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8

        아트 스트림의 닉네임, 최강물소.

        본명은 다우림.

        특이한 이름 때문에, 어릴 적 이름으로 놀림 좀 받아본 탓에 본명으로 불리길 조금 꺼려하는 기미가 있음.

        하지만 시청자들에겐 ‘물소형’이라고 불리며 돈 버는 스트리머.

        최근 방송 부진으로 인해 방송 컨셉을 바꿔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 중.

       

        이것이 다우림의 요즘 상태였다.

       

        “끄응~!”

       

        그의 주력 콘텐츠는 게임. 그것도 FPS 장르의 게임이다.

        본래는 혼자 게임을 하기 심심해서, 심심풀이로 방송을 켠 것이 시작이었다.

       

        아주 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 하지는 않는 실력.

        따지자면 잘한다고 봐야 하는 그의 실력이 시청자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며, 그의 방송은 점점 성장하기 시작했다.

        소통은커녕 일방적으로 게임 플레이 화면만 보여주던 그의 방송이 점점 커지게 되니, 당연히 그도 본격적으로 방송인으로서의 삶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낮에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카운터에서 일하고, 밤에는 방송을 켜고 새벽까지 게임을 하는 일상.

        천상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실력.

        생각보다 잘 먹히는 입담을 통해 방송을 운영하던 그의 방송 인생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얼마 전부터였다.

       

        “시청자가 계속 줄어드는데…….”

       

        원인은 두 가지.

        첫 번째는 반복되는 그의 방송 루틴에 싫증이 난 시청자들의 이탈.

        

        그의 방송 순서는 다음과 같다.

        간단한 인사를 한 후 약 30분 정도 밤참을 먹으며 잡담을 한다.

        그 후 그날 끌리는 FPS 장르의 게임을 고른 후, 그것을 쭉 플레이한다.

        그리고 새벽 2~3시 사이에 적당히 방송을 끝낸다.

       

        이것이 그가 본격적으로 방송에 빠져들기 시작한 이후의 루틴이고, 처음부터 바뀌지 않은 그의 방송 순서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그가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가 오로지 FPS 장르의 게임 하나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의 방송은 매번 똑같다는 평가를 받았고, 인제 와서는 그 지루함에 질린 시청자들이 점점 떨어져 나가는 추세였다.

       

        두 번째 이유로는 그의 실력 부진.

       

        그가 주 콘텐츠로 밀고 있는 FPS 장르 게임은 플레이어의 피지컬을 중요시하는 게임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작전이나 팀간의 연계,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뇌지컬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아예 그 부분을 주력으로 미는 FPS 장르 게임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FPS 장르 게임은 플레이어의 반응속도, 정확성, 집중력 등의 피지컬을 요구로 한다.

       

        그리고 다우림은 이제 20대를 지나 30대를 바라보는 남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피지컬이 떨어지는 시기가 다가왔고, 슬슬 그것이 게임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에휴~!”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냥 심심풀이, 혹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방송이지만…… 자기 방송이 점점 망해간다는 생각이 들자 착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방송에 진심이었던가?

       

        편의점 카운터에 앉은 채 한숨을 내쉬던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슬슬 다른 장르의 게임도 해야 하나?’

       

        순수 FPS 장르만 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FPS 비슷한 장르도 많이 해 보았다.

        TPS 라던지, 배틀로얄 장르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보려던 그의 노력은 생각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니까 아예 다른 장르로…… 예를 들어서 RPG나…….’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그의 한숨이 더욱 짙어질 때였다.

       

        [= 그러면 뽑겠다.]

       

        “오.”

       

        카운터 한쪽에 세워둔 채 은발 미소녀의 방송을 송출 중인 그의 스마트폰.

        요즘 세계적으로 굉장히 이슈인 방송인이자, EX게이트의 보스 몬스터인 멸천룡 그랑 라그나…… 였나? 이름이 좀 길어서 헷갈린다.

        아무튼 그녀가 술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또 한 번 룰렛을 돌리고 있었다.

       

        “뭐, 난 안 되겠지.”

       

        술을 받는 대상자 중 하나로 당첨되긴 했지만, 그것은 단순 계산만 해도 10분의 1이었다.

        그래도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500분의 1이다.

        다우림은 본인의 행운이 그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결국 룰렛을 싹 무시한 채 다시 본인의 고민으로 들어가려 했다.

       

        [= 최강물소로구나. 네가 첫 당첨이란다.]

       

        “어?”

       

        진짜로 당첨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어라?”

       

        ……이왜진?

       

       

        *            *            *

       

       

        10명의 당첨자들이 결정되었다.

        나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축하한다 아이들아.”

       

        – ㅊㅊㅊㅊ

        – 난 안ㅊㅊㅊㅊ

        – 어흐흑!

        – 나도 라나님 집에 놀러 가고 싶어!

        – 그런데 과연 놀러 가는걸까?

        – 몰?루

        – ㄹㅇㅋㅋ

       

        반응들이 참으로 찰지다.

        부러움과 질시, 순수한 축하 등의 감정들을 바라보며.

        나는 김두식 협회장이 부탁한 내용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니까…….

       

        “당첨된 아이들은 이틀 후까지 헌터 협회라는 곳에 방문하여 신청하라고 하더구나.”

       

        – 라나님. 동반이나 양도 가능한가요?

       

        “동반이라…… 너희들이 통제할 수 있다면, 몇 명이든 함께 들어와도 된단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들의 책임이다.

        스스로가 따낸 기회를 다른 이들과 나눈다는 것은, 그 책임 역시 본인이 진다는 것이다.

       

        “만약 동반자가 잘못을 할 경우, 그 책임은 오로지 너희들이 져야 할 것이니라.”

       

        – 그냥 혼자 가는 게 마음 편할듯?

