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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0

       독고천이 백우진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듯, 백우진 또한 독고천이 싫다.

         

       싫다, 라는 단순한 표현이 실례일 만큼.

         

       어쩌면 혐오라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렇게 독고천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단 한 가지뿐이다.

         

       ‘위군자(僞君子).’

         

       그가 세상에 둘도 없을 사기꾼의 자질을 보이고 있기 때문.

         

       위군자란 제 행동이나 태도를 거짓으로 꾸며 군자인 척하는 이를 의미한다.

         

       바로 독고천처럼 말이다.

         

       기실 독고천과 같은 위군자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아마 정파 내에서 찾아보려고 노력 조금만 하면 한 다섯 수레는 거뜬히 나오지 않을까.

         

       말인즉, 이미 위군자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는 유별나지 않은 인물이라는 뜻.

         

       그럼에도 백우진이 그를 특별히 혐오하는 까닭은 다름 아닌 속내에 품은 마음에 있다.

         

       ‘저 새낀 검어도 너무 검어.’

         

       백우진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부정하거나, 배척하지 않는다.

         

       사실 세상 사람들 전부가 겉과는 달리, 속으로 바라는 게 하나쯤은 있는 게 사실 아닌가.

         

       그러나 거기에도 정도가 있는 법.

         

       세상을 속여 본인이 얻고자 하는 것이 독고천은 너무나도 크고, 방대하다.

         

       본인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일단 자신의 여자인 제갈연지에게 추파를 던져댔던 것만 봐도 그렇다.

         

       ‘아주 싹수가 노란 놈이야.’

         

       백우진은 그로부터 다른 어떤 인물을 겹쳐서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를 성자라고 지칭하고 다녔던 그 쓰레기처럼.’

         

       옛날에도 저런 놈이 하나 있었다.

         

       자기를 성자라고 칭하며 믿음으로 상대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던 양아치가.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왜냐, 백우진도 처음에는 그를 진짜 성자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

         

       그가 제 이득을 위해 마족들에게 제 정보를 빼돌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낀 배신감과 상실감은 그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

         

       ‘저놈도 딱 그 과야, 그 과.’

         

       백우진이 생각하기에 독고천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손익을 계산하여 이익이 되기만 한다면 혈교, 마교와도 스스럼없이 손을 잡을 인간.

         

       그래 놓고서 뻔뻔하게 거래였을 뿐인데, 뭐 문제라도? 하고 반문할 철면피.

         

       “제물 좋지.”

         

       찬란한 앞길을 위한 제물, 참으로 마음에 드는 말이다.

         

       “마침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다만 제물과 밝은 미래의 주인공이 다를 뿐.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일렁이며 긴장감을 드높이고 있을 때.

         

       “개전(開戰)!”

         

       비무가 시작되었다.

         

       지난번 칼을 맞댔을 때보다 한층 고강해진 독고천의 기세를 보며 백우진은 감탄했다.

         

       ‘난 놈은 난 놈인데…, 쯧.’

         

       아무리 그를 싫어해도 이것 하나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천고의 기재라는 것.

         

       그리고 그 원동력이 무엇이든, 어마어마한 노력이 재능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렇기에 아쉽고 또 애석했다.

         

       저 인간이 두드려 패서 말을 들을 위인이라면 어떻게든 회유를 시도했을 텐데.

         

       “후우.”

         

       짧게 내쉰 숨 한 모금에 미련을 털어낸 백우진이 검을 뽑아 들었다.

         

       이 세상이 소설이라는 것을 감안하고서 독고천에게 주어진 재능을 보았을 때, 그가 훗날 크나큰 위협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번 쓰고 버릴 단역에게 저토록 대단한 재능을 쥐여주었을 리가 없으니까.

         

       ‘오늘 확실하게 서열 정리를 하자.’

         

       친선 대결이 아니라도 당장 그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아직 어떤 해악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사실 아무도 모른다.

         

       이곳은 소설이되, 현실.

         

       미래의 그가 선역일지, 악역일지에 대해서는 오직 그때 가서야 알 수 있는 일.

         

       다만 격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 그에게 제 존재를 공포 그 자체로 각인시킬 요령이다.

         

       다시는 제 여자를 넘보지 못…, 아니, 훗날 악역이 되어서도 자신에게 설설 길 수 있도록.

         

       “무대 좋고.”

         

       여러모로 필요한 일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단순히 음모로부터 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앞서 한 가지 선결되어야 할 덕목이 있으니.

