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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음? 요물이라고?”

       

        형석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나에게 있어서는 썩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저런 단어의 선택은 채수현이 더 썅년이라는 소리니까.

       

        ‘시발년.  그 놈의 처녀 타령은 오제기 하더니. 시발.’

       

        깊은 배신감.

        나는 심기체 처녀론의 신봉자니까.

        이건 비처녀를 넘어서 거의 걸레년 수준이다.

       

        “형… 제가 알아봤는데.. 아주 끔찍해요.”

        “끔찍?”

        “이거 직접 보세요.”

       

        형석이가 테이블에 늘어놓은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완전히 말라비틀어진 것 같은.

        써져있는 나이에 비해 5년이고 10년이고 훨씬 늙어보이는 모습이었다.

       

        “뭐야? 다들 왜 이렇게 늙어 보여? 취향이 늙은이였어?”

        “아니에요. 이것도 보세요.”

       

        형석이는 옆에 또 다른 사진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형. 이게 원래 모습이래요. 보세요.”

       

        모두들 엄청 건장한 체격이었다.

        덩치도 크고 근육도 잘 가꿔진.

        모습만 보더라도 꽤 높은 등급의 헌터이거나 헬스 트레이너라고 생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엥? 뭐야? 이 사람들이 같은 인물이라고?”

        “네.”

       

        박형석은 몸서리 치며 아주 끔찍하다는 듯한 리액션을 보였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야?”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이게 단 하루,이틀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거죠.”

        “에?”

       

        아주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건장하던 사람이 하루, 이틀만에 저렇게 되어버린다고?

        아무리 남자들이 야스를 할 때마다 힘이 들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거 봐요. 다들 채수현을 피하고 싶어했다니까요?”

        “흐음…”

       

        아주 심각해 보였다.

        이 모습을 보니 나 조차도 무서워질 정도.

       

        ‘채수현이랑 만났던 남자들이 모조리 저렇게 되는 거면 나도 당연히 몸을 사렸지.’

       

        당연히 나는 채수현이 심기체 처녀라고 생각했으니까.

        아주 감사하게 낼름 받아 먹었다.

       

        ‘오빠… 저.. 오빠가 처음이에용…’

        ‘저 오빠 밖에 없는 거 알죠.’

        ‘첫사랑.. 헤헤…’

        ‘저 살면서 단 한번도 흥분했던 적 없거든요? 근데 왜 오빠만 보면 벌렁벌렁해질까요?’

       

        그녀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시발년. 거짓말 하나는 아주 잘 친단 말야.’

        ‘나는 왜 이렇게 멍청했던 걸까.’

       

        아둔했던 내 자신이 미워질 정도.

       

        “문제는 이렇게 피해를 당한 사람이 거의 500명은 되는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내 이마를 탁 쳐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말도 안되는 숫자.

       

        “오… 오백명….??????????”

        “네. 물론 더 있는 것 같고요.”

       

        형석이는 엄청난 사진을 테이블 위에 쏟아냈다.

        가득히 쌓인 사진들은 죄다 동일했다.

       

        완전히 건장한 사내들이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진 노인의 모습이 되어버린 것.

       

        ‘시발…’

       

        지금 나는 완전 충격의 공포에 빠져있었다.

       

        채수현이 건강한 남자를 저렇게 만들어버리는 것도 충격이었고.

        나를 만나기 이전에 500명이나 거친…

       

        시발. 개 걸레년이잖아.

       

        “아니 근데 지금까지 어떻게 안 걸렸어? 그렇게 운이 좋아?”

        “일단 피해자들이 다 괜찮다고 했대요. 자기들은 인생 최고의 하루였다면서…”

       

        형석이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야스에 미친 놈들. 시발.’

        ‘나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냐.’

       

        마치 이성이 지배당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도 혹여나 저렇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슬며시 들기도 했다.

       

        “아니. 이 수많은 피해자가 있는데도 지금까지 걸리지 않았단 말야? 그 걸레짓을 하고도? 이거 완전 럭키비치잖아?”

        “아무래도 이런 문제는 피해자들이 나서야 하는데 다들 오히려 채수현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죠.”

       

        형석이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안타깝다는 표정이었다.

       

        “하. 얼마나 좋길래…”

       

        마치 자기도 해보고 싶다는 듯한.

       

        “이 미친놈.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아니. 형 이전에 32명 정도 알고 있다고 했잖아요? 걔네들은 막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거든요. 물론 비슷하기는 하지만…”

       

        적당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쾌락을 얻고 싶어하는 편인 것 같았다.

       

        “아무튼 이번에 제가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별안간 미친듯이 웃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정말 미친 놈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뭐야. 이 상황에서 왜 저렇게 웃어.’

       

        “저 있잖아요. 사실 채수현이 저도 꼬실줄 알았거든요. 근데 저는 쏙 피해가더라고요. 하… 그래서 나는 남자로서 매력이 없구나. 망한 인생이구나. 나는 그냥 모쏠 아다로 살아야되는 구나. 이렇게 생각해왔거든요.”

        “근데?”

       

        막 딱히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눈빛이 아주 미친듯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 공통점 뭔지 아세요?”

        “뭔데? 잘생겼다? 매력있다?”

        “아뇨. 모두들 ‘헌터’라는 점이에요.”

        “응? 헌터?”

       

        이제서야 좀 이 자식이 왜 그렇게 웃었는지 알 것 같다.

       

        “캬하하하하하. 제가 매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헌터가 아니라서 피해갔던 거였어요. 캬하하하하하하하.”

        “야. 좀 조용히 웃어. 내가 다 부끄럽다.”

       

        썩 저렇게 기분 좋을 정도인진 모르겠다만.

