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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자아, 한 사람 당 기회는 한 번! 날이면 날마다 오는 이벤트가 아니니 다트 한 번씩 던져 보고 가세요!”

       

       한낮의 시장통에 비하면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지만, 비교적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야시장의 분위기 속에서는 충분히 선명하게 들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이끌려 모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는 아르를 데리고 갔다.

       

       “줄은 이쪽으로 서시면 됩니다!”

       

       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한 사람 당 한 번만 던질 수 있는 이벤트라 이미 기회를 소진하고 다른 사람들 던지는 걸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거리가 생각보다 멀지 않네.’

       

       게다가 과녁판 자체도 가운데가 엄청나게 좁은 편은 아니라, 적당히 운동 신경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에 맞혀 볼 만한 정도였다. 

       

       ‘대신….’

       

       나는 막 다트판의 가운데 부분을 맞힌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이스! 맞혔다!”

       “축하드립니다! 맞히신 분은 이쪽으로 오셔서 제비를 뽑아주세요!”

       

       달그락, 달그락. 

       

       그가 원통 안에 든 막대 중 하나를 뽑아 이벤트 진행자에게 건네자, 진행자는 막대의 끝 부분에 쓰인 번호를 확인했다. 

       

       “번호가…. 49번! 축하드립니다. 야시장 30쿠퍼 이용권입니다! 어느 가게에서나 사용이 가능하지만, 오늘 내로 꼭! 사용하서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는 큰 상품을 받지 못해 살짝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30쿠퍼로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 생각에 이내 미소를 지었다.

       

       ‘대신 저렇게 소소한 상품들이 걸릴 확률이 훨씬 높지.’

       

       이런 이벤트는 보통 야시장 활성화를 위해 마을 차원에서 진행하는데, 그래서 상품 자체도 야시장 내부에서만 쓸 수 있는 금액권 같은 걸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다른 곳에서 후원을 받거나 이벤트 개최 관계자 중 어디 연고가 있는 곳에서 좋은 상품을 지원 받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손에 꼽기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축하드립니다! 미니 다트 세트 당첨되셨습니다!”

       “우아아! 엄마! 당첨됐어!”

       

       저런 가벼운 장난감 같은 것도 홍보용으로 줘서 추후 장난감 판매량을 올리고자 하기도 하고….

       

       “축하드립니다! 여기 알사탕 한 병 드릴게요!”

       

       이렇게 주먹만 한 유리병에 든 알사탕 같은 조그마한 상품도 있다.

       

       ‘애초에 공짜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니까. 큰 상품을 기대하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로 하는 거지.’

       

       나는 사람들이 다트 던지는 모습을 구경하는 아르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았다. 

       

       “뀨우.”

       

       아르는 줄을 서는 동안 자기가 던질 때를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듯, 내 어깨 위에서 오른쪽 앞발을 들어 허공을 꾹 쥔 채 앞으로 슉, 하고 내밀며 펴 보았다.

       

       나는 잔뜩 몰입한 아르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나이 때는 요런 체험 하나 하나가 나중에는 돈으로도 못 사는 추억이 되는 거기도 하고.’

       

       나 역시 가세가 기울기 전, 아버지와 함께 놀이공원에 가서 공기총으로 거북이 인형을 땄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 거북이 인형, 아직도 집에 있는데.’

       

       비록 아버지와는 멀어진 지 오래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셨고, 나 혼자 떨어져 나와 외로운 타지 생활을 했었지만.

       가끔은 그때 그 거북이 인형을 보면서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었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나중에는 강아지나 고양이 영상을 보면서 랜선 집사가 되었지만….

       

       ‘…아니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문득 빙의 전의 삶을 떠올리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빙의 초반, 하무트교 놈들이 마을을 습격했을 때만 해도 나는 하늘을 원망했었다. 

       

       ‘몸 좋고 얼굴 조금 잘생긴 것 빼면 아무 능력도 없는 엑스트라에 빙의해 버린 걸로도 모자라, 이렇게 된 김에 시골에서 가늘고 길게 행복하게 살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마자 마을이 불바다가 됐으니까.’

