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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8

    <278 –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름방학>

     

    뿌우우.

    뱃고동 소리를 내며 출항준비를 알리는 초호화 크루즈선.

    아카데미를 나와 늦지 않게 선착장에 도착한 오크노디는 익숙한 정장 차림의 험악한 얼굴을 보고 환한 얼굴로 달려갔다.

     

    “조나~!”

     

    달려오는 오크노디의 어깨를 한손으로 받아내며 주변으로 휙휙 돌린 조나가 어지러움에 눈이 핑핑 도는 오크노디를 땅에 착지시켰다.

    조나의 시선은 오크노디의 뒤를 따라왔다가 충격에 걸음을 멈춘 학생들에게 향했다.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체통을 지켜주십시오, 아가씨. 수석장학생의 지위에는 그에 따르는 책임이 필요합니다.”

    “힝. 아카데미에선 그런 거 요구 안했는데.”

    “재단에서는 요구합니다.”

     

    천하의 오크노디를 풍선인형처럼 가볍게 다루는 조나의 모습에 헤스티아조차 감탄을 드러냈다.

     

    “굉장히 발달된 신체네. 정장 아래로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근육의 태만 봐도 느껴져. 저 사람은 마나연단법으로도 미처 다 압축하지 못할 정도의 대단한 근육을 지녔다는 것이.”

    “으하핫! 아카데미를 다니고 나니 알겠군. 저 집사, 정말 터무니없이 강했잖아?”

     

    손오천은 예전에 조우했던 집사의 강함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 험난한 아카데미의 1학기를 극복하고도 이제야 그 실력이 어렴풋이 눈에 비칠 정도이니, 조나의 강함은 정말 범상치 않았다.

     

    “어쩌면 교수 수준의 실력자일지도 모르겠다는 긴장감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집사니까요.”

     

    웃는 낯으로 마법배낭을 짊어지며 조나에게 걸어가는 지젤.

    그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군요. 입학시험 이후로 오크노디가 항상 집사 분을 그리워했습니다. 면회 이후로도 한동안 집사타령이 멈추질 않았죠.”

    “저희 아가씨께서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아카데미 내에서는 아가씨를 보필해주신 점, 재단을 대표하여 감사드립니다.”

     

    태연하게 인사를 나누는 지젤의 대범함에 이사벨은 내심 생각했다.

    지젤도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무력을 지닌 자들은 모두 그 강함에 감탄하고, 싱처럼 위험한 이조차도 그를 경계하는 마당에 아무렇지도 않게 조나의 간격에 들어가 악수를 건넨다.

    어지간한 배짱으로는 저지를 수 없는 짓이다.

    그래도 지젤이 시작을 끊어주니 다른 이들도 차츰 긴장한 근육을 풀고 경계를 내려놓았다.

    전 세계에 악명을 떨치는 와이히엠하이 재단도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들을 적대할 의도가 없어보였으니까. 오히려 이 반응은 환대에 가까웠다.

     

    “이 크루즈선은 저희 재단에서 통째로 빌려 검증된 승무원들과 함께 운항할 예정이오니, 걱정 말고 탑승하셔도 됩니다.”

     

    조금도 안심이 되지 않는 소리에 선뜻 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두와 달리, 오크노디는 신이 나서 물었다.

     

    “식당에 쉐프도 있어요?”

    “물론입니다.”

    “빨리 먹으러가요! 새로운 음식!”

     

    재촉하듯이 잡아끄는 손길에 지젤이 딸려 들어가니 이사벨과 손오천이 피식 웃으며 뒤따랐다.

    그 뒤를 도로시와 록펠, 헤스티아와 싱, 아카디아, 즈앙 등등이 줄줄이 따라 들어갔다.

     

     

    * *

     

     

    이 넓은 크루즈선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것이 먹을 것이라.

    조나는 집착의 방향성도 참 한결같은 아가씨라고 생각했다.

    크루즈선은 이사장이 누군가의 욕망이 움직이는 장소를 파악할 때 곧잘 사용하는 탐색용 덫이다.

    오크노디가 먹을 것에 반응했다면 이사벨은 조리도구에 반응했다.

    같은 장소에서도 무엇이 그 사람의 관심사인지, 어떤 도구로 환심을 살 수 있는지, 반대로 어떤 종류의 함정이 유효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이 모여서 언젠가 재단이 내릴 지령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소한 호의.

    관대한 호의.

    크고 작은 호의는 각기 다른 대가를 동반한다.

    큰 것을 보일수록 치르게 될 대가도 커진다.

     

    “죄송합니다. 아가씨의 친구분 중에 즈앙이라는 분의 행방을 완전히 놓쳤습니다.”

    “암살메이드의 눈조차 속일 실력이라. 과연 대륙십대도둑의 일원인 목숨도둑의 제자답군.”

    “즉시 수색에 나서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내버려두어라. 관측되지 않는 것 또한 어엿한 정보이니.”

     

    정보의 유출에 극단적으로 민감한 즈앙은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딱딱한 태도로 쉬이 여흥을 만끽하지 않는 이들은 그밖에도 잔뜩 있었다.

    가령 누가 보더라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가짜 친구들’이 이에 해당했다.

     

    “리프. 저들은 정말로 아가씨의 친구인가?”

    “당연히 아닙니다.”

