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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어릴 적 나는 무림에 살았다.’

       

       게임을 키자마자 나지막한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염세적인 여성의 목소리였다.

       

       차갑고 침착한. 갑자기 들으면 뒷걸음질을 치게 될 그런 목소리였다.

       

       ‘무가에 태어난 이에게 무공이란 숙명이었다. 나는 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무를 익혔다.’

       

       검은 화면이 끝나고 한 여자아이가 나무로 된 원통을 때리는 영상이 나왔다.

       

       그녀의 권은 아직 기초에 머무르고 있었으나 재능의 편린만큼은 볼 수 있었다.

       

       정상적으로 자라난다면 퍽 쓸만한 무인이 될 아이였다.

       

       ‘그리 나쁜 생활은 아니었다. 무에 엄격하다는 것만 빼면 우리 부모님은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화면이 바뀐다. 아이의 앞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남자와 여자가 아이의 얼굴을 보며 활짝 웃는다.

       

       ‘다 좋았다. 그래.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리고 갑작스레 출현한 암살자의 칼에 두 사람의 복부가 꿰뚫렸다

       

       애정으로 가득하던 얼굴 위를 고통과 경악이 뒤덮었다.

       

       ‘사파의 습격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시비를 거는 정파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그들의 첫 발자취는 우리 가문이었다. 일말의 경고도 없었다. 우린 아무 대비도 못한 채 습격을 당했고 평화로 가득하던 가문 안은 비명으로 가득 찼다.’

       

       ‘모든 것이 스러졌다. 사람의 생명은 피로 바뀌어 대지의 비료가 되었다. 가문 수백 년의 역사는 재가 되어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유모로 보이는 이의 손에 붙잡혀 도망을 치던 아이는 홀로 어느 작은 통로에 들어가게 되었다.

       

       통로의 앞에는 진법이 펼쳐져 있었는데 상당히 견고한 것이어서 어지간한 이들은 파해조차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내가 살아남은 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모든 걸 희생한 결과물이었다. 나의 삶은 우리 가문의 피 위에 세워진 셈이었다.’

       

       탈출구를 따라 걷는 여자아이가 점차 자라난다.

       

       열 살 남짓했던 아이가 열둘로. 열 넷으로. 그리고 열 여덟로.

       

       ‘복수란 단어에 대단한 의미는 없었다. 그건 사명도 소원도 아니었다.’

       

       ‘그저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스물을 넘은 여자아이가 어느 건물 앞에 서자 주변의 정경이 바뀌었다.

       

       전선줄로 만들어진 하늘 아래에 선 여자아이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곤 앞으로 향했다.

       

       그러자 한 남자가 두 팔을 벌리며 여자아이. 아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뺨 쪽에 자상이 하나. 효율성을 도외시하고 과장되게 키운 근육. 항시 성이 나있는 듯한 얼굴. 껄렁하단 말이 잘 어울리는 이였다.

       

       ‘저기 저 3층 짜리 사무실이 네가 찾던 곳이야. 방금 전에 파울로가 안에 들어가는 걸 확인했어.’

       

       전후사정이 생략된 듯한 말이었으나 대충은 이해할 수 있었다. 여자아이가 복수해야 할 대상 중 하나가 저 안에 있단 소리겠지.

       

       ‘힘내라고. 너라는 단골이 사라지면 곤란해지니까.’

       

       남자가 내 등을 툭 두드림과 동시에 내 몸이 자유를 되찾았다.

       

       이건 또 색다른 경험이군. 내가 창작 속 인물이 되어 영화를 걸어 다니는 것 같지 않은가.

       

       손발을 움직이며 내기를 확인해 보았다. 대충 절정을 목전에 둔 일류 무인쯤 되는 것 같은데.

       

       자세히 확인을 하려던 순간 하린이 목소리를 냈다.

       

       <프롤로그 어때요? 굉장하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얼마 전까지 겁에 질려 울고 있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찼다.

       

       “무얼. 흔한 이야기 아니더냐.”

       

       무림에 복수담은 흔했다.

       

       삶보단 죽음이 가까운 곳에서 무인이라면 마음의 증오 하나 쯤은 품고 살아가는 법이었으니.

       

       그러니 이 게임의 주인공이 될 여자아이가 겪은 일에 대해서도 별 다른 감상은 없었다.

       

       <그건 그렇지만.>

       

       내 대답이 시원찮아 그런지 하린이 투정을 부렸다.

       

       슬픈 이야기라 답하길 바랐느냐. 안 됐구나.