       

       불바다가 된 바냐스 마을을 뒤로 하고 하무트교 놈들의 시선을 피해 산속으로 피신할 때, 난 왜 빙의 전에도 빙의 후에도 가진 것 하나 없이 무언가에 쫓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건지 회의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녀석을 만나고 나서는 조금 달라졌지.’

       

       드래곤 레어에서 아르를 데리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데 이 녀석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걱정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새 반대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지금은 아르가 곁에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멀쩡히 웃고 떠들며 나름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뀨우.”

       

       스마트폰 하나 없는 판타지 세계에서, 이 작은 해츨링을 잘 돌봐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오히려 내 삶에 활력을 가져다 준 셈이었다. 

       

       ‘참 소중한 녀석이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 앞에 있던 줄이 전부 빠졌고.

       

       “자, 다음 도전자분은 젊은 청년이군요! 어라, 그런데 어깨 위에 웬 귀여운 녀석이 올라와 있네요?”

       

       진행자는 열심히 허공에서 손을 휘젓고 있는 아르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안 그래도 이 다트, 제가 할 게 아니라 이 녀석이 하고 싶다고 해서 왔거든요.”

       “그랬군요! 이런 귀여운 꼬마의 도전은 언제든지 환영이지요!”

       “쀼우!”

       

       진행자의 말에 아르는 꼭 해내겠다는 듯 조그만 양손으로 주먹을 꼬옥 쥐었다. 

       

       “어머, 저건 뭐야?”

       “귀여워라….”

       “방금 보니까 손으로 뭔가 던지는 시늉을 하던데, 혹시 혼자 연습해 본 건가?”

       “그런 거면 진짜 너무 귀여운데….”

       

       진행자가 아르에게 주목하자, 자기들끼리 떠들던 사람들도 내 어깨에 앉은 아르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럼 도전자분은 여기 선 앞에 서 주세요! 과녁은 제가 높이를 맞춰 드리겠습니다.”

       “쀼우!”

       

       진행자는 아이들이 도전할 때 해 주던 것처럼 과녁의 높이를 조절해 아래로 최대한 내려 주었다. 

       

       아르의 키가 매우 작았던 탓에, 과녁은 거의 땅에 닿을 정도의 높이로 설정되었다.

       

       “아르야, 파이팅!”

       

       나는 아르를 땅에 내려 준 뒤, 진행자에게 전달 받은 작은 다트를 아르의 손에 쥐여 주었다. 

       

       “쀼웃!”

       

       아르는 비장한 표정으로 다트를 꼭 쥔 채, 땅에 그려진 선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가 멈춰 섰다. 

       

       “아유, 다트 쥔 손 봐. 어쩜 저리 앙증맞을까.”

       “귀여워….”

       “얘야, 힘내렴!”

       “파이팅!”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그런 아르에게 한마디씩 응원을 해 주었고.

       아르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다트 쥔 손을 뒤로 쭈욱 당겼다.

       

       “쀼우우….”

       

       진행자를 포함한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아르를 바라보았고.

       

       “쀼우우우웃!”

       

       마침내 아르가 힘껏 던진 다트는.

       

       “…….”

       “…….”

       

       톡.

       

       안타깝게도, 과녁에 닿지도 못하고 힘없이 땅에 떨어져 박혀 버렸다. 

       

       “쀼우….”

       

       흙바닥에 꽂힌 다트를 허망하게 바라보던 아르는, 곧 천천히 나를 향해 떨리는 고개를 돌렸다. 

       

       “뀨….”

       

       아르의 입가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눈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았다. 

       

       나는 재빨리 진행자에게 말했다. 

       

       “저, 저기! 저도 어쨌든 줄을 서고 있긴 했으니까…. 혹시 제 기회를 얘한테 주면 안 될까요?”

       

       그 말에 진행자도 잠시 당황한 듯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쪽 청년의 기회로 한 번 더 던질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말에 주변 사람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야.”

