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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 ***

         

       자 우선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다.

         

       당도경에게서 획득한 혈옥비(血鈺飛)는 기진이보라고 할 수 있는 귀한 아이템 중 하나이다.

         

       흑묘가 야바위가 끝나자마자 빌려간 천년이무기의 수염으로 만든 면사도 귀한 물건이긴 하다.

         

       뭐 경매나 이런 곳에서 팔아 넘긴다고 치면 혈옥비나 천년이무기 면사가 가격은 비슷비슷 할 테지만 무림천하를 플레이 해 본 사람에게 둘 중 뭘 가질 거냐고 물어보면 백중백 혈옥비다.

         

       면사가 그냥 귀중품이라면 혈옥비는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물이니까.

         

       “어머 선배님 기침하셨사옵니까~.”

       

       오늘도 언제나와 같이 아침을 소면으로 해결하려 했더니 이상한 짓을 하는 흑묘가 달라붙었다. 

       

       “어머나 어머나 무척이나 피곤해보이시는 얼굴이시군요.”

       

       “…뭐 하냐?”

       

       “소녀에게는~ 안마의 재주가 있사오니 한번 맡겨 보시는 것이 어떠하십니까?”

       

       라며 내 어깨를 슥 잡는데 와씨. 흑묘의 섬섬옥수같은 손가락이 어깨에 닿는 것만으로도 찌릿찌릿했다. 그와 별개로 어깨를 누르며 혈을 자극하는 손놀림에 절로 뭉친 어깨가 사르르 풀렸다. 

       

       “으어어어~”

       

       사우나에 들어간 아저씨 같은 목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안마 솜씨였다. 사실 고수는 할 의욕만 있으면 안마를 잘 하는게 정상이다. 인체의 기의 흐름과 혈자리에 정통하니 당연히 안마를 잘 할 수밖에. 섬섬옥수 미녀 고수의 안마라니. 이게 극락인가..

       

       “소녀, 밤새 생각한 것이 있사온데요.”

       

       “으어어, 뭐냐.”

       

       “어떠한 경우에도 수익을 팔 대 이로 나누기로 했으니 어제 야바위 판에서 딴 기물 역시 제 지분이 2할 있지 않겠사옵니까?”

       

       흑묘가 내 어깨를 주물거리는 힘이 강해졌다. 조금 더 강하게 혈자리를 누르니 진짜 어깨가 단번에 시원해지는 것이 전생의 피로까지 날아가는 솜씨였다. 

       

       녹는다 녹아. 

       

       “그러니~ 그 2할로 제 면사를 갈음하는 것이 어떠신지요? 기물이 4개이고 기물을 잘라낼 수도 없으니 제가 하나 가지는 것이 정당하지 않겠습니까.”

       

       뭐야 그런 거였나. 

       

       날 뭘로 보고, 설마 진짜로 면사의 소유권을 주장할 리가 있겠는가. 여일예나 당도경은 몰라도 흑묘는 나랑 전우조이고 앞으로도 의뢰를 함께 할 사이인데.

       

       당도경을 물리치기 위해 같이 짠 판이었다.  그런 판에서 동료의 물건을 땄다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좀 인간적으로 어떤가 싶은데..

       

       일단 안마를 좀 더 받고 대답할까. 

       

       내가 답하지 않자 점차 손에 실린 힘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슬슬 시원함보다는 고통에 가까워지는 손놀림.

       

       나는 그제야 흑묘가 맘만 먹으면 내 양 어깨를 작살낼 수 있는 고수였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야, 야 돌려줄게! 애초에 가지려고 생각도 안했어!” 

       

       

       “고마워요 선배.”

       

       슬슬 고문으로 변해가려던 안마를 멈추고 즉시 자리에 앉는 흑묘.

         

       나에게 소유권을 주장할 건덕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안 들었는지 소유권을 확정 짓자마자 갑자기 기분이 확 좋아진 듯이 경쾌한 젓가락 놀림으로 만두를 집는다.

         

       “여일예의 검은 어떻게 할 생각이였어요?”

         

       “그거도 애초에 받을 생각도 없었는데?”

         

       “와, 그럼 진짜 당도경만 호구 잡으려고 깐 판이었어요?”

         

       나는 눈을 부라렸다.

