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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재밌군. 제국 뒷면의 주인이라는 까마귀를 떨어트리면 아주 좋은 평가를 듣겠어.”

     

   가르다는 실력에 꽤 자신 있는 모양인지 대검을 붕붕 휘둘렀다.

     

   “두 참가자, 준비, 시작!”

     

   그 사이 사회자가 전투 시작을 외쳤다.

   가르다는 대검을 쥔 자세 그대로 바닥을 박차며 급습해왔다.

     

   동시에 그의 로브가 휘날리며 모습이 제대로 드러났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뒤늦게 그의 정체를 깨달았다.

     

   “전투 민족 프레아의 아이인가!”

     

   짙은 녹색의 눈동자, 그리고 몸 위에 그려진 특유의 문신.

   제국에서 가장 험준하기로 유명한 산맥 프레아에서 살아가고, 산의 이름을 그 자체를 지닌 소수 부족 프레아.

     

   가르다는 그 프레아의 아이였던 것이다.

   제국 중 세계 침식이 가장 험준하다고 소문난 프레아다.

   그곳에서 자라난 프레아는 선천적으로 무위가 뛰어나 전투 민족이라 불렸다.

     

   그런 전투 민족의 아이라면 아무리 밤 까마귀라 할지라도 패배하지 않을까?

   그러한 생각이 그들 머릿속에 스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의 생각이 바뀌어 나갔다.

   크라슈는 가르다가 휘두르는 대검을 피하기만 할 뿐이었다.

     

   “에이, 피하기만 하네.”

   “반격할 틈도 없는 건가?”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피하기에 급급하다 착각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며 점차 바뀌게 되었다.

     

   가르다의 공격은 매서웠다.

   그러나 아무리 공격이 매섭다고 한들 그것이 한 대도 맞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크라슈는 가르다의 맨 공격을 단 한 번도 맞지 않았다.

   마치, 예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그의 모든 공격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그, 그게 아니야.”

   “일부러다. 저거 일부러 피하고 있어!”

     

   그것을 본 이들이 경악을 보였다.

   크라슈는 지금 일부러 상대를 농락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실력 차가 없으면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뭐저리 날래?”

   “밤 까마귀잖아! 암살 명가라는 말이 괜히 붙은 거 같아?”

   “뒷면에서 살아가면서 명가라는 말까지 붙어 비웃었는데. 설마 저 정도일 줄이야.”

   “프레아의 아이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록 우스갯소리라도 암살 명가라는 말로 불리는 밤 까마귀다.

     

   그 때문인지 요리조리 피하는 크라슈의 모습은 그가 한층 더 밤 까마귀라고 확신하게 했다.

     

   “윽, 쥐새끼 같은 놈!”

     

   그런 크라슈와 맞서는 가르다도 초조한 기색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전투 민족 프레아라도 그는 아직 15살 소년이다.

     

   정신적 성숙함이 덜한 그는 크라슈의 몸놀림과 대중의 시선 탓에 움직임이 점점 위축되기 시작했다.

     

   “큭!”

     

   그러니 그는 위축된 몸을 떨쳐 내고자 무심코 대검을 크게 휘두르고 말았다.

     

   후웅!

     

   대검이 휘두르고 지나간 자리.

   가르다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왜냐하면 조금 전까지 보였던 크라슈의 모습이 사라졌었기 때문이었다.

     

   “성격이 급했어.”

     

   그 순간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찰나였다.

     

   빠악!

     

   휘둘러진 크라슈의 주먹이 그의 등에 정확히 꽂혀 들었다.

     

   뻐억!

     

   동시에 발동된 촌경의 추가 타가 가르다의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커헉!”

     

   가르다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단련된 육체라도 촌경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격하게 움직이느라 빠졌던 체력과 촌경의 일격에 가르다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확인한 심판이 바로 크라드 쪽에 손을 들어 주었다.

     

   “승자는 크라드!”

   “와아아아아아!”

     

   그 순간 관객석 쪽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퍼졌다.

   베일에 감춰져 있던 밤 까마귀의 실력을 엿보았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작 난 밤까마귀가 아니지만 말이지.’

