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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국경의 드넓은 상공을 지나가자 그곳은 적진이었다.

         

       “허.”

         

       가장 먼저 그를 반겨준 것은 졸부와 전통 그 사이에 있는 장식들. 공항은 얼핏 천박하게 보이면서도 일본 특유의 화려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이게 일본의 미(美)라고 말하는 듯 일본 전통 그림인 우키요에(うきよえ) 풍으로 그린 벽화가 보였다.

         

       ‘그림에다 수작을 부려놨군.’

         

       그림에서는 묘한 기운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주술과는 다른, 마법이라기엔 조금 이질적인 형태의 힘이 말이다.

         

       ‘음양술?’

         

       음양술은 중국, 한국에서 발전되었던 주술을 일본이 자기식으로 어레인지해서 만든 힘이다. 동북아시아의 주술에서 유래되었기에 부적을 토대로 힘을 사용하며, 거기에 주문을 더하는 형태로 효과를 강화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이 음양술을 사용하는 이를 음양사(陰陽師)라고 부르고,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국가 요직에 자리하며 천기를 읽고 제사를 지내고, 풍수지리를 보는 등의 일반적인 주술사가 하는 일을 도맡아서 하며 권력을 놓치지 않았다.

       말하자면 일본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주술 형태라 할 수 있으리라.

         

       ‘음양술로 수작을 부려놓았구나.’

         

       그리고 진성이 일찌감치 짐작했던 ‘주술사를 확인하는 방법’이란 바로 음양술.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주술사란 존재 자체가 종잡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일반적인 방법으로 주술사를 찾을 수 있겠는가.

         

       체내 에너지 감지기는 주술사보다는 마법사나 무인에게 유효하고, 이계흔 탐지기는 소환사에게나 유효하다.

       자기공명 장치(MRI), 혹은 테라헤르츠 방사선(terahertz radiation)을 사용하는 테라헤르츠 방사선 보디 스캐너라면 주술사가 주술을 사용하면서 생긴 육체적인 대가를 탐지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겠으나…. 그 대가라는 것이 일반적인 환자와 차이가 없으니, 주술사와 환자를 구별할 수가 없으니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일본은 음양술을 새겨놓아 주술사를 탐지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방법은 주술끼리의 충돌.

         

       주술사라는 족속은 자신이 온갖 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주술에 대해 방비도 해놓는다. 보통 인형의 형태로 만든 ‘액막이 인형’을 사용하는데, 이 액막이 인형은 주술사에게 가해지는 피해를 함께 부담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저주술의 주술흔이 분산되는데, 공항에 새겨진 음양술은 이러한 분산을 포착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였다.

         

       ‘약하게 찔러보고 반응이 나오면 바로 발각이라. 꽤 세련되기는 했군.’

         

       물론 평범한 사람도 액막이 인형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 기복과 방재(防災)는 누구나 바라는 것이 아니던가.

         

       ‘아마 보디 스캐너와도 연관이 되었을 것이야.’

         

       그렇기에 진성은 단순히 이 음양술만이 아닌, 과학과도 연계했으리라 짐작했다. 보디 스캐너에서 환자로 걸리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액막이 인형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가 걸리는 것은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두 개에 걸리면 아마 후속 조치가 따를 것이야. 용의 선상에 오르고, 계약자나 다른 주술사가 찾아와서 확인하는…그런 조치가.’

         

       진성은 이것을 거미줄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으로 들어오는 주술사를 막기 위한 끈끈한 거미줄.

         

       그 때문일까?

       그는 오히려 더 기대가 커지는 것을 느꼈다.

         

       ‘대체 어떤 것을 꼭꼭 숨겨두고 있기에 이리도 주술사를 배격하는가?’

         

       그는 음양술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공항을 둘러보았다.

         

       가고시마 공항이 자랑한다는 공항족욕장에는 바닥의 무늬 속에 교묘하게 음양술을 숨겨놓은 것을 볼 수 있었고, 관광지로 향하는 셔틀버스에도 역시나 음양술이 가득했다. 아니, 공항 밖엔 아예 결계가 쳐져 있었다.

