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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1

       

       

       

       

       

       281화. 그 방패, 뭘로 만들었지? ( 1 )

       

       

       

       

       

       한스가 오른손에 기묘한 의수를 달았다는 소문은 만신전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소문을 듣고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역시 케니스와 데이지였다.

       

       “한스!” “한스 님!”

       

       문이 부서져라 열고 들어온 두 사람. 침상에 앉은 한스가 어색한 웃음으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살랑살랑 흔드는 오른쪽 의수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다.

       

       “한스!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 세상에 갑자기 쓰러져서 진짜 놀랐어요!”

       

       “저는 아주 멀쩡ㅡ”

       

       케니스의 차가운 손이 한스의 이마를 짚었다. 말캉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한스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화악ㅡ

       

       한스의 심장이 요란하게 뛰며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화톳불이 몸에 옮겨붙은 것처럼 뜨겁게 열이 오른다. 한스는 붉어지는 제 얼굴을 가리려 황급히 케니스의 손을 떼어냈다.

       

       “저, 저저저는 멀쩡합니다. 정말로요!”

       

       “세상에 몸에서 열나는 것 좀 봐요! 얼굴은 왜 이렇게 빨개요? 아직 아픈 것 같은데…”

       

       케니스의 걱정스러운 말에도 한스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를 본 데이지가 잘근잘근 입술을 씹었다.

       

       비겁하다.

       자신에게 없는 것으로 한스를 유혹하다니.

       

       ‘…나도 몇 년만 지나면…’

       

       스스로의 가슴과 케니스의 가슴을 힐끔거리던 데이지가 각오를 다졌다. 아직 자신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어리다는 건 성장한다는 뜻. 자신도 곧 성장할 것이다.

       

       …성장하겠지?

       

       “한스 님, 여기 죽을 좀 만들어 왔어요. 방금 막 만들어서 뜨거우니까 살살 불어서 드세요. 좋아하시는 반찬도 만들어 왔어요.”

       

       데이지가 손에 든 도시락을 한스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본 케니스가 몸을 움찔 떨었다.

       그녀는 빈손이었다. 너무 급하게 온 바람에 미처 생각을 못 했다.

       

       한스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데이지가 슬쩍 입꼬리를 비틀었다. 자고로 남자란 위장부터 휘어잡는 법. 데이지는 차근차근 해자를 메워가고 있었다.

       

       ‘다음에 나도 음식을 좀 만들어서 가져와야지…!’

       

       케니스는 다음에 올 때 ‘케니스 특제 영양식’을 만들어 오리라 다짐했다.

       

       프리가가 알았다면 아마 열심히 말렸을 것이다. 환자 두 번 죽일 노릇이냐고 말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끔찍한 미래가 정해진 한스가 제 오른손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는 멀쩡해요. 조금 몸이 쑤시기는 한데… 아니, 근데 케니스. 이건 도대체 무슨…”

       

       까만 의수를 칭칭 동여맨 하얀 붕대. 붕대에는 빼곡하게 글씨가 쓰여 있었다.

       

       “아. 그건 일종의 봉인구예요. 한스의 의수… 그거 의수 맞죠? 하여튼. 그게 자꾸 폭주하려고 해서 조치를 좀 취했어요.”

       “봉인이라니…”

       

       봉인.

       삿된 무언가를, 혹은 부정적인 것을 봉했다는 소리 아닌가.

       

       한스가 떨떠름한 눈빛으로 제 의수를 바라봤다. 

       

       “대사제님들이 며칠동안 밤새워가며 축성한 봉인구여서 웬만하면 망가지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조심하세요. 그 의수, 보니까 한스의 감정에 따라 좀 영향을 받는 것 같더라고요.”

       

       “감정이요?”

       

       “네. 한스가 기절한 사이에도 악몽을 꾸면서 뒤척이며 계속 의수가 폭주하려고 했어요.”

       

       “…꿀꺽.”

       

       그가 의식이 없는 사이에도 의수가 폭주하려 했다니.

       이건 예삿일이 아니었다. 한스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했다.

       

       ‘설마 신께서 하신 말씀이 이걸 뜻하신 거였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신께서 두 번이나 그에게 말씀하신 것.

       

       “힘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에 그대를 굳게 세우라…..”

