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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1

       *** ***

         

       간단하게 적귀대원들에게 훈육을 내린 뒤에 강추모루에게는 유야 공주인 혁기린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황녀님을 뵙습니다!”

         

       “오래간만이군요. 강추모루 군관.”

         

       “이리 황녀님을 모시게 되다니 삼생의 영광으로 여기겠습니다!”

         

       “호천안에게는 이야기를 들었습니까?”

         

       “충! 교관께서 공주님을 은밀히 수행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혁기린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강추모루 군관이 맡은 바 소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옥계의 사태를 정리하는 것이 더 시급하니 한동안은 본인과 호천안 낭인을 도와주세요.”

         

       “명령만 내리십시오! 강추모루를 위시한 적귀대 전원이 받들겠습니다!”

         

       강추모루와 혁기린이 마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응어리졌던 의문이 사르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애초에 옥계에서 혁기린을 만났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두 개의 삶을 살아가느라고 바쁜 혁기린이다. 그런 혁기린을 사천도 낙양도 아니고 운남에서 마주치다니.

         

       어째서 혁기린이 이 운남에 있었는지 늘 의구심을 품고 있었는데, 적귀대를 이끌고 운남 사파를 압박하기 위해서 직접 행차한 모양이었다.

         

       나는 이 곤명으로 돌아오던 길에 혁기린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혁기린은 공주이자 무림인이라는 두 가지 삶을 다 움켜쥐겠노라고 말했다.

         

       혁기린이 정녕 두 삶의 벽을 허물기로 결심했다면 권력의 힘을 사용해 사파의 문파들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저희 정체는 부하들에게는 비밀입니다.”

         

       “허나…그래서야 공주님의 대우가…”

         

       “다 감안하고 벌인 일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후후, 우선은 강추모루 군관의 어깨에 들어간 힘부터 빼야겠군요.”

         

       “차를 좀 우려야겠군요.”

         

       “제, 제가 하겠습니다!”

         

       강추모루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차를 우려냈다. 강추모루의 긴장도 풀어 줄 겸 혁기린의 진심도 알아낼 겸 말문을 열었다.

         

       “그나저나 놀랐습니다. 강추모루가 언젠가 지휘관이 될 줄은 알았지만 벌써 부대의 대장이 되어 있을 줄은 몰랐군요.”

         

       “후후.”

         

       혁기린이 가볍게 웃었고 강추모루는 나를 향해 감격의 눈빛을 발사하며 말했다.

         

       “이는 모두 교관님 덕분입니다!”

         

       아니 뭐만 하면 다 내 덕이래.

         

       “황실에서는 십이 번대가 낸 성과가 인상 깊으셨던 모양입니다. 황군으로 복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안서가 날아오더군요. 약 1천명의 병졸을 지휘하며 교관님의 방식으로 단련시켜 보지 않겠냐면서요.”

         

       그런데 이건 내 덕이 맞는 것 같군.

         

       “일반적인 병졸이라도 의지만 있으면 훈련을 견딜 수 있도록 강도를 조절하고 황군에게 필요한 소양들도 집어 넣다보니 훈련 과정이 6개월 정도로 길어지더군요. 황국에서도 적귀대의 전력이 궁금한 모양이었는지 조금 이례적이지만 이번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가.”

         

       “후후, 적귀대원들을 실제로 보는 것은 저 역시 처음입니다. 짧은 기간 안에 참으로 강건하고 기개가 넘치더군요.”

         

       “과, 광영이옵니다!”

         

       혁기린의 칭찬에 좋아 죽는 강추모루. 혁기린만 없었다면 당장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괴성을 발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쁜 표정이었다.

         

       아무튼 나한테 한바탕 굴려지고 혁기린에게 칭찬도 듣고 차도 마시고 다 한 강추모루는 그제야 평정심을 회복하고 공적인 대화를 꺼냈다.