         

       다름 아닌 무력이다.

         

       약한 주제에 사람을 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영웅이라 불리길 바라는 건 과욕이다.

         

       과거의 영웅이었던 백유성 또한 영웅이라 불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혈교로부터 중원을 되찾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만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

         

       “핫!”

         

       기나긴 대치 속에서 독고천이 먼저 땅을 박찼다.

         

       백우진을 경원시하지 않게 된 독고천은 곧장 파천제왕신공을 운용하여 그를 압박했다.

         

       파천제왕신공은 세상에 둘도 없는 패도(覇道)의 무공.

         

       흩뿌려지는 기운 하나하나에 무시무시한 경력이 깃들어 상대를 위축시키고 자신을 더욱 커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를 수월히 받아넘기는 백우진의 표정은 태연했다.

         

       피부 전체로 들이치는 경력도 제게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빠득!

         

       독고천이 이를 악물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파천제왕신공의 초식들이 이토록 쉽고, 어이없이 막힐 줄이야.

         

       그는 점점 검에 담은 기운의 양을 늘려갔다.

         

       2할, 3할, 4할….

         

       초식의 힘이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음에도, 백우진은 똑같았다.

         

       전력의 7할 이상을 끌어다 쓰고 있는 독고천이 문득 허탈감에 빠졌다.

         

       “네놈은 대체….”

         

       지금까지 얼굴 위를 굳건히 뒤덮고 있던 가면마저 벗겨질 정도의 커다란 충격.

         

       “이게 끝?”

         

       자존심을 사정없이 지르밟는 그의 한마디에 독고천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 더없이 차분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놈의 검술이 또 내 발목을 붙잡는구나.’

         

       독고천은 비무가 이토록 흘러가게 된 까닭으로 백우진의 검술을 꼽았다.

         

       술에 취한 주정뱅이처럼 비틀거리며 어떤 공격도 흘려내는 유(柔)의 극치.

         

       오직 부수고 깨트리는 파천제왕신공과는 대척점에 있는 저 검술이, 백우진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말이다.

         

       ‘이대로 가봐야 남는 것은 전과 같은 결말뿐이다.’

         

       이미 한 번 겪어본 바 있다.

         

       이대로 흘러가는 비무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단숨에 끝을 봐야 한다.’

         

       찰나의 고민 끝에 독고천은 결정을 내렸다.

         

       현재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흐느적거리는 놈의 검술을 단숨에 깨부수기로.

         

       ‘설령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차라리 그가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인망은 실수로 비무 상대를 죽였다고 하여 바스라질 만큼 나약하지 않기에.

         

       물론 조금의 타격은 있겠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독고천은 백우진을 죽이고 싶었다.

         

       그만큼 그는 위험한 존재였다.

         

       “크아앗!”

         

       괴성처럼 들리는 기합성과 함께 독고천의 기운이 끝도 없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 백우진이 눈을 빛냈다.

         

       ‘끝장을 볼 셈인가.’

         

       일반적인 초식으로는 주선검결의 묘리를 깨트릴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일 테지.

         

       독고천이 천고의 기재라는 것이 널리 퍼졌을 때부터 그에게 뇌물을 바치려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크고, 작은 영약들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평범한 이라면 먹다가 기운이 역류하여 주화입마에 빠졌어도 모자랄 양을, 그는 말끔하게 먹어 치워 제 것으로 만들었다.

         

       그 막대한 양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에 백우진은 혀를 내둘렀다.

         

       “총량만 따지면 나보다 많겠네.”

         

       화경에 오른 고수보다 많은 양의 내공이라니.

         

       만약 그가 화경에 오르게 된다면 그땐 또 얼마나 강해질지 궁금해질 지경.

         

       경천동지할 위력의 기운이 그의 몸 주변을 맴돌다 한 곳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전신에서 우측 반신으로.

         

       우측 반신에서 우측 팔로.

         

       우측 팔에서 그가 쥔 검 한 자루에.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검 끝까지.

         

       파츠츳!

         

       막대한 양의 기운이 고작 다섯 마디쯤 되는 검 끝에 당장에라도 터질 듯 불안한 소리를 내며 활활 타오른다.

         

       ‘대성하진 못했어.’

         

       그가 꺼내든 비장의 수는 아직 완벽에 이르지는 못한 듯하다.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일이었다.

