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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8

       *** ***

         

       우지끈!!

         

       와르르르!

         

       그릇 상인 장팔은 공허한 눈으로 박살난 가판대를 바라보았다. 이미 기워 붙일 대로 기워 붙인 가판대는 더 이상 기워 붙일 곳도 없었다.

         

       내일은 그냥 보자기나 깔고 거기 위에 상품들을 올려 놔야지. 장팔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미 나뭇조각이나 마찬가지인 가판대를 한 곳에 그러 모았다.

         

       깨지는 그릇은 이미 바깥에 내놓지도 않게 된 지 오래. 장팔은 텅 빈 눈으로 찌그러진 청동잔을 주워 나무 망치로 두들겨 펴기 시작했다.

         

       빠지직!

         

       망치를 두들기며 옆 가게의 가판대가 산산조각나는 모습을 보니 실소가 흘러나왔다. 세상에 어느 잡배가 주먹질 한번에 가판대를 나뭇조각 더미로 만들어 버리겠는가.

         

       상인들도 이제는 알았다.

         

       이 잡배로 위장한 고수들이 사실은 속령파의 영역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을.

         

       고수들의 행보는 그야말로 메뚜기 떼와 같았다.

         

       초토화!

         

       모든 먹을 것을 다 해치우고 사라져버리는 메뚜기 떼처럼 사람이 통행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출몰해 싸우는 척하며 모든 기물을 박살내버렸으니 이 옥계의 풍경은 그야말로 전쟁터나 다름이 없었다.

         

       어느 상점 할 것 없이 파손의 흔적이 역력하고 길거리에는 나뭇조각이나 벽돌 조각, 혹은 다른 물건의 조각들이 굴러다녔다.

         

       “이보시오, 주인장. 말씀 좀 물어도 되겠소?”

         

       장팔이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고는 흠칫했다. 각종 풀색으로 얼룩덜룩한 피풍의를 입은 남자 때문이었다.

         

       “으, 으헉! 왜 그러십니까! 방금 전에 다 박살난 기물일 뿐입니다!”

         

       “진정하시게. 그냥 지나가던 길손일 뿐이오.”

         

       장팔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요새는 불량스러움을 넘어서 파격적인 개성을 추구하는 잡배 위장 고수들이 늘어나는 추세였기에 저 얼룩덜룩한 피풍의를 입은 자도 잡배로 위장한 고수가 아닐까 싶었는데…

         

       4~5인조로 몰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말투도 정상적으로 구사하는 것이 아무래도 잡배로 위장한 고수는 아닌 것 같았다.

         

       “휴유, 간 떨어지는 줄 알았구려.”

         

       장팔은 사내의 행색을 살피며 속으로 생각했다. 보통 피풍의라는 것이 말린 풀을 엮어 만드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웬 풀때기가 걸어다니는 것 같은 행색을 하고 다닌담?

         

       “허허, 그래 그 청동 잔은 얼마요?”

         

       “…동화 다섯 개만 주시구랴.”

         

       장팔은 덜 펴진 잔을 사내에게 넘겼고 사내는 잠시 잔을 살피고는 아무 말 없이 품에 쑤셔 넣었다. 장팔은 사내가 물건보다는 정보를 사고 싶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무엇이 궁금하시오?”

         

       “요새 저런 치들이 아주 많소?”

         

       사내의 시선이 기물을 파괴하고 있는 잡배 아닌 잡배들 쪽을 확인한 장팔이 한숨을 내쉬었다.

         

       “요새 옥계에는 저런 놈들 천지라오! 천지! 아주 그냥 옥계가 전쟁터도 아니고 보시게나! 죄다 그냥 저런 놈들이 날뛰는 바람에 다 박살이 난 것들이오.”

         

       “허허.”