        – ㅎㄷㄷ 하네.

        – ㄹㅇㅋㅋ

       

        “그리고 양도 또한 같단다.”

       

        믿을 수 있는 이에게 그 권리를 양도하고 싶다면, 하면 된다.

        다만 그 책임은 양도한 이가 아닌, 본인이 지게 되겠지.

       

        – 그냥 양도하지 말라고 하시는 게 어떠세요?

        – ㄹㅇㅋㅋ

        – ㅎㄷㄷ 하네 진짴ㅋㅋㅋㅋ

       

        “사정이 있어 못 가게 된다면, 그냥 헌터 협회라는 곳에 알리거나 내 방송에서 나에게 직접 알리거라. 그렇다면 새로운 이를 뽑을 터이니.”

       

        참고로…….

       

        “이렇게 새로 뽑는 이는, 내 시청자들 중에서 신청자들을 받아 따로 뽑을 것이다.”

       

        – 헉?!

        – 그럼 우리에게도 기회가?!

        – 술 못 받는 이들에게도 기회가?!

        – 아무나 한 놈만 걸려라!

       

        채팅창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참으로 활기찬 아이들이다.

       

        “본래 계획은 이렇게 뽑기까지 완료한 이후, 곧바로 내 게이트로 부르는 것이었단다.”

       

        어차피 나에게는 공간을 여는 능력이 있다.

        술을 보내줄 이들에겐 공간을 열어 술을 보내주고, 데려올 이들에겐 나의 게이트와 연결되는 통로를 뚫어 준다.

        그리고 그렇게 온 이들에게 아바타로 직접 술을 건네주고, 조금 이야기하고, 내 게이트를 구경시켜 준 후 되돌려 보내는 것이 본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계획을 들은 협회장과 매니저들이 기겁했다.

        거의 기절하기 직전까지 갔던 협회장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고, 매니저들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들이 그렇게 힘들어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긴 하다.

        내가 그렇게 무리한 의견을 낸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이렇게 해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본 것이지 않은가.

        그런 반응들을 보여주면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는다.

       

        아무튼 ‘인간은 라그나님 생각보다 약합니다’라던지, ‘인간들의 일은 그렇게 급하게 진행할 수 없습니다’라던지, ‘이쪽도 준비가 필요합니다’같은 인간들의 사정이 들어가며.

        일단 오늘은 당첨자들만 뽑고, 본격적인 초대는 뒤로 미루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콘텐츠를 이것으로 하려 했다만…….”

       

        – 협회장님……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하셨읍니까?

        – 잊지 않겠습니다. 협회장.

        – 이건 협회장이랑 양지 매니지먼트가 캐리했네.

        – 한국을 지킨 위인들. ㅎㄷㄷ

        – 덕분에 살았습니다.

        – 이건 라나님이 잘못했네요.

       

        시청자들 중에서도 내 편을 들어 주는 이들이 없다.

        이럴 수가…….

       

        ‘이것이 바로 인간들 사이에서 드래곤이 느끼는 고독감이란 말인가?’

       

        슬프구나.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오늘 하려고 정했던 콘텐츠는 이것으로 끝이란다.”

       

        본래 내 계획대로라면 이대로 당첨자들을 데려와서 콘텐츠를 더 이어 나갔겠지.

        하지만 그게 훗날로 미루어졌으니, 이제 더 진행할 콘텐츠가 없다.

       

        “그러니…… 내 게이트 내부나 한번 보여줄까 한다.”

       

        – 헐?!

        – EX게이트 내부를?!

        – 오!

        – 킷타!

        – 방송최초!!!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시청자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으냐?”

       

        – 당연하죠!

        – 당근이죠!

        – 아! 라나님 집 구경 가즈아!

        – 가즈아!!

        – 도네 열어 주세요!

        – 영도 보내고 싶어요!

        – ㄹㅇㅋㅋ

        – 가즈앜ㅋㅋㅋㅋ

       

        내 진짜 영역도 아니고, 그저 내 힘으로 내 영역과 비슷하게 변형되었을 뿐인 곳이다만.

        별로 볼 것도 없는 내 게이트의 내부가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벌써 자기들끼리 이리저리 뒹굴며 노는 시청자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옆에 서 있는 도화를 불렀다.

       

        “도화야. 준비하거라.”

       

        “네, 주인님.”

       

        내 말에 인간들의 그…… 방송국? 그곳에서 직접 사 온 커다란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지는 도화.

        그 위로 여우들의 주술이 내려앉는다.

       

        “내가 침실로 쓰고 있는 곳은, 쇠조차도 녹아버릴 정도로 뜨끈한 곳이란다. 그렇기에 내 침실에 들어오는 이들은 주술로 몸을 보호해야 하지.”

       

        – 헐.

        – 그게 뜨끈한 정도라고?

        – 역시 드래곤.

        – 어…… 그냥 안 가는 게 나을지도?

       

        “그럼 따라오거라.”

       

        “네.”

       

        프로그램을 조작해, 도화가 짊어지고 있는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채팅창은 본체를 경유해서 에코가 전송해 주고 있고, 내 게이트 내부 이곳저곳에 와이파이를 깔아두었으니 통신 문제도 없다.

        손짓으로 방송실의 아다만티움 벽을 열며, 나는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면 출발해 보자꾸나.”

       

        그리고 처음 카메라에 나타난 것은…….

       

        두둥!

       

        – 끼야아악!!

        – 으악!

        – 깜짝이야!

        – 댑다 크네!

        – 와우!

        – WOW!

       

        기간트 모드를 전개한 내 본체의 모습이었다.

        ……좋아할 줄 알고 준비한 것인데, 별로인가?

       

        어쩐지 시작부터 망한 느낌이 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것은 가상 집들이 였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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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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