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8

       

       

       정신을 차린 올리비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키엘의 상태창을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키엘 로트실드]

       – 레벨 : 83

       – 직업 : 검성

       – 호감도 : -100(+7)

       – 칭호 : 회귀자, 공작, 방랑 검사

       

       계획은 산산조각났다. 천천히 가스라이팅하면서 ‘올리비아도 사실 조종당한 피해자였답니다.’라는 기억을 주입할 생각이었는데, 제대로 망해버렸…….

       

       “어?”

       

       올리비아가 눈을 부릅떴다.

       

       뭐, 뭔데 저거?

       

       호감도 창에서 7이라는 숫자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덜덜 떨리는 눈동자가 그녀가 얼마나 놀랐는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미, 미친. 내가 옳았어! 내가 옳았다고!”

       

       올리비아가 양 손을 치켜들고 승리자의 포즈를 취했다.

       

       이것으로 과거의 기억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역시 사람은 비겁하게 팩트로 승부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로 승부해야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인가?

       

       ‘……근데 왜 마이너스 93으로 표기가 안되고 나눠서 표기가 됐지?’

       

       무언가 이질감을 느낀 올리비아가 그 자리에 멈춰섰다.

       

       호감도는 무조건 양수 아니면 음수다.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올리비아가 알기로는 그랬다.

       

       근데 왜 저 빌어먹을 호감도는 서로 합쳐지지 않고 불길하게 떨어져있단 말인가? 

       

       ‘키엘 호감도 상세정보. 최근 두 건만.’

       

       [987년 : -100]

       [992년 : +7 ]

       [경고! ‘단서’를 이용해 얻은 호감도는 해당 시간대에 도달할 때까지 적용되지 않습니다!]

       [(+7)만큼의 호감도는 5년 뒤인 992년에 정상적으로 적용됩니다!]

       

       올리비아가 흐뭇한 미소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씨발 새끼들이 미쳤나.

       

       지금부터 5년을 생으로 버티라고?

       

       

       *****

       

       

       “……온다.”

       

       레어 입구에서 망원 아티팩트를 만지작거리던 로가 눈을 부릅떴다.

       

       저 멀리서부터 심상찮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온다! 그, 그분이 오신다아아아아! 앞으로 오백 미터어어어!”

       “오, 오신다고? 지금?”

       

       트럼프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제이나가 당황한 얼굴로 제 패를 쳐다봤다. 찬란하게 빛나는 네 장의 에이스. 포 카드였다.

       

       ‘이, 이 패를 두고 죽으라고?’

       

       차라리 풀하우스였다면 모를까, 에이스 포카드를 들고 죽는건 병신이다.

       

       제이나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백 미터면 이번 판까지는 아슬아슬하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들?”

       “……패가 어지간히 좋나보군.”

       “그건 네 마음대로 생각하시고요. 글레이시아님은요?”

       

       제이나의 왼편에는 글레이시아가 앉아 있었다. 오늘 아침에 입안이 터진 그녀는 말을 똑바로 하지 못했다.

       

       “크크크크크. 미료난 뇨자로구나. 나도 코리다.”

       

       대충 뭐라 말하는지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오케이. 글레이시아님은 콜 하셨구요. 아라미스 너는?”

       “……레이즈. 두 병 더.”

       “…….”

       “쫄리면 뒈지시던지.”

       

       아라미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이나는 심각한 척 손을 들어 입가를 감쌌다. 미칠듯이 꿈틀거리는 입꼬리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병신. 이걸 들어온다고? 넌 뒤졌다.’

       

       제이나가 헛기침하며 당황한 척 연기했다.

       

       “두, 두 병?”

       “그렇다. 두 병이지.”

       “으음……. 세게 나오능구나.”

       

       그들의 판돈은 돈이 아니었다. 자유를 제외한 모든 것이 있는 동굴에서 돈은 금속쪼가리에 불과했다.

       

       판돈은 보통 권리였다. 올리비아가 빌려준 아티팩트를 가장 먼저 사용할 권리, 마도서를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는 권리.

       

       하지만 오늘의 판돈은 포션을 다 마시고 남은 빈 병이었다.

