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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1

       “우와… 이제 게임 시작한 지 삼십 분 됐는데 자원이 왜 이렇게 많은 거에요?”

       

       내가 여태까지 모았던 것을 보여주자 엔리의 눈이 커졌다.

       

       본인이 보기에는 자질구레한 잡동사니가 한가득인 것처럼 보이나 이 게임을 오래 해 본 엔리가 보기에는 이야기가 다른 듯 했다.

       

       저렇게 감탄을 해주니 자원을 모은 보람이 있구나.

       

       – 엔리는 알까. 저게 피 묻은 자원이란 걸.

       – 약육강식의 세계. 쓰레드.

       – 벌써 몇 명한테 원한을 산거야.

       

       “별 일 아니다. 많은 이들이 내게 기부를 해주고 갔거든.”

       

       정확히 말하자면 기부를 해주었다기보단 기부를 강요당한 셈이다만 무어 어떠랴.

       

       어쨌든 그들이 모은 것으로 여러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니겠는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지금 그 사람들 복수를 다짐하고 있던데 정말 기부 맞나요?]

       

       “허어. 이걸로도 모자라서 또 새로운 걸 주려 하는 것인가?”

       

       참 마음이 넓은 사람들이구나.

       

       본인이었다면 치를 떨며 다시 얼굴조차 보지 않았을 터이거늘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하는 대신 더 많은 것을 내어주려 하는 것인가.

       

       성인의 마음가짐이로구나.

       

       –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 ㄷㄷ

       – 근데 진짜로 저렇게 될 것 같단 말이지.

       – 화령을 어떻게 이겨.

       

       방금 전에 본인이 쓰러트렸던 녀석은 가방에 참 많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본인의 가방을 가득 채운 것으로도 모자랄 정도로. 그래서 엔리에게 일정 자원을 넘겨주고 나서야 모든 걸 챙길 수가 있었다.

       

       “너무 달아요! 이거 빨리 피피씨한테 가져다주죠!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그 피피라는 녀석이 이 게임을 오래해 온 녀석이더냐?”

       “네! 쓰레드 고인물이에요!”

       

       듣자하니 수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쓰레드라는 게임이 좋아서 오천이 넘는 시간을 이 게임에만 때려 박은 사람이라 했다.

       

       최근까지도 이 게임을 즐기며 공방유저들에게 있어서는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 취급을 받는 모양.

       

       과거의 본인과 비슷한 부분이 있을 지경인가. 상당한 실력자인게 분명하구나.

       

       “그 분께서 제일 어려운 부분들을 도맡아 주기로 하셨어요!”

       “용케도 그런 인재를 구했구나.”

       “예전부터 인연이 있기도 했고, 그 분께서 화령님의 팬이기도 하셔서.”

       

       그래? 은근히 본인의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퍼져 있구나.

       

       지난 번 QZ게이밍의 숙소를 갔을 적에도 방송 잘 보고 있다는 소리를 하는 녀석들이 몇 있었는데 말이야.

       

       시시콜콜 잡담을 나누며 걷다 보니 해안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의 물이 꽤나 좋구나. 이 곳만을 따로 떼어내어 관광지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그러고 보면 바루와 함께 바다에 간 적이 없었구나. 만날 산에만 틀어박혀 있는 녀석이 해안가를 본 적이 있을까.

       

       나중에 한 번 물어봐야겠구나. 반응을 구경하면 재밌을 듯 싶으니.

       

       “저기에요!”

       

       엔리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외각부터 점차 올라가고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본인이 건축에 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만 평범한 집이 저런 식으로 건축되진 않을 터인데.

       

       게임적인 허용이라는 녀석일까.

       

       “피피님!”

       

       건물 앞에 도착해 엔리가 손을 흔들자 지어지고 있는 벽 너머에서 한 여성이 얼굴을 들었다가 우리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아래로 내려왔다.

       

       얼굴에 흙이 잔뜩 묻어있는 그녀는 입구에서 우리 둘의 모습을 보곤 잠시 멈춰섰다가 다급하게 우리 쪽으로 달려 들었다.

       

       “벌써 이만큼 일을 하셨어요? 역시 피피…”

       “안녕하세요! 화령님! 반갑습니다! 피피라고 합니다! 하늘의 끝 하실 적부터 꼬박꼬박 방송 챙겨보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방송을 시작할 무렵부터 본 게로구나. 고맙다.”

