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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 요즘 아역들 연기 미쳤네

       

       그것은 태숨달 2화가 방영된 다음 날의 일이었다.

       새롭게 방영된 두 드라마.

       KMB의 태양을 숨긴 달과, MDC의 액션왕은 각각 방송국에서 칼을 갈고 만든 드라마다.

       그만큼 주목도도 높았고, 동 시간대 방영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유발했다.

       

       – 우리 정우미쳣어퓨ㅠㅠㅠ

        ㄴ 꺼져 좀

       – 박정우야 애비빨이 있다지만 연화공주는 뭐임?

       – 오디션 운좋게 붙었다는 놈들 다 사라짐 ㅋㅋㅋㅋ

       – 솔직히 쩔었음

       – 걍 애들 연기가 아니던데 인생2회차 아니냐

       

       그리하여 방영된 2화,

       액션왕의 화려한 연출과, 주연 여배우의 파격적인 노출.

       드라마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뛰어난 액션.

       

       2화에 보여주기엔 지나치게 멋진 장면들이 속출했다.

       그러니 2화의 승자는 액션왕으로 돌아가나 했으나.

       

       – 솔직히 윤종혁이 캐리함

         ㄴ ㅇㅈ

       – 악역 연기 물오른 듯 걍 미쳤음

       – 윤종혁이랑 그 연화공주랑 대면하는 장면 미쳤더라

       – 거기 연출지리긴 함 

       – 우리 사촌형 촬영장에서 일하는데 그때 연화공주 눈 빨개진 거 CG 아니래

         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ㄴ 그럼 애 눈에 전구를 박아놨다는거냐

         ㄴ 흠……

       

       2화의 말미.

       태양을 숨긴 달의 클라이맥스에서 승부가 갈렸다.

       조영대군과 연화공주의 대면 장면.

       

       윤종혁은 연기파 배우로서 탄탄한 커리어를 지니고 있었고.

       뭣보다 악역 연기의 대가라 불리는 인물.

       

       그런 배우가 뿜어내는 존재감은 가히 엄청났으며, 조영대군 본인을 그 자리에 데려다 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조영대군의 연기를 정면에서 부딪친 연화공주의 연기는 사람들의 넋을 빼놓았다.

       잠깐이지만 조영대군의 존재감조차 눌러낼 정도로 연화공주의 연기는 강렬했으니까.

       

       그때, 사람들은 한 인터넷 매체에서 있었던 윤종혁 배우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아, 이번에 함께 연기한 아역들이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시원스레 웃어 보였다.

       

       “정우 군은 말할 것도 없죠. 박선웅 배우님의 아드님이잖아요? 이게 연기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구나 싶었습니다. 저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어휴…….”

       

       어린 윤서일 역의 박정우는 이미 검증된 아역이었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말 궁금했던 인물은 연화공주 역의 주서연.

       

       티저 이벤트에서 강성찬 배우에게 극찬을 받은 아역이었다.

       

       “서연 양이요? 야, 이게 벌써 소문이 났나? 2화 아직 방영 안 됐죠?”

       

       기자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나 윤종혁은 웃는 얼굴을 지우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솔직히 무슨 일이든 사람을 재능이라는 말로 평가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윤종혁은 마치 먼 곳을 보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솔직히 그건 재능이죠. 연기는 확실히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느낌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게 말이죠. 빛이라는 게 있어요.”

       

       빛.

       흔히 말하는 어떤 번뜩임을 뜻한다.

       

       “사람들이 연예인을 부를 때 스타, 라고 하는 경우 있잖습니까? 스타, 대스타. 막 그렇게 부르는데 제가 이번에 그걸 좀 느꼈습니다. 아, 이게 정말 재능이라는 게 있구나.”

       

       윤종혁은 생각했다.

       서연이 가진 강력한 무기인 감정 연기.

       정은선 배우조차 말릴 정도의 메소드 연기는 분명 서연의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빛나는 자질을 그 아이는 가지고 있었다.

       그냥 그런 느낌.

       배우로서 오랫동안 이 업계에 있었던 윤종혁이 처음으로 ‘아, 이 아이는 어떤 식으로든 이곳에 왔을 아이다’라고 느낀 재능.

       

       “연예인이 스타라면, 그 아이는 어린 별님이죠. 아마 이번 드라마에서 모두가 보게 될 겁니다. 아직 작고 어리지만, 뭣보다 반짝이는 어린 별빛을요.”

       

       천재 아역.

       윤종혁은 굳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모두가 그렇게 알아들었다.

       

       어린 별빛.