     

    선수의 풀장 근처에서 수박을 욤뇸뇸 뜯어먹는 오크노디와 그녀를 잔뜩 경계하는 눈으로 염탐하는 용사 이슈타르.

    당연히 오크노디와 이슈타르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오크노디는 데려왔다.

    욕심을 부릴 대로 부려보라는 이사장의 뜻에 한술 더 떠서 제 것이 아닌 것까지 바리바리 모조리 다 싸들고 와버린 꼴이다.

    이사장의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조나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뿐이었다.

     

    “허접 재단 주제에 꽤 하잖아♡”

    “아버지 세대들이나 즐길 고급 크루즈선을 통으로 대여하는 사치라니, 과연 재단이 예사롭지 않기는 한가봅니다.”

     

    와인 바에서는 한술 더 떠서 학생 신분에 칵테일을 즐기고 있는 황녀와 3대공신가문 자제도 있다.

    조나는 슬슬 오크노디의 친구라는 기준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가씨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입니까?”

    “동기?”

    “그래서 친구를 128명이나 데리고 오신 겁니까.”

     

    오크노디가 아쉬움이 가득 담긴 얼굴로 말했다.

     

    “다들 부담된다고 거절해서 이것밖에 못 모였어요. 모처럼 파파가 친구를 잔뜩 데려오라고 했는데 너무 적어서 자존심이 상해요!”

    “괜한 걱정이십니다. 이사장님이 몇 명을 예상했든 128명보다는 적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128명조차도 적다니, 너무 인싸잖아.

     

     

    * *

     

     

    꺄꺄 웃으며 물장구를 치는 하급반 학생들은 새벽마다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기사학부 지망생인 돌핀팬츠녀들이다.

    배구공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며 벤치에 앉아 배구코트를 째려보는 여학생들은 로지니를 대표로 하는 마법학부 지망생들이다.

    여자들 주변을 맴돌다가 용기 있게 다가가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쫓겨나는 남학생들은 연애 에 한눈 팔 여유가 있는 행정학부 지망생 귀족들이고.

     

    ‘잔뜩 데려오기를 잘했네!’

     

    아카데미 생활에 스트레스를 잔뜩 받았던 학생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니 이쪽도 마음이 편해진다.

    모처럼 파파가 한 번 탑승하면 스트레스가 50% 감소하고 호감도가 10 상승하는 크루즈선 무료이용권을 뿌리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있나.

    탈 사람은 다 오라고 1학년 전부를 초대했더니 도로시를 포함해서 128명이 초대에 응했다.

     

    “오크노디네 파파는 얼마나 부자인거야?”

    “음… 몰라!”

    “재산을 모를 정도로 부자시구나!”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파파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니까!

     

    “총 톤수 20만 톤. 전장 350m에 전폭 50m. 승무원 2000명에 15층으로 이루어진 크루즈선을 가볍게 임대할 정도로는 부유하십니다.”

     

    집사는 아가씨의 곁을 모시는 것이 삶의 보람이라며 곁을 지키던 조나의 대답에 티토소가의 입이 경악으로 잔뜩 벌어졌다.

     

    “그러다 모기 들어간다?”

    “합!”

     

    양 손으로 다급히 입을 가리는 멍청소가.

    언제나 그렇듯 놀리는 재미가 있다.

     

    “파파는 무슨 바람이 들어서 갑자기 친구들을 데리고 오라고 하신 거예요?”

    “아가씨의 교우관계를 알고 싶어 하십니다. 이왕이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으신가봅니다.”

    “아항. 특별한 관찰계 능력이 있으시구나!”

     

    이쪽을 보는 조나의 시선이 묘하게도 변한다.

    철부지 아이인줄만 알았던 아이가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는 부모 같은 표정이다.

     

    “역으로 아가씨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크루즈선의 이용료는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아가씨의 친구들에게 베풀기에는 적잖은 비용이지요.”

     

    답이야 여러 가지겠지.

    초대할만한 가치가 있는 친구들을 잘 사귀고 있는지 확인하며 내 안목이 기대에 부응하는지 알아내거나.

    넘쳐나는 부유함을 과시하며 아카데미 생활에서 남 눈치 보지 말라고 든든한 지원을 한다거나.

    근데 뭐.

    대륙삼대거악이 마냥 그런 선의나 가벼운 호기심만으로 일을 벌이지는 않겠지.

     

    “살인사건의 범인을 맞추는 놀이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조나의 얼굴이 정색하며 굳었다.

    이건 아닌가보다.

     

    “선실구역을 하나씩 봉쇄하고 마지막에 남은 구역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에게 선물을 준다거나?”

    “…아카데미에서 도대체 뭘 배워 오신 겁니까?”

    “힝. 이것도 아니에요?”

    “고작 1학년한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습니까.”

    “하긴. 너무 빠르기는 했죠?”

     

    아무리 삼대거악이라도 3학년 여름방학 이벤트를 벌써부터 앞당길 리가 없지.

     

    “그럼 머 무인도에 던져놓고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이나 구경하다가 돌려보내주러 가는 거겠죠.”

     

    유력한 가능성이 있는 이벤트를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뿐인데 조나는 망치로 머리라도 맞은 사람처럼 몹시 당황하였다.

     

    “저희가 무인도로 가고 있는 건 대체 어떻게 아셨습니까?”

     

    웁스.

    그러게.

    진짜 어떻게 알았다고 해야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상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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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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