         

       “호구를 잡다니, 큰일 날 소리. 그건 어디까지나 정당한 일대일대일대일의 승부였다고! 어? 어디 가서 그딴 소리 하고 다니기만 해 콱그냥!”

         

       “흥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만두를 입에 가져가는 흑묘를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진심으로 말하는거니까 새겨들어. 다음 번에도 지금처럼 제 멋대로 움직이면 우리 계약도 끝이야.”

         

       “미안해요 선배.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약속하죠.”

         

       뭐 이정도면 됐나. 흑묘가 나서서 일이 꼬이긴 했지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 이쯤 하는게 맞다. 또 내 의도를 무시하고 나서면 그때는 이렇게 웃어 넘기지 않을 테지만.

         

       말이 전우조지 하나하나 가르쳐 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사수나 마찬가지다. 본래 부사수를 받는 작업이라는게 이렇다. 아무리 싹수가 좋아도 신입들은 사고 한두 번은 치기 마련이니 봐줄 수밖에.

         

       아무튼 어제의 일로 명성 관리에는 타격이 좀 있었다.

         

       사천낭인의 익명성은 무적이 아니다.

         

       [사천낭인 호천안]으로 활동하면 [사천낭인의 의뢰]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명성치에 변화가 없다. 즉 [사천낭인의 의뢰]를 받아 일을 진행하면 문파 하나를 멸문시키더라도 명성치는 그대로다.

         

       물론 여기에는 당연히 전제조건이 있다.

         

       [익명성]을 지킬 수 있을 법한 행동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천 낭인은 검과 도만을 사용하는 자들만 받는다. 물론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권장각지를 익힌 자들도 가능하다. 다만 검이나 도를 차긴 해야겠지.

         

       사술 공연은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익명성을 지킬 수 있는 범위었지만, 당도경에게서 도박으로 승리했다는 사실은 익명성에 가려질 수가 없다.

         

       게임식으로 말하면 나는 어제 도박으로 당도경에게 기진이보 하나를 뜯어냈으니 그 값어치만큼 도박사로서의 명성이 증가했겠지.

         

       “흠.”

         

       요사스러운 붉은 광택의 석영. 거기에 천을 감아 손잡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혈옥비다. 독린옥각사였나? 아무튼 그 독린옥각사의 특수한 비늘 중 하나로 던지면 저절로 상대를 향해 날아가고 적중 시 피부를 파고 들어 피를 맹독으로 바꾼다.

         

       열추적 미사일같이 백 팔십도 회전해서 상대방을 노리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던져도 상대에게 날아가고 속도도 꽤 빠르며 적중만 하면 일류~절정 정도는 맥을 못춘다.

         

       설명만 보면 엄청 좋아보이지만 사실 초절정급 정도 되는 고수에게는 크게 쓸모 없는 물건이다. 암기술의 고수라면 돌멩이만 던져도 일류 정도는 한방이다.

         

       일반인이 고수에게 몸을 지킬 때에는 다시 없을 보물이지만 경지가 올라갈수록 쓸모가 없어지는 초보자 아이템이라는 뜻이었다. 거부나 고관대작들이 환장할 법한 무기다.

         

       내가 가지고 있어도 나쁠 것은 없다. 비도술을 하나 새로 익히면 일류의 끝자락에 있는 자들도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주인 없는 기진이보도 아니고 주인 있는 기진이보인데 소유하기는 어렵겠지.

         

       “저, 저기 호 낭인!”

         

       혈옥비의 처분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는데 고부린이 다가왔다. 얼굴에 한껏 비굴한 웃음을 띄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황금가의 중진들에게 단단히 꼽을 먹고 온 모양이다.

         

       손에는 제법 큼지막한 전낭이 들려 있었다.

         

       “자, 자 여기 있네. 태경문 녀석들에게도 단단히 말하고 왔고 의뢰비도 제대로 정산 받아 왔고 이번 일은 사과의 의미로 중개료도 받지 않겠네.”

         

       “또?”

         

       “또, 무엇..무엇을 말인가? 내 다 경청하겠네.”

         

       “아 이제부턴 자격미달의 의뢰인들 제대로 걸러 내고, 의뢰를 받을 때 저변 사항 다 파악하고, 위험성 고지하고, 사후처리 명확히 하고, 수수료 고지 한다고 해야 되지 않을까?”

         

       고부린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무, 물론이지. 내 물론 그렇게 하겠네! 그러니 다음에 또 의뢰가 들어오면 꼭, 꼭좀 부탁하지!”