       

       안타깝게도 나는 복수를 하기도 많이 했고. 그 대상이 된 적 또한 수도 없이 많단다.

       

       그렇다 보니 이런 사연 하나하나에 흘릴 눈물은 오래 전에 메말라버렸지.

       

       “그보다 하린. 정말 보는 것만으로 괜찮겠느냐?”

       <물론이죠! 오히려 보는 거라서 좋은 거에요!>

       

       그대가 그렇다면이야 내 더 이상 무어라 하지 않겠다만. 게임을 구경하는 게 정말 재미있는 게 맞느냐?

       

       보통은 보고 있으면 하고 싶어서 피가 끓는 게 아닌가? 적어도 나는 다른 이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피가 끓는다만.

       

       “이제 이 안에 들어가 다 깨부시면 되는 것이냐?”

       <네!>

       

       그거라면 내 특기지.

       

       이런 단체에 홀로 쳐들어가 박살내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닌지라서 말이다.

       

       아. 참. 보정 시스템을 꺼야지. 또 그 따위 형편 없는 기술을 쓸 수는 없으니까.

       

       <화령님. 하나 부탁 드릴 게 있는데요.>

       “무어냐?”

       <영상 녹화해도 괜찮나요? 따로 남들한테 보여줄 건 아닌데.>

       “맘대로 하거라. 상관없다.”

       

       툭툭. 하린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내 손에 박살난 예정인 건물의 앞을 지키던 남자였다.

       

       “이봐. 아가씨. 볼 일 없으면 꺼져.”

       

       으르렁대는 것이 자그마한 강아지가 짓는 것 같아 귀엽구나.

       

       그거 아느냐? 현대에 애완동물은 모두 다 거세를 시킨다고 하더구나. 그게 건강에 좋다나?

       

       강아지처럼 귀여운 그대이니 내 특별히 건강을 챙겨 주마.

       

       무릎으로 고간을 찍어주니 남자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바닥에 쓰러져 거품을 무는 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우와. 잔인해.>

       

       하린의 말을 무시하고서 건물의 문을 열었다.

       

       “뭐야.”

       “누구십니까? 손님은 아닌 것 같은데.”

       

       손님은 맞다. 다만 그대들에게 불운을 선사할 손님이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 후 느긋이 발을 움직였다.

       

       남자들도 입구를 지키란 명을 받은 듯 몸을 일으키더니 방금 전 남자처럼 으르렁댔다.

       

       이 아해들은 허세가 심하구나. 왕왕 거릴 시간에 주먹부터 휘둘러야지. 상대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면 쓰나.

       

       무인이라 칭하기도 아까운 것들이었기에 난 손대중을 하지 않았다.

       

       하나를 천장에 날려버리고 하나를 벽에 처박아 주고 나니 건물 이곳 저곳에서 사람이 튀어 나왔다.

       

       다른 이들도 짖어대기는 마찬가지였으나 다른 점이라면 나를 확실한 적으로 인식했다는 것일까.

       

       “무얼 바라보고 있느냐. 어서 덤비지 않고.”

       

       내게 달려드는 이들은 하나 하나 기절시키다 보니 옛 생각이 났다.

       

       한창 무자비하게 복수를 진행할 무렵엔 이런 일이 일상과도 같았다.

       

       문파를 멸하면 또 새로운 문파를 찾아가고. 그 곳을 멸하면 또 다른 곳을 찾고.

       

       방법도 다양했다. 몰래 잠입을 하기도 하고. 문파생으로 들어가 안부터 박살을 내기도 하고. 한 문파를 협박해 다른 문파와 싸움을 붙이기도 했지.

       

       그러면서 느낀 것이다만 제일 효율적인 것은 정공법이었다.

       

       대문으로 들어가 덤벼드는 이들을 차례차례 박살을 내주는 것이 가장 시간이 적게 들더군.

       

       뭣보다 머리 쓸 일이 없어서 편한게 좋았지.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는 말은 참으로 옳은 말이었다.

       

       아니 반대였던가?

       

       탕!

       

       생소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내 쪽으로 날아드는 둥근 것이 보였다.

       

       그것은 날카롭고도 빨랐다.

       

       엄지와 검지에 내기를 두른 후 날아오는 것을 붙잡았다.

       

       총탄이었군. 총알을 두 손으로 찌그러트린 후 앞을 보자 권총을 붙잡은 채 벌벌 떨고 있는 이가 보였다.

