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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7

       지난 번 고독을 보러 갔을 때에 본인은 익숙한 장소에서 새로운 것을 보았다. 도술을 배웠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것들을.

       

       한 때 본인이 사술이라 생각했던 것이 본인의 근원이 되었던 장소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본인은 그를 보았지만 그렇다 한들 그것들을 분석하고 파악할 능력은 없었다. 아직 본인이 지닌 도술의 실력은 미천하기 그지없었으니까.

       

       걸음마를 막 뗀 아이가 어찌 서적 속의 글자를 읽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한들 본인은 그 곳에 있는 것을 미지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고독의 장소에 있던 것은 본인의 근원과 관계있을 가능성이 높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본인은 그 날 백화령에게 설아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며 한 가지를 더 부탁했다.

       

       후일 고독의 장소에 바루와 함께 들어가도 괜찮겠느냐고.

       

       그 때에 백화령은 분명 한 번 알아본다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대가 장로들을 박살내 주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신교는 어쨌든 강자존의 세상이니까.”

       “허락이 떨어졌나?”

       “그래. 일처리를 잘해준 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라.”

       

       무언가 부탁을 할 것이 있다 생각을 했거늘 진짜로 고마움의 표시였던 것인가. 본인이 백화령이라는 인간을 너무 속물로 보았구나.

       

       “정 보답을 하고 싶다면 바루의 보들거리는 털을 대접하도록.”

       

       방금 전까지 의심을 한 탓에 미안하다 생각을 했거늘 그 생각이 싹 날아가는 구나.

       

       그래. 본인은 정당했다. 평소 내 앞에서 이러고 다니는 녀석이 어찌 본인을 생각했다 여길 수 있을까.

       

       “네가 그러니 바루가 그대를 싫어하는 것이다. 욕망을 감출 줄 알도록.”

       “나름 자제하는 것이다만?”

       “이게?”

       

       그렇다면 자제를 하지 않으면 대체 어떤 기행을 펼친다는 소리더냐. 나는 백화령의 발언에 경악을 하면서 기감을 산 전체에 퍼트렸다.

       

       흐응. 확실히 바루가 꽁꽁 숨기는 했구나.

       

       숨는 와중에 여러 도술적인 장치를 섞어놓기까지 했으니 지금의 백화령으로서는 찾기 버거울 수밖에 없지.

       

       훗날 혈교주를 상대하며 술을 뚫는 방법을 배웠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 그녀는 천마신교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이니 어설픔이 있는 게 당연하다.

       

       “따라오거라.”

       “오오. 확실히 나이를 헛먹은 것이 아니구나!”

       

       한 집단의 장이라는 녀석이 단어선정이 적절치가 못하구나.

       

       굳이 저기서 나이의 이야기를 꺼내는 사유가 무엇이더냐. 그냥 지혜가 드높다고 이야기하면 될 것을.

       

       혹여 본인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시비를 거는 것이야?

       

       이번에는 도움을 받은 셈이니 입을 다물겠다만 다음에 이런다면 그 때는 한 번 박살을 내줄 게다. 조심하도록.

       

       그리 투덜거리며 바루의 기운을 따라서 걸었다.

       

       그에 따라 숲이었던 곳이 사막으로 변하고.

       

       사막이었던 것이 돌산으로 바뀌었다가.

       

       음산한 분위기가 풍기는 죽은 숲이 되었다가.

       

       호수 위로 바뀌었다가.

       

       다시 숲으로 돌아왔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무언가에 홀렸다 생각을 했겠구나.

       

       “이는 대체?…”

       

       실제로 백화령은 지금 반쯤 홀린 듯 하고 말이야.

       

       바루가 준비해 둔 도술은 문외한인 본인이 보기에도 복잡했다. 따라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본인이 혈교주를 상대하며 이러한 것에 신물이 나서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이 자취조차 따라잡지 못했겠구나.

       

       기이하구나. 아무리 백화령이 싫다고 하나 이는 과하다. 무언가 다른 사유가 있는 것일까. 아님 더 이상은 장난감이 되고 싶지 않다는 판단인 것일까.

       

       “백화령.”

       “흠? 왜 그러느냐?”

       “앞만 보거라.”

       

       이러한 종류의 미로는 사람을 홀려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도록 만들지.