       “애 울려고 하는 거 봤지?”

       “이번엔 맞혔으면….”

       

       내가 얼른 떨어진 다트를 주워 아르에게 내밀자, 아르는 다트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뀨우?”

       “응. 한 번 더 던질 수 있게 해 주신대. 이번엔 맞혀 보자.”

       “쀼웃!”

       

       아르는 삽시간에 밝아진 표정으로 다트를 쥐고 다시 한번 과녁을 조준했다. 

       

       “쀼우우웃!”

       

       쉬이익!

       

       탁!

       

       “아!”

       “진짜 아깝다!”

       

       이번엔 과녁까지 잘 날아갔으나 아쉽게도 가운데에서 조금 벗어나자, 이곳저곳에서 진심 어린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쀼우….”

       

       아르도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쉬운 얼굴로 팔을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때.

       

       “저기요! 나도 아직 안 했는데 저 녀석 한 번 더 던지게 해 주쇼!”

       

       내 뒤쪽에 줄을 서 있던 사내 한 명이 줄에서 빠지며 외쳤다. 

       

       “안 되면 나도 빠질 테니 저 녀석 한 번만 더 줘요.”

       

       이번에는 아주머니 한 명이 줄에서 빠지며 말했다. 

       

       진행자는 언제든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며 너털웃음을 떠뜨렸다.

       

       “허허, 이런 경우는 제가 또 처음 보는군요. 좋습니다! 기회를 더 드리도록 하지요!”

       

       나와 아르는 그 말에 뒤쪽을 바라보았다. 

       

       기회를 양보한 이들은 아르를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며 작게 ‘파이팅!’이라고 말해 주었다. 

       

       “쀼우웃…!”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고.

       아르도 심기일전해 반드시 맞히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다트를 쥐었다. 

       

       그리고.

       

       쉬이이이익!

       

       아르가 힘껏 뻗은 손끝을 벗어난 다트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갔고.

       

       탁!

       

       “쀼우우우웃!”

       “와아아!”

       “맞았어!”

       

       다트가 정확히 과녁 한가운데에 맞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쀼우! 쀼웃!”

       

       아르는 진심으로 기쁜 듯, 짧은 다리로 제자리에서 방방 뛰다가 행복한 얼굴로 나에게 안아 달라는 듯 팔을 쭉 뻗었다. 

       

       “잘했어, 아르!”

       

       나는 아르를 들어올려 안아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자아, 가운데에 맞히신 분! 아직 해야 될 게 남았습니다!”

       “쀼우?”

       

       과녁을 맞혔다는 기쁨에 취해 있던 아르가 고개를 돌렸다. 

       

       진행자는 미소를 머금은 채 나무 막대가 가득 들어 있는 원통형 상자를 아르 앞에 내밀었다. 

       

       “상품 추첨을 위해 막대 하나를 뽑아 주세요!”

       “원하는 걸로 하나 뽑아 봐, 아르야.”

       

       비록 나올 상품이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과녁을 맞혀 얻어 낸 상품이니 좋은 기념이 되겠지.

       

       “쀼웃…!”

       

       아르는 쬐그만 앞발로 나무 막대를 바로 집으려다가, 더 좋은 게 있을 것 같아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저 갈 곳 잃은 손…. 진짜 귀엽네.’

       

       저렇게 고민한다고 상품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닐 테지만….

       귀여운 걸 봤으니 아무래도 좋았다.

       

       “쀼!”

       

       방향감을 상실하고 길을 잃은 고사리 같은 손은, 잠시 후 결심한 듯 막대 하나를 집었다. 

       

       진행자는 막대를 가져가 번호를 추첨표와 대조했고.

       

       “자, 17번이…. 엇!”

       

       번호를 부르던 진행자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그리고.

       

       “일, 일등상! 히파르 온천 이용권 당첨입니다!”

       

       진행자 뒤쪽에 있던 작은 팡파레가 터지며, 진행자의 외침이 야시장에 퍼져 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HKM813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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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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