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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욕 없이 잔잔한 실력 방송으로 인기를 끈 도댓은, 어지간해선 방송을 짧게 끊어버리거나 쉬어버리지 않는 성실함으로도 유명했다.

        

       [작성자: 도댓(카페지기)]

       [제목: 휴방 공지입니다.]

       [갑작스럽게 휴방 공지드려 죄송합니다.

        

       개인 사정으로 잠시 쉬어가려 합니다. 재충전을 하고, 나오나 실력도 더욱 길러서 돌아오겠습니다.]

        

       그런 그로서, 짧은 공지 하나만 남긴 채 2주일째 휴방을 하고 있는 상황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방송에 집중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 한번의 승부가 도저히 잊혀지질 않는 탓이었다.

       

       그렇게 방송을 쉬며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는 동안 그는 홀린 듯이 한 때 묻어두었던 ‘본캐’를 다시 꺼내들었고-

        

       [2지하갈게요(광전사)님이 처치되었습니다!]

       [도적대디(도적) → 2지하갈게요(광전사)]

        

       당연하게도 골드는 물론, 곧이어 진입한 플레티넘 구간에서도 각 잡고 플레이하는 챌린저를 상대할 사람은 없었다.

        

       =승리!=

        

       양 팔 다리에 판금을 꼈다가 중갑을 끼고, 몸에도 가죽을 입었다가 천갑옷을 입어보는 등 별 짓을 다하는 와중에도, 도적대디의 티어는 계속해서 상승했다.

        

       =승리!=

       [다이아몬드 5 티어로 승급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승리를 쌓아도 끓어오르는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갑옷을 섞어 입는 것이 대체 어떤 장점을 가지는 건지도 당연히 파악이 되지 않았고.

        

       ‘타이밍을 흐트러트린다? 아니, 그건 그냥 본인이 타이밍을 조절하면 될 텐데.’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슴이 답답해져올 때면, 도댓은 자신의 방송 다시보기에 들어가 그 날의 일대일 대전을 재생하곤 했다.

        

       벌써 30여번째 보는 영상.

        

       잔인하리만치 정밀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제압해나간 도적이, 스태미너가 고갈된 순간을 정확하게 노려 치명타를 날린다.

        

       어느새 도댓은 그 자리에 자신을 챌린저까지 데려다 준 성기사를 세워 두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었다.

        

       ‘성기사라면 그래도……아니, 성기사여도 확신은 안 드네. 진짜 미쳤어.’

        

       방패로 가드를 단단히 올리고 버티며 역습을 노리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자꾸만 스태미너를 갉아 먹히다 패배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도적은 체력도, 방어력도, 공격력도 낮지만- 모든 캐릭터 중 가장 높은 스태미너 수치를 가지고 있다.

        

       ‘도적 대 도적으로도 스태미너를 고갈당했는데, 성기사로 버틸 수 있을까?’

        

       좀 추하더라도, 아예 판금 도배하고 거대 방패를 든 후에 방어만 굳히며 상대의 실수를 기다린다면-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설령 그렇게 해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가슴 속에서 살아나버린 도적대디는 그런 텅 빈 승리를 용납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압도적으로 졌다고 하더라도, 도적으로 패배한 상대에게 성기사로 재도전하는 것 자체가 그의 자존심상 용납되지 않았다.

        

       결국, 일대일에서 진정으로 승리하기 위해선 도적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뿐이었다.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앞으로 비방송 나오나를 할 때 도적 빌드를 더욱 연구해보고, 방송에서도 도적 비중을 늘리며 실력을 갈고 닦다 보면. 분명, 다시 붙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팬카페에 내일부터 다시 방송을 재개한다는 공지를 남긴 도댓은 습관처럼 트위트에서 ‘도적’을 검색했고-

        

       익숙한 아이디의 스트리머가 진행하고 있는, [도적부흥운동- 도적을 위대하게]라는 제목의 방송과 마주하게 되었다.

       

        * * * *

       

       

       -딴다다 딴.

        

       아크의 방송을 종료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이마에 붙어있는 스마트폰에서 익숙한 수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핸드폰으로 방송을 하니 이런 불편함이 있네.

