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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7

       *** ***

         

       “후우.”

         

       암룡파에서 전령이 온 덕분에 이설에게서 풀려난 혁기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거리를 좁혀오는 이설을 보면서 왜 이러나 싶었던 혁기린이었지만 곧 이설의 속내를 깨달을 수 있었다.

         

       ‘호 낭인님을 공략하기 위해서 나를 발판으로 사용하려 하는구나.’

         

       그 사실을 깨달은 혁기린은 이설의 속셈을 역이용하기로 했다. 이설과 어울리며 이설의 관심을 혁기린 본인에게 집중시키겠다고 결심했다.

         

       ‘으음…’

         

       그러나 그 결심은 곧 흔들릴 수밖에 없었으니.

         

       용지맹을 공략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이설이 점차 혁기린에게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문파에서 떨어진 채 남정네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설.

         

       경지도 비슷하고 나잇대도 비슷한 혁기린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 이설의 태도에 혁기린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천성적으로 선량한 성격의 혁기린!

         

       처음에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가왔다지만 이제는 정말 자신을 친근하게 대하는 이설의 태도에 양심을 가책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안 그래도 수하이자 손님인 척하고 이설을 속이고 있는데 여기에 호 낭인님과 떨어뜨려 놓기 위해서 계책까지 쓰는 것은…’

         

       이설을 대할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호천안을 바라보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상황!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태도를 견지하며 이설을 상대하고 있었으니 혁기린은 곧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온다고 느끼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사저.”

         

       “…그래 참으로 고생이구나.”

         

       혁기린은 용지맹으로 위장한 호천안을 찌릿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고작해야 떠돌이 무사에게 운남제일화가 저토록 빠졌던 말인가. 결국 돌고 돌아 원인을 따져보면 호천안의 행실이 지금 혁기린이 느끼는 양심통의 원인이었으니 절로 말이 뾰족해졌다.

         

       “그러고보니 아까 시선을 피하지 않았느냐?”

         

       “크흠…”

         

       내면의 고민이 깊어감에 따라 가끔 호천안을 바라보았는데 그때마다 시선을 피하던 호천안의 모습이 떠오른 혁기린!

         

       호천안은 점차 따가워지는 혁기린의 시선에 황급히 입을 열었다.

         

       “일단 지금 상담하고자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전령 때문에 독고이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야기 하시지요.”

         

       차후의 계획인가. 혁기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천안이 얄미운 것은 얄미운 것이고 이곳에 잠입한 목적은 달성해야지.

         

       ‘그래, 생각해보니 하루빨리 목적을 달성하고 떠나면 모두 해결될 일이었군…!’

         

       깔끔한 해법의 발견에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내려친 혁기린이 호천안에게 물었다.

         

       “그래서 다음 계획은 무엇이냐?”

         

       “옥계에 씨앗을 뿌려 놓기는 했지만, 그쪽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일이 생각보다 잘 풀려서 시간이 남았으니 다른 일을 획책하고자 합니다.”

         

       “다른 일이라.”

         

       “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저라면 제가 옥계에 뿌려놓은 씨앗이 무슨 의미인지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혁기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호천안이 계획을 풀이해주지는 않았지만 혁기린은 호천안이 옥계에서 무엇을 노리고 저런 일을 벌였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확실히 무림인이 할 만한 발상은 아니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은 혁기린은 호천안의 본래 목적을 떠올렸다. 결국 호천안은 사도련의 조직력을 와해시키는 것과 동시에 사천 공격을 나선 선봉장의 탄생을 저지하는 것이 목적.

         

       혁기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속령파에게 버틸 힘을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도련에 소속될 문파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바로 그렇습니다.”

         

       “음.”

         

       혁기린은 새삼스럽게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호천안은 이설의 수하로서 이 주루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사도련의 다른 문파들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이런 머리는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찌 남녀간의 관계는 이렇게 눈치가 없을까.’

         

       새삼 하늘의 공평함과 무심함을 동시에 깨달은 혁기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갑자기 한숨을 내쉬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호천안의 표정을 보면서 혁기린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그래. 그래서 그 방법이라는 게 무엇이냐?”

         

       “독고이설을 밀어 주고자 합니다.”

         

       “…뭐?”

         

       “정확히는 암룡문의 소문주로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 ***

         

       날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혁기린이 이마를 짚었다.

         

       “하아, 정말 머리가 지끈거리는군. 사제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사람 머리 복잡하게 하는 데에는 선수로군!”

         

       “음, 그렇게까지 어렵고 복잡한 일은 아닐 겁니다.”

