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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28. 아빠, 옥상으로 올라와!

       

       

       협회에 소속된 영웅은 정기적인 루트로 순찰을 돌거나, 호출 시스템을 통해 근무한다.

       호출 시스템은 누군가 빌런에게 당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차원문이 나타났을 때.

       사건에 적합한 영웅을 협회에서 호출하는 방식이다.

       그 말은 즉, 호출이 없을 때는 그냥 개백수처럼 집에 누워있어도 된다는 소리다.

       

       “아으, 확실히 이 일이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네. 평생 순찰 일정 안 나왔으면 좋겠다.”

       “저도에요! 저는 아버지가 평생 집에 누워 있으면 좋겠어요!”

       

       데굴데굴-

       나와 초련이는 거실에 누워 바닥을 데굴거렸다.

       왼쪽으로 구르고, 오른쪽으로 구르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구르면서 시간을 보냈다.

       

       “편안하고 힐링되는 시간이야.”

       “맞아요, 아버지!”

       

       초련이는 내 배를 베개로 사용하며 누웠다.

       화련이는 그런 우리 둘의 모습이 꼴 보기 싫었던 걸까.

       

       “둘이 바닥에 누워서 뭐 해!”

       

       크와아아앙-

       드래곤중에서도 가장 성격이 사나운 레드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갑자기 화련이는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 분탕을 치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서 뭐 해! 뭐라도 움직이란 말이야! 이런 거는 재미없어!”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이다.

       나는 슬로우 라이프를 버티지 못해, 분탕을 시도하는 화련이에게 말했다.

       

       “화련아. 때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누워서 쉬는 것도 좋아.”

       “흥, 좋기는 뭐가 좋아! 하나도 재미없어! 누워있지 말고 일어나란 말이야!”

       

       영차영차-

       화련이는 누워있는 내 몸을 잡아 일으키려 했다.

       

       “빨리… 일어나란 말이야…!”

       

       아무리 봐도 나한테 놀아달라 하는 것 같았다.

       휴일에 잘 쉬고 있는데 놀아달라니.

       이게 애를 키우는 부모의 고충인가.

       어쩔 수 없네.

       

       나는 화련이의 힘에 못이기는 척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일어났다. 아빠가 뭐 하고 놀아줄까.”

       “흥, 내가 언제 놀아달라고 했어? 그냥 일어나라고만 했지!”

       

       화련이는 그리 말하고는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뭔가 내 쪽에서 말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슬쩍 눈치였다.

       

       ‘어떻게 뭘 하면서 놀아줄까…’

       

       흠.

       그것보다 화련이는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지내지?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수련이에게 말을 걸었다.

       

       “수련아.”

       “왜, 아빠.”

       “화련이는 뭐하고 내가 없을 때 지내?”

       “TV를 보다가 갑자기 방을 뛰어다니고는 해.”

       “그리고?”

       “보기만 해도 귀찮아 보이는 운동을 해.”

       

       화련이가 운동을 한다고?

       나는 의구심이 들어 화련이를 바라봤다.

       

       “화련이가 운동이라…”

       “왜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봐! 나 운동 잘해! 잘 봐!”

       

       으쌰으쌰-

       화련이는 갑자기 팔굽혀펴기를 하며 자신의 실력을 어필했다.

       정석중의 정석이라 부를만한 자세였다.

       

       “진짜 운동하나 보네.”

       “드래곤은 거짓말하지 않아!”

       

       으쓱-

       화련이의 어깨가 높이 솟아올랐다.

       상당한 자신감이다.

       

       “그럼, 우리 같이 운동이나 할까?”

       “그러든가 말든가!”

       

       화련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쁘지 않은 선택지인가 보다.

       화련이는 누워있던 초련이도 일으켜 세웠다.

       

       “너도 운동해, 이초련!”

       “네에? 저는 왜요 언니…”

       “너는 드래곤이면서 연약해 빠졌어! 힘이 없다구! 같이 운동해!”

       “히잉…”

       

       초련이는 억울한 강아지같은 소리를 내었다.

       화련이는 당연히 봐주지 않았다.

       그렇게 화련이에 이끌려 일어난 초련이와 함께.

       우리는 다 함께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확실히 예전보다 몸이 편했다.

       온몸에 드래곤의 마력이 있기 때문일까.

       몸이 단단하게 지지되어, 몸을 올리기가 쉬웠다.

       나는 아주 손쉽고 빠르게 팔굽혀펴기 100개를 성공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화련이랑 초련이는 잘하고 있으려나.’