         

       아무리 봐도 저 오의는 초절정에 이른 무인이 사용할 만한 수준이 아닌 듯 보였다.

         

       최소 화경, 그것도 완숙한 경지쯤에는 다다라야 시도해볼 만한 수준.

         

       독고천은 이를 막대한 양의 내공으로 찍어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백우진.”

         

       타오르는 기운이 담긴 검 끝을 백우진에게 겨눈 독고천이 애써 웃는 얼굴로 말을 잇는다.

         

       “이것까지 흘려내면 네놈의 승리다.”

         

       그리 말하며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표정에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단순하고 좋네.”

         

       일촉즉발의 상황.

         

       단숨에 막바지에 이른 두 사람의 비무에 무림맹 진영이 발칵 뒤집혔다.

         

       훗날 정파를 이끌어 갈 두 기재의 대결.

         

       지금까지의 비무와는 차원이 다른 공방에 흐뭇해하던 것도 잠시.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오?”

       “당장 중지시켜야 합니다!”

       “저 정도 격돌이면 친선이 아니라 생사결 아닙니까!”

         

       그들이 뿜어내는 기운의 수준이 친선 대결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고 말았다.

         

       자칫 잘못했다간 한쪽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공멸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제가 막아보지요.”

         

       이에 검후가 몸을 날리려 했으나, 뒤이어 들려오는 늙수그레한 음성이 그녀를 막아섰다.

         

       “그냥 지켜보게.”

         

       신법을 극성으로 발휘하기 직전에 겨우 멈춰 선 검후가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를 막아선 음성의 주인은 다름 아닌 검존이었다.

         

       “검존, 어찌…!”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묻자, 검존이 손을 들어 백우진을 가리켰다.

         

       “저 아이를 보게.”

         

       다시금 등을 돌린 검후는 검존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 서 있는 백우진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거센 기의 격돌 속에서도 변함없이 미소를 짓고 있는 백우진의 모습을.

         

       이어 검존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식의 끝은 나지 않을 테니, 그저 지켜들 보시구려.”

         

       허허허!

         

       여유롭게 웃는 검존의 태도에 발을 동동 구르던 무림맹의 인사들이 뻘쭘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이 움직였다.

         

       정확히는 독고천이 먼저 발을 떼었다.

         

       ‘죽어라, 백우진!’

         

       진한 살기와 염원을 먹고 자란 안광이 두 눈에서 폭사되었다.

         

       동시에 힘차게 내지른 검 끝에서 꾹꾹 눌러 담긴 기의 덩어리가 쏘아졌다.

         

       「파천제왕신공(破天帝王神功)

         

          오의 점멸(點滅).」

         

       아직 무공이 완성되지 않아 점이라기엔 조금 큰 덩어리가 백우진의 지척에 닿은 순간.

         

       불안전한 껍데기를 단숨에 깨고 나와 몸집을 부풀려 주변을 전부 뒤덮기 시작했다.

         

       주변이 온통 가루가 되어 바스러지는 상황.

         

       백우진은 막대한 기가 근처까지 다가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곧추세웠다.

         

       백섬검결의 모든 초식을 한데 엮어 만든 오의 백섬(白閃).

         

       그는 며칠 전 우연한 계기로 제 손으로 만든 오의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데 엮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안에서도 제각각이었지.’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곧은 빛줄기였으나,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엉망진창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고 백우진은 마침내 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백섬검결의 모든 초식이 오직 하나의 길로 향하는 진정한 백섬을 말이다.

         

       「백섬검결(白閃劍訣)

         

          오의 백섬일로(白閃一路).」

         

       위에서 아래로.

         

       손에 쥔 검이 머리에서 발밑으로 떨어져 내린 순간.

         

       멸(滅)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파괴력으로 주변을 가루로 만들며 내달리던 기운이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갈라진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단단한 청강석으로 만들어져 웬만한 초식으로는 흠조차 내기 힘든 비무대 바닥이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일순 찾아온 적막.

         

       모두가 입을 쩍 벌린 채 경악하고 있을 때, 독고천이 힘없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졌다.”

         

       털그럭!

         

       비무대 바닥에 검을 떨어트린 독고천이 축 늘어진 어깨로 비무대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주변에 그 누구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력을 다한 비무에서 무참히 패배한 독고천은 당분간 등장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과연 기나긴 침묵을 깬 뒤 나타날 그의 모습은 어떠할지 훗날을 기대해주십시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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