         

       “아니!”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탁탁 두드리는 혁기린.

         

       “용지맹, 주군께서 부르신다.”

         

       혁기린이 눈빛으로 심한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이설의 호출이 먼저였다. 이마를 짚고 머리를 젖힌 채 한탄하는 혁기린을 뒤로 하고 이설과 독대했다.

         

       “아버님께서 날 부르셨다. 필시 이번 일에 대한 성과를 논하시겠지.”

         

       나는 이설을 바라보았다.

         

       이설이 소문주 자리에 오르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설은 정말로 흑룡문 내부에 지지세력이나 기반이랄 것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설이 소문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정말 강력한 후발주자가 된다.

         

       결국 흑패 독고영천의 뜻에 따라 돌아가는 문파가 바로 암룡문. 결국 독고영천의 뜻에 반하는 자들은 암룡문에서 득세하기 힘드니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이 이설의 휘하로 들어가기를 자처하겠지.

         

       새로운 후계자, 이설이 문파를 장악할 기반을 닦을 때까지 이설의 파벌과 나머지 세 자식의 파벌이 대립하고 충돌할 터.

         

       문파 내 세력구도에 대격변이 일어날 테니 한동안은 바깥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지겠지.

         

       “어찌 대처해야 할지 네 의견을 묻고 싶구나.”

         

       “그 전에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나는 이설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문주가 되려 하십니까?”

         

       현재 이설의 태도는 소문주 자리를 노리는 자라고 보기에는 영 적극성이 떨어졌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내가 이설을 소문주로 올릴 수 있는 계책을 짜더라도 본인이 의지가 없으면 아무 쓸모 없는 이야기였다.

         

       이설은 잠시 날 바라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가 싶더니 돌연 입을 열었다.

         

       “그래.”

         

       한 마디를 뗀 이설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외가의 세력이 어떻고, 견제가 어떻고, 구질구질하게 이야기 하지 않으마. 소가주 자리에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힘의 차이에 의해 그 꿈을 반쯤 접고 이곳에 머물고 있었지. 적당한 때가 되면 내 수하들을 이끌고 독립할 생각이었다.”

         

       이설은 힘을 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수장으로써 너와 신입들이 열심히 일해 만들어 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기에는 너무나 면목이 없구나. 너희들이 노력했으니 나 역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볼 생각이다.”

         

       “그렇습니까.”

         

       본인의 의지는 충분히 굳은 모양이군.

         

       “그래, 용지맹. 내일의 호출에 대비한 좋은 의견이라도 있느냐?”

         

       “예.”

         

       나는 이설의 물음에 대답했다.

         

       “내일 가주가 활약상을 묻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십시오.”

         

       이설의 눈이 크게 떠졌다.

         

       *** ***

       

       암룡당의 문주인 흑패 독고영천은 부복한 네 자식들을 바라보았다.

         

       “요새 아주 옥계가 어지럽다는 소문을 들었다.”

         

       “예, 온갖 잡배들이 속계에서 날뛰며 속령파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합니다.”

         

       “그렇다. 너희들은 속령파의 지금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속령파는 염치불구하고 힘을 온존하는 선택을 했다. 사파의 문파들이 갖추어야 할 요소 중 힘은 분명 가장 중요한 것이나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 뼈에 새기겠습니다!”

         

       “음.”

         

       독고영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복해 있던 네 사람은 오늘 독고영천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상시에는 감정을 엄격하기 통제하시는 분이..’

         

       ‘속령파가 타격을 입는 것이 무척 기쁘신 모양이군.’

         

       “그래. 이두야. 요새 근황이나 말해 보거라.”

         

       “예!”

         

       이두는 힘주어 대답하며 생각했다. 독고영천은 돌려 말하고는 있었지만 스무 명의 신입을 데리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번 자리가 만들어졌음은 뻔한 이야기였으니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속령파의 무인 중 절정 둘, 일류 하나와 나머지 잔당들까지 총 여섯을 잡아냈습니다. 또한 동대문파와 남대문파라는 가상의 조직을 만들어 속계의 거리를 어지럽히고…”

         

       “요란.”

         

       “속령파의 무인 열을 잡았으며 그 증거로 열 개의 패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백사파와 흑사파를 만들어…”

         

       “대막.”

         

       “속령파의 무인을…권법회와 각법회를…”

         

       모두가 대소동이한 말을 입에 담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서화파. 그리고 대암흑파.

