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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8

       

        

        

        

        

        

        

        

        

        선수들의 시간은 관중들과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한 번 로비로 사출되는 순간부터 이들은 뒤늦은 시청자가 되었고, 보통 시청 대상은 자신을 죽인 유저였다. 어느 부분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는지, 전술 기동이 늦었는지,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죽었는지…남의 시선을 통해 보았을 때 스스로의 모자란 부분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한국 대표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유저가 탈락하고 난 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사망 시점이 전부 남은 유저수가 20명도 채 되지 않았을 때를 기점으로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죽은 이들은 매번 달랐지만, 한 번 깨어난 후에는 그로부터 5분도 지나지 않아 두세 명씩 디브리핑 룸을 찾아온다. 그 후에는 당연히 이야기꽃이 피었고.

        

        주요 안건은 경기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10위 안에 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뭐하다 죽었는데?”

        

       “스킬 쿨타임 안 돌아서 죽었지. 그래도 동귀어진했어.”

        

       “그러니까 스택형 스킬 위주로 연습하라니까. 그건 설치한 다음 자율기동 모드로 놔두면 알아서 충전되는데.”

        

       “다음 판에는 그래야겠어.”

        

        

        

        당연하게도, 선수들과 관중들의 초점은 각기 다르다. 후자는 어느 누구의 경기가 엄청났지 않냐, 판단 미쳤다 등과 같은 원초적인 형태의 논의가 주를 이었다. 반면 전자는 대화보다는 반성에 더 가까웠고, 조금 더 심도깊은 대화를 위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런 반성과 디브리핑으로는 어떻게 안 되는 결과를 얻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근데 잉크 저 놈은 왜 저기서 뻗어있냐?”

        

       “야, 뭐해? 디브리핑 안 해?”

        

       “뻗어있는 이유가 있겠지. 쟤 뭐했는지 한 번 보자.”

        

        

        

        상황은 예측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누군가가 리모컨을 집어들고는 벽면에 화면을 띄웠다. 100명의 유저들 중 INK라는 닉네임을 찾아 클릭하자 띄워지는 이름 목록. 그는 12등을 기록했고,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리고 재생이 시작된다. 각각 잉크 1인칭과 3인칭 교전을 조감 가능한 전체화면으로 분리된 그것이 상영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고작해야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잉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어….”

        

        

        

        익숙한 흑발과 엉덩이에서 꿈틀대는 뱀꼬리.

        

        당사자가 마음이 죽어버린 것마냥 침대 위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린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도 더 거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고, 잉크를 제외한 이들은 별 생각 없이 이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잉크는 적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위치가 발각되는 것까지 감안하면서 무반동포를 수령하였으며, 이를 적절한 곳에 숨겨놓은 뒤 주변을 정찰하던 와중 적과 교전을 시작했다. 그는 무사히 적을 끌어들였고, 사전에 장전해둔 무반동포를 들어올렸다. 그리하여 적은 문을 여는 순간 정통으로 포탄을 얻어맞았어야만 했다.

        

        하지만 상대는 상정한 것보다도 족히 5초 이상 빠른 템포로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그가 어깨에 막 포를 짊어지는 순간, 유진이 달리기 시작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스피드에 잉크의 동공이 떨렸지만, 그와는 반대로 몸은 이미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방아쇠에 검지를 걸고 확실히 조준점을 잡은 뒤, 그대로 당겼다.

        

        

        그 순간, 유진이 말 그대로 날아올랐다.

        

        

        

       “아니, 이게 뭔….”

        

        

        

        보이지조차 않는 두 번의 연속적인 점프를 통한 급가속. 첫 번째 발돋움으로 120cm 가량의 엄폐물 위로 뛰어오른 뒤, 그것을 밟고 재차 뛰어오른다. 나무 판때기가 으스러질 정도의 압력과 함께 유진이 허공을 날았다. 그리고 그 발 아래로 스쳐지나가는 포탄 한 발.

        

        초속 225m로 가속한 그것이 유진이 밟고 뛰어오른 엄폐물을 강타하는 순간, 굉음과 충격파가 일거에 튀어오르며 유진의 몸을 저 멀리로 밀어냈다. 그러나 다리가 바닥에 닿는 순간 그녀는 교범에 실을 수 있을 정도의 깔끔한 전방 회전 낙법을 시행, 데굴데굴 구르더니 속도를 줄였다.

