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79

       쾅-!!!

         

       거대한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문하연은 실이 끊어진 연처럼 저항도 못 해보고 날아갔다.

         

       벽에 부딪히며 눈, 코,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검은색으로 물든 죽은 피.

       틀림없이 내부를 진탕으로 만들어 내상을 입혔기에 흘러나온 피였다.

         

       “후우…!”

         

       문보라는 주먹을 쥔 그대로 자세를 풀었다.

       순간,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불협화음과 달팽이관이 징하고 울리는 감각.

         

       문보라는 비틀거렸다.

       익숙하지 않은 무예를 이용해 허점을 찌른 것은 좋으나,

       문보라 또한 빈말로도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공유>라는 사기적인 힘으로 단숨에 격을 올렸지만, 결국 이것은 문보라가 쌓아 올린 힘은 아니었다.

       그만큼 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상대는 유일하게 남은 혈족이자, 친언니인 문하연.

         

       목적과 의도는 모르나, 불타오르는 저택에서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

         

       제아무리 각오했다 하여도 정신적 충격이 없을 수는 없었다.

         

       결정적으로…

         

       문보라는 이런 비극을 감내할 만큼 마음이 모질지 못했다.

         

       “……”

         

       그러나 약한 소리 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끝을 내야 했다.

       가족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평생을 시달릴지라도,

       매일매일 악몽 같은 꿈을 꾸며 식은땀을 흘릴지라도.

         

       ‘여기서 언니를 죽여야 해.’

         

       더는 같은 피를 이어받은 자매가,

       다른 죄 없는 이들을 죽이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언니가 가진 증오와 원망은 가둬둔다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필시 세상을 뒤덮는 불길이 되어,

       수많은 이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겠지.

         

       이는 곧, 문보라에게 새롭게 생긴 희망이자, 이제는 가족을 넘어설 만큼 소중한 인연.

         

       ‘마하나, 주나용…’

         

       그리고 유세하.

       사랑하는 남자.

       그들에게 닥쳐올 미래의 위기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치워야 했다.

         

       문보라는 갈라져 피가 뚝뚝 흐르는 양손을 모았다.

       등 뒤에 피어오른 [합일의 정]이 더욱 강한 보라색으로 휘몰아치며, ‘정’이라 불리는 특수한 에너지를 공급했다.

       그에 맞춰 생겨나는 것은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이자, 문보라의 간판기였다.

         

       “[아이씨클]!!!”

         

       *

         

       문하연은 다가오는 얼음의 꽃을 쳐다봤다.

       언니라고 봐주는것없이 진심으로 날라오는 살의로 가득찬 냉기의 꽃.

         

       그녀는 어떻게든 일어설려 했으나,

       할 수 없었다.

       몸에 끼친 데미지도, 데미지지만…

         

       ‘씨발, 뭐야…!?’

         

       결정적으로 제대로 된 마력 운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순히 부상을 넘어서,

       몸 내부의 무엇인가 분리되는 느낌.

         

       문하연은 급하게 스스로를 관조.

       기하급수적으로 출력이 떨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내부에 있는 마력이 말을 듣지 않고 사방팔방 요동쳤다.

       단순히 조금 전, 마력 회로를 타격당했다고 해서 일어 날 수 있는 변화가 아니었다.

         

       곧, 머릿속을 스치는 가설.

         

       ‘설마?’

         

       [삼라만상]을 각성한 자신처럼,

       문보라 또한 <문가> 특유의 무언가를,

       능력을 손에 넣은 건가?!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상대 또한 같은 피를 이어받은 친동생이니까.

         

       문하연은 다가오는 [아이씨클]을 직시했다.

       악을 쓰며 억지로 모은 마력을 이용해 술식을 펼쳤다.

         

       쾅-!

       간신히 막아내는 [아이씨클].

         

       당연하지만 문보라는 이것 하나로 멈출 기세가 없었다.

       다시금 캐스팅을 준비하는 것에,

       문하연 또한 내상을 각오하며 다음 일격을 준비하려는 그때였다.

         

       “……?”

       “……!?”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마법을 멈췄다.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투명한 유리창 넘어,

       날개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보이는 것은…

       칠흑 같은 검은 용의 비늘을 뒤집어쓴 미인.

       등 뒤로 기괴하게 생긴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

         

       누군지 몰라 당황하는 문보라.

         

       반면, 문하연은 상대가 누군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 왜…저년이 이곳에 있는 거야?’

         

       음침하게 두 자매의 싸움을 염탐하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존재.

         

       그녀는 바로 주유리였다.

         

       <용검미르>를 배신하고,

       <타르타로스>로 전향한 간부.

         

       문하연은 의아함에 두 눈을 끔벅였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맹렬하게 맷돌을 굴렸다.

         

       ‘…뭐야.’

         

       왜?

       응?

       어째서…?

         

       주유리는 애초에 이번 습격에 참여할 계획이 일절 없는 인물이다.

       이유는 이제 갓 간부로 들어왔기에 추후, 좀 더 경험을 쌓고 투입한다는 게 그 목적.

