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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 * *

       

       

       

       세묜부됸늬.

       

       적군 제 1기병군 사령관으로 적백 내전을 비롯해서 소비에트-폴란드 전쟁. 실제 역사에서는 독소전쟁에서도 활약하는 인물이었다.

       

       역사가 바뀌어 우크라이나에서 기병군단을 이끌고 제법 활약했으나, 운게른과 안톤 데니킨의 공격에 남부군이 격파되면서 모스크바로 돌아와 방어전을 맡게 되었으나. 스탈린의 제안으로 검은 남작의 후방으로 찌르고 들어가 황녀를 잡는 역할을 맡았다.

       

       일명 ‘성녀 사냥’계획.

       

       급조한 계획으로 단숨에 치고 빠지면서 기병들이 털리는 한이 있다고 해도 황녀를 잡는 것.

       

       붉은 군대의 기병군단을 죄 버리는 일이 되겠지만, 성공만 하면 언제든 재건할 수 있었다.

       

       여기에 부됸늬는 직접 말의 고삐를 잡고 내달려 단숨에 검은 남작의 군대를 우회했다.

       

       아니나 다를까. 후방에 화려한 제국의 삼색기에 쌍두독수리가 펄럭였다.

       

       반드시 성녀는 이곳에 있으리라.

       

       

       “붉은 군대의 기병대여! 반동들의 측면을 노려라! 황녀를 잡아라!”

       

       

       부됸늬의 기병대는 단숨에 쓸고 들어갔다.

       

       그러나 후방에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지만, 황녀는 없었다.

       

       황녀만 잡고 빠지는 참수 작전만 계획하고 몰려온 부됸늬의 기병대는 곧 백군의 반격에 말머리를 돌려야만 했다.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앞에는 검은 남작이 보낸 카자크 기병대가 나타났다.

       

       차르의 칼이라 불리는 이 카자크 기병대는 적군 기병대를 향해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돌격해 왔다.

       

       

       “이 빨갱이놈들이 이곳이 어디라고 들어오느냐!”

       “카자크 앞에서 말을 타고 오다니 건방진 놈들!”

       

       

       세묜 부됸늬도 카자크 들과 얽히며 살아왔으나 붉은 기병대는 전투에 이골이 난 카자크만으로 이루어진 카자크 기병대를 막을 수 없었다.

       

       카자크의 칼날이 붉은 기병대를 정말 말 그대로 붉게 물들여 버리며 철저하게 유린했다.

       

       그나마 부됸늬의 지휘 아래에 어떻게든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으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카자크가 정면에서 압박해 오고 한번 기습을 허용했던 백군에서 포병대가 붉은 기병대를 향해 포탄을 날려댔다.

       

       

       “젠장. 실패하다니!”

       

       

       카자크의 매서운 칼날이 적군 기병대를 들쑤시고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 세묜 부됸늬는 절규했다.

       

       

       “저 빨갱이 새끼를 잡아라!”

       

       

       얼마 안 지나 세묜 부됸늬는 카자크 기병대에게 붙잡혔다.

       

       

       * * *

       

       

       아니나 다를까 뭐라고 소리 지르는 붉은 군대의 기병대가 우리의 측면을 위협했다.

       

       저놈들은 바보인가.

       

       우리가 정말 아무런 대비도 없는 군대라면 기병대에 당했겠지만. 비록 전차를 앞세운 주력이 모스크바로 공격해 들어가고 있어도,

       

       우리는 대비하고 있었다.

       

       

       “건방진 놈들이 차르의 칼인 카자크 앞에서 주름을 잡는군. 카자크 기병대여! 너희를 무시하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저 붉은 기병대를 섬멸하라!”

       

       

       검은 남작이 카자크 기병대를 미리 준비해뒀거든.

       

       검은 남작의 명령에 카자크 기병대가 붉은 기병대와 정면에서 맞서 싸웠다.

       

       적 기병대와 카자크 기병대의 싸움.

       

       적 기병대에도 카자크가 없는 건 아니었으나, 나(아나스타샤)의 생존으로 카자크 대부분은 백군에 합류했다.

       

       그렇게 편성된 카자크 군단은, 후미를 찌르고 오는 적기병대를 향해 정면으로 맞섰다.

       

       그리고 차르의 칼이라 불리던 카자크의 칼날이 적 기병대. 볼셰비키들을 사정 없이 도륙해나갔다.

       

       적 기병대들도 악착같이 싸우며 카자크 군대를 뚫어 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지만, 그게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여기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카자크 군대가 패했으면 기병대에 후미가 위협받았을 테니까.

       

       올라오는 보고에 적 기병대는 패퇴했고, 지휘관인 세묜 부됸늬는 잡혔다.

       

       그래도 대단하긴 하다.

       

       이놈들이 처박혀서 방해만 해도 모자랄 판에 허점을 찔렀으니까.

       

       

       “그래도 기세가 꽤 대단하네요.”