         

       “저놈들 때문에 옥계의 상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오. 물건이 박살나며 입은 손해도 손해지만 아예 가게를 때려 부수고 장사 자체를 못 하게 만들어버리니 그냥 다 죽으라는 소리지….! 하아…”

         

       “저런 잡배 무리들이 한둘이 아닌 모양이오?”

         

       “셀 수가 없지 셀 수가 없어…백호 청룡부터 시작해서 내가 아는 것만 열 무리가 넘소.”

         

       “그렇군,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소.”

         

       장팔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해 뭣하겠소. 죽지 못해 살지!”

         

       그런 장팔의 하소연에 사내가 말했다.

         

       “이제는 걱정하지 마시게나. 황군이 왔으니 말이오.”

         

       장팔은 사내의 말에 눈을 껌뻑였다. 뭐가 왔다고?

         

       사내는 그런 장팔의 의문 어린 시선을 받으며 그저 빙그레 웃었다.

         

       착! 착! 착! 착!

         

       그런 장팔의 귓가에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장팔은 자신도 모르게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한 박자처럼 맞아떨어지고는 있었지만 그 발소리는 한 두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못해도 수십 명, 아니 백 명 이상의 사람이 걷고 있는데 그 소리가 마치 하나의 것처럼 들리는 기묘한 상황.

         

       “행군간에! 군가한다! 군가는! 멸공의! 횃불!”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 – 리!”

       

       

       착! 착! 착! 착!

         

       우렁찬 소리에 파괴 행각을 벌이던 권법회와 각법회의 행동이 멈추었다.

         

       “사나-이 기 백으로 오늘을 산 – 다!”

         

       장팔의 눈이 크게 떠졌다. 풀색으로 얼룩덜룩하게 염색된 상하의! 그리고 모자의 기능을 하는지는 의심스러운 짧은 챙이 달린 팔각모!

         

       처음 보는 복색을 갖춘 이들이 질서정연하게 발을 구르며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고 있는 모습!

         

       소란을 부리던 권법회와 각법회 역시 그들의 행동과 복색에 입을 쩍 벌렸지만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찌를 듯한 적의!

         

       처음 보는 복색을 입고 군기를 지키며 기묘한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집단이 무엇인지 그들은 감도 잡지 못했지만 권법회와 각법회의 무인들은 저들이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이 일단은…!”

         

       도망치자고 말하려던 각법회의 무인은 뒤를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척! 척! 척!

         

       “화-살의 불바다를 무릅 쓰-면서 고향-땅 부모형제 평-화를 위-해!”

         

       후면에서도 같은 무리가 나타났으니까. 대로변 대신 골목으로 빠져나가려고 시선을 돌린 무인 역시 당황했다.

         

       척! 척! 척! 척!

         

       “전우여~ 내나라는~ 내~~가! 지! 킨! 다!”

         

       골목에서도 팔각모를 쓴 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순식간에 수백의 팔각모들 사이에 포위된 각법회와 권법회는 어쩔 줄 모르고 그들의 포위망 안에서 한데 뭉쳐 있었다.

         

       장팔은 그런 이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내밀어진 피풍의를 보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잠시 맡아주시게나.”

         

       장팔은 사내를 보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피풍의를 받아들었다.

         

       방금 전에 나타난 이들과는 다르게 피처럼 붉은 상의를 입고 있었지만 사내가 입은 바지는 대소동이했으니까.

         

       “예! 예!”

         

       “고맙군.”

         

       사내, 강추모루는 붉은 팔각모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낸 뒤에 경건한 태도로 천천히, 그 모자를 눌러썼다.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총원-! 차렷!”

         

       착! 착!

         

       강추모루의 호령에 발을 구르던 병사들이 모두 차렷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단번에 쥐 죽은 듯한 정적에 휩싸이는 옥계의 거리.

         

       저벅 저벅.

         

       오직 강추모루가 걸으며 내는 군홧발 소리만이 모두의 귀에 박혀들었다.

         

       “그대들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아나?”