         

       물론, 당서란이 뭔가 수작질을 하기 위해 따로 놔뒀다는 걸 눈치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딴 년이 뒤지든 말든,

       자신이 알 바 아니니까.

         

       아무튼, 검귀와는 상황이 다르다.

       검귀는 당서란의 말조차 듣지 않는 극한의 마이페이스 인물.

         

       그 당서란조차 통제할 수 없는 비대칭 전력, 그 자체.

       따라서 자기가 알아서 오겠다고 말했고,

       실제로도 알아서 왔다.

         

       하지만 주유리는 명백히 이번 습격에 배제된 존재다.

       지금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제3의 인물.

         

       그리고…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실하게 말한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클랜 마스터, 당서란……!?

         

       “……!!!”

         

       거기까지 생각한 문하연은,

       심장이 꽉 조여오는 느낌을 받았다.

       설마, 설마, 설마!?

         

       ‘애초에, 이번 작전에서 나를…’

         

       죽일 생각이었나?

       당서란?!

         

       최악의 가능성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문하연,

       그것을 증명하듯 주유리가 입을 벌렸다.

         

       단숨에 압축되고 뭉치는 검은색의 물질.

       매우 순도가 높은 마기였다.

       틀림없이 마인으로 전락했기에 쓸 수 있는 힘.

         

       동시에 이것은 주유리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용의 권능, 바로 <브레스>였다.

         

       “용쿠왕아아앙!!!”

         

       주유리는 마기로 이루어진 브레스를 망설임 없이 발사했다.

       그것도 표면상 적이라고 말할법한 문보라가 아니라,

       같은 아군인 문하연을 향해서 말이다.

         

         

       * * *

         

         

       후드득.

       거대한 돌덩이가 떨어지며,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크으윽…”

         

       문하연은, 겨우 눈꺼풀을 들었다.

       잠시 기절했던 모양이다.

       말 그대로 박살 난 <마왕의 신전>이 보였다.

         

       그리고 꽤 멀리 떨어진 곳.

       브레스에 휘말려 기절해 있는 문보라가 보였다.

         

       “……쯧.”

         

       문하연은 동생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지금은 마무리해서 죽일 여유 따위는 없었다.

         

       가장 위험한 건 자신이다.

       주유리, 그 망할 창녀는 명백히 이쪽을 노렸으니까.

         

       상상 이상으로 <브레스>의 위력이 강력해서 모두 휘말릴 것뿐.

       저 개 같은 년의 목적은 분명 자신이었다.

         

       ‘우선 어떻게든 도망쳐서…’

         

       조금이라도 마력을 회복할 틈을……

         

       덜컥.

         

       “…어?”

       

       문하연은 당황했다.

       뭔가 이상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아니, 그것보다는…

         

       ‘아예 감각이 없어진 것 같은?’

         

       문하연은 시선을 내렸다.

       곧, 드러나는 참극에 허탈하다는 듯 헛숨을 뱉었다.

         

       무릎부터 깔끔하게 도려내듯,

       증발해 버린 두 다리가 보였다.

         

       타닥거리는 소리와 특유의 마력.

       틀림없이 브레스에 적중해 소멸한 흔적이었다.

         

       당서란의 강제적인 도움으로,

       브레스를 개방한 주유리의 속성은 바로 <소멸>.

         

       닿는 즉시, 상대의 방어력을 무시하고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강력한 부가효과.

       흉흉한 옵션인 만큼 위력은 확실했다.

         

       “…씨이발.”

         

       문하연은 정신이 뒤흔들리는 충격을 받았다.

       제아무리 잔혹하고 무자비한 빌런으로서 살아온 그녀라고 해도 결국은 인간이다.

         

       그 어떤 인간이 신체 부위가 송두리째 사라졌는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그것이, 딱 봐도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이라면,

       더군다나 지금, 가장 필요한 기동력을 담당하는 부위라면 더더욱 그랬다.

         

       문하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나도록.

       주먹을 움켜쥐었다.

       피가 나도록.

         

       유일하게 멀쩡한 양팔을 뻗어 지면을 기었다.

       마치 벌레처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어린 시절처럼.

       그렇게 기고 기었다.

         

       ‘씨발, 씨발!!!’

         

       문하연은 속으로 욕을 뱉었다.

       혹시라도 들킬까 봐,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했다.

         

       ‘이, 이런 곳에서 이딴 꼬락서니로 죽을 수는 없어…!’

         

       이렇게 허무하게 뒤통수 처맞고,

       죽기 위해서 아득바득 살아온 게 아니다.

       그걸 위해서 피로 범벅인 길을 걸어온 게 아니란 말이다!

         

       ‘이런 결말…! 나는 납득하지 못-’

         

       콰직-!

         

       “카학!”

         

       순간, 허리가 부서질 듯한 통증을 느꼈다.

       문하연은 고개를 올렸다.

         

       주유리,

       [용화]를 발동하고,

       마인 특유의 마족안을 뜬 그녀.

       허리를 발로 밟은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문하연은 이를 갈며 뭐라 한마디 하려 했다.

       하지만…

       곧, 주유리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뭐야?”