     

   시그린이 퍼트려 놓은 소문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먹은 크라슈가 속으로 천천히 웃었다.

   지금쯤이면 진짜 밤 까마귀 녀석도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접근하겠지.’

     

   가짜 밤 까마귀를 그냥 둘 리 없으니 말이다.

     

   크라드의 눈에 가르다가 잠시 비췄다.

   저쪽에게는 미안하게 됐다.

     

   원래라면 그는 우승 후보였을 테니까.

     

   ‘어차피 프레아의 또 다른 녀석은 이미 라헬른 아카데미 입학 확정일 테니 프레아 입장에서는 상관없겠지.’

     

   창공의 세대에 속한 진짜 프레아의 아이 말이다.

   크라슈는 그리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순간 관객석 쪽에 한 사람과 마주쳤다.

   그것은 자신을 바라보며 옅게 미소 짓고 있는 시즐리였다.

     

   분명 경고를 해줬음에도 무도 대회에 나왔다는 건 그녀 또한 시그린의 계획을 눈치챈 거겠지.

   시즐리는 머리가 좋으니 말이다.

     

   -밤 까마귀라니 아주 멋진 정체구나.

     

   그러자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의 입 모양을 크라슈가 읽었다.

   자신이 밤까마귀가 아님을 아는 주제에 놀리는 것이었다.

     

   크라슈는 그런 그녀를 내버려 두고, 시험 대기실로 옮겼다.

     

   ‘떡밥은 뿌려 뒀고.’

     

   이제 남은 건 그 떡밥을 물 녀석이 나타나는 걸 기다릴 뿐이다.

     

   또각또각-

     

   그렇게 크라슈가 복도를 걷던 도중 반대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가 참가자임을 눈치챈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한 남성이 있었다.

   장신의 기다란 팔다리가 눈에 띄는 그는 우중충한 검은색 머리를 기다랗게 내리고 있었다.

     

   어딘가 빛이 보이지 않는 눈동자를 지닌 그는 크라슈를 보더니 곧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밤 까마귀를 사칭하는 건 재밌어?”

     

   그의 목울대가 울렸다고 생각한 틈이었다.

   아래에서 솟아오른 백색의 검날이 크라슈의 목 직전에 멈췄다.

     

   크라슈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와, 설마.”

     

   크라슈가 어이없이 실소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자마자 바로 걸려들 줄은 몰랐는데.”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진짜 밤까마귀가 크라슈를 응징하러 왔다.

     

     

   * * *

     

     

   예부터 까마귀는 시체를 주워 먹는 불길한 존재로 취급되었다.

   그들은 죽음에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며 죽어가는 사람의 곁에 머무른다.

     

   그런 까마귀의 이름을 쓰는 밤 까마귀.

   그들 중 한 명의 암살자가 지금 크라슈의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크라슈는 눈앞에 있는 밤 까마귀 단원을 보고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라?”

     

   아주 짧게 그의 입에서 의문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크라슈가 잡은 팔 반대쪽에서 또다시 검이 날아들었다.

     

   크라슈는 자기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검을 여유롭게 피하곤 그의 배를 걷어차 밀었다.

   배를 얻어맞은 남성은 몇 걸음 물러섰지만, 통증이 없는 기색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크라슈는 더더욱 확신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녀석의 정체를 말이다.

     

   “이건 나도 몰랐는데.”

     

   크라슈는 밤까마귀에 관해서 자세하게 알고 있지 않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그들이 크라슈가 라헬른 아카데미를 재학하던 도중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 소문은 꽤 일파만파 퍼졌다.

   밤 까마귀가 소탕되었다고 제국 쪽 아이들이 워낙 난리였으니까.

     

   그 뒤로 밤 까마귀가 사실 황실 쪽의 숨겨진 무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말고는 전혀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설마하니 밤 까마귀의 정체가 그 녀석이었을 줄이야.

     

   ‘아서 녀석이 거둔 건가.’

     

   역시 회귀자답다.

   미리 이런 걸 다 알고, 움직였던 거겠지.