         

       강추모루의 물음에 각법회와 권법회는 침묵했다. 워낙 당황스러운 상황인지라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은 지금 반역죄를 저질렀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강추모루의 말에 각법회와 권법회가 대경했고 주변 상인들이 숨을 삼켰다.

         

       반역죄라니!

         

       걸리면 뼈도 못 추리는 것은 당연하고 자칫 잘못하면 구족이 멸문당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죄목이었다.

         

       “반역죄라니! 그저 우리는 저자들과 싸움을 벌였을 뿐인데! 이건 억지요!”

         

       각법회 무인이 권법회 무인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무인들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들의 행실을 되새겨 보아라.”

         

       무인들은 멍하니 강추모루의 말을 반추했다. 행실을 되새겨 보라고?

         

       “네놈들이 가판 하나, 집기 하나를 부수었다 여겼는지는 모르겠으나 지엄한 국법이 있거늘 도당을 이루어 공개적인 곳에서 반복적으로 파괴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을 황국에서 가만히 내버려 둘 것이라 여겼느냐?”

         

       무인들의 얼굴이 굳었다. 강추모루의 말은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법이 멀다고는 해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 가끔 일으키는 소란 한두 번이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것이지 대로변에서 이렇게 큰 소란을 반복적으로 일으킨 것은 확실히 문제였다.

         

       “이 옥계에 성한 가게가 한 곳이라도 있느냐? 대로변이니 소로변이니 구분할 것 없이 모든 가게에서 물건을 찾아볼 수 없다. 그로 인한 세수 손실과 치안 악화는 어떠며 양민들이 받을 고통은 또 어떠한가?”

         

       “그, 그러나 그렇다 한들 반역죄라는 것은…!”

         

       무인의 항변에 강추모루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미 모든 조사가 끝나고 확인까지 했거늘 발뺌을 하느냐? 청룡, 백호, 동문, 남문, 족발, 보쌈…모두 이름만 다를 뿐 대소동이한 수법으로 반복적으로 이 옥계에 파괴행각을 벌인 네놈들은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놈들이렸다!”

         

       강추모루의 지적에 무인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우, 우리는 한패가 아니오!”

         

       “방금 전까지 싸우던 자들이 한패가 될 수 있단 말이오!”

         

       “갈!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

         

       강추모루가 성난 외침으로 그들의 항변을 틀어막았다.

         

       “못해도 오십이 넘는 무인들이 제 경지를 속이며 왈패를 연기하는 것이 우연이라고? 제각기 산개하여 일사불란하게 옥계를 공격하고 있거늘 이게 반역이 아니면 무엇일까!”

         

       무인들은 말문이 막혔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오해고 아니라는 말 뿐이었지만 그렇다고 한들 사도련의 다른 문파들의 사주를 받아 속령파를 치러 왔다고 말이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사도련의 문파들과 척을 지거나 암살자에게 쫓기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반역자로 몰리는 상황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강추모루는 친절하게 그들의 고민을 끝내 주었다.

         

       “적귀대!”

         

       “악!”

         

       “역적들을 제압하라!”

         

       “악!”

         

       “투척!”

         

       쉬시시식!!

         

       퍼버버벅!!

         

       “아아악!”

         

       “이놈들! 컥!”

         

       어떻게든 적귀대의 포위망을 피해 도망치려던 권법회와 각법회의 무인들은 일제히 날아오는 수백 개의 투척 무기에 순식간에 제압당해버렸다.

         

       일류가 아니라 절정 고수였을지라도 속절없이 당해버릴 수밖에 없는 투척 무기 일점사!

         

       날이 없는 비살상 투척무기에 순식간에 넝마가 된 권법회와 각법회 무인들이 포박당하고.

         

       “역적들을 한놈도 놓치지 말고 잡아들여라!”

         

       “악!”

         

       옥계의 거리로 팔각모를 쓴 수많은 관군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혼돈과 파괴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던 옥계의 거리가 빠르게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악!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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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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