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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2

       

       하루가 지나고.

       아침에 밝고는 곧바로 객잔에서 나오게 됐다.

       

       원래부터 잡혀 있던 일정인 만큼, 진작 나갈 준비를 미리 해두었다.

       

       겨울은 여전히 추웠으나.

       그에 비해 하늘은 맑았다.

       

       저번 며칠 내내 내리던 비가, 마치 환상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이다.

       

       “징그럽게 높네.”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높게 솟아오른 산골에 한숨이 푹푹 나온다.

       미친 동네 같으니라고.

       

       하남에 무슨 저런 산이 있어?

       볼 때마다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전생에는 이 산을 오르다 중간에 지쳐서 기절했었지.

       

       ‘병신.’

       

       힘들면 중간에 쉬었다 가면 될 것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쫀심 부리다가.

       

       오히려 망신살을 당했었다.

       

       생각만 해도 등골에 소름이 돋는 쪽팔린 일화였다.

       내가 회귀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는 큰 이유 중에 하나랄까.

       

       “예전에.”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으니, 뒤에서 따라오던 당소열이 말을 꺼내든다.

       

       “혈마대전이 일어났을 당시, 만들어진 산이래요.”

       

       땀을 살짝 닦으며 설명해 주는 것이.

       아무래도 내 얼굴에 ‘이 망할 산이 왜 있는 건가?’ 라는 의문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산이 만들어졌다고?”

       “네…! 당대 권왕과의 전투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들었어요.”

       “…?”

       

       당소열의 말을 듣고 내 인상이 가득 구겨진다. 너무 당황스러운 이야기 였기 때문이다.

       

       당대 권왕이라 하면. 권철금왕 연일천의 다른 별호인데.

       그럼, 연일천과 혈마의 전투에서 생긴 산이라는 말이다.

       

       자연재해도 아니고.

       전투로 인해 산이 만들어졌다는 건 무슨 괴이한 소리인가.

       

       ‘인간 자연재해야 무슨?’

       

       어떻게 인간이 전투로 이런 거대한 산을 하나 만들어내겠는가.

       

       ‘…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도 작은 동산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래도 이 수준은 무리지.

       이건 태산(太山)이잖아.

       

       ‘우선 그건 둘째 치고.’

       

       헛소문인지, 과장된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그건 둘째로 두고서.

       

       산을 오르는 와중에 체력보단 다른 게 힘들었다.

       

       ‘더럽게도 많이들 쳐다보네.’

       

       은근히 꽂혀오는 시선들이.

       하나 같이 신경 쓰인다.

       

       산을 오르는 길은 길었고.

       또한 넓다.

       

       하물며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 때에 맞춰 가기 위해 많은 이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대부분이 후기지수….

       아니 정확히는 전부가 후기지수라고 하는 게 옳겠지.

       

       중간중간 끼어있는 다른 이들은, 세가의 혈족을 호위하는 이들일 터.

       그걸 제외하면, 정말 젊은 무인들만이 가득했고.

       

       우리 일행은 그런 이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소곤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귓가에 들려온다.

       

       -독봉…? 저 사람 독봉이지?

       -옆에는 설봉 같은데? 

       -와…. 말도 안 되게 예쁘네. 

       

       감탄스러운 소리가 대부분이다.

       와중에 남궁비아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이유는.

       

       면사까지 잘 씌워놓고.

       남궁비아 스스로 존재감을 감추고 있음이 이유였다.

       

       ‘잘 써먹으니 다행이네.’

       

       한동안 안 쓰는 것 같아 신경 쓰였는데.

       

       “…”

       

       아무래도 사람 많은 곳은 부담스러운지 남궁비아 스스로 몸을 감추었다.

       덕분에 비교적 편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편해진 건 아니었다.

       

       -그럼 저 남자 놈은 누군데? 누구길래

       -누구? 뒤에 있는 사람?

       -아니, 맨 앞에 있는…. 무섭게 생긴 놈.

       -남자는 둘이잖아. 근데 왜 맨 앞에 남자만?

       -뒤에 놈은 잘생겼잖아.

       -아하.

       

       저 새끼들이…?

       

       계속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에 한껏 째려보니.

       흠칫 놀라며 입을 다문다.

       

       뒤편에 잘난 놈은 참고로 구절엽을 말하는 것이었다.

       

       밖에 나와서도 외모 차별이라니.

       삶은 여전히 외모지상주의구나.

       

       시발.

       

       ‘그나마 다행히 내가 누군지는 모르는 모양이고.’

       

       이는 아무래도 용봉지회 이후로 딱히 뭔가 하지 않았던 덕이며.

