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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1

    <281 – 당연한 소리>

     

    그래, 오크노디 개인이야 원체 이곳저곳 잘 숨어 다니는 아이니 포인트를 숨길만한 장소도 잘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겉으로만 공평하게 하는 척, 남 몰래 늘상 옆을 지키는 집사에게 정보를 받고 있을지도 모르지.

    뭐가 됐든 잘 나가는 건 오크노디뿐.

    다른 애들은 다를 거다.

    혼자만 잘 나가려던 행보가 평판에 얼마나 심각한 손상을 입혔는지 중간고사를 통해 기억하는 이슈타르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오크노디가 사치스러운 시간을 보낼수록 노동자로 전락한 친구들은 그녀를 더욱 원망할 테니까!

     

    “장학금을 받겠다.”

    “나도.”

    “나도 받겠어.”

     

    심지어 장학금을 받고 풀려나는 학생들도 있다.

    저런 식으로 덫에 걸려 장학생이 된 이들이 재단에 순순히 충성을 바칠 리가 없다.

    내부의 적만 늘어난 셈이다.

     

    ‘뭔가 표정이 가벼운 것 같은데…?’

     

    재단장학생이 되는 것이 두렵다고 느끼는 기색도 없거나 이제 와서 그런 게 뭐가 대수라고,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학생들이 아주 많다.

     

    ‘수틀리면 손가락도 부러뜨리고 이빨도 뽑으며 남의 인생까지 제멋대로 설계하려 드는 녀석들이 두렵지도 않은 건가?’

     

    재단의 위험성은 아카데미의 위험성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빠르게 찾아온다.

    그걸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모습은 용사가 보기에는 광기에 가까웠지만 애초에 저들은 하급반 학생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애초에 저런 생각 없는 경솔한 녀석들이니 하급반에 머무르는 거겠지.

     

    “이슈타르. 친위대를 데리고 시설 도전과제부터 밀고 다녀요. 오크노디가 포인트수집을 끝마치면 그쪽에도 손을 뻗을지도 모르니.”

     

    유피의 말대로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도 많다.

    오크노디가 아닌 다른 학생들도 시설 도전과제는 충분히 노릴 수 있다.

    자신들이 한발 앞서 챙긴다면 다른 학생들의 처지가 더욱 어려워지고 강제로 재단장학생이 되어 재단을 원망하는 구조는 더욱 가속하리라.

     

    “다들 서둘러. 우리가 포인트를 챙겨갔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회수하는 거야.”

     

    선상여행 2일차 오후.

    용사친위대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가속하였다.

     

     

    * *

     

     

    숨 가쁘게 행동하는 학생들과 달리, 메이드인 리프와 에이프릴은 배에 탈 때부터 이유 없는 사치가 허락되지 않음을 알고 승무원들과 정보교류를 했다.

    그리고 파악했다. 자신들이 배의 승무원이 아닌 아가씨를 따라온 ‘친구’로서 분류되었음을.

     

    “이사장님의 시험이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개 말단인 제가 감히 추측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말해두죠. 이건 이사장님이 거물을 시험하는 <작은 실험>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승무원으로 차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리프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다.

     

    “타락의 신 안라게Anlage의 신자 이십 명이 배에 올랐습니다. 그들은 배의 어딘가에 교단의 비보가 감추어져 있다는 소문을 접했고 승선포인트를 모아 이를 얻고자 했죠.”

    “학생들보다는 영리했군요.”

    “그것이 독이 되었습니다. 승선포인트는 서로를 죽여서 빼앗을 수 있다. 이 조항이 서로 다른 두 파벌이 서로를 죽이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

    “이들은 아카데미 학생입니다. 적어도 선을 넘지는 않죠. 전부 죽일 자신이 없다면 한 명도 죽여서는 안 되니까요.”

    “그들은 전부 죽일 작정으로 싸웠군요. 몇 명이 살아남았습니까?”

    “한 명만이 남았습니다. 성물의 주인은 한 자리밖에 없으니까요. 안라게의 사도는 그때 졌던 빚을 갚기 위해 지금도 재단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에이프릴은 새삼 실감했다.