        

       이예나로서 톡을 주고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탓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따먹: 혹시 전화 걸고 계신가요]

        

       혹시나 해서 묻자마자 STT로 빠르게 변환된 채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크: 소리]

       [아크: 들리잖아요]

       [아크: 아니]

       [아크: 아니 님 방송에서 지금 소리가 들리는데]

       [아따먹: 아하]

       [아크으읏죽여라: 님들 머함?]

       [아크으읏죽여라: 누구 방송함?]

       [아크: 아니 너도 저격이잖아 이 @$*(아]

       [아크: 아따먹님 님 하나 때문에 모른척하는 컨셉 저격이 몇 놈이 생겼는데]

       [아크: 제발 전화 좀 받아요]

        

       아. 역시 아크였구나.

        

       [아따먹: 지금은 카메라여서요]

       [아따먹: 전화 기능이 없어요]

        

       상황을 설명하여 양해를 구하고,

        

       [아따먹: 5초 남았네요]

       [아따먹: 픽?]

       [아크: 아]

        

       부드럽게 남은 시간을 알려주고 나니, 타이밍 좋게 모두들 캐릭터 선택을 완료하였다.

        

       우리, 3기사, 2법사, 1도적.

       상대, 2기사, 2법사, 1사제, 1광전사.

        

       오- 이거라면?

        

       [아따먹(도적): 기사님 한 분만 지하로 같이 뛰실?]

       [아따먹(도적): 기동력 강화랑 피해 공유 찍으시고]

       [아따먹(도적): 본대는 중앙 힘싸움 내주고 레드 거점 먹으면]

       [그릉그릉(성기사): 곱게 미쳐라 제발]

        

       ……도적기사 2지하는 대회에서 나와도 먹힐 조합인데.

        

       아직 갈 길이 멀다.

                                                                                                       

       * * * *

        

       이예나의 방송은, 1일차 방송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북적이고 있었다.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이거 대체 뭐하는 방송인가요』

       『진짜 키마임? 7번째 물어봄』

       『화면 왜케 흔들리냐』

       『고개 한 번만 더 숙여주세요 고개 한 번만 더 숙여주세요 고개 한 번만 더 숙여주세요 고개 한 번만 더 숙여주세요 고개 한 번만 더 숙여주세요 고개 한 번만 더 숙여주세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방장아 카메라 대체 어디 설치한 거냐】

        

       《좋은 질문이네요. 제 이마입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도적이 가볍게 함정을 피하며 지하를 주파하기 시작했다. 이예나가 첫 루트로 가장 선호하는, 몹을 대부분 스킵하고 상자부터 따는 루트.

        

       그러나 이 방송에서, 게임을 보는 시청자는 3%도 되지 않았다.

        

       『???』

       『아니 미친년아 왜 카메라를 니 이마에 설치해』

       『아크 저격 좀 그만 해 아크 저격 좀 그만 해 아크 저격 좀 그만 해 아크 저격 좀 그만 해 아크 저격 좀 그만 해 아크 저격 좀 그만 해 아크 저격 좀 그만 해』

       『고소장 달게 받아라~ 고소장 달게 받아라~ 고소장 달게 받아라~ 고소장 달게 받아라~ 고소장 달게 받아라~ 고소장 달게 받아라~ 고소장 달게 받아라~』

       『키마로 진짜 게임이 되기는 하네;』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헤으응……문신 거유 눈나……』

        

       도배가 8할 이상을 점령한 채팅창은, 숙련된 방송인도 제대로 살피기 어려운 상태였다.

        

       물론, 이마에 붙여 둔 스마트폰으로 방송하고 있는 이예나로서는, 채팅창의 상태와 무관하게 채팅을 볼 수 없었지만.

        

       『방장 채팅 안 봄?』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카메라를 대체 왜 이마에 설치하는 건데요】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어지간히 마음에 드는 질문이었는지, 이예나가 고개를 작게 두 어번 끄덕였고- 당연히, 카메라도 위아래로 살짝 흔들렸다.

        

       『아니 진짜 어지럽다고』

       『정신 나간 거 아님?』

       『이상해 방구석에서 인방을 보는데 멀미가 나』

       『제발 고개를 깊게 숙여주세요 제발 고개를 깊게 숙여주세요 제발 고개를 깊게 숙여주세요 제발 고개를 깊게 숙여주세요 제발 고개를 깊게 숙여주세요 제발 고개를 깊게 숙여주세요』

        

       상대 지하 광전사가 빠르게 이동한 도적의 루트를 미처 캐치하지 못한 틈을 타, 이예나의 도적은 싸움 한 번 없이 스무스하게 보물상자에 도착해서 해제를 시작했다.