       

        “그럼 왜 헌터만 노린 거지? 왜 모든 피해자가 헌터야?”

        “아마 제 생각엔~”

       

        형석이의 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혹시 헌터 포인트 같은걸 빼앗는 거 아닐까요?”

       

        아주 예리한 생각.

       

        “애초에 서큐버스라는게~ 남자에게서 정기나 양기를 빼앗아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헌터만 타겟으로 했다는 건? 뻔하죠. 바로 헌터 포인트를 빼앗는 거에요.”

       

        아주 그럴싸했다.

       

        수년간 그녀의 곁에 있었던 나로서는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무조건 모든 대화의 내용이 포인트에 관한 것이었으니까.

       

        ‘아 오빠. 오늘은 왜 이것 밖에 못 벌었어? 하. 내가 야스해줄테니까 좀 더 벌어와.’

        ‘오빠. 하루에 이 정도는 달성해야 한다니까? 왜 그래? 야스하자.’

        ‘집중 좀 해봐. 요새 너무 처지는 것 같아. 안되겠네. 야스하자.’

       

        분명 그랬던 것이다.

        그때는 그냥 야스 중독이라고 생각했는데…

        포인트에 대한 집착이었나보다.

       

        “근데…”

       

        형석이가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형은 왜 그래요?”

        “응?”

        “형은 희안하게 오히려 건강해진 느낌이란 말이죠? 체격도 더 좋아진 것 같은데. 근육도 자리 잡혔고요.”

       

        맞는 말이었다.

        채수현과 사귀고나서는 훨씬 남자다워진 피지컬을 가지게 되기는 했다.

        물론 나는 내가 헌터 활동을 열심히 해서, 혹은 20대가 무르익으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지? 그러게?’

        ‘왜 다른 놈들은 거의 미라가 되어갔는데, 나는?’

        ‘분명 이 녀석들 하루 이틀만에 이렇게 빨린 것이라고 했다.’

        ‘나는 하루에도 15번도 하고 그랬는데… 뭐야?’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흐음. 채수현이 오히려 형은 키운 것 같단 말이죠… 왤까요…”

        “내가 그냥 정력이 존나 쎈 거 아닐까?”

        “증명하실 수 있어요?”

        “아니.”

       

        아닌 것 같다.

        확실히 생각해봐도 아니다.

       

        “뭐 어쨋든 정~말로 다행이에요. 만약에 형이 이렇게 당했으면 아예 못 알아봤을 것 같은데요.”

        “그러게나 말이다.”

       

        휴.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딱 나를 제외하고는 수백명의 피해자가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린 상황.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완전 등골이 오싹해졌다.

       

        ‘채수현. 이 시발년은 도대체 뭐하는 년이지?’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수 있던 서큐버스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건가?

       

        뭔가 묘하다.

       

        스릴 넘치면서 꼴리는 양면적인 특성아닌가.

       

        ‘어쨌든 백지훈. 너 정신차려.’

        ‘괜히 채수현에게 잘못 걸렸다간 뼈도 못추린다.’

       

        문득 괜히 채수현에게 싸움을 걸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눈 앞에 펼쳐져있는 사진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나도 운좋게 살아남긴 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라.’

        ‘절대로 채수현의 꼬임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사진들을 보며 굳게 다짐했다.

       

        ‘나는 절대로 꼬추에 뇌가 지배당하지 않도록 하겠다.’

       

        ***

       

        점심시간.

       

        뉴스에는 어제 밤에 있었던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 어제 저녁, 올림픽 대로에서 있었던 과속, 칼치기, 갓길주행 차량의 경우는 국내 유명 헌터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해당 헌터는 던전과 관련한 중요한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았으며, 당국은 헌터 특별법에 따라 사법 처리는 하지 않을 것으로… ]

       

        ‘음? 올림픽 대로?’

       

        자료 화면을 보니 채수현의 차였다.

        당연히 못 알아볼 수가 없다.

       

        ‘크큭. 이 년 아주 급했나 보네.’

       

        자료 화면에 나온 채수현의 차는 미친 듯이 칼치기를 하고 있었다.

        길이 좀 막힌다 싶으면 갓길로 바로 빠지고.

        게다가 속도는 거의 140은 넘는 것 같았다.

       

        ‘고속도로야 뭐야…’

       

        좀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대충 저런 식으로 다급하게 김포에 갔다는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포인트에 진짜 목숨을 걸었나 보네.’

        ‘자기 이미지 깎일 수도 있는데 저렇게 행동한 걸 보면.’

       

        휴…

       

        아주 머리 속이 복잡해진 하루였다.

        채수현에 대한 말도 안되는 정보들도 듣게 되었고.

        이수아랑 사귄다는 말도 안되는 소문이 퍼지게 되어 난감해졌으니 말이다.

       

        여러가지 장면들이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나는 뒤통수에 양 손을 얹은 채로 뒤로 기댔다.

        왠지 이상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앞으로 꽤 즐거워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일단 채수현만 잘 처리하면 돼.’

        ‘걔만 잘 방어해내면…’

       

        나한테 무슨 수작을 할 것이 분명하니까.

        정기를 뽑아먹히지 않도록 정신을 단단히 잘 붙들고 버텨야 한다.

       

        “지훈 씨!!!!!”

       

        정신없이 상념에 빠져있었는데 아주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응?’

       

        돌아보니 이수아였다.

        허리에 손을 얹은 채로 아주 짜증과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완전히 씩씩거리는 채로 나를 아주 오랫동안 찾은 것 같았다.

       

        ‘뭐야. 이수아. 왜? 아 설마 소문 얘기를 들은 건가?’

       

        나도 모르게 쫄아서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하 씨. 뭐라고 해명하지?’

       

        내가 한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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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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