         

       아무래도 당도경 때문에 일이 커진 것이 이 고부린에게는 악재로 작용했겠지. 집앞에서 그 난리가 났으니 당연히 황금가에서도 전후조사를 했을 텐데도 고부린 역시 그 덕에 입장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기사 집 문앞에서 초절정고수급 셋이서 격돌한다고 생각해보면 정신이 아찔하다. 근데 그 원인이 고작해야 고부린이 의뢰금 떼먹다가 발생한 일이라고? 황금가 가주는 무척 자비로운 사람임이 틀림없다. 만약 나였다면 지금 고부린을 어떻게 했을지 잘 모르겠네.

         

       “그래 처신 잘하라고~ 수레는 언제든지 끌 수 있으니까~”

         

       “무, 물론 명심하지. 하하하하하하하!”

         

       시퍼런 안색으로 무조건적인 항복을 하면서도 체면은 차리고 싶었는지 엄청 호탕한 웃음으로 전낭을 놓고 사라지는 고부린.

         

       중개인들도 눈이 있으면 고부린이 어떤 처지가 되었는지 짐작이 될 테니 알아서 잘하겠지.

         

       “아~ 입맛이 팍팍 돈다. 여기 오향장육 하나 추가요!”

         

       내심 고부린을 고깝게 보고 있었던 걸까. 흑묘의 젓가락질에서 느껴지는 경쾌함이 강화되었다. 음식을 추가로 시키는 모양새가 한참이나 더 먹을 기세였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사연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신가 객잔주.”

         

       “너는….하아.”

         

       유사연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울컥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를 쓸어올리며 노려보는 모양새가 제법 열이 오른 모습이었지만 사실 찔리는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던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호천안, 중개인들이랑 마찰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 나도 기강 한 번 잡으려고 건수만 벼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근데 황금가 앞에서 소란은 뭐야? 사술 공연은 또 뭐고? 그리고 이 전단지가 지금 사천 전체에 돌아다니고 있다고!”

         

       “뭐 좀 돌아다니면 어때?”

         

       “이게 지금 낭인들이 사술을 부린다는 증거랍시고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이야! 너 대체 거기서 뭘 보여줬길래 사람들이 이 난리를 피우냐고!”

         

       “아니 지금 그게 급한 게 아니니까. 일단은…”

         

       “하여간 여자 앞에만 서면 남정네라는 놈들은 자지가 뇌를 지배한다니까! 너는 좀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흑묘랑 붙여 놓으니까 대형 사고만 치고 말이야!”

         

       사고를 쳤다는 자각은 있어서 유사연에게 굽혀 주는 중이었다. 그런데…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내가…[그런] 녀석이라고?

         

       ‘자기야, 그만해’하면 ‘아니 저런 자식들을 묵사발을 내 버려야 한다니까 이단 옆차기 한방이면 팍씨!’라며 방방 뛰는 [그런]녀석이라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말이 좀…”

         

       “뭐가! 뭐가뭐가뭐가! 경수시장에도 고작해야 중급 의뢰에 오만 헛짓거리를 하질 않나! 그리고 의뢰 대금으로 시비가 붙지를 않나! 다 흑묘에게 멋있는 모습 보이려는 수작 아니야!”

         

       이런 미친.

         

       나는 나도 모르게 흑묘 쪽을 돌아보았다. 이미 이쪽의 대화를 한참전부터 듣고 있었다는 듯이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는게 소리 없이 폭소를 터트리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어머, 선배 그런 거였어요? 너무 치명적이라 미안해요~”

         

       라며 손으로 머리를 휙 휘날리는데 이게 또 매력적이라 더 열받았다.

         

       “야! 해도 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그딴 소리를 해!”

         

       “시치미를 떼려면 좀 네 행동을 돌아 보고 하라고! 이 미친 허세남 자식아! 꼴불견이야 진짜!”

         

       “하…”

         

       그러고 있을 때였다.

         

       낭인객잔의 입구에서 소란이 일었다.

         

       “당도경?!”

         

       “투견 당도경이다!”

         

       “아.”

         

       내가 유사연에게 이야기하려고 했던 급한 일.

         

       당도경이 먼저 도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10 본화의 전반부 흑묘와 호천안의 대화 내용이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22/5/14일 수정 관련된 작가후기를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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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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