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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0

       “그래서 오늘 할 게임은 쓰레드다.”

       

       – 오.

       – 천마님 또 깽판치시려고.

       – 스트리머 서버에 재앙이 간다.

       – 이번엔 또 어떤 불이 붙을까.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랑 팀하시는 거죠?]

       

       “그래. 애초부터 그 녀석의 권유로 게임을 시작한 것이니 그리 해야지.”

       

       자질구레한 일들은 자신과 자신의 팀원이 알아서 할 테니 본인은 하고 싶은 대로 놀러다니면 된다고 이야기 들었다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겠지.

       

       원래 이런 것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다간 관게가 파탄나기 마련이니까.

       

       본인이 혼자서 살 생각이었다면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니.

       

       <화령씨! 전화 걸어도 돼죠?>

       “맘대로 하거라.”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엔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도 방송을 킨 모양이구나.

       

       “하아. 지금 좀 긴장돼요. 일 년 만의 쓰레드라.”

       “일 년?”

       

       엔리. 지금 그게 무슨 소리더냐.

       

       그대 분명 이 게임에 대해서라면 자신이 있다 하지 않았나.

       

       내 그대가 알려준다는 말을 믿고서 이 게임에 관해 따로 알아보지도 않았거늘 일 년만이라니.

       

       자칫 잘못하면 그대나 나나 다를 바가 없어진단 소리 아닌가.

       

       “걱정하지 마세요! 그 때 엄청 열심히 했다고요! 지금도 그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하늘의 끝을 할 적에도 비슷한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자기가 이 게임에 한해선 전문가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지껄였지만 결국 본인의 행적에 대해선 다 처음 보는 것이라는 이야기밖에 하질 않았잖으냐.

       

       그런 식으로 불신을 드러냈더니 그건 화령 씨가 비정상인 거에요! 라며 소리를 내질렀다.

       

       “다른 건 몰라도 하늘의 끝으로 무시하는 건 못 참아요! 저 진짜 그 게임은 잘한다고요!”

       

       – 근데 너 나보다 겜 못하잖아?

       – 엌ㅋㅋ

       – 제대로 긁혔네. ㅋㅋㅋ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시당해서 그런가 엔리의 반응이 과격했다.

       

       으음.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간 게임에 접속하는 것도 힘들겠군. 대충 사과하고 넘어가든가 해야지.

       

       “그래. 알겠다. 미안하구나.”

       “대답에 너무 성의가 없는 거 아니에요?!”

       “그건 됐고.”

       “됐고?!”

       

       일 년이라는 시간은 길다. 본인이 본래 지내던 무림에서도 일 년이라는 시간에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던가.

       

       수많은 정보가 나돌아다니는 현대라면 그 일 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은 더더욱 커다랄 터.

       

       엔리. 솔직하게 말해보거라. 내가 그대를 믿어도 되는 게 맞으냐?

       

       “…그으. 따로 전문가 초빙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방금 전까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엔리도 자신의 지식을 믿기 어렵다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꼬리 내릴 것이라면 진즉에 그렇다고 할 것이지.

       

       “그 자는 믿을만한 자더냐?”

       “네. 원래 혼자 하겠다 그러시던 분을 화령씨 이름 팔아서 데리고 온 거라.”

       “허어?”

       

       본인의 이름을 팔아먹었다고? 그게 무슨 소리더냐?

       

       그 부분이 의아하여 따져 물었더니 엔리가 입을 다물었다. 녀석. 본인을 끌어들이는 데에 하도 열정적이다 생각했더니 그런 뒷사정이 있었구나.

       

       “나중에 밥이나 사거라.”

       “맛있는 걸로 살게요.”

       

       거기까지 잡담을 하고서 게임에 접속하자 텅빈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 보자. 몸에 걸쳐진 것은 갈색의 얇은 천쪼가리인가.

       

       “화령님. 지금 어느 위치에 계세요?”

       “위치?”

       “지도 열어보시면 나와요. 아 지도를 열려면…”

       “본인을 너무 원시인취급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구나.”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여러 VR게임을 해보며 익숙해진 상태다.

       

       당연히 지도를 여는 것쯤이야 할 수 있지. 기능 창을 열어 지도를 확인해보자 그 위에 붉은 화살표가 하나 박혀 있는 걸 발견했다.

       

       저것이 본인의 위치인가. 화살표 인근에 영어로 적혀 있는 것이.

