자연스러운 구도였다.

        

        빠르면 매 경기마다, 늦으면 두 경기마다 유진과 로건은 자연스럽게 TOP 3 경쟁에 그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 아무도 그 점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이들은 매 경기마다 슈퍼플레이를 시행했고, 다르게 말하면 많은 교전에서 기적의 역전승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역전이라는 것은 한 번 불리한 상황에 빠졌을 때나 나타나는 것이었으니.

        

        

        로건과 세바스티앙의 교전이 시작된다. 그러나 보통이라면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이 당연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마지막까지 킬존의 동향을 살폈고, 좁혀지는 방향을 확인하자마자 무거운 발사대와 두 개 가량의 포탄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소름끼치는 화약 격발음과 도탄음, 수류탄의 폭발 소리 등등을 틈타 유진은 빠르게 세팅을 시작했다. 일정 구역을 확보한 뒤 근방에 두 개 가량의 트랩을 설치하고, 비스듬하게 세워진 철제 파이프 사이에 발사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바로 그러한 행동만으로, 수천만을 넘어 억에 달하는 시청자들은 유진이 단순히 피지컬만으로 승리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노력가였고, 그 어떤 선수보다도 머리가 부서지도록 고민하고 골몰하는 타입이었다.

        

        

        한편, 로건은 그 누구보다도 방패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세바스티앙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아, 로건 선수! 몇 번이고 방패가 부서질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깁니다! 정말이지 대단한 운용법이로군요!”

        

        

        

        당연하게도, 방탄 방패의 밸런스는 어느 정도 조절되어 있었다.

        

        해당 스킬은 방패라고 하면 상상 가능한 ‘탄환을 묵직하게 받아내며 전진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피할 수 없는 대미지를 극복하게 만드는 한편 본신의 여력을 온존할 수 있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교전 후반부에 다다랐을 때 우위를 점하게 해주는 것에 가까웠다.

        

        그리고 로건은 그 누구보다도 그러한 목적성에 부합하는 플레이를 내놓았다.

        

        기어코 방패가 깨져나가는 순간, 세바스티앙과 로건의 실드 간 격차는 족히 65% 이상이었으며 – 북극곰이 SMG를 꺼내드는 순간 상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분도 지나지 않아, 교전 구도는 다시금 두 우승 후보의 빅매치로 좁혀졌다.

        

        

        

       “드디어 모든 분들이 기다리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유진과 로건, 로건과 유진! 둘 중 누가 파이널 챔피언십의 마지막 날, 그 첫 번째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쥘 것인지!”

        

        

        

        사회자의 흥미진진한 말과 함께 킬존이 좁혀진다.

        

        그 순간 모두가 상상하는 교전 구도가 있었다 – 유진의 공격을 묵직하게 받아내는 로건과, 그녀에 맞서서 한 치도 지지 않고 총알을 토해내는 무시무시한 육박전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초나 지났을까,

        

        

       

       “아, 두 선수, 본격적으로 교전에 돌입-아앗! 굉장한 템포입니다! 두 선수 전부 스킬을 염두에 두지조차 않은 다이나믹한 기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발현자가 칼바람이 불어닥치는 창고에서 서로를 마주하였고, 교전의 주요한 형세는 그 무엇보다도 스피드를 우선으로 한 형태가 되었다.

        

        수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았지만, 로건에게는 당연한 선택지였다.

        

        

        

       ‘…섣불리 방패를 꺼냈다간, 얼마 쓰지도 못하고 집어넣게 될 테니….’

        

        

        

        그 말대로.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이상, 가장 중요한 패는 가장 결정적인 때에만 사용해야 했으므로.

        

        물론 시청자들은 어느 쪽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누군가 거리를 벌리면 한쪽은 좁히고, 이는 반대로도 성립했다. 두 명의 존재 자체가 두 개의 전선이었고, 교전은 두 개의 전선이 가장 격렬히 충돌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였으니까.

        

        고작 1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탄식과 환호가 몇 번씩이나 터져나온다. 그것은 교전이라기보단 두 태풍의 충돌 과정을 사람 크기로 줄여 만든 듯한 광경이었고, 승패의 향방은 그 누구도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로건 선수, 절묘한 대미지 컨트롤을 통해 EMP가 활성화된 상태에서조차 위험한 공격을 전부 안정적으로 방어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 간의 실드 격차가 조금씩 벌어집니다!”

        

        

        

        유진은 EMP 펄스를 통해 방패의 자가회복 기능을 봉인하였으나, 그렇다면 받아내지 못할 시 심각한 실드 손상으로 이어지는 공격만을 방어하면 될 뿐.

        

        로건은 그런 모토 아래 궁지에 몰릴 때마다 몇 번이고 방패를 능수능란하게 운용하며 전선에 새로운 돌파구를 개척하였고, 그때마다 유진은 지리상의 이점을 상실했다. 그 시점에서 그녀는 피식 웃으며 약간의 웃음을 토해낸다.

        

        그 웃음은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이러했다.

        

        

        

       ‘예전에 작전할 때 하던 걸 그대로 돌려받을 줄이야.’