       

       왜 이딴 쓰레기가 판돈이 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은 동굴 속 생활을 하루만 지켜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일인 당 하루에 열 병씩. 이게 너희들 할당량이야.

       

       올리비아어를 해석해보면, 하루에 열 번 쓰러질 때까지 구르라는 뜻이었다. 못하면 뒤진다는 문장은 아무튼 묵음이다.

       

       제이나가 황천의 딸기 포션이라고 이름 붙인 포션이 담긴 병은, 도대체 무슨 마법을 걸었는지 돌바닥에 후려쳐도 깨지지 않았다. 

       

       더 악랄한 점은 마력을 바닥까지 끌어다 쓴 다음 탈진한 상태에서만 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저 빈 병 하나당 탈진 횟수가 한 번씩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저건 내가 무조건 먹어야 돼!’

       

       제이나의 눈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기본 베팅이 한 병, 중간에 추가된게 한 병, 그리고 방금 아라미스가 레이즈한 두 병까지 더하면 총 네 병.

       

       무려 탈진 여덟 번짜리 판이었다.

       

       “콜!”

       “냐도 코리다!”

       

       제이나와 글레이시아가 땅바닥을 탁 치고 일어났다.

       

       “로! 스승님이 오시기까지 얼마나 남았어?”

       “삼백 미터 남았어!”

       

       시간은 충분했다. 카드 몇 장 뒤집어 깔 시간은 말이다.

       

       티나지 않게 뒷정리도 해야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제이나가 아라미스를 쳐다보며 눈치를 줬다.

       

       “………나부터 오픈하라는 뜻이냐?”

       “네가 레이즈했잖아. 그러면 너부터 하는게 맞지.”

       “암 암.”

       “…….”

       

       제이나와 글레이시아의 합공에 아라미스가 혀를 차며 패를 뒤집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제이나의 입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아라미스의 패는 쓰레기였다.

       

       ‘흐흐흐, 얘는 무슨 되도 않는 허세를 부렸다냐.’

       

       허세가 아니었다고한들 포카드를 이길 수는 없었겠지만. 뭐? 스티플이랑 로티플한테는 진다고?

       

       세상이 억까하지 않는 한, 그것들이 나오는건 불가능하다.

       

       차라리 올리비아가 상냥해질 확률이 높을 것이다.

       

       ‘아, 아닌가. 생각해보니 그건 불가능하네.’

       

       그 사람은 열 번 죽었다 살아나도 안 바뀔 인간이니.

       

       말만 마법사지 하는 짓은 마녀나 다름 없었다. 요즘은 아예 마녀 옷을 입고 다니는데, 남들에게 마법사라고 변명하기도 귀찮은 모양이었다.

       

       성격만 좋았다면 정말 대륙 최고의 스승이었을텐데 말이다.

       

       근데 그 성격이 다 망쳤다.

       

       제이나는 제 패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툭.

       

       “자, 에이스 포 카드. 제가 이겼죠?”

       “……미친.”

       

       탄식하는 아라미스를 향해 제이나가 씨익 웃어주며 중앙에 놓인 빈 병들을 향해 팔을 뻗었다.

       

       “아무튼 이번 판은 제가 잘 먹겠…….”

       “댬깐.”

       

       글레이시아가 눈을 부릅뜨고 제이나의 팔을 붙잡았다.

       

       “나 아딕 패 안까따.”

       “……아, 네.”

       

       글레이시아는 제이나의 패를 보고도 여전히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입술이 퉁퉁 부어오른 모습이 퍽 우스꽝스러웠지만, 드래곤의 면전에 대놓고 폭소할 수 있을 정도로 간 큰 인간은 없었다.

       

       “깐다.”

       

       그 당당함에 제이나가 헛숨을 들이켰다.

       

       ‘……설마 진짜로 스트레이트 플러쉬?’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글레이시아의 패는 뒤집어질줄 몰랐다.

       

       10초.

       

       20초.

       

       참다 못한 제이나가 말했다.

       

       “저……. 글레이시아님?”

       “……응?”

       “혹시 패는 언제쯤 까실 생각이신…….”

       “…….”

       

       제이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혹시 시간 끄는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인데 고작 빈 병 네 개 가지고 그럴리가…….