         

       ‘대단하구나.’

         

       주술사를 공항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집요할 정도였다.

         

       ‘저 결계는 보자. 주물(呪物)…. 아니. 부적을 탐지하기 위한 결계로구나.’

         

       혀를 차며 버스에 타니 바닥과 천장에 멋들어지게 용을 그려놓았는데, 이 역시 음양술이었다.

         

       ‘이건 주물과 충돌을 유도하는구나. 유의미한 효과는 볼 수 없으나 그 흔적만은 남기는, 눈치채기 어려운 형태의 수작이야.’

         

       그뿐이랴?

       버스 곳곳에는 열 감지 센서로 추정되는 것들이 있었다. 설명에는 병의 예방을 위해서라고 적혀있기는 했지만 그걸 어찌 믿겠는가. 세계적인 전염병이 유행하지도 않는 지금 저런 것을 붙여놓는 것은 예산 낭비일 뿐이다.

       당연히 다른 목적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 옳다.

         

       ‘보자. 역시나 그냥 센서가 아니라 체내 에너지 감지 센서로구나.’

         

       일반적인 센서와는 다르게 안에 여러 종류의 에너지가 극미량 함유된 부품이 느껴졌다.

       그가 용병 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보았던 체내 에너지 감지 센서가 분명했다.

         

       ‘온갖 수단으로 용의자를 좁히고 확인하겠다?’

         

       주술사에겐 체내 에너지 감지가 유효하지 않다. 주술 자체가 딱히 정해진 종류의 에너지를 쓰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에너지를 쓴다고 가정해도 대가 때문에 육체가 변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축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 저 체내 에너지 감지 센서는 주술사를 감별해내는 것이 아니라, 주술사가 아닌 사람을 가려내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분명했다.

         

       ‘허. 참으로 끈질기다. 대체 무슨 꿀단지를 숨겨놓았길래 이러는고?’

         

       진성은 기대감이 담긴 표정으로 빈 좌석에 앉아 가만히 창밖을 쳐다보았다.

         

       그 행색이 영락없는 관광객의 모습인지라,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

         

       셔틀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내리자마자 탄성을 지르는 모습 역시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다만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본의 풍경을 보자마자 감탄한 것으로 여겨 흐뭇하게 여길 뿐이었다.

         

       실제로 셔틀버스에서 내리자 보이는 풍경은 참으로 훌륭했으나.

         

       진성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였다.

         

       ‘여기까지 결계가 있다니! 아니. 공항에서 바로 갈 수 있는 중요 관광지엔 필시 결계가 있을 것이야.’

         

       그는 셔틀버스 대신에 일반 시내버스를 잡아서 이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 축지를 연달아 사용하며 버스 정류장까지 이동했고, 관광지의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낡아빠진 버스에 타서 아무 곳에나 이동했다.

         

       딱히 목적지는 없었다.

       단지 공항에서 바로 갈 수 있는 중요 관광지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가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일까?

         

       진성은 적당한 곳에서 내리자마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니까 주술사를 걸러내려고 하지. 하하하!’

         

       그가 내린 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는 시골 마을.

       얼핏 한국의 시골 마을과도 한없이 닮은 그곳은,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곳임이 틀림이 없으리라.

         

       하지만 진성의 눈에는 그 어떠한 관광지보다도 멋있게, 아름답게 보였다.

         

       검은 아지랑이가 보였다.

       얼핏 밤의 어둠을 빛에 희석하고 또 희석해 마지막으로 남은 선녀의 날개옷처럼 하늘하늘 얇게 비치는 것을 늘어놓은 것 같은 아지랑이. 실체가 있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하고, 실체가 없다고 하기에는 한없이 긍정적인. 그러나 모으고 또 모으면 반드시 어둠의 색을 띨 것 같은 미약하기 짝이 없는 검은 아지랑이였다.