        

        그 즈음 잉크는 무반동포를 바닥에 내던졌지만, 안정적으로 착지한 유진이 먼저 권총을 꺼내드는 것이 더 빨랐다. 그 후 무지막지한 권총 속사가 이어지고, 퇴로가 봉쇄된다. 그리하여 잉크는 로비로 사출되었다. 익숙하고 효과적이며, 더할나위 없이 잔인한 방법이었다.

        

        심지어 한두 가지의 변수로 승패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면 더더욱. 

       

        하지만 이는 잉크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유진이 승리에 필요한 실낱같은 조건들을 일시에 꿰어맞춤으로서 간신히 성립된 것에 가까웠다. 

        

        

        구태여 당사자를 위로할 필요는 없었다.

        

        어처구니없단 듯 한 마디만 내뱉으면 될 뿐이었다.

        

        

        

       “우리 코치지만 진짜 미친 사람이야, 증말.”

        

        

        

        그에 모두가 일제히 뿜은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다이스가 괴상망측한 신음을 내며 방으로 걸어들어왔다. 본래라면 유진과 함께 나타나는 상황이 많았던 그녀였던만큼 모두가 의아함을 품었지만, 잘 보니 다이스는 이번 경기를 5등으로 마감한 상황이었다. 유진이 깨어나려면 앞으로 몇 분 정도 더 기다려야 했던 만큼, 대기보다는 그냥 일찍 찾아온 것이리라.

        

        박수가 이어졌다. 이제는 상당히 익숙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박수를 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TOP 5의 명예란 상당한 것이었으므로.

        

        

        물론 그녀 역시 잉크와 비슷한 눈매라는 사실은 딱히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야, 5등 왔다. 5등.”

        

       “이번엔 누구한테 죽었어?”

        

       “북극곰.”

        

       “죽을 만했네.”

        

        

        

        실제로도 그 말이 맞았다.

        

        게다가 바로 오늘부터, 로건은 더 이상 그 누구도 봐주지 않겠다는 듯 방탄 방패까지 들고 나와 다이스의 모든 행동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봉쇄해버렸고, 결과는 뻔했다. 그녀는 평소 자신 있었던 트리키한 플레이를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짓눌려 사출당했다.

        

        이것이 격차인가. 어처구니없단 말투로 다이스가 덧붙였다.

        

        

        

       “진짜 이 게임 너무 힘들다….”

        

       “신경쓰지 말고, 유진 씨 하는 거나 보자.”

        

       “그건 봐야지.”

        

        

        

        그 자리에 누워있던 잉크마저 헐레벌떡 달려올 정도.

        

        관객들이 전부 모였다. 그제야 화면은 유진의 플레이를 재생하기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로건과 정면으로 맞붙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공과 조공이 바뀌고, 공격 주도권이 마구잡이로 오간다. 누군가가 거리를 좁히면 상대는 거리를 벌린다.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 싸움이 벌어지는 사이, 해당 교전의 밀도를 정면에서 시청 중인 이들은 침마저 삼켜가며 이를 구경한다.

        

        언뜻 보기엔 유진이 열세였다.

        

        그러나,

        

        

        

       “…저거 아까 잉크가 들고 나왔던 거 아니냐?”

        

       “허메….”

        

        

        

        유진이 절체절명의 순간 로건의 방패에 포탄을 때려박는 것과 동시에 모든 상황이 일변한다. 필사적으로 발버둥친 끝에 그녀는 승기를 거머쥐었고, 대형 아나콘다와 북극곰의 대결은 전자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어처구니없단 듯 웃는 순간, 벌컥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1등! 1등! 1등! 1등! 1등! 1등!”

        

       “역시 선생님이 짱이십니다, 진짜로. 거짓말 안 치고.”

        

       “…갑자기 다들 왜 그래요?”

        

        

        

        물론, 방금까지 로건과 역대급 교전을 벌이고 온 당사자는 그걸 받아줄 정신머리가 아니었다.

        

        이들의 흔한 일상이었다.

        

        

        

        

        

        

        

        

        

        

        

        

        

        

        

        

        

       “막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확실히 맵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네요. 기믹과 맵의 구조 그 자체가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꽤나 여실히 알고 있는 듯한데…뭐, 저 곰탱이는 맵을 이해할 생각조차 딱히 없는 모양이구요.”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 대회 참여일 텐데…하고 생각하고 있겠지. 사실상 승리와 패배조차 크게 연연하지 않을 테고.”

        

       “그렇기야 하겠지요. 사실상 막내가 없었더라면 출전도 하지 않았을 테니.”