       “그래 봤자 볼셰비키입니다.”

       

       

       표트르 브란겔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볼셰비키를 무시했다.

       

       맞다. 그래 봤자지.

       

       만일 성공해서 우리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었다면 더 놀랐을 터다.

       

       허나 그거 외에도 궁금증은 있다.

       

       

       “아, 그게 아니라 멍청하게 달려드는 게 대단합니다. 무언가 목적이 있지 않은 이상, 맹렬하게 공격해 올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히트 앤 런. 치고 빠지기만 하려 했다면. 적당선에서 빠지려 했지만 적 기병대는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려 했다.

       

       이건 모종의 목표가 있다 볼 수 있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니, 잠깐만,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잘 보자. 지금, 이 무능한 볼셰비키 놈들이 뭔가 전략적인 목표를 둔다면 무엇일까?

       

       이 기운 전세를 역전하기 위한 완벽한 계획.

       

       

       “흠. 아니, 잠시만.”

       

       

       그래. 그것이다. 이것밖에 없지.

       

       

       “왜 그러십니까?”

       “저놈들 혹시 자멸할 각오로 저를 잡으려고 한 거 아닙니까? 지금 저놈들이 전세를 뒤집으려면 저는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호오.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니, 나를 노리지 않아도 해볼 만한 공격이긴 하다.

       

       우리에게 카자크 기병대가 없다면 말이지.

       

       하지만 병신이 아닌 이상 놈들도 우리가 카자크를 굴리는 걸 알 텐데. 그걸 알면서도 들이받았다?

       

       지휘부를 노렸다고 봐야지.

       

       하지만 놀랍게도 내가 선두에 서 있으니 실패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지금 머릿수로만 버티고 있는 저 머저리들이 한 번에 전세를 뒤집어엎으려면 백군의 구심점인 저를 잡아야 하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황녀께서 선두에 계시니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은 남작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래. 딱 봐도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그러니 애써 키운 적 기병대가 죽어 나가도 돌파하고 싶었던 거다. 어떻게든 나 하나만 잡고 인질만 삼아도 되니까.

       

       아니, 그냥 죽이기만 해도 되었을 것이다.

       

       

       “전략적인 목표도 이루지 못하고 죄 죽어 나가기만 했다니.”

       “그래도 볼셰비키 놈들도 숫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아직도 저놈들은 많다.

       

       저들 대다수가 볼세비키의 신봉자들이라면 충격적이겠지만, 어째 기세를 보면 억지로 끌려온 거 같다.

       

       그럼 항복이라도 하고 싶을 텐데, 항복하기 직전에 총구멍이 머리에 날 거다.

       

       붉은 군대의 장교들은 그렇게 나오겠지.

       

       얼마 전까지 농민이었던 사람들을 굴리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 테니.

       

       

       “머릿수로 우리를 막아보겠다 참 그러네요. 저들은 스스로 볼셰비키에게는 정당성도 없고 대의도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많은 신민이 목숨을 잃겠죠.”

       “볼셰비키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마음을 다잡으셔야 합니다.”

       “한 번에 넘기에는 좀 출혈을 감수해야겠군요.”

       “모스크바만큼은 지키려 할 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저놈들의 병력 동원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럴 테지.

       

       실제 역사와는 사정이 너무 다르니까.

       

       저놈들은 혁명을 성공하고 벌써 민심이 바닥을 치고 있다.

       

       이 와중에 징병만 계속해대니 실제 역사와 달리 볼셰비키에 등 돌리고 백군에 합류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모스크바 내부에서 내통하는 이들은 없습니까?”

       “오흐라나(공안 질서수호국) 측에서 모스크바에 잠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금 기다려 보시지요.”

       

       

       음, 그건 실패할 거 같다.

       

       오흐라나가 대단하다고 해도, 빨갱이들도 모스크바만큼은 철저히 체카로 통제하려고 들 것이다.

       

       아마 시위라면 모를까. 모스크바 내에서 봉기는 힘들겠지.

       

       

       “지금쯤이면 볼셰비키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겠죠. 항공기를 이용해서. 항복하는 자들은 사면 해준다 하고,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볼세비키에게 봉기하라는 내용의 삐라를 뿌리는 게 어떻습니까.”

       “좋은 방법이군요. 항공대에 말해 두겠습니다.”

       

       

       원래 이럴 때야말로 삐라 같은 것이 잘 통하니까.

       

       

       * * *

       

       

       모스크바 전투는 치열했다.

       

       그러나 사기가 떨어진 적군과 다르게 백군은 선두에서 검은 남작과 함께 백군을 지휘하는 황녀 덕에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저길 보라! 선두에서 우리의 차리나께서 지켜보고 계신다! 빨갱이들을 모조리 죽여 승리의 영광을 차리나께 바치자! 우라!”

       “신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볼셰비키를 일망타진하라!”

       

       

       백군이 기를 쓰고 모스크바를 방어하기 위해 달려드는 적군들을 개량형 표도로프 자동소총으로 도륙했다.

