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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9

       

       『그래서, 이런 일을 맡게 된 거야.』

       

       다음날, 학교. 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어제 종로경찰서장에게서 받은 임무에 대해 분대원들에게 설명했다.

       

       중국인 거리에, 중국인들의 의심을 사지 않고 진입해서, 마약상을 찾아내고, 마약이 어떤 루트로 들어오는지 알아내야 한다……

       

       설명을 마치자,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까와가 가장 먼저 조심스레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저기, 마약을 수사한다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런 일을 할 만한 여유가 있는 거야……? 대동아공영회를 막아야 하잖아…….』

       『좋은 질문이야. 하지만 이 일을 수락한 이유가 있어. 우선, 교내의 대동아공영회 소속 교수들은 당분간 몸을 사릴거라는 정보를 전해들었어. 시마즈의 당주가 렌까를 통해서 나에게 전해준 말이니까 믿어도 될 거야.』

       

       이유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건 다행이구려.』

       『그래.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지. 어차피 지금은 우리가 사보타주를 하려고 해도, 놈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전까진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어서 설명했다.

       

       『이번 일은 앞으로 우리가 해나갈 일에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우리 분대원들 중에서 제대로 된 첩보활동이나 파괴공작 같은 것을 해본 사람은 당연하겠지만 없었다. 우선 쁘띠빨갱이 송병오부터가 그런 분야에 관심만 있지 경험은 없었으니까.

       

       그러니 이번 일은, 나중에 대동아공영회를 상대로 사보타주를 하기 위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실패하거나 실수하더라도 뒤탈도 없어. 대동아공영회랑 엮인 일도 아니고, 경찰 빽으로 하는 일이라서 혹시라도 위험해지면 경찰들이 출동해서 도와줄 테니까.』

       

       내 설명을 들은 분대원들은 제각기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다 함께 갈 수는 없어.』 

       

       나는 분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중국인 거리에서는 우리같은 조선인이나 일본인들은 눈에 띄는 외지인이고, 수사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현지인들의 주목을 끌거나 의심을 사면 안 돼.』

       『그렇지! 어쩌면 변장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군!』

       

       송병오의 맞장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변장을 하더라도 대여섯 명 씩 우루루 몰려다니면 수상하겠지. 그러니 인원은 최대한 적게 꾸릴 수밖에 없어. 나를 포함해서 3명만 갈 거고, 누굴 데려갈지 지금 정하려고 하는데—』

       『나를 데려갈 생각은 마라!』 

       

       무라사끼 녀석이 내 말을 끊고 내뱉었다.

       

       『마약 범죄자를 잡겠다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어차피 지나인 거리에 돌고있는 마약은, 지나인 놈들만 죽일 뿐 아니냐!』 

       『에엣…… 무라사끼 군, 말이 심해……』

       

       아이까와가 질색했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무라사끼 녀석에게 말했다. 

       

       『꼭 중국인들만 죽는 건 아니야. 그곳의 마약이 결국 조선인이나 일본인에게도 퍼지니까.』 

       『흥! 시작부터 정신이 똑바로 박힌 녀석이라면 마약 따위 손대지 않는다! 나는 지나 놈들이나 아편 중독자같은 놈들이 얼마나 죽는지는 상관 없고, 그런 냄새나는 곳에는 발도 들이기 싫다!』

       

       뭐,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이 녀석은 무력이 필요한 일이라면 모를까 비밀스러운 첩보활동에는 도움이 안 될 녀석이었기에 애초에 이번엔 데려갈 생각도 없었다.

       

       나는 옆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송병오. 너는 함께 가자.』 

       『뭐! 어째서 나인가!』 

       

       격하게 내키지 않아하는 송병오. 하긴, 이 녀석은 온갖 신문이며 잡지를 열심히 읽는 녀석이다보니 중국인 거리를 마치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인외마경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내키지 않는 것도 당연하겠지…….

       하지만 나는 아주 간단한 이유 하나를 제시했다. 

