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78

       “용아아…?”

         

       갑작스러운 대화로 멈춰버린 마하나.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뭐라 뭐라 말하는 마왕 카잔티아.

         

       주나용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휙휙 둘을 번갈아 봤다.

       조금 전 카잔티아가 내뱉었던 뜻과 형태를 알 수 없는 언어.

       주나용은 저것이 뭔지 잘 알았다.

         

       ‘악마어.’

         

       현세와 다른 이계이자,

       흔히 ‘밖’이라 불리는 영역 중 하나.

       악마와 그들의 리더이며,

       특수한 개념이 형상화한 존재,

       마왕들의 고향.

         

       흔히 마계라고 칭하는 세상에 사는 존재들끼리만 쓸 수 있는 언어였다.

       그저 단순히 영어, 불어, 일본어처럼 국가별로 다른 걸 생각하면 안 된다.

         

       몸에 흐르는 피를 통해 그 뜻을 전하는 일종의 종족형 <스킬> 이었으니까.

       따라서 쓰는 것은 물론이고, 알아듣는 것도 같은 악마나 마왕이 아니면 안 됐다.

         

       ‘…그런데 지금 마하나는…’

         

       명백히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얼굴이었다.

         

       주나용은 그것이 의문이었다.

         

       아니, 도대체…

       응?

         

       ‘어떻게…?’

         

       *

         

       한편, 당사자인 마하나.

       주나용과 비교도 안 될 만큼 혼란에 차오른 소녀는 떨리는 눈빛으로 카잔티아를 쳐다봤다.

         

       입을 더듬거렸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려 했다.

         

       그러나 눈앞의 마왕은 아예 마하나를 없는 존재로 여길 셈인지,

       그저 몸을 돌려 저 멀리 얼음벽 넘어, 자매 싸움을 구경할 뿐이었다.

         

       ‘므, 므아아…’

         

       19년 동안의 인생 동안 가장 압도적인,

       말 그대로 므아무아한 쇼크.

       마하나는 떨리는 눈빛으로 뒤를 돌아 허공을 직시했다.

         

       제아무리 공격할 의사가 없어도,

       무려 마왕이나 되는 존재를 앞에 두고 한눈을 파는 행위.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하나가 향하는 시선.

       존재를 알아챈 이후로부터 언제나 옆에 있던 백색의 혼령을 향해 물었다.

         

       “…어, 엄마?”

         

       마하나는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그러나 혼령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 순간.

         

       ―……!!!

         

       돌연, 뭔가에 놀란 듯 카잔티아가 몸을 돌렸다.

       무엇인가 겁나 험한 게 온다는 걸 느낀 그(그녀)는,

       주나용에게 날렸던 것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한 빛줄기를 모았다.

         

       ―무슨, 이만한 거리를 겨우 10초 만에 도달했다고?!

         

       두 사람이 아닌, 입구를 향해 발사하는 카잔티아.

       아예 물질 자체가 소멸하듯 퍼져나가는 강렬한 마기의 충격음.

       그러나 정확히 적중되었음에도 번개처럼 한 인형이 튀어나왔다.

         

       다그닥, 다그닥거리는 발소리.

       상체는 인간이요,

       하체는 신수인 존재.

         

       유세하,

       그는 마왕의 일격 따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맨몸으로 버티며 등장했다.

         

       [‘내구’가 150을 초과합니다. 일시적으로 반신의 경지에 들어섭니다.]

       [<해룡>의 신체 기관, ‘용미’가 모든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상승시킵니다.]

       [<기린>의 신체 기관, ‘찬란한 천공의 비늘’이 모든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상승시킵니다.]

         

       유세하는 카잔티아를 직시,

       마왕이 어중간하게 강림했다는 것과 동시에 어디를 공격해야할지 이해했다.

         

       크게 소리쳤다.

         

       “나용아, 므냥아!!!!!”

       “용아아! 유세하!”

         

       주나용은 손을 들어 호응했다.

       아주 약간, 그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움찔했지만,

       구태여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가 와줬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그를 쳐다보는 마하나.

         

       “므아아…”

       “……?!”