         

       “본관은 옥계 사태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대암흑파와 서화파를 체포하기 위해 이곳을 급습했습니다. 혹여 교관님도 이 사태에 연관이 있으신지요?”

         

       “후후, 연관이 있다 뿐이겠습니까. 호천안 교관이야말로 이 사태의 주동자입니다.”

         

       “예에?”

         

       강추모루가 뜨악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다.

         

       “이번 일은 호천안 교관의 머릿속에서 나온 일이니 교관의 머릿속에 다 그림이 있겠지요. 뭐, 운남제일화 이설에게 부득불 암룡문의 소가주 감투를 씌워 준다던가 하는 계획 말입니다.”

         

       “….”

         

       “아주, 무척, 매우 마음에 들지 않은 계획이지만….뭐, 호천안 교관의 지략은 본녀도 인정하는 바니까요. 전권을 위임해 볼 터이니 어디 한번 판을 펼쳐 보이시지요. 내 어디까지 이설을 돕는지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크흠…”

         

       혁기린에게 면박을 당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혁기린의 협조와 함께 적귀대를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그렇다면….”

         

       나는 입을 열어 내 머릿속의 계책을 털어놓았다.

         

       *** ***

         

       수사가 시작되었다.

         

       “암룡문의 입문 시험을 보았으나 탈락했다고?”

         

       “그, 그렇소. 그 뒤로 옥계에 가서 새 출발을 하려고 했소.”

         

       “그럼 대암흑파와 서화파는 동료 아닌가? 왜 패가 나뉘서 옥계에서 싸움을 벌였지?”

         

       “그, 그건 형님의 제안 때문이오.”

         

       “형님? 누구를 말하는 거지?”

         

       “용지맹이오. 용지맹 형님이 우리를 설득했지. 자신의 말만 따르면 암룡문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래서 속계에서 소란을…”

         

       신참들은 작전에 투입될 때부터 용지맹이 숙지시켜 주었던 설정을 말했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용지맹의 지휘에 따라 움직였고 독고이설은 속계에서 너희들이 악명을 떨치니까 쓸만해 보여서 수하로 거둔 것이다? 범죄 시점에서는 이설이 아무 관련이 없었다는 뜻인가?”

         

       “그, 그렇소.”

         

       신참들과 적귀대원들 사이에서 그런 심문이 오고 가고 있을 때, 강추모루 역시 이설과 독대하고 있었다.

         

       “용지맹을 보고 싶습니다.”

         

       “불가하오. 용지맹은 지금 유력 용의자니까.”

         

       강추모루는 이설을 보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교관님….’

         

       가까이서 이설의 미모를 본 강추모루는 어제 호천안을 과잉진압했던 적귀대원들의 심정이 이해됐다.

         

       부럽다!

         

       이런 여자랑 눈 한번 마주쳐도 평생의 무용담이겠거늘 그런 미녀가 아주 호천안에게 목을 메고 있으니…! 강추모루는 내면에서 알 수 없는 분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끼고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진짜 부럽다! 그 신비면사녀도 엄청난 미모였거늘 또…!’

         

       입술을 깨무는 모습조차도 살 떨리게 아름다운 이설! 강추모루는 옆구리가 시려옴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본관은 이런 조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동대문파, 남대문파, 권법회, 각법회, 백사파, 흑사파….”

         

       가주전에서 한번 들었던 이름들이 줄줄이 언급되지 이설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에 휩싸였다.

         

       “독고요란, 독고이두, 독고대막…모두 옥계에 무인을 보냈더군. 그런데…독고이설, 그대만 무인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도 영 이상한 일 아니겠소?”

         

       “본인은 문파의 행사에 관심이 없습니다. 기루 한켠을 차지하고 홀로 살아가고 있음을 그 눈으로 직접 보셨는데 의심을 하시는군요.”

         

       “하. 그렇소?”

         

       강추모루의 싸늘한 반응에 이설 역시 차가운 눈으로 강추모루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눈싸움을 벌이던 두 사람의 대치는 강추모루가 입을 열면서 끝났다.

