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80

       “음…….”

        

       루테티아로 돌아오는 내내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그리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아니, 그걸 ‘졸졸’ 따라왔다고 말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리폰은 마차 뒤를 종종종 따라오기도 했고, 날개가 찌뿌둥했는지 갑자기 저 멀리 날아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솔직히 하늘 높이 날아올랐을 때는 속이 뻥 뚫리기도 했다. 그래, 그대로 네 가족 있는 곳으로 날아가서 행복하게 살아라~ 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확신으로 굳어지기 직전쯤에 꼭 다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오는 타이밍은 우리가 어딘가 경계를 넘을 때마다였다.

        

       이쪽 세상에서도 동물을 옮기는데 여러모로 신고라던가, 하여간에 절차가 필요한 모양이다. 아직 생태계 파괴 같은 담론이 진지하게 오가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보통 희귀동물은 특정 지역의 ‘특산물’ 취급인 경우가 많아서 보통 세관에 걸린다.

        

       원숭이나 화려한 색의 열대어, 앵무새나 파충류 같은 것들. 물론 내가 살던 세상에서 비슷한 이름을 가진 동물들보다 훨씬 특이한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몇 번이나 말했듯, 이쪽 세계의 동물들은 정말 위험한 것들도 많다. 단순히 사람을 물어서, 전염병을 옮겨서가 아니라 마법으로 불을 붙여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스니 기름이니 석탄이니 하는 것들을 엄청나게 쓰는 세계에서 그런 짐승들이 통제를 벗어나면 자칫 대형 사고가 터질 수 있고, 그렇기에 보통은 이런 식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나를 따라오는 그 짐승이라는 것이 그리폰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냥 짐승이라고 말해도 되는 건가?

        

       보통 드래곤같은 것을 ‘짐승’으로 분류하지는 않잖아?

        

       판타지 세계관에서 드래곤이 사람과 대화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보통은 인간은 아닌 지성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고 그저 날개 달린 거대한 파충류처럼 나오는 매체에서도 일반적으로 그 강함을 ‘짐승’ 수준으로 표현하는 일은 잘 없고.

        

       내 뒤를 따라온 그리폰에게는 사람의 성대가 없으니 당연히 사람의 말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리폰이 내 말이나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보이는 반응을 보면 아무리 봐도 그 말을 전부 알아듣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음…….”

        

       벨부르와 법국의 경계를 지키던 벨부르군 초병의 반응도 딱 그랬다.

        

       이걸 그냥 짐승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짐승이라고 생각하면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니, 그보다, 국경으로 들여도 되는 녀석인가?

        

       그런데 내가 입국을 막으려고 해도 막을 힘이 있나?

        

       그런 생각들이 그대로 읽힐 것만 같았다.

        

       “토, 통과!”

        

       통과냐고.

        

       하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눈을 내리 깐 채 자신을 노려보는 그리폰을 보고 있으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나도 그랬을 것 같다.

        

       ……다만, ‘저 사람이 알아서 해주겠지’하는 눈으로 나를 보는 건 좀 그만뒀으면 좋겠다.

        

       나도 쟤 막을 힘 없거든.

        

       *

        

       “음…….”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반응을 보인 사람에는 루테티아 국왕도 포함되었다.

        

       이번 일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처리할지 이미 방침은 세워둔 모양이었다. 우리가 루테티아로 입성하자마자 바로 나팔 소리가 들리고 꽃잎이 휘날렸던 것을 보면, 벨부르는 이번 전투에서 ‘승리했다’ 선언하려는 모양이다.

        

       황제가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을 숨길 수는 없다. 이미 벨부르 귀족들도 다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이겼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낫다는 거겠지.

        

       체포된 황제의 신병을 어떻게 할지는 또 다른 이야기고, 그 이야기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길고 지루한 과정이 있겠지만, 일단은 나도 거기 편승하기로 했다.

        

       문제는, 거기 편승하기로 한 것이 ‘사람’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리폰을 지배했던 팬그리폰의 후손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그리폰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전해 내려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폰을 지배했던 존재는 팬그리폰 개인이지, 제국 자체가 아니니까.

        

       그래서 그리폰은 실존하는 생물이면서도, 위상 자체는 거의 환수에 가까웠다. 무엇을 먹고사는지, 생활 양식은 어떻게 되는지, 혹시 그들만의 문화가 있는지. 조사하려 간 사람들이 멀쩡히 돌아온 사례가 드물다 보니 더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리폰이 ‘뽐내는 것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

        

       처음 나팔 소리에 깜짝 놀란 듯 앞발을 들었던 그리폰은, 곧장 정신을 차린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기가 멈춰서 뒤쪽의 마차들이 죄다 멈춰 선 것, 그리고 앞서가던 마차와의 간격이 벌려진 것,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는 것을 전부 확인한 그리폰은, 곧장 앞으로 달려 나갔다. 자기와 거리를 벌렸던 그 마차로.