        

       레어 등급, 신속의 부츠.

        

       이동속도를 15 올려주고, 이동속도를 낮추는 상태이상 효과의 지속시간을 80% 줄여주는 부츠다.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카메라가 위아래로 까딱까딱 움직인다.

        

       《신속의 부츠네요. 이건 5분까지는 제가 쓰고, 기사 갖다 주면 됩니다. 도적 좋죠?》

        

       『아크 방송 보니까 지금 중앙 개털리고 있는데』

       『사제 없어서 노답임』

       『아니 카메라를 왜 이마에 설치했냐고』

       『좋은 질문이라며』

       『ㅋㅋㅋㅋㅋㅋㅋ좋은 질문이라고 했지 대답한다곤 안 했다』

       『제발 카메라를 내려놔주세요 제발 카메라를 내려놔주세요 제발 카메라를 내려놔주세요 제발 카메라를 내려놔주세요』

        

       꼼꼼하게 상자를 다시 닫아두는 작업까지 마친 후 보물상자 방에서 빠져나간 이예나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귀를 기울였다.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에 맞춰, 카메라도 미묘하게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제발 카메라를 고정해주세요』

       『난 더 못 보겠다』

       『ㄹㅇ 멀미나』

        

       그렇게 조금씩 커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이예나가 타이밍에 맞춰 은신을 함과 거의 동시에, 반대편에서 상대 광전사가 몸을 드러냈다. 아슬아슬하게 도적을 볼 수 없었던 타이밍.

        

       『오』

       『은신 타이밍 쩔었는데?』

        

       도적이 아직 보물상자 방에 있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함정을 돌파하기 시작한 광전사를 스쳐 지나간 도적은, 공격 한 번 시도하지 않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안 싸워?』

       『도적으로 광전사하고 싸워봐야 목만 날아가지』

       『뒤 잡히잖아』

       『얘 그 광전사? 다음 걔 아님?』

        

       그런 이예나의 플레이에 의문을 표하던 시청자들은, 도적이 무사히 광전사를 피해 이탈하는데 성공하자 더 큰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

        

       『광전사 뭐하냐』

       『???뛰면 소리 들리지 않나?』

       『왜 소리 안 나냐』

       『설마 은밀 찍음?』

        

       도적 유틸트리 최상위 특성, 은밀한 발걸음. 빌드를 정의할 정도로 강력한 다른 최상위 특성들과 달리 발걸음 소리만 없애 주는 이 특성은, 이론적으로는 무조건적인 기습을 가능하게 해주는 강력한 특성이지만-

        

       도적으로 기습을 해봐야 역습에 목이 날아간다는 사소한 문제 탓에, 사용가치 없는 트롤 특성이라는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모든 특성이 그렇듯, 사용하기 나름.

        

       소리를 죽인 은신 이동으로 인해 도적의 흔적을 완전히 놓친 광전사는, ‘도적 따위가 어차피 어디서 도적하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중립 몹 사냥으로 선회하는 수밖에 없었고-

        

       도적은 상대의 배후로 이어지는 지하통로에 조용히 발을 디뎠다.

        

       [사탕수수(사제)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도적) → 사탕수수(사제)]

        

       [사탕수수(사제): 아니 @($!]

       [사탕수수(사제): 여기서 어케 나와]

       [사탕수수(사제): 아]

       [사탕수수(사제): 나 좀 지켜]

        

       그렇게 뒤에서 은신한 채 튀어나와서 빠르게 사제만 잘라내고 다시 지하로 몸을 빼내는데 성공한 이예나는, 다시 한번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적 좋죠?》

        

       『오?』

       『오』

       『응~ 그래봐야 광전사 오면 중앙 다시 밀려~ 응~ 그래봐야 광전사 오면 중앙 다시 밀려~ 응~ 그래봐야 광전사 오면 중앙 다시 밀려~』

        

       도적 프로파간다에 설득되는 사람은 아직 없었지만,

        

       어느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도배를 멈춘 채 이예나의 도적에 집중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에99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래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Acedia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자물쇠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매체의 한계로 인해 더 진심어린 후원 감사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네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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