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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28 – 곤란한 배려>

     

    응시생들은 생각한다.

    첫 번째 보조과제는 섣불리 도전하기 꺼림칙하다고.

    두 번째 보조과제도 아직 눈치가 보인다고.

    세 번째 보조과제는 달랐다.

    골이 얼이 얼마나 가까운지, 앞으로 몇 개나 되는 보조과제나 남았을지 알 수 없는 NPC 응시생들의 상황에서는 세 번째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엄청난 인파군요.”

    “이거, 너무 많지 않냐?”

    “어쩔 수 없어요. 다들 승부수를 던지지 않으면 슬슬 곤란하다고 생각할 무렵이니까요.”

     

    여유가 없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벌어들인 점수는 고작 10점.

    합격최소컷인 50점에는 현저하게 부족하다.

     

    세 번째 보조과제 <술래잡기>.

    이 과제는 적절한 타이밍에 대량의 점수가 풀리는 아주 적절한 과제였다.

     

    “자, 세 번째 과제에 도전할 사람은 모두 이곳에 모이십시오.”

     

    빨간 모자 교관은 앞에 놓인 푯말을 톡톡 손끝으로 쳤다.

     

    1. 술래잡기는 참여만 해도 모두에게 20점을 준다.

    2. 술래는 1분마다 1점 감점한다.

    3. 도망자는 1분마다 1점 상승한다.

    4. 술래가 도망자를 터치하면 술래는 도망자의 점수를 빼앗고 도망자가 되며, 새로운 술래는 30초 후 티켓시계의 신호에 따라 추적을 개시한다.

    5. 언제든지 검은 모자 교관을 찾아서 터치하면 술래잡기 종료.

    6. 출구는 술래잡기를 종료해야 도달할 수 있다.

    7. 한 번 종료하면 재도전은 불가능하다.

     

    맞은편 파란 모자 교관의 앞에는 구호용 천막과 가판대마저 보란 듯이 놓여있었다.

     

    “자자, 식량이 부족하거나 잠자리를 갖고 싶거나 치료가 필요한 응시생은 이쪽으로 오십시오! 승점만 있다면 뭐든지 교환할 수 있습니다.”

     

    점수를 얻는 방법과 사용하는 방법이 동시에 등장한 상황.

     

    “맥 빠지네.”

    “쥐방울아. 10점은 괜히 벌은 거 아니냐?”

    “점수의 가치가 바닥을 치게 됐군요.”

     

    모두가 낙심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고인물에게는 언제나 계획이 있다는 말씀.

     

    “미리 점수를 벌어왔으니까 할 수 있는 일도 있을 거라고요?”

    “정말로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지젤조차도 반신반의하는 상황.

    나는 파란모자 교관에게 냅다 달려갔다.

     

    “교관아저씨.”

    “구매하고 싶은 서비스나 물건이 있습니까?”

    “잠깐 고개 좀 숙여주세요!”

     

    남들이 엿들으면 곤란하니까 얼른 허리를 숙이라고 옷을 잡아당기니, 교관의 입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그래요, 우리 꼬마응시생. 뭐가 필요한가요?”

    “혹시 이런 것도 팔아요?”

     

    속닥속닥.

    귓속말을 들은 교관이 깜짝 놀라더니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잠시 후, 심각한 얼굴이 된 그가 이어폰을 내밀었다.

     

    “2차 관문 총시험관님입니다. 직접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통신마법이 걸려있으니 귀에 장착하기만 하면 됩니다.”

     

    큼지막한 이어폰을 귓구멍에 밀어넣자 팟, 하고 무언가가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여보세요?”

    “…오크노디 응시생. 통신마법을 사용한 경험이 있었나? 흔한 경험은 아닐 텐데.”

    “앗.”

     

    나도 모르게 전화통화 하듯이 받아버렸다.

    근데 이게 그렇게 귀한 경험인가?

     

    “통화 정도야 귀족이면 할 수도 있죠.”

    “…그렇지. 귀족이라면 할 수도 있지.”

     

    석연찮은 어조로 대답한 2차 관문 시험관 미네르바.