       그때도.

       

       ‘일부러 얼굴 좀 가리고 있기를 잘했어.’

       

       남궁비아가 그러했듯.

       나 또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정확히는 존재감만 숨긴 정도고.

       비무는 해야 했기에 내기를 다 쓸 수는 없어.

       

       적당히 집중해서 뚫어지게 봐야 기억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놓았었다.

       

       ‘그래서 의문인 거지.’

       

       며칠전 거리에서

       진룡과 영풍을 제압했을 당시.

       

       -저 얼굴…! 진룡이야!

       

       날 알아차렸던 놈이 있었다.

       당시에 다들 그런가보다 하며 넘어갔으나.

       

       나는 그게 의문이었다.

       

       ‘누구였을까.’

       

       끝내 누군지 잡을 수는 없었지만.

       꺼림칙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그런 우연이 만들어질 수 없도록 일부러 수를 써놓은 것인데.

       

       절정을 넘은 무인이라면, 아마 내 막을 뚫고 얼굴을 보는 것 정도야 가능한 일이다만.

       그 수준에 이른 무인이.

       

       대뜸 거리에서 일반인들 사이로 숨어 진룡이야! 라며 볼품없이 소리치지는 않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기감에 안 잡혔어.’

       

       내 기감을 뚫고 도망쳤다는 것까지.

       의문을 둘 만한 구석이 한 둘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신경 써야겠는데.’

       

       적당히 넘어갈 요량이었으나.

       상황을 보아하니, 정신을 조금 곤두세워 놓아야겠다.

       

       명성이 필요했음과 더불어.

       걱정했던 부분이 이런 것이다.

       

       ‘이름이 알려지면, 좆같은 새끼들이 꼬이니까.’

       

       여느 상황에서든 마찬가지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지만.

       

       ‘생각보다 빠르네.’

       

       누굴까.

       정확히는 어디일까.

       

       아니다.

       궁금하면 찾아봐야지.

       

       잡기만 하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쪽으로는 나름대로 전문이라서 말이지.

       

       생각을 하며, 입술을 매만 지고 있으니.

       

       “괜찮으세요?”

       

       옆에서 걷던 모용희아가 내게 물어 온다.

       

       “괜찮냐니?”

       “표정이…익숙한 표정이라서요.”

       “익숙하다고?”

       

       내가 이런 표정을 자주 짓나.

       

       “아 아니요. 제가 자주 짓는 표정이더라구요.”

       “음?”

       

       무슨 말이야 그게.

       내가 의문을 가지니 모용희아가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잡히기만 해봐라, 지옥이 뭔지 보여주지.”

       “…응?”

       “같은 마음이 들 때 제가 종종 짓는 표정인데, 딱 공자님이 그렇게 짓고 있더라구요.”

       “…”

       

       

       너무 정확한 말이라 순간 말을 잃어버렸다.

       어이가 집을 나간 내 얼굴을 본 모용희아는 방긋 웃는다.

       

       “공자님은, 진짜 표정을 잘 못 숨겨요.”

       “…자주 듣는 말이네.”

       

       나름 잘 숨겨 왔다고 생각했는데.

       회귀 후에는 그게 잘 안 된다.

       

       왜일까.

       

       평화에 조금 익숙해진 탓일까?

       

       “고치긴 해야겠는데.”

       “안 그러셔도 되요.”

       “음? 왜?”

       “그런 공자님이 더 좋으니까요.”

       “…”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뱉는 말에. 잠깐 정적이 흐른다.

       뭔가 싶어 얼굴을 살피니.

       

       ‘…빨개졌네?’

       

       드물게 모용희아의 볼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뱉을 생각이 없던 말인 모양이다.

       

       “사과가 잘 익었네. 빨갛게.”

       “읏….”

       

       장난스럽게 뱉은 말에.

       모용희아의 차가운 얼굴이 무너진다.

       

       저러고 있으니 생각보다 귀엽….

       

       ‘…귀엽?’

       

       미친놈.

       

       천하의 모용희아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다니.

       산을 타는 게 힘들어 정신이 나간 건가?

       

       ‘딱히 힘들지는 않은데.’

       

       그간 해온 수련이 있는데. 이런 거로 힘들어할 리 없었다.

       그냥 오늘 좀 피곤한 거겠지.

       

       머리를 쓸어 넘긴다.

       이어 시원한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오니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

       

       

       

       

       신룡관은 산 정상에 위치해 있으나.

       

       우리가 향할 곳은 거기가 아니었다.

       

       그보다 조금 덜 깊은 곳.

       

       명성 높은 신룡관 입관을 위해선.