         

       이것은, 멘탈이 흔들린 마하나에게 있어,

       지금 그의 목소리가 구원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그녀를 안심시키는 사랑하는 남자의 목소리.

       조금 전 들었던 정체불명의 내용 따위,

       유세하의 한마디에 모두 날아가 버렸다.

         

       “세, 세하야…”

       “므냥아! 걱정하지 마, 내가 왔어!”

         

       두 사람 모두 고개 숙여!

         

       유세하의 외침,

       마하나는 즉시 고개를 숙였다.

       ‘므아앙!’하고 귀엽게 울었다.

         

       주나용이 감싸듯 그녀를 끌어안았다.

       펄럭-! 하고 튀어나오는 붉은빛의 날개.

       비록 날 수는 없지만, 튼튼하고 유연한 날개는 그 자체만으로 보호벽의 역할에 충실했다.

         

       유세하는 망설임 없이 4개의 다리로 벅차올랐다.

         

       당황하는 카잔티아를 향해 [성자의 검]을 섬광처럼 찔러넣었다.

         

       무려, ‘180’이라는 속도와 ‘150’이라는 인족의 영역을 아득히 벗어난 근력을 기반으로 한 소드차징.

         

       카잔티아의 몸체가 단숨에 부서지며 다시 재생됐다.

         

       ―너, 너는 뭐냐! 괴물이냐!?

       “닥치고 죽어! 감히 우리 므냥이를 울게 해!?”

         

       무려 그 마왕의 입에서 괴물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실제로도 완전 강림이어도 힘든데,

       불완전한 상태의 카잔티아는 무슨 짓을 해도 유세하를 이길 수 없었다.

         

       카잔티아는 저항했다.

       제대로 된 권능은 쓸 수 없으나,

       그에 준하는 방대한 마기를 레이저처럼 발사했다.

         

       그러나 유세하는, 검귀라는 압도적인 초강자를 바짝 뒤쫓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그 어떤 공격도, 성자의 검을 바탕으로 펼치는 귀영검(鬼影劍) 앞에 가로막혔다.

         

       푸슉-!

         

       곧, 성자의 검에서 [성스러운 일격]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굉음 치는 일격], [찬탈하는 빛의 파동]까지, 더해지며 말 그대로 카잔티아의 몸체를 반 이상 증발시켰다.

         

       곧 무방비하게 드러나는 쿵쿵거리는 핵.

       일종의 심장.

       그것이 다시 재생되려는 기미가 보였다.

         

       “……”

         

       유세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가능할것같다는 생각.

         

       쩍하고 입을 벌렸다.

       망설임 없이 핵의 가장 야무진 곳.

         

       우직-!

         

       그곳을 한 움큼 물어뜯었다.

         

       [‘완전 포식’이 발동됩니다.]

       [신화(Myth)급 스킬입니다.]

       [마왕 카잔티아의 심장 조각을 섭취합니다.]

       [이제부터 마왕의 힘 일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왕이 가진 권능 일부를……]

         

         

       * * *

         

         

       유세하가 당도하여 결정타를 꽂기 30분 전.

         

       얼음벽 넘어,

         

       같은 피를 이은 두 자매는,

       죽일 기세로 힘을 겨루었다.

         

       문보라, 문하연.

       각자의 손에서 터져 나오는 얼음 마법은,

       차가운 냉기만큼이나 서로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한 살벌한 형태를 취했다.

         

       격돌하고 부딪치는 시간.

       어느새 마력 탈진은 물론이고,

       자잘한 부상을 나눠 입었다.

         

       파캉-!

         

       문하연은 기습하려는 골렘의 머리통을 으스러트렸다.

       그녀는 이를 갈았다.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자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거지?

         

       초반부터 느꼈던 의문.

       그것이 점점 강해지더니,

       이제는 확연한 현실로 나타났다.

         

       문하연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마구잡이로 내뱉었다.

       그녀가 궁지에 몰릴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이렇게라도 악을 써야 스스로를 다 잡을 수 있었다.