        

        

        

        수만 명, 수십만 명의 관객이 밀집한 주경기장, 그리고 매디슨 스퀘어 파크의 야외 관람장과는 완전히 별개의 장소인 귀빈 응접실. 그 안에서 두 명의 이들이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기댄 채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창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된 와중이었다. 맵은 포플러 릿지 교정 시설. 바다 한복판에 지어진 인공 구조물은 5천 명의 죄수를 동시에 수감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으나, 오늘 그 장소에서는 100명의 유저들이 단 한 명의 생존자를 가리기 위해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

        

        사실상 이미 본선 자체를 논할 이유는 없었다. 따라서 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다른 것도 아닌 맵이었다.

        

        

        

       “이번 맵은 고가치 연구 시설과 결이 비슷하네요.”

        

       “시설 자체가 움직인다는 건 꽤나 참신한데.”

        

        

        

        포플러 릿지 교정 시설.

        

        하층과 중층, 상층으로 구별된 맵. 최종적으로는 상층에 위치한 탈출 포드를 타고 가라앉는 시설에서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킬존은 꽤나 독특한 편이었는데, 구체적으로는 외부에서부터 새어들어오는 바닷물이 그 역할을 했다.

        

        그리하여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하층의 가라앉지 않은 구역이 중층과 병합되며 모든 이들이 중층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었는데 – 이는 따로 층과 층을 오가는 통로를 만들어놓지 않음으로써 계단에서 대기를 타는 유저들의 손쉬운 승리를 막기 위함이었다.

        

        이어 중층은 상층과 병합되고, 그 즈음까지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무너지는 상층 플랫폼을 피해 탈출 포드가 위치한 게이트 인근에서 마지막 교전을 벌이는 구조였다.

        

        

        본래라면 죄수들에게 ‘탈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기 위한 다층으로 이뤄진 강화  및 내압 플라스틱과 유리, 폴리카보네이트, 그 외의 복합장갑들은 이미 군데군데 깨져있었고, 하층에서 눈을 뜬 100명의 플레이어들은 물이 새어들어오는 구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에게 신나게 총질을 해댔다.

        

        16개의 플랫폼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거대한 하층 플랫폼. 그 중에서 붉게 물든 구역은 침수가 예정되어 있어 반드시 퇴거해야만 하는 구역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십수 명의 플레이어들이 오가고 있었다.

        

        

        

       “침수 예정 구역에 고가치 아이템들을 몰아넣는다는 건 꽤나 악마적인 발상이지 않나요?”

        

       “확실히.”

        

        

        

        그 중에는 기믹을 이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믹을 이용하거나 깨부술 수 있도록 드물게 드랍되는 대량의 C4도 있었다. 죄수들의 탈출 방어를 위해 곳곳이 신호 방해 장치로 뒤덮힌 맵이었기에 사람을 살상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꽤나 무리가 따랐으나, 벽에 붙여 폭파시키기에는 실로 찰떡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폴리카보네이트 벽에 붙여서 폭발시킴으로서 의도적으로 침수를 발생시키기에는 충분하단 소리였다 – 물론 실제로는 있어서조차 안 되지만, 애초에 이런 곳에 C4가 있는 이유는 당연했다. 게임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이스는 바로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저 아이는 무슨 기믹만 찾아다니는 것 같네요.”

        

       “혹은 그 정도의 방법으로만 로건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 편이 더 정확할지도.”

        

        

        

        다이스는 잠자는 북극곰의 털에 방화를 저지르고도 무사히 생존했고, 심지어는 인게임 기믹을 빌려 북극곰을 영원히 잠재워버렸다 – 따라서, 다이스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의 확고부동한 사실이 잔존하고 있었다.

        

        로건을 정면에서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어도 기믹의 힘을 빌려 빠져나갈 수 없는 트랩을 만들지 않으면 추후 두고두고 후환…을 넘어,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가 되어 돌아오겠지.

        

        특히나 로건은 그 사건을 계기로 방패를 들었고, 이는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죽어줄 생각이 없다는 직설적인 의지 표명이었다 – 그리고 당연하게도, 스킬 활성화 구역 인근은 로건이란 이름의 재앙이 남기고 간 탄피와 핏자국으로 가득했다.

        

        EMP 펄스와 탄도 방패. 상대방을 완전히 박살내버리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한 라인업이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두 명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과연 로건이 그 주사위랑 만나게 될까요?”

        

       “흐음.”

        

        

        

        까슬까슬한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오웬스가 덧붙였다.

        

        

        

       “우연 같은 건 안 믿지만,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만나게 되더군. 그리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만날 확률은 높아질 테고.”