         

       서화루의 존재를 알고 있는 독고영천의 자식들은 대암흑파라는 이름은 몰라도 서화파라는 이름을 듣고는 독고이설이 서화파와 대암흑파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경쟁자가 좋은 수를 놓았다면 적어도 뒤처지지 않게 따라갈 필요가 있었으니 독고영천의 다른 자식들 역시 서화파와 대암흑파의 대립구도를 모방했다.

         

       그 뒤로 독고영천의 자식들은 각기 여러 수를 내 보았지만 이미 수많은 잡배들이 들고 일어나 혼란에 빠진 옥계에서 통하는 뾰족한 수를 내지는 못했다.

         

       “그래. 그렇구나.”

         

       독고영천은 그저 그들의 보고를 말없이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이설의 근황도 듣고 싶구나. 필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나.”

         

       독고영천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 태도로 독고이설을 바라보았다.

         

       독고이설은 기대 어린 아버지의 시선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 이대로 자신의 공적을 털어놓는다 해도 충분히 점수를 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내일 가주가 활약상을 묻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십시오.]

         

       이설은 용지맹의 조언을 떠올리고는 고민했다.

         

       용지맹의 조언대로 따라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형제들과 같은 태도를 취할 것인가.

         

       위험을 감수하고 큰 이득을 얻을 도박을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들과 같은 선택을 하며 확실한 이득을 챙길 것인가.

         

       ‘도박…도박이라…’

         

       이설은 슬쩍 웃음이 나왔다. 대체 뭘 망설였던 것일까.

         

       반쯤 포기했던 소가주 자리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도박이었다. 눈 돌리고 있던 소가주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칠 기세로 뛰어야 하거늘 걸을 궁리부터 하고 있다니.

         

       ‘내가 어리석었지.’

         

       독고영천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설. 이설은 그런 자신을 질시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세 사람의 시선을 넘어 이설은 한 장면을 떠올렸다.

         

       [다음]

         

       단 한번의 실수도 하지 않은 채 무심하게 상대를 압살하던 용지맹의 모습이.

         

       [그저 중단되었던 내기를 이어나갈 뿐이오.]

         

       터무니없을 정도로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동강난 주사위를 통 안에 집어넣고 담담하게 흔들던 그 모습을 떠올렸다.

         

       도박. 도박이라.

         

       이설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설은 그런 말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소가주의 자리에 도전하는 것이 도박이라면, 두 쪽 난 주사위를 합치는 신기를 보여준 용지맹의 말을 믿어야 한다고.

         

       이설의 말에 잠시 가주전에는 정적이 흘렀다. 독고영천이 표정을 굳혔고 그런 독고영천의 변화에 세 자식들이 어깨를 움츠리며 눈치를 살폈다.

         

       모든 고민의 결론을 낸 이설만이 평온한 표정으로 독고영천을 마주보았다.

         

       “이설.”

         

       “하문하소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했느냐?”

         

       “그렇습니다.”

         

       “암룡문의 문주이자 흑패라는 별호를 지닌 무인, 이 독고영천이 마지막으로 묻겠다. 옥계에서 소란을 일으킨 서화파나 대암흑파와 너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느냐?”

         

       이제는 숫제 불쾌함까지 드러내고 있는 독고영천의 기색에, 제 일이 아님에도 나머지 세 명의 자식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리 이번 일이 공식적으로는 외부에 드러나서는 안 될 일이라도 결국에는 암룡문의 지존인 흑패 독고영천의 손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이설이 이 자리에서 자신의 행적을 부인할 명분이야 있지만…공식적인 자리도 아니고 가족끼리 사석에서도 이런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독고영천에게 반항의 의사를 드러내는 것에 가까웠다.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독고영천. 그런 독고영천이 기분 좋은 티를 낼 정도의 공적을 쌓은 이설이다. 그런데 그렇게 기특하게 여기던 이설이 반항하는 태도를 보이니 독고영천의 미간에도 주름이 잡힐 수밖에 없었다.

         

       “예.”

         

       그러나 이설은 겉으로는 허리를 숙이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가주전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폐에 납덩이가 들어찬 것만 같은 무거운 분위기로 변했다.

         

       “네 뜻은 잘 알겠다.”

         

       독고영천이 감정적으로 손을 휘저었다.

         

       “모두 해산하도록.”

         

       “존명!”

         

       그렇게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독고영천과의 대면이 끝났다. 독고영천의 심기가 워낙 좋지 않아 보여서인지 평소라면 조롱 한 마디 건넬 세 사람은 그저 고소하다는 미소만을 지은 채 가주전을 빠져나갔다.

         

       “믿겠다.”

         

       오직 이설만이 뜻 모를 표정으로 상화루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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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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