         

       아무리 이곳까지 오면서 힘을 쓰고,

       마왕 카잔티아를 깨우기 위해 많은 마력을 낭비했지만,

       그걸 고려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실제로, 문하연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원래라면 이건 싸움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가 없었다.

         

       근래, 문보라가 높은 경지를 이뤘다 할지라도, 결국은 B급 최상위권이다.

       반면, 언니 문하연은 A급 상위권의 마법사.

         

       검귀 그리고 종을 초월한 유세하처럼 터무니없는 괴물이 아닌 거지.

       문하연 또한 세간에서는 충분히 위협적인 강자이자, 재앙으로 여겨지는 존재다.

         

       그런데도 대등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이자, 변수.

       문보라가 이룩한 유세하와의 인연의 깊이.

         

       단순히 말만 번지르르한 정신론이 아니다.

       <시스템>에 표시되는 무엇보다 실전적인 힘이었다.

         

       [‘공유’가 발동됩니다.]

       [대상: 문보라]

       [소유자 유세하와 깊은 연을 맺은 대상입니다.]

       [‘문보라’의 마력이 30, 정신이 30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오른 능력치에 의해 격이 상승합니다.]

       [에픽(Epic): ‘용오름 치는 해일’을 공유한 상태입니다. 속성에 대한 이해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등급: A]

         

       덕분에 문보라는 확실하게 A급의 벽을 넘어섰다.

       그렇기에 이루어지는 대등함.

         

       문하연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단기전이든, 장기전이든 무조건 자신이 이길 거라는 믿음이 흔들렸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모든 상황이 문보라에게 좋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승부를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한 의지는,

       곧 문하연의 양손에 휘몰아쳤다.

         

       *

         

       문보라는 돌연 갑작스러운 힘의 방출에 놀랐다.

       눈에 보였다.

         

       언니의 주변에 휘몰아치는 심상치 않은 마력의 발산을,

       문보라는 같은 마법사로서 저것이 뭔지 잘 알았다.

         

       ‘궁극스킬!’

         

       과거, <문가>의 참혹한 인체 실험을 겪고,

       불타오르는 저택에서 살아남은 문보라.

         

       그녀가 정식으로 문가의 가주가 되고 난 후,

       언니에 관해서 조사했다.

         

       미처 불타지 못한 지하실에서,

       기록된 언니의 능력의 조사와 연구일지.

       그 덕분에 알게 된 언니의 고유능력.

         

       [삼라만상],

       통칭, [만상의 융합]

       무려, 전설(Legendary) 스킬.

         

       반발하는 사상, 현상을 강제로 융합한다는 드높은 가능성을 가진 터무니없는 힘.

         

       틀림없이 오랜 세월 살아오며,

       수많은 것들과 강제로 몸을 섞고 교접하고 아이를 낳으며,

         

       추하고 추하게 명맥을 이어온 문가를 상징하는 힘 그 자체.

       그것을 이용한 극의가 눈앞에 보였다.

         

       불과 얼음.

       통상적으로 서로 섞일 수 없는 존재가,

       태극(太極)을 이루며 회전했다.

         

       흔히 태극은,

       조화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문하연이 만든 태극은,

       억지로 섞여 만든 융합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을 의미하듯 정반대 모양으로 돌아가는 태극은 그것 자체만으로 하나의 불길함을 풍겼다.

         

       문보라는 묵묵히 오의를 바라봤다.

       문하연은 그런 동생을 비웃듯 비릿하게 웃었다.

         

       ‘지금이라도 방해하지 않으면 살려주겠다.’ 같은 애매한 악당의 단어 따위 내뱉지 않았다.

         

       문하연에게 있어 문보라는 그저 죽이고 없애야 할 방해물에 지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를 이어받은 여동생?

       그런 걸 신경 쓸 거였으면 제 손으로 부모 따위 죽이지 않았을 거다.

         

       “문보라.”

       “언니…”

        “그냥 이 자리에서 죽으렴.”

       

       너는 살아남으면,

       계속해서 나를 방해하겠지.

       앞으로 쭈욱…

       그럴 바에는…

         

       “이 자리에서 죽어!!!”