        

        

        

        그리고 그 말대로, 얼마나 지났을까. 하층과 중층이 완전히 뭉그러지고, 남은 구역이 상층으로 합류하기 불과 몇 분 전 – 로건은 드디어 다이스와 마주쳤다.

        

        탁 트인 공동 한가운데에서 두 명이 쫓고 쫓기는 교전을 벌였다. 물론 다이스는 도망치는 입장이었고, 로건은 이를 추격했다. 하지만 다이스 역시도 그동안의 경험을 허투루 쌓은 것이 아니라는 듯, 뒤조차 돌아보지 않은 채 백스텝을 밟으면서도 안정적으로 퇴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침착하지 못한 사람부터 죽어나가는 법이었다. 

        

        그리고 다이스는 이미 사전에 몇 가지 준비를 해놓은 지 오래였다.

        

        

        

       “과연 저게 평소 습관일까요, 아니면 로건을 잡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덫일까요?”

        

       “어쩌면 둘 다겠지.”

        

        

        

        습관은 습관이었지만, 이를 극한까지 연마하여 실전에서 선보이는 것 또한 개개인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로건의 걸음과 속도를 측정하고, 이를 최대한으로 늦춘다. 단 한 번에 당사자를 완전히 골로 보내야만 했다 – 다이스는 이미 C4를 폴리카보네이트 벽의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한 지 오래였고, 그녀는 신중하게 기회를 골랐다.

        

        벽이 손상되며 침수가 시작되는 순간 구역과 구역을 분리하는 게이트가 닫힐 것이다. 로건을 구역에 가두고 자신은 게이트로 퇴피할 수 있는 결정적인 간격이 필요했다.

        

        

        하지만 로건은 이미 웃음짓고 있었다.

        

        그것을 본 로렌티나 역시 웃으며 덧붙였다.

        

        

        

       “오늘 저 금발의 아이는 너무 기믹을 신경쓰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겠군요.”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다이스가 벽면에 붙은 C4 덩어리를 기폭시켰다.

        

        

        

       ───콰아아앙!

        

        

        

       -[알림 : 시설 손상. 시설 손상. 현 시간부로 30초 이내에 구역 분리 및 게이트 폐쇄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해당 구역 내에 있는 인원들은 최대한 빠르게 퇴거하십시오.]

        

        

        

        바닷물과 시설을 분리시켜놓던 벽면이 순식간에 으스러지며, 순식간에 무지막지한 바닷물이 밀려든다. 이미 다이스는 게이트를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로건은 기다렸다는 듯 웃었고 – 스킬을 발동시켰다.

        

        EMP 펄스가 게이트를 뒤덮었다.

        

        

        

       -[알림 : 게이트 오작동. 시설 내에서 감마급 EMP 펄스를 감지. 현 시간부로 게이트 제어 권한을 상층으로 이전합니다. 재부팅까지 추가적으로 15초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

        

        

        

        문이 닫히지 않는다.

        

        순차적으로 닫혀야만 하는 세 개의 차단벽이 재부팅을 이유로 15초 동안 닫히지 않는다 – 그리고 이를 다르게 말하면, 게이트로 물이 미친듯이 쏟아진다는 소리였다.

        

        다이스와 로건이 교전하던 구역의 구석구석까지 침수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20초였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물의 흐름은 아직 닫히지 않은 게이트를 통째로 잠식했다.

        

        그리고 그 순간, 로렌티나가 깔깔대며 덧붙였다.

        

        

        

       “생각해보니, 북극곰도 수영 하나는 끝내줬죠.”

        

        

        

        그 말대로.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이 게이트를 휩쓸고, 다이스는 그 흐름에 통째로 휘말렸다.

        

        하지만 그 순간, 바닷물에 휘말린 그 어떤 잡동사니보다도 빠르게 다가온 로건과 다이스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개머리판이 다이스의 미간을 강타한다. 그리고 다이스는 그 시점에서 참았던 숨을 그대로 토해냈다.

        

        눈 앞이 까맣게 흐려지는 사이, 로건은 물 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하늘거리는 다이스의 아바타를 그대로 잡아챘다.

        

        물론 그것은 구출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퍽!

        

        

        

        물 속에서 총알이 느려진다고 한들, 영거리 사격에서까지 그 위력이 감쇄되는 것은 아니었다.

        

        턱과 입천장을 관통한 권총의 탄환. 그것이 다이스의 최종 사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북극곰은 사람을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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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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