       이는 스타의 자질을 뜻하는 단어였으니까.

       

       그리고.

       그 어린 별님이 무엇을 하고 있냐 하면.

       

       “처음 뵙겠습니다. KMB 드라마국장 황정수라고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서연 자신의 미래를 위한 대담을 나누고 있었다.

       

       ***

       

       방송계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 누구나 느끼는 게 있다.

       흔히 말하는 ‘이 아이는 뜬다!’라는 본능.

       

       드라마국장 황정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미 영상을 검수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감이 오긴 했다.

       

       하지만, 실제 방영분을 보니 이게 또 진국이더라.

       드라마 ‘태양을 숨긴 달’의 폭발적인 시작.

       

       특히 최근 드라마 가뭄이었던 KMB에겐 벼랑 끝에 만난 구원이었다.

       다들 회식하고, 부어라 마셔라 했던 게 며칠 전.

       

       황정수는 이 어린 스타를 만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방송국에서 아주 난리입니다. 서로 서연 양을 만나고 싶어서요.”

       

       반짝 뜬 거라고 생각하며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반짝이라면 더더욱, 지금 그 반짝을 이용해야 한다.

       예능PD고, 드라마PD고 할 것 없이 서로 서연과 어떻게 연락할 방법이 없나 찾고 있는 게 지금이다.

       

       물론 황정수는, 하태오PD와 깊은 연이 있기에 전화 한 통이면 그만이었지만.

       

       “이게 사실, 지금이라도 급히 아역 파트를 2화 정도 더 끼워 넣는 게 어떠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그 말에, 맞은 편에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던 서연의 부모님.

       주영빈과 민수아는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현재 서연은 한동안 더 연기할 여력이 없을 테니까.

       힐끗, 딸을 보면 그냥 별 생각 없이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핫핫,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여기 있는 하태오PD가 아주 결사반대 했으니까요.”

       

       황정수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하태오를 힐끗 보며 말했다.

       

       “예. 덕분에 아주 힘들었습니다. 아역 파트가 대단했던 건 맞지만, 거기서 2화를 끼워 넣으면 분명 무너져요. 원작에도 없던 내용이니까요.”

       “그렇지, 그렇지. 물론 나는 넣어도 괜찮다 생각하긴 했지만…….”

       

       황정수는 그리 말하다 크흠, 하고 작게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오늘 제가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선 대략 짐작하셨을 겁니다.

       

       그 말에 수아는 쿡, 하고 팔꿈치로 주영빈의 옆구리를 찔렀다.

       어색하게 웃지만 말고 제대로 말을 하란 뜻이었다.

       

       ”아, 예. 물론이죠.“

       

       영빈은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해온 만큼, 눈앞의 황정수가 무얼 위해 이 자리를 가졌는지 대략 짐작했다.

       

       “우리 서연이의…… 활동에 관한 부분 때문이겠지요?”

       “맞습니다. 말했듯 여러모로 관심을 많이 받아서요.”

       

       황정수는 탁자 위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아직 소속사도 마땅히 없으신 걸로 압니다만, 이후 특별한 준비한 활동이 없으시다면 제가 저희 KMB 예능 몇 가지와, 추천 드리고 싶은 드라마가 몇 개 있습니다.”

       

       사실 예능 쪽은 황정수와 관련이 없는 일이다.

       그래도 예능국장이 꼭 말 좀 해달라고 부탁하여 하는 김에 같이 꺼내본 이야기였다.

       

       아마 아역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꽃길이라 할 수 있었다.

       방송국의 주목을 끌어냈고.

       그 재능을 모두의 앞에서 화려하게 피어 냈으니.

       

       소속사도 없이, 이 자리에 온 서연은 어찌 보면 신데렐라라 부를 수도 있었다.

       

       “으음.”

       

       그런데 주영빈과 민수아의 표정은 기묘했다.

       좋아하는 듯, 동시에 난감한 얼굴이었다.

       

       서로 잠시 시선을 마주친 부부의 모습에, 황정수와 하태오는 의문을 느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저희도 딸과 많은 상담을 했습니다.”

       

       이번 태양을 숨긴 달로 서연의 인지도는 엄청나게 상승했다.

       더 이상 소속사 없이 활동하긴 어렵다는 걸 느꼈다.

       

       영빈은 잠시 말을 아꼈다.

       그리고 딸을 보았다.

       

       “서연아. 아빠가 대신 말해도 괜찮니?”

       “네.”

       

       서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딸은 이것이 옳다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부모의 마음에서도 이것이 옳다고 느꼈다.