       

       초련이는 중간부터 소리가 안 들리던데.

       나는 고개를 돌려 초련이를 확인했다.

       역시는 역시였다.

       

       “음, 초련이는 쉬고 있구나.”

       “저는 운동을 싫어하나 봐요. 그냥 가만히 누워있는게 더 좋아요!”

       “그럴 수도 있지.”

       “맞아요!”

       

       초련이는 이게 맞지.

       초련이는 성격이 밝은 편이지만, 느긋한 성격이라 운동에 맞지 않은 것 같다.

       굳이 비유하자면 항상 웃고 있는 나무늘보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초련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던 사이.

       

       “으아아-!”

       

       갑자기 화련이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리고.

       

       털썩-

       

       화련이는 바닥과 한 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소리는 마지막 불씨를 태우는 소리였던 것 같다.

       대체 얼마나 했길래 저 모습이 된 걸까.

       

       “화련아. 몇 개 했어?”

       

       화련이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바닥에 박은 채로 대답했다.

       찹쌀떡 같은 뺨에 땀이 흥건했다.

       

       “으으… 팔십구…”

       “그 정도면 많이 했네.”

       

       생각보다 근육이 없구나.

       아직 몸이 어려서 그런지 많이는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화련이는 살짝 고개를 들어 내게 물었다.

       

       “아빠는…?”

       “나는 백개하고 쉬고 있었어.”

       “뭐, 뭐어엇…!?”

       

       벌떡-

       

       내 말에 긁힌 걸까.

       화련이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자세를 다시 잡았다.

       

       “드래곤은 절대 지지 않아…!!”

       

       그리고는 입술을 꽉 깨물고 팔굽혀펴기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구십…! 구십일…!”

       “너 진짜 지기 싫어하는구나.”

       “구십삼…!”

       

       화련이는 팔을 파들파들- 떨며 숫자를 이어갔다.

       얼굴이 머리색처럼 붉어져 있었다.

       너무 무리하면 안 좋은데.

       나는 화련이를 멈추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빨리 팔굽혀펴기를 시전했다.

       

       부웅-! 부웅-!

       

       바람 소리와 함께 내 몸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나는 딸을 상대할 때도 진심을 다하는 편이다.

       

       ‘이 정도로 벽을 보여줬으면 알아서 멈췄겠지.’

       

       한 100개쯤을 더 채운 후.

       나는 옆을 힐끗 쳐다봤다.

       그곳에는 얼굴이 토마토가 되어버린 화련이가 존재했다.

       

       “이, 이이이… 이건 말도 안 돼…!!”

       

       녀석은 씨익-거리며 나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이건 반칙이야! 말도 안 돼! 어떻게 인간이 나보다 많이 해!!”

       “연륜의 차이라는 거야. 화련아.”

       “나, 나는 인정 못해! 아니 안 해!”

       

       벌떡-

       화련이는 일어서더니, 나를 향해 잔뜩 화난 얼굴로 말했다.

       

       “옥상으로 올라와, 아빠!”

       “뭐?”

       “당장 올라와아!!”

       

       크아아앙-!

       불까지 내뿜는 화련이.

       아무래도 내가 발작 버튼을 눌러버린 모양이다.

       

       

       ***

       

       

       오늘의 날씨는 그나마 화창한 편이었다.

       초련이가 나무를 심어서 그런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스모그가 꽤 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옥상의 풍경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화련이가 잔뜩 화나 있다는 것만 빼면.

       

       “크아아앙-!”

       

       화련이가 옥상에서 울부짖었다.

       나한테 졌기 때문일까.

       상당히 화가 난 모양이다.

       

       “각오해, 아빠! 나는 아직 지지 않았으니까!”

       “방금은 승부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아, 화련아.”

       “그건 거짓말이잖아! 내 앞에서 자랑하는 것처럼 움직였잖아!”

       

       씨익- 씨익-

       그리 말하는 화련이의 뿔은 오늘따라 유난히 붉은 것 같았다.

       나는 단단히 화난 저 금쪽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자연스레 한숨을 내쉬자, 옥상 문에 얼굴을 빼꼼- 내민 수련이가 말을 걸었다.

       

       “레드 드래곤 특. 패배를 절대 인정하지 않음.”

       “나 아직 안 졌어! 방심했던 거야!”

       “아빠, 오늘 잘못 걸렸어. 레드 드래곤은 한 번 열받으면 저렇게 폭주하거든.”

       

       뿔이 오늘따라 유난히 붉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레드 드래곤은 저렇게 뿔이 붉게 변하면, 무조건 싸움을 해야 돼. 그런 의미에서 아빠는 오늘 완전 잘못 걸린 거야.”