         

       하얀 가루도 보였다.

       밀가루 포대 하나를 뜯어 허공에 뿌리면 나타나는 아주 작고 고운 가루. 그것을 빛에 투과할 수 있도록 성질을 바꾸고, 그 존재감을 한없이 낮춰 땅에 내려앉지 않는 눈송이를 만들면 저러한 형태가 아닐까.

         

       그것들은 서로 뭉치려 하나 마치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를 밀어대는 것처럼 서로를 거부했고, 그 형상이 꿈틀거리는 해초에 하얀 꽃이 피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산산이 흩어져버린 혼(魂)과 백(魄)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의 정체는 바로 영혼의 구성 요소인 혼과 백이었다!

         

       그리고 이 혼과 백은 주술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

         

       한마디로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금광이나 다이아몬드 광산을 능가하는 노다지나 다름없다는 이야기.

         

       그는 일본이 기를 쓰고 숨기려 한 비밀을 깨닫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축지를 사용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혼과 백을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주술사를 색출하기 위한 결계가 쳐져 있는 곳을 제외한 일본 전역이 저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자연을 건드렸는데 부작용이 기온 상승밖에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이제야 이해했도다.’

         

       보통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할 혼과 백이 저렇게 남아있다는 것은 명백한 부작용이었다.

         

       ‘혼과 백이 저리 남아있으니 원한도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고, 아마 악귀와 악령이 곳곳에 창궐했을 것이다. 거기에 재해도 자주 일어났을 터. 모든 것이 아귀가 맞는다!’

         

       그리고 일본이 어째서 음양술이라는 독자적인 형태의 주술을 사용했는지도 알아차렸다.

         

       ‘일본이 왜 그리 음양술을 자랑하면서도 내수용으로만 사용했는지 알겠다.’

         

       일본 안에선 혼과 백을 대충 뭉쳐서 주술을 사용해도 충분히 위력이 나왔을 것이다.

       식신(式神)이라 불리는 것들도 잘 길들인 영혼에 혼과 백을 잘 뭉친 뒤 건네주기만 했어도 알아서 움직였을 것이고.

         

       하지만 일본 밖으로 나가면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디 혼과 백이라는 것이 그리 흔한 것이던가.

       태양 정도의 양기에만 지속해서 노출되어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혼과 백이다. 그나마 백은 버틸 수나 있지만, 혼은 증발하듯 사라져버린다. 일본처럼 혼과 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술 의식이나 상등품의 주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정도의 혼과 백이면 실력 있는 주술사는 혼자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

         

       당장 수준급 강령술사를 데려오면 도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적당한 곳에서 원한령 하나를 끌고와서 혼을 정련해서 쑤셔 박으면 강대한 악령, 경우에 따라선 대악령(大惡靈)을 탄생시킬 수도 있을 테니까.

       그뿐이랴? 악귀 하나를 끌고 와서 백을 정련해서 쑤셔 박아 요괴 급의 대악귀(大惡鬼)를 만들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일본 전역이 이러하다면 그러한 괴물을 수십은 족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니, 때에 따라선 단신으로 국가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부적술사라면 부적공장에서 뽑아내는 부적조차 신묘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고, 소울 번(Soul burn)을 사용할 수 있는 화염술사라면 저 널려있는 혼과 백을 매개체로 아무곳이나 불바다로 만들 수 있으리라.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그게 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주술사의 입국도 저렇게 편집증적인 태도로 막아내는데, 주술사가 밀입국해서 날뛰는 상황 하나를 가정하지 못했겠는가. 아마 일본 곳곳에 주술사를 찾아내고 막아낼 수 있는 방책이 여럿 존재할 것이다.

         

       “훌륭하다. 아주 훌륭해!”

         

       하지만 그게 무어 상관이란 말인가?

       들키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진성은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이득을 얻을 수 있으리라 예감했다.

         

       아니.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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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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