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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아터코푸스는 기운이 없었다.

         

        자신의 우상인 꼬리가 긴 초록색 도마뱀이 사라졌다.

         

        하루하루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악어 놈에게 당한 건 아니겠지.

         

        푸스는 키에엥거리면서 도마뱀에 대해 걱정했다.

         

        “키에엥….”

         

        아트라코마르투스가 가까이 다가와 그녀를 톡톡 건드렸다.

         

        “케엑….”

         

        나름의 위로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푸스와 투스.

         

        둘은 자매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가 섞인 자매는 아니었다.

         

        일단 종부터 다르니까.

         

        하나는 실을 뿜는 거미고 하나는 독이빨을 가지고 있는 거미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함께 자랐다.

         

        함께 자고, 함께 먹고, 함께 생활한 게 투스와 푸스였다.

         

        평화롭게 살던 두 자매는 어느 날 인간의 손에 의해 납치당하고 말았다.

         

        사천당문이었다.

         

        독을 가진 짐승들을 한 곳에 가둬 서로 싸우게 한 후, 살아남은 하나의 독을 추출한다.

         

        고독.

         

        자매의 운명은 고독의 재료가 되는 것이었을 거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어야 한다는 참극이 일어나기 전에, 한 사내가 그들을 구출했다. 당가가 고이 모셔둔 인면지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거미들을 모조리 훔친 것이다.

         

        그중에 투스와 푸스도 끼게 되었고.

         

        그렇게 납치 아닌 납치를 당한 두 자매는 이곳 십만대산에 풀어졌다.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

         

        두 자매는 의기투합하며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이 척박한 야생에서 살아남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웬만한 건물보다 큰 짐승들이 어슬렁거리기도 했고 벌레들조차 투스와 푸스보다 크기가 컸다.

         

        끽해봐야 5cm도 안 되는 거미인 두 자매가 무얼 쉽게 사냥할 순 없었다.

         

        그렇게 포식자에게 쫓기고 쫓기다가 겨우 도착한 늪지대.

         

        어떻게든 사냥을 해보려고 했지만, 점성이 없는 거미줄과 작은 이빨에서 나오는 적은 양의 독액으로 사냥할 수 있는 짐승은 없었다.

         

        그들은 문자 그대로 쫄쫄 굶어 갔다.

         

        가끔 땅에 떨어진 열매의 씨앗으로 연명하지 못했다면 진작 죽어버리고 말았을 거다.

         

        그런 와중에, 혜성처럼 등장한 초록 도마뱀 하나.

         

        투스와 푸스는 그를 보자마자 호감을 느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칭호의 효과 덕이지만, 그녀들이 그걸 알 리가 만무했다.

         

        날카로우면서도 어딘가 허당끼가 있는 얼굴에 초록색 가죽. 거기에 토실토실해 보이는 하얀색 배는 절로 침이 나오는 무언가였다.

         

        게다가 백미는 바로, 몸통의 두 배는 돼보이는 기다란 꼬리였다.

         

        오죽하면 겁이 많은 투스조차 그에게 관심을 보였겠나.

         

        생긴 것만 봐도 묘한 호감이 있긴 했지만, 그건 단순한 호감일 뿐이었다.

         

        그러나 도마뱀은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가갔는데, 투스와 푸스가 잡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물방개를 먹으라고 건네줬다.

         

        오랫동안 굶주린 투스와 푸스는 곧장 물방개를 먹기 위해 달려들었다.

         

        물론 그 물방개가 살아 있어 역으로 잡아먹힐 뻔했지만, 결국 그 도마뱀이 구해줬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물방개의 껍질을 하나하나 분리하는 모습.

         

        투스와 푸스의 도마뱀에 대한 호감도는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행복에 겨워하던 찰나 도마뱀이 무척이나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푸스의 엉덩이에 손을 대던 거 아니겠나.

         

        게다가 손을 넣어 거미줄을 뽑았다!

         

        거미 자매는 경악했다.

         

        아직 시집도 가지 않은 푸스에게 손을 댔으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투스는 화를 냈고 푸스는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랐다.

         

        물론 그것이 피라냐 사냥을 위한 준비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엉덩이를 허락했다는 부끄러움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피라냐를 먹을 땐 둘 다 손뼉을 쳤다.

         

        난생처음 먹는 맛이었다. 세상 어느 거미가 피라냐를 잡아먹을 수 있겠나. 푸스는 이 물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몇 번이고 엉덩이를 허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은 도마뱀은 푸스의 거미줄이 많이 필요한 듯했다.

         

        보금자리를 만들 때도 거미줄을 썼고 두꺼비를 사냥할 때도 거미줄을 썼다.

         

        푸스는 어쩔 수 없다면서 슬쩍 엉덩이를 내밀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거미줄을 뽑기 전에 엉덩이를 가볍게 툭 쳐주는 게 묘하게 마음에 든 푸스였다.

         

        시집도 안 간 거미의 엉덩이를 때리면서 거미줄을 뽑다니. 굉장히 무례한 일이지만, 초록 도마뱀이 가진 긴 꼬리의 매력은 그런 걸 무시할 정도였다.

         

        투스는 언니의 변화에 충격을 받았지만, 가끔 자신도 거미줄이 뽑히고 싶다는 망상을 하곤 했다. 물론 그녀는 거미줄을 뽑을 수 없는 독거미라 좌절하고 말았지만.