        

        

        

        그 말대로.

        

        태스크포스 대거에서나 맡던 포인트맨. 무수히 많은 작전에 투입되며 악으로 깡으로 익혔던 방패 사용법…로건은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으며, 유진은 그것이 얼마나 악랄한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로건은 그 무슨 일이 있어도 승리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었으며,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겠지.

        

        

        하지만 유진이 설치해둔 트랩은 바로 그렇기에 로건에게 먹혀들 것이었다.

        

        그리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 사항이 있었다.

        

        

        

       ───투두두두두!

        

        

        

        소음기를 통과한 탄환이 방패를 몇 번이고 두드린다. 특히나 안면을 방어 가능한 투명 다층 플라스틱 바이저 부분에 집중적으로 꽂힌다. 비록 방패를 감싼 나노머신 때문에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었으나, 중요한 건 플라스틱에 시야를 가리는 균열을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탄창 가량을 쏟아부은 순간 방패의 전면 바이저에 큼지막하게 균열이 가며, 로건은 그 순간 방패를 접는다. 예상대로였다.

        

        그 후에는 놓칠 수 없는 먹이를 준비한다.

        

        바로 유진 본인이었다.

        

        

        

       “크윽…!”

        

        

        

        드르르륵!

        

        로건은 한 탄창을 전부 소모했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무지막지한 흉폭함을 내포한 채 달려들었고, 유진은 이를 제때 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 실드가 부서졌다. 이제부터는 단 한 발의 헤드샷에도 죽을 수 있었다.

        

        저절로 온 몸에 긴장이 들어가지만, 로건 역시도 실드가 깨졌다는 사실을 알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결코 방심하지 않고 우직하게 압박하겠지.

        

        이를 다르게 말하면, 로건은 한 박자 쉬고 돌입할 것이다.

        

        

        

       “아, 로건 선수! EMP의 효과가 끝나고, 방탄 방패가 충분히 복구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과연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

        

        

        

        예상이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유진은 그럼에도 웃을 수 없었다. 웃기에는 긴장이 과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몸은 움직인다. 질곡의 시간은 벼락처럼 끝나듯이, 그녀는 단 한 순간만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판돈 삼아 로건을 최종 지점까지 유도할 것이다.

        

        철컥. 방패 펴는 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순간 유진은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투웅! 투웅! 투웅!

        

        

        

        로건의 손에 들린 권총에서 몇 번이고 불이 뿜어진다. 그럴 때마다 실드가 맥없이 다시 부서지고 수복되기를 반복하는 사이, HP가 조금씩 깎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진은 결코 눈에서 날카로움을 잃지 않는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세 발자국…그저 기계처럼 지정된 포인트로 적을 유도할 뿐. 그동안 로건이 사방팔방을 헤집고 다녔음에도 단 한 번의 트랩 발동도 없었던 건 바로 이 시점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최종 지점에 발을 들였을 때, 유진은 그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로 로건의 방패가 아닌 근처에 널려있는 잡동사니들에 한 발씩 탄환을 먹였다.

        

        그 짧은 사격 사이 날아든 두 발의 총탄이 유진의 HP를 40% 이하로 깎아내렸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다. 

        

        

       일정한 간격을 둔 채 놓여져있던 나무 팔렛트 두 개가 총탄에 맞아 크게 흔들리더니, 몇 초나 지났을까.

        

        

        

       -콰아아앙!

        

        

        

        잡동사니에서 폭발이 일었다.

        

        팔렛트 사이에 미리 안전핀을 뽑고 숨겨놓은 수류탄 두 개가 총알에 맞아 흔들리며 안전손잡이를 토해내었고, 4초 후 그대로 폭발한 것이었다. 오퍼레이터의 몸으로는 견디기 힘들지만, 방패는 몸이 잠깐 흔들리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바로 그 흔들리는 것을 노린 상태였다.

        

        

        소름끼치는 쇳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제압사격을 가하면서도 폭발의 여파에서 막 벗어난 로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유진이 파이프만한 구조물을 들고 있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퍼엉!

        

        

        

       “커헉!”

        

        

        

        방패를 산산조각내기에 충분한 물리력은 로건을 그대로 십수 미터 뒤로 날려보냈다.

        

        말 그대로 뒤로 튕겨져나간 로건의 귓가에 여러 소리가 들려왔다. 실드가 부서지는 소리. 바닥에 쇳덩어리가 던져지는 소리. 바닥을 구르며 나는 다양한 소음…그러나 튕겨져나간 채 창고 바닥을 구르던 로건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두 번째 포탄을 무반동총에 발사기에 끼워넣는 유진이었다.

        

        온 몸이 상태이상 투성이였다.

        

        그럼에도 로건은 자재에 등을 기댄 채 깔깔 웃었다.

        

        

        

        “하, 완전히 한 방 먹었네.”

        

        

        

        물론, 대답은 초속 225m로 날아드는 포탄이었다.

        

        금요일의 첫 번째 경기는 유진의 승리로 돌아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로켓을 피하는 법

    점프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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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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