       “아뇨! 그게 뭐 별거라고요!”

       

       스스로를 피피라 지칭한 이는 자신에게 손을 내민 엔리를 무시한 채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여러 이야기를 건넸다.

       

       그중 대부분은 자신이 얼마나 내 방송을 많이 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충 들어보니 무협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듯 하다마는 대체 왜 본인의 방송을 보는 것인가?

       

       그냥 본인이 멋있어서 그렇다고? 허어. 그것 참.

       

       “최근에 제일 재밌었던 건 역시 메이드 카페죠! 항상 위엄넘치던 화령냥이가 귀여워지는 순간이 정말.”

       “거기까지 하거라.”

       

       이 녀석이. 좋다 좋다 해주었더니 어디까지 이야기를 뻗어나가려 하는 것이야. 눈치라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살짝 무게를 실어 한 마디를 해주었더니 피피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잘못을 깨달았다면 족하다. 그러니 앞으로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말도록.

       

       지난 번 본인의 마이튜브에 그 영상을 올리기 전에 되돌려보는 것조차도 고역스러웠으니 말이다.

       

       – 냥냥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 화령냥이 아시는 구나! 그거 진짜 귀엽습니다!]

       

       – 나 요즘도 가끔 돌려봐.

       – 너무 프로여서 웃기던뎈ㅋㅋㅋ

       – 꼬리 살랑살랑 대는 게 너무 요망했어.

       – 화령냥이?

       – 또 비슷한 게임 해주면 좋겠다.

       – 화령이 무슨 잘못 안 하려나.

       – 화령의 일상채널 가시면 편집자가 모아둔 귀여운 화령냥이를 볼 수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네놈들도 마찬가지다. 목이 잘리고 싶으냐?”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본인이라는 것을 잠시 잊은 듯 하구나. 어디 한 번 폭정을 볼여볼까?

       

       그리 경고를 해주었더니 채팅창에선 엎드려니 뭐니 이야기를 하면서도 화령냥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아. 빌어먹을 것들. 잘라볼 테면 잘라보라 그것이냐?

       

       부당한 일이 생긴다면 본인의 방송을 불태우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군.

       

       그를 통하여 화령냥이와 비슷한 것을 본인에게 강요하고자 하는 생각이 절로 보여.

       

       그래. 무시하자꾸나. 저들이 아무리 난리를 치더라도 안 보면 그만이지 않나.

       

       “엄청 모아 오셨네요! 이 정도면 당분간 파밍은 안 해도 되겠는데요?!”

       

       우리가 모아온 것을 보여 주었더니 피피가 두 손을 부딪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본인을 앞에 두었기에 과장된 반응을 보이는 건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본인이 가방에서 자원을 하나 둘 꺼낼 때마다 그 눈빛에 날이 섰으니까.

       

       방금 전 본인을 보며 호들갑을 떨 때만 하더라도 허술해보였는데 지금은 다르구나.

       

       전문가라는 느낌이 제대로 나는 군.

       

       “초반에 이 정도라니. 진짜 대단하시네요! 앞으로도 보이는 사람마다 약탈해 주세요. 쓰레드는 그런 게임이니까요!”

       “걱정마라. 시키지 않아도 그리 할 터이니.”

       

       – 이게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건가.

       – 쓰레드 고인물은 모두 다 악마니까.

       – 이제 화령 만나면 무조건 도망쳐야겠네.

       – 도망친다고 살 수는 있을까.

       

       “이 정도면 당장 집 완공시키는 데 부족한 건 없고. 유지비용 쪽도 크게 문제 되진 않아. 그럼…”

       

       상자에 쌓여있는 자원을 보고 생각을 거듭하던 피피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우리 쪽으로 고갤 돌렸다.

       

       “아. 죄송합니다. 자원 모으느라 고생 하셨어요.”

       “더 할 일이 있을까요?”

       “당장은 없어요. 이 정도면 기초 자원은 충분해서. 화령 님은 쓰레드가 처음이시니 엔리님께서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주시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오! 그거 괜찮네요!”

       

       *

       평소에 아라에게 한소리를 듣는 때가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엔리는 아라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걸 좋아했다. 특히 그게 게임에서라면 더더욱.

       

       지금 같은 경우에도 그랬다. 아라는 이 게임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엔리는 1년 전에 시청자들의 입에서 볼맨 소리가 나올 정도로 쓰레드를 열심히 했던 사람.