        

       ……내가 타고 있던, 위 뚜껑이 없던 마차로.

        

       그리고 나를 덥석 물었다.

        

       당연히 주변에서 비명이 들렸다. 승전보를 들고 온 황녀가 그리폰에게 머리를 물려 사망하는 것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인가. 팬그리폰의 후손이 그리폰에게 물려 죽으면 그것만큼 아이러니한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 자체를 물었다기보다는 내 옷 뒷덜미를 물었다.

        

       그리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할 것도 없이 그대로 들려서 그리폰 등 뒤로 내동댕이쳐졌다.

        

       내가 이번에는 속바지를 입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간신히 그리폰 등 위에서 자세를 잡고 등을 세우자, 잠깐 정적에 휩싸였던 주변이 다시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대체 왜 벨부르 국민들이 그리폰의 등 위에 올라탄 타국의 황녀에게 그렇게 열광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이게 예정된 이벤트나 그런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폰은 위풍당당하게 양 날개를 활짝 펼치고, 마치 콧대를 높이듯 부리를 치켜들고서 성큼성큼 기었다.

        

       분명 그리폰을 해부하면 반 정도는 자존심으로 꽉 차 있으리라.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루테티아 왕궁까지 전진했다.

        

       국왕 앞에서는 당연히 내려와 섰지만, 그리폰은 당당하게 내 뒤까지 따라와서 고개도 굽히지 않은 채 버티고 섰다.

        

       “음…….”

        

       할 말을 잃은 채 한동안 그리폰을 올려다보던 국왕은, 다시 시선을 내 쪽으로 던지며 말했다.

        

       “이 그리폰이, 이전에 황녀가 구해준 그 그리폰인가?”

        

       “……그렇습니다.”

        

       부디 내 목소리가 부끄러워하는 것처럼은 들리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

        

       루테티아는 제국과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아무리 황제가 자리를 비웠어도 제국은 제국이다. 제국에 있는 살인 병기들은 왕국에 있는 모든 살상 무기를 압도한다. 여신이 만들어낸 세상에선 그나마 전함이라도 떨어졌지, 이 세상에서는 그 전함도, 모니터함들도 멀쩡했다.

        

       그렇기에 국왕은 이 상황을 최대한 평화롭게 끝내고자 했다.

        

       “전투에서 가장 공을 세웠던 존재들이 바로 제국의 사람들이니, 황제의 판단을 제국의 판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소.”

        

       “…….”

        

       으응?

        

       나는 국왕의 말투를 듣고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어떤 위화감을 느꼈는지, 앨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사실 황제 본인이 ‘루테티아’에 대단한 잘못을 했던 것은 아니지. 루테티아 지하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던 존재는 바로 법국이었으니 말이오.”

        

       근본적인 원인이 황제한테 있기는 했지만,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누가 자길 괴롭힐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다른 사람을 괴롭힐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제를 그냥 넘길 수는 없소. 하지만 반대로 제국 측에서는 생각이 다르겠지. 이에 대해서는 꽤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소만.”

        

       “…….”

        

       으음.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안 되겠다.

        

       그냥 넘기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일단 이유 정도는 알고 있어야 나중에 덜 당황할 것 같아, 나는 그냥 이 자리에서 그 이유를 물어보기로 했다.

        

       “폐하.”

        

       “말해보시오.”

        

       “……어째서 말투를 바꾸셨는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

        

       내 질문에 벨부르 국왕은 살짝 입을 벌린 채 잠깐 멍하니 있다가,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야 당연한 것이 아니오?”

        

       “당연하다니요.”

        

       “제국의 정통성을 잇는 차기 황제가 내 앞에 있는데, 당연히 그만한 존중을 해줘야 하지 않겠소. 게다가 지금 상황을 보면 제국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그 차기 황제가 진짜로 황제가 될지 모르는데.”

        

       “…….”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앨리스를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게 무슨 소리요?”

        

       벨부르 국왕의 표정이 더더욱 황당하게 바뀌었다.

        

       “팬그리폰의 전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벨부르에도 없을 것이오. 그리폰을 지배하는 자가 팬그리폰 황가에 나타났으니, 당연히 차기 황제는 그 ‘팬그리폰’이 되는 것이 아니오?”

        

       아뇨, 그런 법은 없는데요.

        

       그거 그냥 전설인데.

        

       아니, 물론 일단 상황을 보면 실제로 있었던 일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먼 훗날 진짜로 그리폰을 다스리는 팬그리폰이 나타나 황제의 자리에 앉아……’같은 상투적인 표현조차 없는 담백한 건국 신화일 뿐인데요.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벨부르 국왕을 앞에 두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

    뭔가 대단히 큰 일이 일어난 건 아닌데, 일을 하는 내내 자잘하게 멘탈을 긁는 상황이 연속으로 벌어져서 영 집중이 되지 않는 날이네요…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