         

        그러던 중, 그녀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도마뱀이 탐스러운 긴 꼬리를 물어보라고 시킨 것.

         

        투스는 어떻게 은인의 꼬리를 물 수 있겠냐면서 거절했지만, 욕망을 이겨내기엔 어려운 것이었다. 그렇게 그 기다랗고도 아름다운 꼬리를 한입 문 순간, 그녀는 새로운 것에 눈을 뜨고 말았다.

         

        푸스는 엉덩이를 맞는 걸 좋아하고 투스는 꼬리를 무는 걸 좋아했다.

         

        이 무슨 총체적인 난국인 상황이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아무 문제 없었다.

         

        정작 꼬리가 긴 초록 도마뱀은 아무 생각 없어 보였으니까.

         

        투스와 푸스는 이 행복한 시간이 영원토록 지속될 줄 알았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복은 갑작스럽게 떠나는 법.

         

        카이만.

         

        거대한 악어가 그들의 집을 초토화했다.

         

        투스와 푸스가 마지막으로 본 도마뱀의 모습은,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먼 곳으로 카이만을 유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도마뱀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투스와 푸스는 카이만에게 잡히고 말았다.

         

        도마뱀의 흔적을 찾기 위해 갸웃거린 탓이다.

         

        멍청한 짓이지만, 사랑 앞에선 누구나 멍청해질 수밖에 없는 법이었다.

         

        카이만이 작은 거미를 잡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들의 크기는 카이만의 눈동자보다 작았다.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살려 두는 걸 택했다.

         

        도대체 왜 카이만이 그들을 사로잡았을까?

         

        답은 간단하다.

         

        내단 때문이다.

         

        둘은 인면지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거미다.

         

        내단의 일부를 잃은 카이만으로서는 어떻게든 복구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곳곳에 있는 영물을 사냥하는 것도 좋지만, 내단이 생긴 영물은 강하진 않더라도 쉽게 잡히지 않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두 거미를 키우는 것이다.

         

        내단이 생기면 잡아먹을 수 있도록.

         

        푸스는 매일 같이 거미줄을 뽑아냈고 투스도 독을 짜내게 됐다.

         

        힘을 많이 써야 내단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착취의 연속이며 죽지 못해 사는 지경이었다.

         

        눈앞에서 왔다갔다거리는 카이만의 모습은 너무나 공포스러웠다.

         

        그럼에도 두 자매는 버텼다.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그리고, 그 도마뱀을 생각하면서.

         

        “크르르….”

         

        카이만의 눈동자가 거미들을 바라봤다.

         

        쓸데없이 노닥거리지 말고 일을 하라는 경고였다.

         

        “키에엑….”

         

        푸스는 후다닥 거미줄을 뽑으려 했지만, 더는 나오지 않았다.

         

        도마뱀이 엉덩이를 때려줄 수 없는 슬픔에 거미줄의 생산량이 줄어 들었다.

         

        카이만은 그런 거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커다란 앞발을 들어 올렸다.

       

        푸스는 발악했다.

         

        “키아아악!”

         

        저것의 의미는, 실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엉덩이를 때리겠다는 거 아니던가.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자신의 소중한 곳을 허락할 생각은 없었다.

         

        완강하게 거부 하는 거미의 모습에 카이만은 괜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크르르르르….”

         

        투스는 언니의 다리를 잡고 말렸다.

         

        “키엑…!”

         

        그러나 푸스는 멈추지 않았다.

         

        “키아아아악!”

         

        도마뱀을 죽인 원수에게 더는 굴복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실을 짜낸 것만으로도 굴욕이다.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엉덩이를 만지려 하다니.

         

        “키에에에엑!”

         

        낭군을 위해, 절조를 위해 이 한 몸 버리겠다.

         

        푸스의 의지는 대단했다.

         

        카이만은 앞다리를 다시 들어 올렸다.

         

        어차피 인면지주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건 독이 있는 쪽일 거다.

         

        하나 정도는 죽여도 문제없을 거다.

         

        오히려 본보기를 보여야, 자신의 말을 더 잘 들을 거로 생각했다.

         

        거대한 그림자가 푸스를 가렸다.

         

        삶에 대한 미련이 남긴 했다.

         

        새끼 때부터 함께 자란 투스를 두고 가야 한다는 게 미안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 도마뱀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게 마음 아팠다.

         

        아터코푸스는 눈을 감았다.

         

        그에 대한 심상을 조금이나마 선명하게 하기 위해서.

         

        그 긴꼬리.

         

        초록색 비늘.

         

        쿠웅!

         

        …목소리라도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녀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그르르….”

         

        맹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카이만의 것과는 또 다른 소리였다.

         

        게다가, 어쩐지 푸스의 귀에는 저 소리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떴다.

         

        카이만의 거대한 앞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건 거대한 도마뱀이었다.

         

        처음 보는 도마뱀.

         

        짙은 청록색 피부에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딘가 익숙했다.

         

        오색실과 볏단을 잔뜩 묶은 저 꼬리의 길이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

         

        …어째서.

         

        아니,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폭포수처럼 터져나왔다.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듯 터지는 기쁨.

         

        그녀 마음 속에 있는 감정은 단순한 환희를 넘어섰다.

         

        짧은 팔을 더듬거리며 눈 앞에 있는 존재를 만졌다.

         

        그것은 더 이상 심상 속의 존재가 아니었다.

         

        “게게겍!”

         

        그가 돌아왔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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