       

       “글레이시아님?”

       “거, 거기 너! 감시하는 닌간! 네놈들 스승이 오기까지 얼마나 나맜느냐?”

       “이제 한 이백 미터쯤 남았……. 어? 없다? 없다고?”

       

       로는 저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분명 산맥 중턱에 있어야 할 올리비아는 어느새 50미터 지점까지 와 있었다. 

       

       걸어오기 귀찮았는지 블링크를 사용한 모양이었다.

       

       “비상! 비사아아앙!”

       

       순식간에 다가오는 올리비아를 확인한 로가 후다닥 레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당장 판 엎어! 판 엎으라고!”

       “제, 젠장! 빨리 까세요!”

       “히히, 못 깐다! 이 판 무른다고 말하지 않으면 여기서 다 같이 죽는 수 밖에!”

       

       글레이시아의 손이 잡고 있던 패를 그대로 얼렸다.

       

       “자, 이제 어떻게 할거냐 인간. 아무래도 네 친구도 이 몸과 같은 생각인듯 한데.”

       “제이나. 부디 옳은 결단을 내려주기를 빌겠다.”

       

       아라미스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네가 한 번만 양보해주면, 무려 두 명이 행복해질 수 있다.”

       “너 같으면 그렇게 하겠니?”

       “그럼 뭐, 다 같이 죽는 수 밖에. 수련도 빼먹고 도박판이나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키면 어떻게 될지 알지 않나?”

       “이, 이런 미친. 어억…….”

       

       제이나가 뒷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미쳐버리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마구 흔들며 외쳤다.

       

       “그래! 마음대로 해! 다 가져가! 내가 다시는 이딴 게임 하나 봐라!”

       “흐흐흐흐, 좋은 거래였다.”

       

       제 몫의 빈 병을 챙긴 제자들은 카드를 숨긴 다음 사방으로 흩어졌다.

       

       도박장은 순식간에 수련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제자들은 마법을 연습하는 척 하며 슬금슬금 입구 쪽 동태를 살폈다.

       

       잠시 후, 올리비아가 허공에서 불쑥 나타났다. 

       

       “헤헤헤. 오셨습니까요.”

       

       글레이시아가 싹싹하게 손바닥을 비비며 다가갔다. 그런 그녀를 보고 올리비아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연습은 열심히 하고 있었어?”

       “옙!”

       “진짜로?”

       “옙!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올리비아가 책장에서 무언가를 꺼내 툭 하고 던졌다. 

       

       그건 녹음 기능이 탑재된 수정구였다.

       

       그제서야 좆됨을 감지한 제자들이 정색한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열심히 했다고 했지?”

       “…….”

       “자, 내가 이거 작동시키면 뭐가 나오려나?”

       “…….”

       

       올리비아가 수정구에 마력을 주입했다.

       

       [코오오오오올!]

       [이건 못 먹어도 고다!]

       [판 엎어! 판 엎…….]

       

       띡.

       

       어느새 올리비아의 오른손에는 익숙한 스태프가 들려 있었다.

       

       “너희들 스승은 세상을 구하려고 발이 빠져라 뛰어다니는데, 뭐? 도박? 도바아아악?”

       “저는 망만 봤…….”

       

       콰아아아아앙!

       

       뭐라 변명하려던 로가 그대로 의식을 잃고 기절했다. 그의 머리에는 커다란 혹이 올라와 있었다.

       

       뭐? 망만 봤다고?

       

       망 봐줄 시간에 연습을 했었어야지.

       

       침 삼키는 소리들이 울려퍼졌다.

       

       “본 스승은 못난 제자들의 변명 따위는 받지 않겠다.”

       

       음, 아무래도 너무 유하게 가르쳤던 모양이다.

       

       “너희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잠 잘 생각은 마라.”

       

       졸리면 포션 마시면서 악으로 깡으로 버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키엘의 상태창에 변화가 생긴 부분까지 저번화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누락되었더군요.

    분명 확인했었는데 수정하면서 뒤로가기를 누르다가 날아간듯 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전 화 마지막 부분만 다시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올리비아의 표지 러프를 가져왔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