       

       『왜냐니…… 남자잖아.』 

       『뭐라고!』

       『위험한 곳에 들어가야하는데 여자애들 보내고 싶어?』

       『그건……』

       『그리고 머리 좋고 총 잘 쏘는 놈 하나쯤 있어야지.』

       『으음! 내 영리하기는 하지! 제기랄, 좋네!』 

       

       똑똑함을 인정받고 싶고, 여자 앞에서는 남자로서의 가오를 차리고 싶어하는 녀석이니만큼, 녀석을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자, 이렇게 송병오 녀석은 끌어들였고. 나머지 한 명은 별 수 없이 여자애를 써야 하는데…… 

       

       『아따시모 야루(나도 할래)!』

       

       양복자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그리고 양복자의 곁에 앉아있던 아이까와도 조심스레 말을 얹었다.

       

       『나, 나도 지나인 거리는, 아니 중국인 거리는 무섭지만…… 그래도 만약을 위해, 내 치유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거긴 위험하잖아……』 

       『맞아맞아! 우리도 갈래! 비밀 수사라면 아따시가 제격이지! 심지어 거기랑 우리집은 거리도 가까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에에엣—! 뎃 군, 어째서!』

       『아이까와는 무서운 거 보면 기절해버리고, 복자 너는 너무 요란스러워서 안 돼.』 

       『뭐라고오오옷———!』

       

       양복자는 호들갑을 떨며 외쳤고, 나는 그런 양복자에게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고, 물론 그런 이유도 있긴 있지만 너랑 아이까와는 따로 할 일이 있어.』

       

       그렇게 말하자 바로 눈을 빛내는 양복자.

        

       『뭔데? 나니나니!』

       『네가 기르는 긴따마 말이야. 멀리까지 청각 공유할 수 있지? 왜 저번에 긴따마 정신감응해서 내가 구로베 선생이랑 싸우고 있다는거 알아냈잖아.』

       

       양복자가 ‘긴따마’라는 불경스러운 이름까지 붙여서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하급마수 게다마.

       

       내가 양복자의 긴따마를 들고 구로베 교수와 싸우고 있던 그 때, 학교와 양복자가 입원한 병원은 6, 7 킬로미터 거리는 족히 떨어져 있었을텐데도, 양복자는 긴따마와의 정신감응을 통해 내가 구로베 교수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던 것이다.

       

       『응! 조종하는거나 시각을 공유하는 것은 거리가 멀어지면 안 되는데, 청각을 전해듣는 건 어렴풋이지만 가능해!』  

       『좋아. 그러면, 내가 네 긴따마를 가지고 중국인 거리에 들어갈 거야.』 

       『에엣! 내 긴따마를?』

       『응. 지도를 봐봐.』

       

       나는 탁자 위에 경성부 지도를 펼쳐놓고 특정 지점을 짚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들어가볼 중국인 거리는 여기부터야. 여기 서소문정의, 경성부청 건너편 덕수궁 뒷골목부터 들어가서…… 중국인 거리를 한번 훑은 다음에 서대문 방향으로 빠져나올 건데, 너는 너희 집에서 아이까와랑 함께 대기하면서 긴따마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들을 전부 기록해 줘. 할 수 있겠지?』 

       

       양복자가 살고 있는 죽첨정 3정목 금화장 주택단지(현재의 서대문구 충정로 3가 부근)와, 중국인 거리가 있는 서소문정(현재의 중구 서소문동)과의 거리는 불과 1킬로미터 남짓. 이 정도면 청각 정도는 충분히 전해질 것이다. 

       

       『에에…… 가능할 것 같아!』

       『좋아. 그리고 만약에라도 내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도와주러 오는 거야. 말하자면 백업(back up), 그러니까 지원책 역할이랄까.』 

       『오옷!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스파이 영화 같아!』 

       『정말 중요한 역할이니까 힘써 줘.』 

       『응응!』

       

       사실 정말로 중요한 역할은 아니다. 그냥 소외되는 분대원이 없도록 일거리를 준 것 뿐…….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의미없는 역할은 아니다. 만약이라도 유사시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나중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나중에 대동아공영회를 상대로 사보타주 활동을 할 때에도, 지금 시대에는 휴대전화같은 개인 이동통신기기가 없으니만큼 이런 식으로라도 실시간 연락을 구현하는 연습을 해 둬야 하는 것이다. 