       

       “네? 한스 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꿈에서 신께서 나에게 말씀하셨어. 힘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에 나를 세우라고. 두 번이나.”

       

       “신께서 두 번이나 말씀하셨다뇨?”

       

       케니스가 펄쩍 뛰며 되물었다.

       같은 말을 두 번이나 강조하셨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었다.

       

       “신께서 무언가를 두 번이나 말씀하셨다는 건, 그게 정말 정말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한스, 그 말씀을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한스 님. 아프지 마세요. 얼른 나아요. 여기 죽이랑 반찬 꼭 드세요.”

       

       한스의 상태를 확인한 데이지와 케니스는 한스에게 안정을 취하라 신신당부하며 돌아갔다. 늦은 밤에도 달려와 준 두 사람에게 고마울 뿐이다.

       

       “……봉인이라…”

       

       신께서 주신 의수다.

       

       이걸 인위적으로 봉인해야 한다는 것은, 한스 본인이 의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

       

       ‘얼른 몸이 나아야 수련을 할 텐데.’

       

       한스는 한참이나 오른손에 감긴 붕대를 만지작거리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휴식이 필요하던 몸은 금세 잠에 빠졌다.

       

       

       

       ***

       

       

       

       “얘는 왜 컨셉이 점점 이상해지냐?”

       

       한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연차를 내고 쉬는 날이다. 덕분에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화면 속의 한스는 병실에 누워 있었다.

       오른쪽 어깨에는 내가 만들어 준 의수, ‘용왕의 그림자’를 착용한 모습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의수에 하얀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오른손에 붕대라니. 

       굉장히 유서 깊은 조합이다. 근본이라고 볼 수 있겠지.

       

       ‘옛날부터 뭔가를 봉인한다 싶으면 붕대가 국룰이기는 했어.’

       

       유유백서에서부터 시작된 유구한 전통이다.

       

       《S급 ㅡ> A등급 (임시), 용왕의 그림자》

       

       의수를 봉인한 붕대는 폼이 아니었다. 본래 S등급이었던 용왕의 그림자는 실제로 A등급까지 내려가 있었다.

       

       ‘한스한테 S등급은 좀 일렀나?’

       

       그동안 한스한테 ‘신비한 사탕’ 먹이는 걸 좀 게을리하기는 했지. 반성할 일이다. 

       

       “앞으로 ‘신비한 사탕’을 3개씩 먹여야겠군.”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성지를 관리하면서 드워프와 엘프, 밤의 일족을 저글링 하며 놀아주고.

       탄탈로스도 빼먹지 않고 관리하며 열심히 악마와 못된 놈들을 조졌다.

       

       그렇게 하루 숙제를 다 끝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내가 신인데 매일매일 숙제를 하는 게 맞나?’

       

       하느님도 세상을 만들 때 일일 퀘스트를 무려 6일이나 하고선 7일째에 “아 좆망겜!”하고 외치셨다. 나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숙제했으니까 이 정도면 정말 참된 신 아닐까?

       

       “그럼 그럼.”

       

       신도들한테 짱짱한 무기 챙겨줘, 다치면 힐도 해주고 딜이 부족하면 딜도 대신해 준다. 세상에 이런 신이 어디 있는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케넬름의 오묘한 시선이 견디기 힘들다. 열심히 모른 척하다가 결국 화제를 돌렸다.

       

       “…크흠. 그건 그렇고, 심연에 있던 그 균열. 조금 위험해 보이던데.”

       

       – “그렇습니다.”

       

       케넬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짙은 노이즈 때문에 또렷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깨진 유리창 같은 모습은 똑똑히 기억했다.

       

       용왕이 누워있던 자리에 위치한, 뭔지 모를 금이 간 모습.

       

       ‘어쩌면 그 깨진 공간이 용왕을 타락시킨 원인 아닐까?’

       

       일리 있는 추측이다.

       용왕이나 되는 존재가 손쉽게 타락했을 리도 없고, 분명 무언가 원인이 존재할 터.

       

       ‘악마들이 뭔가 지랄한 건가? 아니면, 용왕이 그 공간을 막고 있다가 여파로 타락?’

       

       대충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원인으로 악마를 지목하면 어느 정도 맞는다.