    그녀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보조과제에서도 생각했지만 오크노디 응시생은 창의성이 대단하군.”

    “헤헤. 제가 쫌 잘났죠?”

    “겸손함이 그 반만큼만 따라갔어도 더 좋았을 텐데. 요청에 대한 답부터 하자면,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건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니까.”

    “에에. 정말요?”

    “그렇지만 이런 제안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다. 자연에서 최초의 발상, 누구도 떠올리지 못한 발상이란 강력한 무기가 되고는 하지.”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라고 지르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운이 따라주었다.

     

    “오크노디 응시생의 창의력에 대한 찬사의 뜻을 담아 특별히 판매하도록 하지. 교관자격이 부여된 <1회용 검은모자>를 단 하나만, 10점으로.”

     

     

    * *

     

     

    지젤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시험을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서 곧바로 끝낼 수 있는 치트키 <검은모자 교관이 될 수 있는 1회용 권한>을 구매하다니, 정말 놀랍군요!”

    “그게 대단한 거냐?”

    “생각해보십시오. 이 술래잡기는 그만두고 싶어도 검은모자 교관을 찾지 못하면 강제로 계속해야 하는 술래잡기입니다. 오천씨가 술래라면 어디에 있겠습니까?”

    “교관 주변에 있겠군. 쥐방울들이 알아서 제 발로 찾아올 테니까.”

    “그런 겁니다. 점수가 아무리 까여도 결국 마지막에 점수를 강탈하고 새로운 술래가 발이 묶인 동안 교관을 터치하고 게임에서 벗어나면 무조건 이득이죠.”

     

    그러니 생각이 있는 술래는 무조건 검은모자 주변을 멤돌 것이고, 도망자들은 술래에게 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교관에게 접근해야 한다.

    사실상 술래잡기가 아니라 교관 주변에 포진한 술래를 돌파하는 게임이다.

     

    “그런 구조에서 오크노디양은 검은모자 교관이 될 수 있는 권한을 구매해서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겁니다.”

    “오오, 쥐방울 녀석. 굉장하잖아?”

    “헤헹. 이제 제가 얼마나 대단한지 아시겠어요?”

     

    허리에 양팔을 얹고 잘난 체 포즈를 취하고 있자니 이사벨이 메챠쿠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헤으응…….

    이사벨한테 받는 쓰다듬 너무 기분 좋아.

    노예처럼 부려먹을 요리사로 데려왔는데 정작 내가 길들여지겠어.

     

    “그래도 만능치트키는 아니에요. 우리 중에 술래가 나오면 어떻게든 술래역의 한 사람은 다른 도망자를 찾아야 하니까요.”

    “그렇군. 어찌 됐든 다른 도망자와 술래잡기로 겨뤄야한다는 건가.”

     

    교관권한을 구매하고 술래잡기에 참여하고자 빨간머리에게 다가가려는 그때, 우리 앞을 검사 넷으로 이루어진 무리가 가로막았다.

     

    “거기 너, 오크노디라는 아이 맞지?”

    “누구세요?”

    “나는 막시무스 몽블랑. 막스의 형이다.”

    “…막스가 누군데요?”

    “하아. 역시 안중에도 없었나. 불쌍한 동생 녀석.”

     

    내 금색 머리카락을 닮은 노란머리의 검사가 동생이 가엽게 되었다며 푸념하고는 말했다.

     

    “오는 길에 비공정을 타지 않았나?”

    “아앗, 탔어요!”

    “키즈존의 놀이터에서 손버릇 나쁜 애기랑 애기를 돌보던 소년이 하나 있었지?”

    “맞아요! 머리카락 왕창 뜯겼죠…….”

     

    힝. 그때 엄청 아팠지.

     

    “그 소년이 막스다.”

    “아아. 그렇구나. 막스의 형이 제게는 무슨 일로?”

    “부탁을 받았다. 시험장에서 오크노디를 만나거든 부디 도와달라고.”

    “저 그렇게 약한 편은 아닌데요.”

    “알고 있다. 1차 관문을 수석으로 통과했는데 약할 리가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지젤과 슬쩍 시선을 주고받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막시무스.