       

       아라는 얌전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엔리에게 으스대며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희가 지금 가려는 데는 미궁이에요!”

       

       미궁. 쓰레드의 배경이 되는 섬 지하에 존재하는 파밍 장소.

       

       상위 티어의 장비와 마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으로 수많은 유저들의 무덤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방향감각을 빼앗는 복잡한 길과 그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함정과 몬스터들. 그리고 똑같이 파밍을 하기 위해 찾아온 다른 유저들.

       

       이 모든 게 합쳐진 미궁은 쓰레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배틀로얄 판타지 게임을 하는 느낌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인지라.

       

       “꽤 재밌어 보이는 구나.”

       “실제로도 재밌어요! 물론 죽으면 화가 나긴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을 처리한 후 가방을 가득 채워 나올 수만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곳도 없다는 이야기다.

       

       엔리가 웃으며 그런 이야기를 전하던 때에 갑자기 아라가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들더니 시위를 몇 번 당겼다.

       

       그러자 시위를 떠난 화살들이 제멋대로 방향을 바꾸어가며 수풀 너머에 있는 사람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로부터 얼마 있지 않아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리다 끊어졌다.

       

       “…대체 어떻게 눈치채신 거에요?”

       “숨소리가 들렸다.”

       “숨소리.”

       

       그게 말이 되나? 라는 생각을 하던 엔리는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이 아라라는 걸 떠올리곤 이해를 하고 말았다.

       

       아라 씨는 내 상식으로 이해해선 안 되는 사람이니까. 저 분께서 된다 그러시면 되는 거겠지 뭐.

       

       – 저거 화살 궤적 머임?!

       – 봐도봐도 신기하네.

       – 아무리 생각해도 저 사람 스트리머 하고 있을 인재가 아냐.

       – 현실에서 올림픽에 나가야 되지 않을까.

       – ㄹㅇ. 국위선양 가능할 것 같은데.

       

       “쯧. 무어냐. 빈털터리이지 않은가.”

       

       어느새 쓰레드라는 게임에 익숙해진 아라는 상대방의 시체에 박힌 화살을 빼내며 혀를 찼다.

       

       사람을 사냥의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 그 태도에 엔리는 전율했다.

       

       아라 씨랑 같은 팀 하길 잘했어!

       

       눈을 마주치면, 아니 그것도 아니지 그냥 지나가다 발견되는 순간 머리를 꿰뚫리고 죽어야 하는 거잖아. 그리고 내가 여태까지 모은 아이템을 모두 털려야 할 테고.

       

       너무 끔찍해서 상상하기도 싫다. 진짜로.

       

       그렇게 몇 번의 일방적인 사냥을 겪으며 미궁으로 향하는 입구에 도착했을 무렵 아라의 가방은 반쯤 차 있는 상태였다.

       

       “흠. 확실히 초반이라 그런가 빈털터리들이 많구나.”

       “남은 건 이 미궁 안에서 채우면 그만이죠!”

       “그것도 그런가.”

       “가죠!”

       

       미궁의 입구안으로 발을 들이는 엔리는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게 얼마 만에 미궁 파밍이냐. 예전에는 장비 맞추고 미궁에서 잃고를 며칠 동안 반복해도 행복할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말야.

       

       – 쓰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이 장비로 미궁에 들어가도 되는 거 맞음?]

       

       “원래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미궁은 파밍지로 좋은 장소인만큼 높은 난이도를 지니고 있다.

       

       원래라면 최소한 철갑옷에 제대로 된 무기. 거기에 회복 포션 몇 개는 들고서 들어와야 하는 장소인 것이다.

       

       허나 이번에 한해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근데 지금은 화령 씨가 있잖아요!”

       

       전투라는 컨텐츠에 한해 치트키인 아라가 있는데 무얼 걱정하겠는가.

       

       맨몸으로 세상을 멸망시킬 용의 목을 날려버리고, 수천 년을 살아온 흡혈귀의 군주를 때려잡고, 산을 날려버리는 괴물이 바로 옆에 있는데 두려워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오히려 위협적인 몬스터가 나온다면 그는 환영해야 할 일이었다. 그만큼 파밍할 거리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니까!

       

       그리 이야기를 하며 미궁의 시작지점에 도착한 엔리는 별 망설임 없이 아라를 데리고 미궁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괴담 같네요. 만나면 죽어야 하는 사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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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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