         

       “확실히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그대가 그런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해는 되오. 옥계에서 벌인 행보와 퇴각 시점, 일관된 수하들의 진술까지…옥계에서 잡아들인 오합지졸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겠소.”

         

       “….”

         

       “무엇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수를 두어 놓았더군. 집기와 물건을 파손한 가게에 몰래 배상금을 놓고 나왔다라?”

         

       이설은 주먹을 꾹 쥐었다.

         

       ‘용지맹…너는 정말로 여기까지 내다 보았느냐.’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이설은 강추모루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용지맹이 지금의 상황에 대비해 부려놓은 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들이 현재 내 수하인 것은 사실이나 그들이 옥계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는 들어 본 바가 없습니다.”

         

       “….쯧.”

         

       강추모루의 못마땅한 기색을 느끼며 이설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강추모루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그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있다는 뜻.

         

       “정말로 가게에 다 배상을 했다면 옥계의 상점들을 파괴한 죄를 묻기가 어렵겠지. 본인이 모른다는 기묘한 형태이나 이미 다 배상을 해 버렸으니까.”

         

       “그렇다면…”

         

       “흥, 좋아할 것은 없소. 그렇다고 범죄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용지맹과 신참들이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생각한 이설이 기쁨에 젖어들 때였다.

         

       “축하하오. 그 용지맹이라는 자를 제외하고는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으니 수하들과 잘 살아보시게나.”

         

       “….무슨 말입니까. 어째서 용지맹만!”

         

       “흥, 찔러 보는 것이오?”

         

       “찔러 보다니요!”

         

       “처음부터 용지맹을 희생패로 삼았으면서 분개하는 척 해봐야 소용없소.”

         

       이설은 멍하니 강추모루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희생패였다니?

         

       “무슨 소리입니까! 방금 전에 옥계를 파괴하던 죄를 묻지 못한다 하지 않았습니까!”

         

       “우발적인 범죄와 계획적인 범죄는 그 죄질이 크게 다르지. 다른 자들이야 그저 용지맹이 지시했다 말하고 그 얼개를 짐작하지 못했다 주장하니 그 고의성을 증명하기가 어렵소. 하지만 용지맹은 모든 계획을 자신이 수립하고 획책했다 인정했으니 그 고의성을 증명할 수 있지.”

         

       “….그런!”

         

       “그런 표정을 지어 봐야 변하는 것은 없소.  뻔한 연기를 하는 것이 불쾌하니 나가주시게.”

         

       강추모루의 축객령에 방에서 떠밀려 나온 이설.

         

       “용지맹…”

         

       이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그저 용지맹의 이름을 되뇌었다.

         

       사실 이설도 알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크게 벌어졌으니 용지맹과 수하들이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용지맹이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 말했고 자신을 믿으라고 말했다. 이설은 그 말을 듣고 발이 멈추어버렸다. 정말로 용지맹이라면 모든 일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내가….어리석었다.’

         

       고개를 떨군 이설은 자신의 손을 보고 생각했다. 이 어리석은 녀석. 용지맹이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용지맹의 마음이나 얻으려는 태평한 생각에 취해 있던 머저리.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이설은 고개를 들었다.

         

       “지금이라도…움직여야 한다.”

         

       이대로 맥없이 황군이 용지맹을 잡아가도록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설이 몸을 일으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오랫동안 꾸준히 후원을 해주셨지만 메세지를 써 주신 적은 없으셨는데, 처음으로 후원메세지를 써 주셨는데 따끔한 지적인지라 당황했습니다.

    그렇지만 덕분에 요새 제 태도를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만성 지각에, 지각을 가볍게 여기기도 했으니 당연히 지적 받아야 할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포괄적인 문장을 써 주신 덕에 그 외에도 찔리는 점이 너무 많아서 그저 전방위적으로 뜨끔뜨끔 하네요.

    독자님들이 만족을 표할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사죄는 연참이 국룰이니 내일은 두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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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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