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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8

    흥겨운 음악 소리와 즐거운 분위기.

    화려한 홀로그램이 눈을 현혹했고, 즐거운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귀를 채우고 있었다.

    그야말로 축제!

    ‘!’

    하지만 그런 즐거운 와중에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어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신나게 춤추고 있던 황금 사신들도 뭔가 이상했는지, 진지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늘을 봐도 보이는 것은 눈이 아프도록 반짝이는 홀로그램.

    하늘이 전혀 안 보여.

    마치 거대한 천장처럼, 홀로그램이 도시 상공을 모두 가리고 있었다.

    홀로그램이 많긴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계속 하늘을 올려다보자, 홀로그램 티라노들이 제트팩을 달고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절로 시선이 가면서,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내 흥미를 끌려고 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욱더 수상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래서 손가락을 날카롭게 세워서 하늘을 향해 휘둘러버렸다.

    즈아악!

    손가락 5개의 모양으로 찢어지는 하늘과 홀로그램.

    ‘!’

    그리고 그 너머에 보이는 커다랗고 찬란한 주황 달.

    그 주황색 달빛이 도시를 내리쬐기 시작하자, 축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웃고 있던 사람들은 이지를 상실한 꼭두각시처럼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신나는 음악은 멈추고, 끝없는 고요를 내뱉고 있었다.

    사방을 돌아다니며 비처럼 마시멜로를 뿌리던 기계는 멈춰서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적막.

    적막이 내려앉은 축제 현장은 믿기 힘들 정도로 조용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메카 티라노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돌진이 시작되자, 티라노는 강화된 전투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불길이 뿜어져 나왔고, 눈에서는 레이저가 쏘아졌다.

    등에서는 티라노-미사일이 발사되어 주변의 적들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티라노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적의 숫자는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이 상황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다.

    내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티라노는 금세 수세에 몰리겠지.

    두 마리의 황금 사신으로는 티라노를 지켜낼 수 없었다.

    계속 싸우다 보면 서서히 망가지다가 결국에는 파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안해, 티라노.’

    나는 티라노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주황 사신이 위험에 처해 있었다.

    미니 사신이 가진 장작으로 저런 강력한 현상을 일으키려면 존재 자체를 담보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한시가 급하니, 미니 사신 정원도 소환하지 못한 채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티라노는 치열한 전투 중에도 잠시 나를 향해 살짝 이빨을 드러내며 웃어주는 듯했다.

    나는 그 멋진 송곳니를 보며, 주황 사신의 흔적을 따라 공간을 뛰어넘었다.

    ***

    중앙탑 최상층.

    핏물이 가득한 방은 사라지고, 마치 한적한 하늘 위로 올라간 것 같은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의 바다와 그 위를 내리쬐는 주황색 달빛.

    그 달빛은 태양도 아니면서, 굉장히 따스한 느낌의 달빛이었다.

    청은 그런 구름의 바다 위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제발. 제발.”

    청은 불이 붙은 양초처럼 조금씩 크기가 줄어들어 가는 주황 사신을 끌어안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청은 갑자기 나타난 구름의 바다가 뭔지는 몰랐지만, 주황 사신이 무리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런 청의 마음이 흘러간 것일까?

    주황 사신의 색이 조금씩 진해지고 있었다.

    그것을 느끼면서 주황 사신은 눈을 감은 채, 마음속으로 히히 웃었다.

    ‘역시 내 애착 인간이야.’

    청의 장작력이 조금씩 강해지면서, 주황 사신은 생명의 위기를 벗어나고 있었지만.

    주황 사신은 눈을 살짝 뜨고,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청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청이 그 손을 쥐자마자, 일부러 고개와 손에 힘을 빼고 축 늘어졌다.

    마치 죽은 것처럼.

    “안 돼!”

    청의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주황 사신의 공간 지배에 휩쓸린 거신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겨우 회색 사신의 파생체 따위가 달을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거신은 수면에 비친 달처럼 불안하게 흔들리는 주황색 달을 바라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군.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불안정해.”

    거신은 거대한 주먹을 움켜쥐고, 무방비한 청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너의 피를 흡수해서, 완전한 오브젝트로 거듭날 것이다.”

    그리고 그 주먹을 정신없이 울고 있는 청을 향해 내리쳤다.

    쿵!

    하지만 그 일격은 주변에서 끝없이 몰려드는 구름 고기에게 막혀버렸다.

    그리고 마치 정어리 떼가 거대한 물고기의 형상을 이루는 것처럼 커다란 주황 사신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완전? 완전한 오브젝트라고?’

    그렇게 완성된 거대 주황 사신은 비웃음을 담은 의지를 거신에게 뿜어내었다.