       

       어이가 없네.

       하지만, 수련이의 말은 사실인지.

       화련이는 진지하게 몸을 풀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내게 싸움을 걸려는 것처럼.

       

       ‘저번에도 패륜의 재능이 있는 것 같더니. 그게 진짜였던 건가.’

       

       벌써부터 아빠한테 패륜을 저지르려 하는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화련이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자, 뒤에서 수련이와 초련이의 활기찬 응원이 들려왔다.

       

       “레드 드래곤 특. 한 번 화나면 풀릴 때까지 싸워야 함. 잘 놀아주도록 해, 아빠.”

       “아버지 힘내세요! 다치지 마세요!”

       

       아빠하기 참 힘드네.

       나는 녀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자식이 보는 앞에서 절대 질 수 없지. 자식에게는 더욱더 질 수 없고.’

       

       그리고, 나는 모든 준비를 끝낸 화련이와 눈을 마주했다.

       평소와 달리 사납고, 매서운 드래곤의 붉은 눈.

       

       찌릿-

       

       화련이는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더니, 옥상 바닥을 박차고 나를 향해 뛰어올랐다.

       

       “나 화났어!!”

       

       그리고는 화련이는 내가 서 있는 곳을 향해 힘껏 주먹을 날렸다.

       

       휘잉-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내 어깨를 스쳐 갔다.

       몸집이 작아 움직임이 상당히 날렵했다.

       

       ‘생각보다 본격적인데?’

       

       TV에서 격투기 프로그램을 많이 봤던 걸까.

       화련이의 주먹은 상당히 매서웠다.

       녀석은 격투기 선수들과 같은 자세를 취하며, 내 몸을 정확하게 타격하려 했다.

       아마 드래곤의 마력이 내 몸에 흐르지 않았다면, 나는 저 공격에 얻어맞았겠지.

       나중에 격투를 관련해서는 화련이에게 배워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잠깐 동작을 보고도 바로 따라 하는 건가. 이게 드래곤의 재능…”

       “이익! 아빠! 피하지 말고! 맞서 싸우란 말이야!”

       

       확실히.

       기술이나 전투 센스는 뛰어나다.

       나중가면 내가 절대 이길 수 없겠지.

       하지만, 화련이는 아직 어리고, 몸이 너무 작았다.

       높은 빈도로 주먹이 내 몸을 두드렸지만, 나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제 슬슬 끝내야겠어.’

       

       나는 체급을 이용해 공격을 전부 받으며 화련이에게 돌진했다.

       

       “화련이, 일루와잇!”

       “이거 놔아!!”

       

       번쩍-

       나는 화련이의 몸을 잡아 하늘 위로 높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빙글빙글 몸을 회전했다.

       

       “으, 으아아에… 으아아아…”

       

       화련이는 어지러운지 힘이 빠진 소리를 냈다.

       그렇게 한 1분 동안 화련이를 들고 회전했을 때쯤.

       화련이의 뿔의 색깔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으에아으… 에으으…”

       “이러면 폭주가 다 풀린 건가.”

       

       폭주 모드가 끝났나?

       나는 확인하기 위해 화련이와 눈을 마주했다.

       

       “아으으… 어지러워어어…”

       

       화련이는 어지러운지 정신을 못 차린 채,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뿔의 색깔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화련아. 몸은 어때. 괜찮아?”

       “이게 괜찮아 보이냐구… 으으으… 아빠는 두고 봐아… 다음에는 내가 이길 테니까아…”

       

       털썩-

       화련이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폭주 모드가 끝이 나자, 녀석은 힘이 다 빠졌는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가만히 서 있자.

       수련이가 다가와서 설명해줬다.

       

       “폭주 모드가 끝났으니까. 화련 언니도 쉬는 거야.”

       “…그런 거야?”

       “응, 원래 그래.”

       

       무슨 애들이 놀고 나서 갑자기 자는 거랑 다를 게 없네.

       나는 화련이를 안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녀석은 내 품 안에 안겨 입을 벌린 채로 침을 질질 흘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크아앙… 크으으…”

       “…잘도 자네. 얘를 누가 드래곤이라 생각하겠어?”

       

       화련이는 꿈에도 모르는 채, 잠에 빠져 있었다.

       그 모습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다 놀고 난 후에 자는 어린아이였다.

       그리고, 아무리 드래곤이라 해도 녀석들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이 출중하긴 해도, 녀석들은 아직 연약한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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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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