       

       “E7이구나.”

       “좀 머네요. 잠시 기다려 주세요.”

       “가만 있기도 그래서 그런다만 뭐 따로 하고 있을 일은 없느냐?”

       “그럼… 음. 나무 좀 캐고 계셔 주실래요?”

       “알겠다.”

       

       엔리에게 대답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게임에 접속한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이 곳에는 터렛에서 방송을 하는 이들밖에 없다 했으니 저들도 방송인이겠지.

       

       모르는 이들에게 말을 걸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공격을 하는 것엔 대응을 해야할 터.

       

       어디서 주워온 것인지 모를 돌멩이로 본인의 머리를 찍으려 드는 것을 발을 움직이는 것으로 가뿐히 피했다.

       

       “기습을 피해?!”

       “그게 무슨 기습이더냐. 발소리가 뻔히 들렸거늘.”

       

       내 살의를 숨기지 못하는 것은 이해를 해주겠다마는 발소리나 옷자락이 움직이는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이해를 못하겠구나.

       

       본인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상대방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화령님?”

       “그래.”

       “아. 저.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상대를 잘못봤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이 인간이라는 생물이다만 내 이름을 알자마자 머리를 박는 걸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샜다.

       

       옛날 기억이 떠오르는 구나. 주제도 모르고 본인을 습격했다 이러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본인이 그들에게 내려 준 결말은 하나였다.

       

       “그래. 용서해주마.”

       “감사! 감사합니다!”

       “그대의 목을 대가로 말이야.”

       

       그거 아느냐?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죽는다.

       

       피가 부족해도 죽고 숨을 쉬지 못해도 죽고 너무 많은 고통을 겪어도 죽고. 이외에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지.

       

       내공이고 마력이고 무기고 아무것도 없는 맨몸이라도 말이다.

       

       내가 웃으며 그리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환희에 차 있던 상대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가 이내 다급해졌다.

       

       “저. 저희 팀원들 엄청 강해요! 지금 테크 트리 올리고 있어서 저 공격하시면 나중에.”

       “그것 참 기대가 되는 구나. 나중에 꼭 복수를 하러 오거라. 환영해 줄 터이니.”

       

       혹여나 본인의 위명에 겁을 먹고서 나중에 말을 바꾸면 안 되느니라?

       

       반드시 본인의 멱을 따러 찾아오도록 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후일 내가 습격을 하러갈 터이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가 이를 악물고서 돌덩이를 휘둘렀다.

       

       이미 협상은 결렬되었으니 나를 죽임으로써 살아남을 생각인 것이다.

       

       판단은 좋았다만 그를 실행하는 데에 문제가 많구나.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훤히 보이니 말이다.

       

       몸을 슬쩍 틀어 돌덩이를 피한 후에 손바닥으로 턱을 가격해 뇌를 뒤흔들었다.

       

       어지러움에 중심을 잃고 쓰러진 몸 위에 발을 올린다.

       

       목뼈를 짓밟음으로써 숨통을 끊으니 그 몸 위에 가방이 하나 생겨났다.

       

       아마 이 자가 들고 있던 물건이지 않을까 싶었다.

       

       흐음. 하는 것을 보니 이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한 이인 듯 싶다만 어떤 물건을 들고 있었을는지.

       

       살짝 기대를 하고서 가방을 열었지만 그 안에 있는 것은 나무나 돌, 천 같은 자질구레한 것들 뿐이었다.

       

       그 수는 꽤 되었지만 대단하다고 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것만을 가지고 있으면서 유세를 부린 것인가.

       

       – 와.

       – 캬.

       – 맛있는 게 한 가득이네.

       – 이걸 들고 화령한테 싸움을 걸었다고? 미친 건가?

       – 너무 달아~

       

       “무어냐. 이것들이 좋은 물건인 것이야?”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를 듣자 하니 이 게임에서는 기초적인 자원을 채취하는 것이 초반부에 중요한 일이라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 자가 들고 있던 양이면 삼십분 정도는 일을 해야 벌 수 있는 양인 듯 했다.

       

       즉, 이 자를 죽임으로써 삼십분을 번 셈인가.

       

       “흐음. 그렇다는 소리는 자원을 채취하는 것보다 사람을 사냥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야기인가.”

       

       – ㅇㅇ

       – 사람 잡는 게 빠르긴 해.

       – 쓰레드는 그런 게임이야.

       – 대신 자기도 사냥당할 수 있음.