       

       백화령 그대의 정신력이 약할 리 없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나 그래도 조심하여 나쁠 것은 없지 않으냐.

       

       그녀는 궁금할 만도 하거늘 본인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다 대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뿐.

       

       그리고 그 끝에 간신히 도술을 돌파했더니 동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여지까지는 애매했다만 이 앞에 도착하니 알겠구나. 바루의 곁에 다른 기운이 존재한다는 것을.

       

       희미하나 선명하고도 고강한 기운이. 언젠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본인이 저러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는 듯한데.

       

       곰곰이 생각을 하던 나는 저 기운의 정체를 기억해냈다. 막 화룡무인에 당도했을 무렵 화산에서 그 목을 베었던 뱀의 것이구나.

       

       그를 깨달은 순간 내 마음 속에 품어져 있던 의아함이 해결되었다. 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도술은 저 뱀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던 게야.

       

       다행이구나. 백화령. 이리 철저히 준비할 정도로 그대를 미워하는 게 아니어서.

       

       “바루야.”

       

       내기를 담아서 목소리를 내니 얼마 안 가 동굴 안에서 바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까지 동굴 안에 있어서 그런가 여러 자잘한 먼지가 묻어있는 녀석은 내 얼굴을 보곤 헛웃음을 흘렸다.

       

       “여기는 어찌 찾아냈느냐.”

       “다 방법이 있지.”

       “…하. 그래. 그대에게 상식을 기대한 내가 잘못이구나.”

       

       바루는 그리 이야기를 하곤 웃음을 짓다 내 뒤편에 있는 백화령을 보고는 정색을 했다.

       

       “저 자는 왜 데려온 것인가.”

       

       확실히 백화령을 좋아하진 않나보구나. 그 모습을 보자마자 한소리를 하는 걸 보면.

       

       자기가 무얼 했다고 이러느냐 투덜대는 백화령의 말에 바루는 내 뒤에 숨어서는 백화령의 잘못을 따박따박 읊어댔다.

       

       처음에는 변명을 하려던 백화령이었지만 바루의 입에서 과장된 것 하나 없이 사실만이 튀어나오자 쭈구러들 수밖에 없었다.

       

       백화령. 내 그대의 심정을 모르지는 아니하나 애정표현이 과다하기는 했구나. 앞으로는 더욱 더 자제를 하도록.

       

       그 끝에 백화령의 입에서 미안하단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바루는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였다.

       

       본인을 방패삼아놓고 의기양양해 하는 것을 보니 멋있기보다는 귀엽구나.

       

       뭐어. 어찌되었든 그대가 기쁘다면 본인도 좋다.

       

       “저 안에는 그 뱀이 있는 것이야?”

       “그래. 아직은 신령으로서의 권위와 능력을 되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터이지만 말이다.”

       

       이 산을 복원시키기 위해 매일 같이 백주를 데리고 이리저리 움직였던 것이 드디어 성과를 거둔 게로구나.

       

       “축하하마.”

       “고맙다. 안에 들어가서 볼 테냐?”

       “아니. 괜찮다.”

       

       그대의 말을 들어보자면 이 안에 있는 것은 아직 지성이 없는 뱀일 터인데 그를 보아 무얼 하겠느냐.

       

       본인은 파충류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저 안에 있는 게 복슬복슬한 아기 여우라면 기꺼이 들어가겠지만 뱀은 사양이야.

       

       “그보다 바루야. 지금 여유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냐?”

       

       대충 보더라도 저 뱀의 곁에 머물러야 할 필요가 있는 듯 하다만.

       

       “본인이 필요한 곳이 있느냐?”

       “급한 일은 아니다.”

       

       조금 늦는다 하여 고독의 장소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를 허락해 준 백화령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상황에 따라서는 천마신교의 아해들을 박살을 내놓고 구경을 하러갈 수도 있다. 그대의 사정을 우선시하거라.

       

       “괜찮다. 이만한 진을 만들어 두었으니 저 녀석이 위험할 일은 없을 터. 뭣보다 이 산에는 백주가 있으니 말이다. 어지간한 위협은 그 녀석이 내쫓아주겠지.”

       

       흐음. 그래? 그렇다면 내 사양하지 않으마.

       

       “그래서 본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더냐?”

       “별 것은 아니다. 술법 하나를 분석해 주면 된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야.