       

       『아이까와는 도미꼬랑 함께 있다가, 이 쪽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함께 와 주고. 말하자면 응급대기야.』 

       『으응! 알았어!』

       

       양복자랑 아이까와에게는 백업 역할을 맡겼다. 그럼, 마지막 남은 한 명은…… 

       

       “나 뿐이구려.”

       “응.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보겠는데, 같이 가 줄 거야?”

       “나야 그대를 따름이 당연하지 않겠소.” 

       

       실은, 원래부터 이유하를 데려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데리고 다니면 시원하니까……’

       

       라는 이유도 물론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유하의 성격과 그녀의 능력 때문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관찰력과 이해력이 좋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음은 물론 어떤 상황에 활용하기에도 충분한 빙결 능력.

       

       물론 나 역시 잠입수사같은 걸 해본 적은 없긴 하지만, 조금 비슷한 경험은 있었다.  

       

       21세기 헌터였을 때, 수많은 몬스터에 의해 점령당한 시가지에 진입해 생존자를 구출해내는 일은 해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때 나와 함께 작전을 수행한 빙결능력자들이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처럼 좁고 어두운 골목에서 비밀스럽게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활용하기에 따라 염동력보다 더욱 다양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결국 중국인 거리에 직접 들어가는 것으로 정해진 인원은, 

       

       나, 

       송병오, 

       이유하.

         

       이렇게 결정되었다. 나는 녀석들에게 말했다. 

       

       『이번주 일요일 아침에 덕수궁 앞에서 만날 거야. 거기 뒷골목부터 서소문정 중국인 거리니까.』

       『알겠네!』

       『참. 그리고 사복 입고 와. 이런 교복차림은 거기서는 너무 눈에 띌 거야. 중국인 거리에 드나들만한 사람으로 변장해야 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송병오 녀석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쿨리(중국인 노동자)처럼 해볼까!』  

       『헤에! 소오 군 같이 비쩍 마른 쿨리가 어디 있어! 근육노동이라고는 하나도 못 하게 생겨먹어가지고!』 

       『제기랄, 말이 너무 심하잖나! 나도 사내니까 근육 정도는 있네!』

       

       자신을 놀려먹는 양복자에게 억울함을 토로하는 송병오. 나는 그런 송병오에게 말했다. 

       

       『중국인 거리에는 아편을 구하려는 룸펜들도 많이들 가지. 내가 보기에 넌 딱히 분장할 것도 없고…… 엊그제 종로 야시장 올때 입고 온 양복 입고 오면 딱이겠네.』  

       『자네마저!』

       

       송병오가 ‘자네들한테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인 겐가!’ 하며 더벅머리를 쥐어싸매는 사이, 이유하가 조선어로 물어왔다. 

       

       “나는 여인의 몸이니 그 쿨리라는 것도, 룸펜이라는 것도 어렵겠구려. 어찌하면 좋겠소?”

       “뭐, 적당히 중국 여인네들처럼 입으면 되지 않을까.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이 시대에도 가끔 길거리를 다니면, 호떡 파는 중국인 아줌마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식으로 평범하게 입으면 되지 않으려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이번에도 양복자가 끼어들었다. 

       

       “있지있지! 옷은 내가 구해다 줄게!” 

       “양가 그대가 말이오……?”

       

       이유하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양복자를 쳐다봤지만, 뭐…… 사복 패션이라면 양복자같은 애가 잘 알테니까 얘한테 맡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건 그렇게 맡기고, 나는 마지막으로 녀석들에게 말했다. 

       

       “그럼, 이번주 일요일 오전 10시까지 덕수궁 앞에서 모이는 걸로 하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쉬었기 때문에, 오늘은 연참!!!!!!
    저는…… 저는 성실연재의 화신인가요!!!!!

    ……다음편 바로 이어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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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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