       “……”

       

       동공에 빛이 없었다.

       여기에 다문 입에는 침까지 줄줄 흐르는 게…

       틀림없이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었다.

         

       덕분에 당서란이 무엇인가 수를 썼다는 걸 눈치챘다.

       아마 뭐, 주특기인 독을 이용해 뭔가 한 거겠지.

       문하연은 명백히 비웃음을 담으며 말했다.

         

       “등신 같은 년…내가 말했지?”

         

       너는 주제도 모르고 들어왔다고.

       썩은 동아줄인지도 모르고 잡았다고.

         

       “병신처럼 이용만 당하다 뒤질 게 딱 보이는데도 제 욕심 하나 제어 못 하고 들어온 버러지 같은 년…나 같으면 사촌 동생의 발을 핥아서라도 기회를 노렸을 거야.”

       “……”

       “나는 너 년과 달라, 나는 절대로 이용당하지 않아…! 절대로, 절대로! 이용하는 것은 나야!”

         

       문하연은 악을 쓰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유리는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문하연의 상체에 손을 올리며, 앞섬을 손으로 쥐어뜯었다.

       곧 드러나는 나체.

       가슴 정중앙에 박혀있는 영혼석을 확인했다.

         

       문하연이 당서란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신전의 정중앙이 아닌 제 몸에 박아 넣은 물품.

       주유리는 그것을 말도 안 되는 괴력으로 쥐어뜯었다.

         

       “크으으윽!”

        “……”

         

       피부와 생살이 뜯겨나가는 고통.

         

       문하연은 영혼석 마저 빼앗긴 상태, 그대로 숨을 헐떡였다.

       대량의 피가 가슴골을 타고 줄줄 흘렀다.

         

       일순, 주유리의 다릿심이 느슨해졌다.

       명령을 이행했기에 보이는 빈틈.

       제대로 된 자아 없는 고기 인형이기에 보이는 방심.

         

       문하연은 몸을 젖히며, 다시 기었다.

       다시 한번 벌레처럼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죽을 수는 없어!’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다고!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문하연은 지금도 똑똑히 기억했다.

       인간 같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자기 몸에 정체불명의 액체를 주입하던 어미, 아비의 모습을.

         

       입에 게거품을 물고 괴로워하는 자신을 보며 사진을 찍고,

       그것을 실험일지에 쓰는 두 악마의 모습을.

         

       그들을 죽이고 빠져나가 도착한 슬럼가.

       이제 갓 12살이 된 자신에게 욕정 하는 남녀를 가리지 않은 빌어 처먹을 어른들을.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무자비하게 착취되고 죽어가는 풍경을.

         

       시체로 쌓아 올려진 쓰레기장.

       그곳에 숨을 죽여 살아온 모진 세월을.

         

       그렇게 살아남고, 짓밟고,

       위로 올라간 문하연은 다짐했다.

         

       찬란하게 빛나는 도시와 겉멋만 들어서 번지르르한 말을 내뱉으며 제까짓 게 정의로운 줄 아는 헌터들에게,

       제대로 된 세상이라는 게 뭔지 보여주겠다고.

         

       ‘자유로워질 거야.’

         

       그 누구에게도 속박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 거다.

       수도 없이 많은 피가 흐르고 흐를지라도.

       그 누구도 가식 없는 세상을 만들 거다.

         

       그렇게 터져 나온 욕망이 부딪치며,

       세상 그 모든 게 불타오르고 난 뒤.

         

       잿더미만 남은 세상.

       그리고 그 모든 참극을 겪고 살아남은 이들.

         

       그들은 그제야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때, 자신은 죽어도 좋았다.

       깔끔하게 청소된 세상에서 비참하게 죽어도 좋았다.

       그런 일을 저지르고 살아남기를 바랄 만큼 문하연은 양심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아니야.

         

       다행히 영혼석에 술식은 충분히 담아두었다.

       저것이 당서란의 손에 넘어가도 크게 상관없었다.

       나중에 되찾으면 되니까.

         

       ‘무조건 살아야 해!’

         

       살기만 하면,

       어떻게든 도망쳐서 회복만 한다면,

       다시 기회가…

       기회가……!!!

         

       우득-!

         

       허나, 그때,

       오른쪽 손등에서 느껴지는 고통.

         

       떡하니 올려진 신발을 보며,

       문하연은 고개를 올렸다.

         

       탈색한 듯한 백발의 소녀가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껍데기만 저런 것.

         

       그 내면에 보이는 것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축적된 악이었다.

         

       틀림없었다.

       <타르타로스>의 클랜 마스터이자,

       문하연을 이 꼴로 만든 장본인.

         

       “…당서란! 이 씨발년이!!!”

       “응, 오랜만이야.”

         

       당서란은 문하연의 악다구니에 기분 좋다는 듯 웃었다.

       고개를 내리며 중얼거렸다.

         

       “하연아, 하연아…응? 내가 그리 바보 같아 보여?”

         

       네가 내 뒤통수치려고,

       계속 준비했던 거…

         

       “정말로 모를 줄 알았어?”

       “…씨발 년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