       – 화령을 사냥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할까?

       

       엔리가 나무를 캐라고 했던 소리는 이러한 기초 자원을 모아달라는 이야기였을 터.

       

       그렇다는 것은 곧 본인이 다른 사람을 사냥해 자원을 번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단 것 아닐지.

       

       – 천마행동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벌써 업보 쌓는 거야?]

       

       “아니지. 그래서야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지 않나.”

       

       업보는 이미 쌓여 있다. 지금 본인은 본인의 존재 자체가 업보이니까.

       

       이 곳에 머무르는 이들 중 대부분이 본인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을 터이니 언젠가는 견제를 당할 터.

       

       가만 기다리며 견제를 당하길 기다리는 건 재미가 없지 않나. 그러니 상대가 공격을 하러 오기 전에 먼저 공격을 하러 가는 것이다.

       

       – 그게… 맞나?

       – 미친 내로남불이다.

       – 천마는 이게 맞아.

       – 돌겠네 진짜.

       

       “자아. 그럼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가보자꾸나.”

       

       기왕에 모을 거 가방이 가득 찰 정도로 모아 엔리에게 칭찬을 들어보도록 하자꾸나.

       

       *

       

       쓰레드라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사람간의 약탈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공을 들여서 자원을 캐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빼앗는 쪽이 쉽고 빠르니까 말이다.

       

       그 때문에 필드에서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될 수 없다.

       

       이 세상에서 타인은 곧 자신의 자원을 노리는 적이니까.

       

       “아니이이이! 이 사람들 왜 이렇게 피에 굶주린 거야?!”

       

       쓰레드를 시작하고서 벌써 세 번이나 죽음을 맞이한 엔리는 새로운 몸으로 깨어나고서 비명을 내질렀다.

       

       아라와 합류를 한 후에 다른 팀원들을 만나 차근차근 게임을 할 생각이었던 그녀였지만 엔리의 여정은 순탄치 못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마다 타인의 머리를 깨기 위해 달려들었으니까.

       

       가진 거 없다고.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유저의 탈을 쓴 도적들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피를 보고 싶어 할 뿐이었다.

       

       – 한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젠 하다하다 맷돼지한테 발리냐.]

       

       – 폐급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역시 1년 지나서 초기화 됐구나.]

       

       – 엔리잖아.

       – 뭘 기대했음?

       – 오히려 잘하면 어색하지 않나?

       – 솔직히 예전에도 잘하진 않았지.

       

       “저도 나중에 무기 들면 잘 할 수 있거든요?! 저 아피스 다이아라고요!”

       

       두고 봐. 나중에 테크트리 타서 창을 들면 전혀 달라질 테니까!

       

       엔리는 분한 마음을 삭히며 소리쳤지만 시청자 중 그 누구도 그를 진지하게 듣는 이는 없었다.

       

       “그래도 이번엔 운이 좋네요. E7 바로 옆에 리스폰 됐어요.”

       

       아라는 여전히 E7 지점의 숲에서 맴돌고 있었다.

       

       역시 아라 씨네요. 여태까지 한 번도 죽지 않다니.

       

       하긴 아라 씨가 다른 사람을 죽였으면 죽였지 죽을 리는 없죠. 곰도 맨 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분인데.

       

       숲으로 가서 아라와 만나면 방금과 같은 수모를 겪지 않아도 될 것이란 생각에 신이 난 엔리는 빠른 걸음으로 숲을 향해 달려갔다.

       

       “제발 살려주세요! 저 진짜 가진거 없단 말이에요오오! 나중에 꼭 보답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지금 그대가 가진 걸로 보답해주면 되니까.”

       

       아라는 자그마한 망설임도 없이 다른 사람의 목을 꺾어버리고는 엔리 쪽으로 고갤 돌렸다.

       

       그녀의 무표정한 눈동자에는 살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반가움도 없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은 엔리는 다급히 양 손을 들고 목소리를 냈다.

       

       “저! 엔리! 엔리에요! 지도 보면 나와요! 아니 제 위에 마커 보시면.”

       “푸핫. 안다. 이 녀석아. 장난을 좀 쳐 본 것이다.”

       

       아라는 다급한 엔리의 모습을 보고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진짜 겁쟁이다.]

       

       “시끄러워요! 여러분도 화령 씨 앞에 서 보세요! 무섭다고요! 진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뺏으면 되는데 일을 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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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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