       

       

       “이곳에서 반동들에게 패배하면 너희는 또다시 차르의 압제에 시달려야 한다! 우리의 죽음으로 레닌동지께서 이룩하신 소비에트를 지켜내자!”

       “반동들을 죽인 만큼 너희의 배식을 늘려주겠다!”

       

       

       백군과 적군의 밀고 밀리는 대혈전.

       

       백군 보병의 진군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받은 영국 MK 전차와 르노 FT. 독일제국의 도움으로 생산한 백군의 A-1 전차가 앞으로 나아가고 그 뒤를 보병이 뒤따르며 적군을 사정 없이 무너트렸다.

       

       

       “끄아아아악! 내 다리가!”

       “사.살려 줘! 죽기 싫어!”

       

       

       우드드득 콰지지직

       

       전차를 보고 겁먹고 쓰러져 전차의 궤도에 사뿐히 지르밟혀 고기육편이 되는 볼셰비키들이 늘어났고, 그것을 바라보며 질색을 한 볼셰비키들이 붉은 군대의 장교가 뒤에서 총을 겨눠 어쩔 수 없이전투를 이어갔다.

       

       

       “동지들 죽고 싶소? 당장 저 반동들을 막지 못하나!? 아니면 동지들은 저 황녀의 치마폭에서 굴러먹은 놈들인가? 얼른 싸우시오!”

       

       

       뒤에서는 정치장교의 총이, 앞에서는 백군의 전차들이 몰려오면서 적군은 이도 저도 못하며 자신들 목숨으로 백군을 막아갔다.

       

       공중에서는 러시아 제국의 폭격기 일리야 무로메츠와 오스트리아의 폭격기 한자-브란덴부르크 G.I가 적군 진영에 폭탄을 투하하면서 적군을 계속해서 괴롭혀댔다.

       

       적군에도 항공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독일군에게서 공여받은 F1 전투기와 대영제국의 솝위드 카멜 전투기가 적군 항공기들을 추풍낙엽처럼 떨어트렸다.

       

       백군은 뛰어난 무기와 전투력으로, 오로지 머릿수로만 밀어붙이는 적군 볼셰비키들을 잡으면서 진군해나갔다.

       

       

       “빨갱이놈들의 참호선을 돌파하라! 고지가 머지 않았다!”

       

       

       여기에 남러시아 백군을 이끄는 안톤 데니킨마저 남쪽에서 합류하여 모스크바 방어선을 쉴 새 없이 두들겨댔다.

       

       참호의 볼셰비키들은 전차의 기관총에 육편이 된 전우들을 따라갔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온 백군 보병들이 기관단총과 표도로프 자동소총으로 쏴대면서 참호를 돌파한다.

       

       그런데도 인구를 갈아 넣으며 막는 터라 모스크바는 버티고 있었다.

       

       당연히 모스크바 내에서 불만이 터져 오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우리가 왜 죽어야 해?”

       “죽으려면 너희가 직접 나가서 싸우다 죽어라! 애꿎은 내 남편과 아이 목숨을 빼앗지 말고!”

       “소비에트를 지키기 위해 반동들이 침략에 맞서 싸우는 것을 영광스럽게 여기지 못할망정 이렇게 폭동을 일으키다니!”

       

       

       타다당 탕!

       

       한편에서는 모스크바에 잠입해 볼셰비키에 불만 있는 이들을 모아 시위를 일으킨 오흐라나와 시위를 막기 위해 나온 체카의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동놈들이 모스크바로 잠입했다! 백군 수괴 아나스타샤의 정보부를 때려잡아라!”

       “지들이 오흐라나인 줄 아는 저 빨갱이들을 죽여라!”

       

       

       오흐라나의 모스크바 잠입만큼은 소비에트에게 충격적이었다.

       

       반동들이 기어이 모스크바까지 들어왔다는 뜻이니까.

       

       그들이 봉기를 일으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마치 볼셰비키가 혁명을 일으킬 때처럼.

       

       한번 혁명을 일으켜본 볼셰비키에 그 사실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체카를 풀어 반동들을 죽이고 있지만, 그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은 뻔했다.

       

       

       “동지. 어떻게 막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이 기조를 유지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무슨 말하고 싶은 건가.”

       “부하린 동지의 말이 맞습니다.  레닌 동지께서는 세계 공산주의자들에게 있어 혁명의 상징입니다. 이쯤에서 모스크바를 탈출하시는 것이.”

       

       

       당내에서는 기어이 모스크바를 탈출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모스크바방어선은 불안정했다.

       

       인민을 갈아 넣어서 막는 이 방어는 필연적으로 소비에트 인민들이 볼셰비키 정권에 불만을 품게 할 것이다.

       

       이미 한번 차르에게서 등을 돌린 인민들이 볼셰비키에게서 등을 돌리지 말란 법이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 35화 안에 적백내전이 끝날 거 같긴 한데…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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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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