    리프와 자신은 격이 다른 메이드임을.

    정보의 접근성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이번에도 <교단의 비보>처럼 학생들을 유혹할 상품이 있습니까?”

    “이미 알아봤습니다. 이번 미끼는 <재단의 간부>. 안라게의 사도를 포함하여 어떤 간부든 아카데미 생활을 도울 조력자로 부를 수 있는 상품입니다.”

    “!!”

     

    경악스러운 상품이다.

    어떤 의미로는 교단의 비보 이상으로 가치가 높은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비보를 얻은 주인조차도 상품 중에 하나로 열거될 수준이니까.

     

    “위험하지 않습니까? 재단의 간부 리스트를 외부인에게 공개하는 짓은.”

    “당연히 간부의 목록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원하는 간부의 이름을 정확히 지목하던가, 저희가 붙여주는 간부를 받아야만 하죠.”

     

    에이프릴은 문득 궁금해졌다.

     

    “재단의 간부는 얼마나 강합니까?”

    “안리게의 사도는 재단에 들어온 이후, 선신의 사도 셋을 죽였습니다. 모두 재단의 행차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이었죠.”

    “…무시무시하군요. 기사단장이나 마탑주에 버금가는 사도를 셋이나 토벌하다니.”

    “그만큼 화려한 행보를 지녔으니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이름입니다. 용사는 몰라도 황녀라면 분명히 그의 이름을 거론하겠죠.”

    “저들이 오크노디 님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를 일이죠.”

     

    왠지 이런 예감이 들었다.

     

    “이번 1학년 중에는 워낙 재능 넘치는 학생들이 많으니까요.”

     

    에이프릴이 주시하는 인물은 용사도 황녀도 아닌 뜻밖의 인물이었다.

     

     

    * *

     

     

    지젤은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색 카드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모으는 보람이 없는 포인트군요. 골드티켓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한 번에 십만 포인트가 통으로 빠져나가다니.”

    “으하핫! 그래도 오락실의 포인트는 이 손오천님이 먼저 한바탕 쓸어갔다고. 다른 놈들보다는 우리가 앞서나가고 있지 않냐.”

    “레시피를 원하는 요리사에게 레시피 열 개를 팔고 많은 포인트를 얻기도 했고.”

     

    손오천과 이사벨은 그렇게 모은 포인트의 반을 지젤에게 넘겼다.

    그들 중 가장 똑똑한 지젤이라면 포인트를 가장 현명하게 사용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업그레이드의 혜택은 뭐냐?”

    “골드등급 이하 시설의 무료이용. 상급승무원의 대화권한습득 및 임무개방. 상품구매할인 20% 등의 기능이 있군요.”

    “앗, 그거라면 내가 알아보고 왔어. 비싼 시설의 입구에 금박이나 다이아몬드로 휘장이 걸려있긴 해.”

     

    숲지기 도로시는 많은 인파와 넓은 시설 사이에서 특징적인 모습을 빠짐없이 기억해두었고 적시에 보탬이 될 정보를 제공했다.

    소위 <지젤 팀>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확장된 권한을 토대로 가장 빠르게 고급정보에 접근했다.

     

    “무인도에서 <경매>가 시작된다는데?”

    “무인도 체류시간이 하루가 지날 때마다 더 가치 있는 상품이 열린다… 포인트로 살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물건은 경매에서 나오겠군요.”

    “무인도라면 장시간을 체류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식량과 생존도구를 배에서 구비해야해. 준비는 탐험가 출신인 나한테 맡겨.”

     

    재단의 크루즈선은 생각보다 즐길 거리가 많았다.

    놀이시설뿐만 아니라 이런 감추어진 정보에 접근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젤은 암흑상인으로서 정보를 취급하던 취미욕구가 잔뜩 자극받는 것을 느꼈다.

     

    “부럽군요. 이런 거대한 놀이터를 만들 수 있는 재력과 기획력, 조직력이.”

     

    과연 천하의 기프트 아카데미에도 꿀리지 않을 대단한 이들이다.