       

       총이란 무기를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다만 나쁘지 않구나. 이런 무기가 있다면 평범한 이들도 어지간한 무인을 상대할 수 있겠어.

       

       “씨바아아알!”

       

       남자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방아쇠를 연이어 당겼다.

       

       날아오는 총알을 걷어내며 남자의 앞을 도달했을 즈음엔 남자가 방아쇠를 당겨도 총알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턱을 건드려 기절시키고 남자의 손에서 총을 빼앗았다. 분명 이런 식으로 썼던 것 같은데.

       

       방아쇠를 몇 차례 당겨보았지만 총에서 반응은 없었다. 고장이 난 것인가.

       

       <화령님. 총알 다 떨어진 것 같은데요.>

       

       빈 화살의 시위를 당기고 있었던 셈인가.

       

       이래서 모르는 무기를 쓰려고 하면 안 된다니까. 총을 아무렇게나 집어 던진 후 앞으로 향했다.

       

       어째선지 양 뺨이 화끈거렸다.

       

       튜토리얼이라 그런가 게임의 난이도는 쉬웠다.

       

       사무실 안에 있는 이들은 무인이라는 호칭조차 아까운 뜨내기들뿐이었다.

       

       그들을 처리하는 것은 꽃의 목을 꺾는 것보다 쉬웠기에 2층에 있는 모든 이들을 정리한 후에도 나는 멀쩡했다.

       

       3층에 진입하자 고요가 찾아왔다.

       

       아무도 없었다. 아래에서의 소란을 듣고 어디론가 도망친 것인가. 아니면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인가.

       

       기감을 퍼트리자 이 층에 있는 것이 단 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실력 있는 무인의 기운이었으나 기이하게도 무인이 가진 기운의 양은 무인이 가진 실력과 괴리가 있었다.

       

       안에서 기다리는 자는 최소 절정은 될 법한 실력자였다. 허나 그가 가진 기운의 양은 본디 그에게 허용되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했다.

       

       어찌 저게 유지되는 것이지? 보통은 주화입마가 찾아와 폐인이 되어야 할 터인데.

       

       이 게임을 만든 이가 절정의 무인이 가질 실력을 잘못 판단한 걸까?

       

       잘은 모르겠다만 재밌구나.

       

       무엇일까. 혈교의 사술만 아니라면 좋겠다만.

       

       그들이 쓰는 방식은 재미도 없고 흥미롭지도 않으니까. 사람의 기분만을 잡치게 만들 따름이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문을 열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갈색 가죽으로 된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있었는데. 방독면을 쓰고 있어 그 표정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너냐? 요즘에 깽판을 치고 다닌다는 년이?’

       

       남자가 쉰 목소리를 내자마자 내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뭐 하러 온 건지도 알지?’

       ‘병신아. 니가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기껏해야 일류밖에 안 되는 년이?’

       ‘이길 자신이 있으시다는 분이 부하들 다 뒈질 때까지 여기 숨어 계셨나?’

       ‘고 놈들은 얼마든 보충할 수 있는 자원이잖냐. 유용하게 써먹어 줘야지.’

       

       무인 하나의 체력을 소모시키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셈인가. 저 자는 한 치의 부정도 불가능한 악인이구나.

       

       괜찮은 전략이기는 하다. 내 비슷한 수에 많이 당해본 적이 있어 동의할 수 있다.

       

       ‘지옥에 가면 부하들이 널 죽이려 들겠는데.’

       ‘그 전에 네년을 보내줄 거니까 괜찮아. 널 가지고 놀고먹다 보면 기분 좀 풀리지 않겠어?’

       

       남자가 몸을 일으키고 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코트를 벗자 그 아래에 착용한 슈트와 여러 기계장치가 드러났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기와 관련된 무언가라는 것은 이해했으나 그것의 작동방식은 내 인지를 벗어난 영역이었으니.

       

       현대의 기술과 무공을 결합했다는 설정인 걸까.

       

       흥미롭구나.

       

       ‘이거 보여? 사파에서 만들어 낸 현대 기술의 집성체야. 너한테 쓰긴 과분한 녀석이지.’

       ‘그럼 쓰지 말던가.’

       ‘싫은데? 쓰려고 산 거거든.’

       

       남자가 주먹을 내지른 순간 내 몸이 그걸 받아냈다.

       

       강제로 펼쳐진 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만 그와는 별개로 놀라운 일이 내 앞에서 펼쳐졌다.

       

       기계로 된 무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1. Kris says:

    Could you please update this chapter it’s blank.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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