    그 순간, 거신의 한쪽 발이 조립식 장난감처럼 천천히 분해되기 시작했다.

    “어… 어째서?”

    거신은 ‘확률 지배’를 이용해서, 무너지는 발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끼기긱. 끼기긱.

    능력끼리 충돌할 때 나는 흉악한 소리와 함께, 거신의 ‘확률 지배’는 신기루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당혹스러운 목소리의 거신에게 거대 구름 주황 사신이 둥실둥실 다가가기 시작했다.

    ‘엄마의 능력이랑 비교하면 너무나도 하찮고.’

    주황 사신이 뿜어내는 나지막한 의지와 함께, 거신의 남은 한쪽 발마저 무너져 내렸다.

    ‘이렇게나 무력한 확률 조작이 없으면!’

    구름 주황 사신이 거신의 어깨를 쿡 찌르자, 건물 철거용 해머처럼 거대한 팔 한쪽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제대로 자기 몸을 지탱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리고 한 번 더 찌르자, 나머지 팔 한쪽마저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팔과 다리가 무너져 내리자, 덩그러니 남은 몸통은 당장이라도 찌부러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온몸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금속들이 무너지면서, 거신의 마지막 남은 인간의 부위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인간의 염원을 다루기 위해 남아 있었던, 반쯤은 황금뿔로 대체된 심장.

    그리고 이미 손가락 오브젝트에게 구멍이 숭숭 뚫린 뇌.

    그 연약한 부분들로는 무너져 내리는 거신의 육체를 붙잡지 못했다.

    거신은 그렇게 기계 속에서 쥐어짜이는 오렌지처럼, 뇌와 심장이 짓이겨져서 주스가 되어버렸다.

    ***

    나는 주황 사신을 구하기 위해, 다급히 공간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주황 사신에게 도착한 순간에는 모든 상황이 끝난 상태였다.

    해로운 오브젝트였던 금속 더미는 이미 죽어서, 뇌수와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방구석에는 주황 사신과 그 애착 인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끊임없이 울고 있는 주황 사신의 애착 인간.

    그 품에 안겨 죽은 것처럼 눈을 감고 있는 주황 사신.

    나처럼 똑똑한 주황 사신이라서 그런지, 애착 인간도 특별했다.

    예린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막대한 감정을 뿜어내는 소녀.

    덕분에 주황 사신의 피부는 장작이 가득 차올라서 윤기가 흐르고 있었고, 얼굴도 조금 통통하게 변해있었다.

    달을 소환하는데, 존재를 너무 써서 주황 사신의 크기가 조금 줄어든 걸 제외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후, 미니 사신이 죽는 줄 알았네.’

    그렇게 일이 잘 풀려서 안심하던 도중, 문득 메카 티라노에게 생각이 닿았다.

    그래서 벽을 부수고 밖을 내다보았지만, 도시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뇌 일부분을 오브젝트로 대체한 사람들은 좀비처럼 변해, 주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그 숫자가 생각보다 많아서 도시는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어디지?’

    메카 티라노의 기척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놓지 못했다.

    살아있을 거야. 

    잘 싸우고 있었으니까. 

    분명히 살아있을 거야.

    하지만 내가 발견한 메카 티라노는 이미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였다.

    ‘안 돼!!’

    티라노의 죽음에 대한 분노가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 분노는 길을 잃어버렸다.

    크아앙!

    나는 티라노처럼 마음속으로 울부짖으며 장작에서 솟아오르는 분노에 몸을 맡겼다.

    ***

    자유 도시 연합 지하 깊숙한 곳.

    그곳에는 평소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던 거대한 손가락 지렁이 3개가 움직이고 있었다.

    3개의 가문을 상징하고 실질적으로 도시를 조율하고 지배하던 손가락 지렁이였다.

    지렁이의 모니터에는 도시의 상황이 비치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중앙탑에 닿을 만큼 거대한 물의 거인이 윈드밀을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거대한 검은 사신이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도시를 종말로 이끌었다.

    [대피! 대피! 대피!]

    [회색 사신이 이곳을 발견하기 전에 탈출해야 한다.]

    [회색 사신 변수를 상향 조정. 다음에는 이런 실패를 겪지 말아야 한다.]

    전선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징그러운 지렁이들은 육중한 몸으로 수조 밖으로 나와, 바닥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번쩍.

    그 순간 지상에서 지하로.

    피처럼 붉게 물든 수조 속으로 붉은색 번개가 내리쳤다.

    <찾았다.>

    의지만으로 대기를 떨리게 만드는 괴물.

    회색 사신.

    황금색으로 빛나는 ‘눈’을 짊어진 채, 무표정하게 분노를 불태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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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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