    그렇군.

    내 이름을 대며 접근한 건 명목상의 핑계.

    실제로는 지젤과의 개인적인 안면 때문에 그를 도와주러 왔나보다.

    준비성이 철저한 지젤 씨라면 이런 식으로 조력자를 미리 포섭해뒀을 가능성도 있지.

    티켓시험도 그런 식으로 합격하지 않았던가!

     

    긁적긁적.

     

    하지만 모기만큼은 대비하지 못했던 걸까.

    손등을 긁는 모습이 불쌍하다.

     

    “이 과제에는 터무니없는 함정이 있다.”

    “모기요?”

    “…모기도 함정이기는 하지. 그래도 그거 말고.”

    “음…… 모르겠어요!”

     

    물론 다 알고 있다.

    적당히 내숭 부리는 거다.

     

    “잘 생각해라. 넉넉한 점수를 주고 그 점수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지만 그걸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모두 그림의 떡이니까.”

     

    손오천이 으하핫 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막시무스의 어깨를 팡팡 두들겼다.

     

    “노란머리 양반. 무슨 걱정이 그리 많아? 적당히 점수를 불리다가 교관만 만나서 필요한 물건 잔뜩 사고 출구까지 시험관만 추적하면 그만인데.”

    “그 교관을 만나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검은머리 교관이 이 근처에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애초에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십니까?”

    “어?”

    “오크노디, 너도 마찬가지다. 규칙 6. 출구는 술래잡기를 종료해야 도달할 수 있다. 이 조항이 있는 한, 너희는 이 숲에 갇히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다.

    이것이 보조과제 술래잡기의 함정이자 실체.

    술래잡기는 술래와 도망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

    응시생과 검은모자 교관.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검은모자 교관을 찾지 못하면 점수를 아무리 많이 쌓아도 규칙 6에 의해 숲을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내 기억에 따르면, 검은모자는 중앙을 축으로 삼아 시험관과 대칭이 되는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일종의 ‘소환수’.

    정석 공략은 둘 중 하나다.

    숲의 중앙에서 이 힌트를 입수하고 검은모자 교관을 찾아 터치한 뒤, 다시 숲을 가로질러서 출구까지 도달하는 터프한 강행군에 도전하거나.

    혹은 소환수를 불러들이도록 시험관인 미네르바를 힘과 지혜를 발휘해 위험에 빠뜨린 뒤, 개빡친 미네르바를 피해 검은모자 교관을 터치하거나.

     

    ‘근육떡대에 걸릴 때에는 후자를 주로 다뤘지.’

     

    몬스터 어그로를 잔뜩 끌어서 출구 근처의 응시생들에게 던져주고, 보다 못한 미네르바가 구출에 나서면 그 틈에 미네르바를 기습하는 방식으로.

    미네르바의 소환수는 본체가 위험에 처하면 자동으로 본체를 구하러 ‘소환’되니까 이편이 동선낭비 없이 가장 확실하게 대량의 점수를 모으는 동선이다.

    음, 그때가 좋았지.

    편하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의 몸으로는 어쩐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플랜B에 도전했는데, 다행히도 통했다.

     

    “으음… 그, 그러냐?”

    “하하. 곤란하게 됐군요.”

     

    손오천씨나 지젤씨나 굉장히 난처한 웃음을 짓는다.

     

    “오크노디. 알았으면 얼른 포기하고 도박 대신 정당한 방법으로 점수를 벌려고 노력을……”

    “마나보드에 손목을 내밀어주겠니?”

    “여기 티켓시계요.”

    “응시생 오크노디, 손오천, 지젤, 이사벨. 숨바꼭질 도전을 접수했다! 개인 티켓워치에 즉시 승점 20점을 넣었으니 확인해라.”

    “어이!! 내 말 들었냐? 분명 들었지?! 듣고도 저질렀겠다?!”

     

    미안, 막시무스 씨.

    막시무스의 배려에는 감사하지만 언제든지 교관이 될 수 있는 우리한테는 괜한 오지랖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피폐찌개와 고인물찌개의 황금비율이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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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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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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