    어쩌면 이건 오크노디가 “파파”라 부르는 이가 오크노디에게 제공하는 거대한 놀이터가 아닐까.

     

    “뭘 감탄하고 있는 거야? 오크노디가 데려온 친구들이 곤경에 처하면 그만큼 오크노디의 평판이 나빠지잖아. 안 그래도 다크프린세스라고 두려움을 받는데 애들이 오크노디랑 놀아서 빚쟁이가 됐다는 소리를 하면 2학기는 어쩔 셈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곤란하겠군요.”

    “알았으면 빨리 부지런히 포인트를 모아서 멍청이들을 구제해주러 가자고.”

     

    암흑상회에서도 이번 여행에 동참한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비빌 구석이 없는 평민들은 고향으로 내려가느니 오크노디와의 인맥을 더욱 공고히 다질 생각에 따라온 경우도 태반이다.

     

    “그럼 포인트는 모을 만큼 모았으니 이제부터는 곤경에 처한 학생들을 찾아다닙시다.”

     

    그래도 암흑상회 소속 평민학생들은 양반이었다.

    답도 없이 럭셔리룸에서 사치를 부리다 끌려간 학생들은 마이너스도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지만 평민들은 깜냥이 작았다.

     

    “무슨 사치를 부리다 끌려왔냐고? 뷔페에서 한 접시만 먹고 나오는 사치를 부렸어!”

    “음료를 반이나 남기고 버렸지 뭐야?”

    “껍질 안에 묻은 요플레를 핥지 않고 버렸어!”

     

    사치를 부려봤자 하찮은 수준의 소비밖에 하지 못하는 평민들!

     

    “이제부터는 포인트를 찾으러 다니되 다시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재단의 유혹에 넘어가면 어떤 호된 꼴을 겪는지는 경험했으니 말입니다.”

    “고마워, 지젤…”

    “그런데 아카디아는 어디 계시는지 보셨습니까?”

    “백작영애? 대극장으로 가던데.”

    “…대극장?”

     

    지젤은 당황했다.

    아카디아는 티토소가와 함께 다니고 있었지.

    비교적 초창기부터 이 크루즈선의 함정을 깨닫고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 그녀가 무슨 이유로 초호화시설을 이용했을까.

    대극장에 가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극장 : 영업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무료관람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시]

     

    공짜는 못 참지.

    때마침 무료상영시간이 끝나고 승무원 관객들과 몇 안 되는 학생관객들이 뒤섞여 나왔다.

    놀랍게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크노디도 있었는데 흔치 않게 분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카디아가 한발 빨랐어요.”

     

    오크노디의 뒤로 아카디아가 후후 웃으며 골드티켓을 흔들어보였다.

     

    “어떻게 얻으셨습니까?”

    “연극 도중 수사파트에서 탐정으로 지목 받은 사람이 나와서 질문을 하는데 제가 범인과 트릭을 맞추어서 답례로 티켓을 받았거든요. 후후. 정말 재밌는 연극이었어요.”

     

    뭐야 그게.

    왜 너만 재밌는 거 해.

    심야 도박장에서 피 말리는 도박의 승리보상으로 골드티켓의 존재를 인지하고 업그레이드했던 지젤은 괜히 손해 본 기분이 들었다.

     

    “오크노디. 포인트를 벌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다른 학생들을 돕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대로면 오크노디의 평판이 위험해집니다.”

     

    추한 질투심을 빠르게 떨쳐버린 지젤은 안 그래도 마주치기 힘든 오크노디와 마주한 기회를 허투루 날리지 않고 꼭 필요한 조언을 건넸다.

    그런데 오크노디의 표정이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것처럼 태연하기 그지없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전부 재단장학생이 되라고 설득해서 빼낼 생각입니까?”

    “선상반란 이벤트를 일으키면 포인트를 쓰지 않고도 모두 배에서 내릴 수 있거든요!”

     

    크루즈선에 타면 선상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상식이잖아요?

    오크노디의 당당한 주장에 할 말을 잃은 지젤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선상반란은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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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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