       

       “그럼 추후 서연의 활동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영빈의 말에.

       황정수와 하태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아, 이거 아쉽네.”

       

       미팅이 끝난 후, 황정수는 그리 중얼거리며 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상사의 모습에 곁에 있던 하태오PD 역시 픽 웃었다.

       

       “전 괜찮다고 봅니다.”

       “음, 뭐 아역에겐 흔한 일이지.”

       

       그래도 과감한 결정이었다.

       하태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아쉽다면 아쉬웠으나, 그가 본 재능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쪽이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지나친 관심을 받으며 쉽게 망가지는 아역을 이미 몇이나 보았으니까.

       어린 별빛.

       그 반짝임을 믿고 너무 빠르게 내달린 이들은 제 풀에 지쳐 그 빛을 꺼트리곤 한다.

       

       “흠, 좀 길긴 한데……, 나중에 돌이켜보면 짧을 수도 있고.”

       “그래도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무조건 다음 작품도 KMB의 것으로 하겠다고.”

       “거 아주 좋기는 하지만, 그때 나는 아마 이 자리에 없을 거야.”

       

       그 아이가 돌아오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아마 아주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하지만 적어도 짧지는 않겠지. 그 부분이 황정수는 내심 아쉬웠다.

       

       “그때면 자네가 내 자리에 있을지 어찌아나?”

       “설마요.”

       “뭐가 설마야. 자네만 한 이가 또 어디 있다고.”

       

       특히 이번 태숨달로 하태오의 주가는 또다시 갱신되었다.

       황정수는 진심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뭐, 아무튼.”

       

       황정수는 그리 말하곤, 피식 웃었다.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아주 난리겠어.”

       

       그리고.

       그런 황정수의 중얼거림과 함께.

       

       태양을 숨긴 달의 3화 방영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주서연.”

       

       태양을 숨긴 달의 아역.

       박정우는 혼자 멀뚱멀뚱 앉아있는 서연을 불렀다.

       

       “곧 시작 한다는데 여기 있을 거냐?”

       

       퉁명스럽게 말하는 박정우의 말에 서연은 조금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오늘은 태양을 숨긴 달 3회가 방영하는 날이었다.

       본래 그녀는 유치원에 다녀온 후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그걸 시청할 예정이었다.

       

       2화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서연이 멋진 연기를 펼친 3화였으니까.

       

       그런데, 하필 아침에 윤종혁 배우로부터 연락이 왔다.

       

       “하태오PD에게 들었습니다. 이거 좀 아쉽기도 한데…… 서연 양이랑 같이 모이는 게 어떨까요?”

       

       그 전화를 받은 수아는 당황하여 네, 넷! 하고 무심코 대답하고 말았고.

       뜻하지 않게 박선웅 배우의 펜트하우스에서 모이게 된 것이다.

       

       나름 윤종혁 배우의 배려라고 생각하지만, 수아의 입장에선 이만큼 곤혹인 게 또 없었다.

       

       “어휴, 서연이 어머님. 진짜 예쁘세요. 연예인 하시지.”

       “네, 넷.”

       

       얼어있는 수아에게 박정우의 어머니, 신정화가 호들갑을 떨며 말을 거는 게 보였다.

       흔히 셀럽이라 부르는 무리는, 서연의 어머니, 수아에겐 너무나 대하기 어려운 이들이었다.

       

       수아는 내심 이 자리에선 귀신같이 도망간 남편이 너무나도 미웠다.

       

       ‘고생하시네.’

       

       서연은 그런 수아를 보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갈게요.”

       “너……, 아니다 됐다.”

       

       서연은 정우에게 그렇게 답하곤 음료수를 살짝 홀짝였다.

       박정우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서연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호칭 문제, 아직 정리하지 못했는데.’

       

       사실 서연은 주변 인물 중에 박정우가 가장 대하기 어려운 편이었다.

       그야, 정우의 나이는 열 살.

       서연보다 3살이 많았으니, 정우에게 사용할 만한 호칭은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예를 들자면 ‘오빠’라거나.

       

       ‘으으으음.’

       

       아무래도 그건, 서연으로서도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호칭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잠자서 조금 늦었습니다 끄앙

    오타는 우선 올려놓고 교정하도록 할게요!!!!!!

    +참 이전에 나왔던 박정우에 관한 호칭은 존대로 바꿨습니다. 반말로 했었는데, 아무래도 나중을 생각하면 이 편이 나을 것 같아서요.

    다음화 보기


           


I Want to Be a VTu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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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I definitely just wanted to be a VTube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had become an 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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