     

   ‘아카데미 재학 도중에 없어진 것도 그런 이유였구만.’

     

   그리고 이번에는 아서보다 시그린이 먼저 밤 까마귀를 이용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녀는 아서와 함께 했으니 이미 그 정체를 다 알고 있었던 거겠지.

     

   “꽤하네?”

     

   그사이 남성이 목을 꺾으며 기이한 포즈로 검을 빙글 돌렸다.

     

   “밤 까마귀를 사칭했으니 실력은 있다 이건가?”

     

   그러면서 그는 여유로운 웃음을 그려 보였다.

   그리고 그 웃음이 끝마친 순간 또다시 검이 날아들었다.

     

   발검한 크라슈가 그 검을 그대로 쳐내었다.

   남성은 속공을 택했으나 크라슈의 둔검은 그런 검들을 모조리 쳐내었다.

     

   검술로는 크라슈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한 순간 남성의 입이 쩌억 벌려졌다.

     

   곧이어 그의 입에서 팍하니 튀어나온 것은 독이 묻은 단검 한 자루였다.

   크라슈는 가볍게 고개를 틀어 그 단검을 피하자 이번에는 그의 옷 사이로 팔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검은 뼈로 이루어진 흑골의 팔이었다.

   그 팔은 순식간에 크라슈에게 뻗어 왔고, 그 즉시 크라슈의 몸에 터업하니 닿았다.

     

   그걸 본 남성의 입에 비릿한 웃음이 걸렸다.

   크라슈가 죽었다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뭐하냐?”

     

   그러나 크라슈는 멀쩡한 모습으로 남성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뭣.”

     

   그가 당황한 순간 크라슈의 주먹이 순식간에 타고 올라 그의 턱을 올려 쳤다.

   그러자 남성은 뒤흔들리는 시야와 함께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라슈는 쓰러진 남성의 가슴팍을 짓밟으며 손을 털었다.

     

   “세계 침식으로 만든 사술(死術)은 나한테 안 통해.”

     

   극혈침독으로 그런 유의 사술은 죄다 막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세, 세계 침식의 힘이라니. 넌 대체…….”

     

   크라슈가 세계 침식의 힘을 사용한 걸 보고, 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크라슈는 그걸 내려다보며 뒷머리를 매만졌다.

     

   밤 까마귀를 유인해 그들에게 역으로 제안하여 시그린에게서 도망치게 해줄 속셈이었건만.

   이렇게 된다면 일을 몇 가지 수정해야 할 듯싶었다.

     

   “에벨아스크.”

     

   그러니 크라슈는 그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이 불린 순간 남성의 몸은 우뚝 굳었고, 크라슈는 그런 그를 보며 물었다.

     

   “너 지금 어디 있냐.”

   “어, 뭐, 어어, 뭐야, 뭐야. 너!?”

     

   그 순간 남성이 당황한 듯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름 다섯글자 만으로 격한 반응을 보이는 남성을 보고 크라슈는 목을 두둑 풀었다.

     

   “네 심장은 지금 시그린이 쥐고 있지?”

   “힉, 히익!?”

     

   그는 비명까지 내질렀다.

   자신을 다 아는 듯이 꿰뚫어 보는 그가 공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보면서도 크라슈는 덤덤히 말했다.

     

   “거래를 하나 하자.”

   “거, 거래라고?”

   “네 심장을 내가 되찾아주마.”

     

   그 순간 남성의 얼굴이 처음으로 변했다.

   지금 크라슈가 자신을 어떻게 아는지는 몰라도 에벨아스크에게는 절대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대신 네 심장을 되찾기 위해 시그린이 그린 계획과 네게 시킨 걸 모두 말해.”

     

   그리고 크라슈가 에벨아스크에게 배신을 종용했다.

     

   제국 황실에 심장을 빼앗겨 천년을 사로잡힌 세계 침식자.

     

   네크로맨서.

   에벨아스크 베나포치.

     

   그녀에게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근에 한화에 하이라이트 삼아 일러스트 네 개를 그려보고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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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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