       세계사의 영국 같은 놈들. 여기저기 안 끼는 곳이 없어.

       

       “그러고 보니까 심연 진짜 박살을 냈어야 했는데. 그걸 못 했네.”

       

       생각보다 용왕 레이드가 굉장히 빡세서 여유가 없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이르다고 했지만, 나는 군자가 아니라서 그렇게 오래 참지는 못한다.

       진짜 조만간 날 잡고 심연을 뒤집어 놓으리라.

       

       “균열, 균열이라…”

       

       아무리 고민해도 모르겠다. 애초에 케넬름도 용왕이 막고 있던 균열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고.

       

       “…한번 슬쩍 건드려볼까?”

       

       – “…! 아,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케넬름이 발작하며 나를 말렸다.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 공간을 무작정 건드리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며 길게 잔소리를 늘어놨다.

       

       지금은 큰 싸움을 마친 직후이니 전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서 어쩌구… 군대란 자고로 밥과 휴식으로 싸우는 존재이니 어쩌구… 귀에서 피가 나올 지경.

       

       결국 내가 백기를 들었다.

       

       “아, 알았어. 안 할 테니까 인제 그만… 그만해 줘.”

       

       내 항복 선언을 받은 케넬름이 팔짱을 끼며 신신당부했다.

       

       – “부디 그 공간을 건드릴 때는 정말정말 신중하게 하셔야 합니다. 저조차도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곳이니까요. 항상 최악에 대비해야 합니다.”

       

       “알았다니까.”

       

       잔소리란 결국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나오는 법.

       케넬름의 잔소리에는 나를 향한 걱정과 애정이 숨어 있었다.

       

       쓰담쓰담.

       

       – “앗, 아앗…”

       

       뽀짝한 SD 케넬름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준 다음에 성지로 화면을 돌렸다.

       

       당장 A급으로 너프 먹은 ‘용왕의 그림자’는 좀 장기적인 문제였다. 한스의 뭔지 모를 역량이 부족해서 S급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니까.

       

       ‘솔직히 A급인 상태로도 좀 간당간당한 것 같은데.’

       

       그거야 뭐, 차차 나아질 문제겠지.

       

       《그대여, 내가 부른다.》

       

       용왕과의 싸움에서 새롭게 구매한 스킬.

       이 스킬은 꽤 재밌는 효과를 가진 스킬이다.

       

       ‘원하는 대상을 원하는 장소로 일정 시간 이동시킨다. 이동하는 대상과 장소에 비례한 신앙심이 소모된다…’

       

       요컨데 간이 워프 머신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적대적인 존재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제한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유용한 스킬임은 분명했다.

       

       예를 들면, 천공섬 아르고스를 사용할 때.

       원하는 대상을 잠깐 불러서 격상만 해주려고 할 때 굉장히 유용하다.

       

       케니스의 검을 격상시킬 때는 아르고스를 통째로 불렀지만, 대상에 따라 소모되는 신앙심을 생각하면 굳이 아르고스를 통째로 옮길 필요는 없었다.

       

       ‘…아닌가? 천공섬이 나타나면 간지가 뒤질 것 같기는 한데.’

       

       물론 신앙심 소모가 극심할 테지만, 굉장히 멋진 그림이 나올 것은 분명하다.

       

       “…씁. 이건 좀 고민되네.”

       

       요컨대 《그대여, 내가 부른다》는 성지에 묶인 아르고스를 활용하기에 알맞춤인 스킬이라는 것이다.

       

       아직 아르고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좀 남았지만, 누구를 격상할지는 이미 정해놨다.

       

       “이스칼도 이제 슬슬 무기 바꿀 때가 됐지.”

       

       프리가와 이스칼 중에서 누구 무기를 바꿔줄까 고민하다가, 이스칼부터 해주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탱커는 이스칼 혼자밖에 없잖아.’

       

       탱킹은 중대사항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한스에게 닥쳐온 시련…!!! 그것은 다크 플레임 드래곤 로드 마스터의 숙명…!! 오오…!! 약간 그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나루토에서 존나 간지나게 “어이, 진정하라고. 쿠라마.” 쿠궁ㅡ! 하는…!!!
    몬가 몬가 몬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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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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