         

       망설임 없이 던지는 태극.

       문보라는 다가오는 거대한 일격을 쳐다보며, 여력을 계산했다.

         

       ‘…이미 궁극스킬은 진작에 썼어.’

         

       1초 만에 내리는 결론.

       지금 이 자리에서 도박해야 할 때를 느꼈다.

         

       문보라는 달려 나갔다.

       지켜보던 문하연이 어이없다는 듯 헛바람을 내뱉었다.

         

       막거나, 피하는 데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지경에 달려온다고?

       타오르는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선택.

         

       하지만 문보라는 다 생각이 있었다.

       일격이 닿는 그 순간.

         

       문보라의 손에 들린 나무총이 수십 개의 나무뿌리로 분리되며,

       몸 주변을 감싸는 보호막처럼 변했다.

         

       고유능력 [건즈 웨폰]으로 변형된 [위그드라실의 지팡이].

       그것이 가진 내재스킬이자, 보호기능.

         

       한 달에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대신,

       모아온 자연의 정수를 소모해 강력한 보호 버프를 걸어주는 능력이었다.

         

       말 그대로 영웅(Hero)급 장비이자,

       유세하가 동료들의 목숨을 우선해서 고른 무기다운 효과였다.

         

       문하연은 잠시 움찔했다.

       그러나 휘몰아치는 태극이 나무뿌리를 얼리고 불태우는 모습에 진한 미소를 그렸다.

         

       고작 하나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여겼다.

         

       그 말대로 태극은 문보라의 목숨을 노리며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당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도박 수는 한 개가 아니었다.

       유세하가 준비한,

       두 번째 안배에 힘을 불어넣었다.

         

       약지에 낀 얼음 반지가 찬란하게 빛을 냈다.

       영웅(Hero)급 장비, [얼음의 정].

       차가운 냉기를 퍼트리며, 태극을 모두 날려버렸다.

         

       동시에 남아있던 잔류 마력은,

       문보라의 전신에 스며들었다.

         

       목숨을 한번 구해주며,

       <냉기 공격력>을 증가시키는 버프의 발동.

         

       문보라는 듣도보도 못한 압도적인 템빨에, 당황하는 문하연의 코앞까지 거리를 좁혔다.

         

       등 뒤로 [불사르는 화마], [얼어붙은 동토]로 이루어진 보라색 링이 넘실거렸다.

       미완성된 기술의 발현.

       아주 조금이어도 상관없다.

         

       ‘제 자신의 한계를…’

         

       지금 이 자리에서 뛰어넘는 겁니다!

         

       [상반되는 속성이 서로 격돌하며 제3의 힘을 창조합니다.]

       [‘합일의 정’이 발동됩니다. 모든 마력이 ‘정’으로 변모합니다.]

       [‘합일의 정’ 상태 또한 모든 마력이 무한하게 회복됩니다. 모든 술식의 위력과 출력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정’으로 변모된 마력은 120%~150%의 효율을 발휘합니다.]

         

       쾅-!

         

       문보라는 자세를 잡았다.

         

       마법사라는 태생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동시에 같은 마법사를 상대로 치명타를 넣기 위해 근 2주간 훈련했던 기술.

         

       주나용에게, 마하나에게,

       마지막으로 유세하에게 직접 시범을 받으며 연마했던 무예를 펼쳤다.

         

       주먹에 휘감기는 [용오름 치는 해일].

       문보라에게 있어 트라우마였던 <해룡>의 권능이,

       이제는 그녀의 힘이 되어 도와주었다.

       그것을 담아 복부에 꽂아 넣는 주먹!

         

       콰득-!

         

       주입된 충격과 마력이 내부를 으스러트리고,

       장기를 상하게 만들며,

       마법사의 마력 회로를 망가트렸다.

         

       문하연의 두 눈이 튀어나올 만큼 확장되었다.

       한 움큼 피를 토했다.

         

       “커, 커헉! 너, 너!!!”

       “언니, 각오를!!!”

         

       흔히, ‘발경’이라고 불리는 기술의 묘리와 충격파가,

         

       문하연의 복부에 터져 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