       

       *

       

       “또 뵙네요. 화령님.”

       

       얼마 전에 헤어졌다 다시금 만나게 된 한서우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대만 죽어라고 굴린 것도 아니고 그대의 팀원들을 굴리는 데에 더 주력했거늘 왜 그대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가. 본인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구나.

       

       “화령님께서 하나하나 지적을 해주신 덕분에 구단의 사람들이 난리여서 말입니다. 처음부터 갈아엎느라 정신이 없네요.”

       “그런데 이 곳에 있어도 되는 것이냐?”

       “스승님께서 부탁을 하시니 어쩔 수 없지요.”

       

       부탁을 거절하게 되면 나중에 죽어라고 구르게 된다는 그의 말에서는 드센 스승을 둔 짠함이 느껴졌다.

       

       성격이 좀 괴팍하긴 하나 실력은 뛰어난 녀석이니 감당해야 할 일이라 여기고 참도록 하거라.

       

       한서우는 우리와 백화령을 천마신교에 데려다 주고는 바로 게임에서 나갔다. 정신이 없다는 게 허언은 아니었던 모양.

       

       그런데 굳이 가야 하느냐?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저 녀석이 회의를 하는 한 가운데에 있더라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만.

       

       그대의 어휘를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그대가 없는 편이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기껏 도움을 줬는데 다시 헝크러 지는 것은 아니겠지.

       

       …음. 나중에 한 번 다시 찾아가봐야겠구나.

       

       한서우가 사라진 후 나는 바로 고독이 이루어졌던 장소로 향했다.

       

       이번에는 백화령이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던 듯 본인을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려움과 경외가 담긴 시선으로 본인을 바라볼 뿐.

       

       “호오. 이는 좀… 많이 신기하구나.”

       

       바루는 고독의 장소로 들어오자마자 그 안을 둘러보고는 감탄사를 냈다.

       

       지금 그녀의 눈에는 어떤 것이 보이고 있을까. 아직은 바루의 시야를 따라잡을 수 없다보니 추측하기도 어렵구나.

       

       “해석할 수 있을 듯 싶으냐?”

       “기다려 보거라. 좀 복잡해서 말이다.”

       

       바루의 눈동자가 반짝 거리는 것을 보면 이 곳에 있는 술법이 그리 가벼운 것은 아닌가 보구나.

       

       그러고 보면 이 장소는 예전부터 비범하기는 했지. 과거 천마신교가 무너져 내리며 모든 것이 불타오를 적에도 고고히 자리를 지키던 녀석이니까.

       

       무어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만 바루조차 흥미로워할 술법이라면 말이 되는 구나.

       

       본인이 곰방대를 물며 기다리는 동안에 바루는 건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술법을 눈에 담았다.

       

       혼자서 무어라 중얼거리며 기운을 움직여 이것저것을 해보는 것이 보였다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를 짐작하기에는 본인의 경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금 돌아온 바루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을 걸었다.

       

       “민가야. 혹여 이 곳에 존재하는 술법을 사용하는 법을 아느냐?”

       “알지.”

       

       한 때 이 곳의 의식을 주관했던 사람이니 말이다. 모를 수가 없지.

       

       “허나 인원이 부족해 의식이 시작되진 않을 터인데?”

       “상관없다. 어찌 움직이는 지를 보려는 것이니.”

       “알겠다.”

       

       천마신공의 내기를 건물 안에 퍼트려 의식을 발동시키자 바루가 미간을 찌푸린 채 기운이 움직이는 것을 구경했다.

       

       인원이 부족한 탓에 중간에 의식이 멈춘 순간 바루는 자신의 입술을 두드리며 생각을 거듭하다가 고갤 끄덕였다.

       

       “알았다. 이 의식을 보며 든 기시감이 무엇인지.”

       “혈교의 술과 비슷하지 않으냐?”

       

       본인이 보기에는 그랬다만. 어설픈 추측을 이야기해보았지만 바루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 비슷한 부분이 존재하기는 하나 근본적인 부분에서 다르다며.

       

       이것이 혈교의 술과 비슷하지 않다면 무엇에 기시감을 느낀 것이냐? 본인이 아는 바 내에서는 이와 비슷한 것이 없다만.

       

       “이 곳에 존재하는 술법은 말이다. 그대가 다루는 무공과 한없이 비슷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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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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