       빌어먹게도 입관 시험이라는 것을 봐야 했다.

       

       이는 어중이떠중이들로는 받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교육기관에서 질 높은 재능을 보유한 이들로만 받아가겠다는 의미기도 했다.

       

       명성 높은 명가.

       하물며 알아주는 명문파에서 보내온 후기지수들이니 각자 뛰어난 이들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또 걸러내서 받아가겠다는 말이다.

       

       이는 어찌 보자면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이나.

       

       뽑힌 이들은 즉슨, 재능있는 이들 중에서도 더 뛰어난 이들이라는 암묵적인 의미이니.

       

       명예와 이름값을 그토록 중요시하는 이들이 침을 질질 흘릴 이야기겠지.

       

       그렇게 해서 들어갈 경우.

       

       끼리끼리 뭉친다 하여, 인맥관리도 수월해지니.

       

       본래 목적이었던 교육은 중요치 않은 느낌이었다.

       

       물론 그걸 다 제외하고서도.

       결국, 신룡관 출신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오는 것임은 진작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그리고.’

       

       나름 최고의 검대 교육기관이라는 말 처럼

       교육 수준도 나쁘지 않고.

       

       ‘…대부분 명가라면 집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지만.’

       

       혈족이라면 더욱이.

       

       가주나 장로들이 있는데, 구태여 기관에 올 필요는 없지.

       

       “산서구가의 구양천. 확인 끝났소. 2조로 가시오.”

       

       맹의 소유지라 그런가.

       확인하는 이들 또한 무림맹의 사람이었다.

       

       적당히 신분 확인을 끝내고 조까지 확인 받았다.

       

       힐끔.

       

       확인 받는 도중에, 내 출신지와 이름을 확인한 이가 날 흘겨본다.

       

       눈빛은, ‘이놈이 진짜 그놈이라고?’가 확실했다.

       

       아마 당분간 저런 시선을 받아야겠지.

       이제는 화내는 것도 귀찮았다.

       

       ‘안 온 녀석들은, 내일인가?’

       

       잠룡이나 검룡등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 문파에 속한 이들은 따로 내일 시험을 치루기 때문일 터.

       

       오늘은 가문에 속한 혈족들만 우선 시험을 치루는 상황이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전국에 있는 후기지수가 모두 모여든 상황이니.

       꼴랑 하루가지고는 안 되겠지.

       

       ‘2조라.’

       

       딱 봐도 조별로 등급을 나눠 놓은 게 보였다.

       그 증거로 모용희아와 당소열.

       

       거기에 남궁비아는 1조로 받아놓은 상황인데.

       

       ‘나는 왜 2조지?’

       

       명가 취급을 받지 못해서 화가 나는 게 아니다.

       

       객관적으로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구가 정도면 어디가서 무시받을 수준은 아니니 말이다. 2조라고 딱히 무시 받을 수준은 아니다.

       

       현 중원에 구가가 보이는 위치를 따질 때.

       조금 애매한 숫자기는 했다.

       

       “흐음….”

       

       솔직히 딱히 상관없기는 했다.

       조만 나눴을 뿐 특혜 같은 건 따로 없는걸로 알고 있으니.

       

       크게 상관없겠지.

       

       조금 걱정인 건, 다른 구 씨 놈들이 성질이라도 부릴….

       

       ‘그럴 일은 없겠네….’

       

       조금의 걱정을 담아 구연서를 쳐다보니.

       구연서는 어딘가 한껏 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검후가 내 부탁을 듣고 정말 밤중에 다녀가긴 한 모양.

       

       그걸 보며 속으로 한숨을 살짝 내쉴 수 있었다.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심마를 걷어내기보다.

       다른 걸로 덮어씌운 느낌이다.

       

       검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면.

       

       쫓아갈 제대로 된 인물을 심어주거나.

       검에 매료시키는 것이다.

       

       다른 걸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물론 그걸로도 심마에 갇힐 수는 있다.

       되지도 않는 검을 쫓아가는 것 또한 죄업이니.

       

       하나.

       

       구연서에게는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이게 안 되면….’

       

       ‘다른걸’ 써보려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적어도 아직 까지는 말이다.

       

       ‘애초에 합격은 하려나?’

       

       구절엽은 굴려둔 게 있어 걱정이 없으나.

       구연서는 조금 애매하다.

       

       다른 후기지수에 비해 뛰어난 것은 맞다.

       이류의 끝자락이니, 나쁘지는 않다만.

       

       신룡관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인가 하면, 조금 애매했다.

       

       그에 비해 구절엽은.

       

       머저리같이 방심하지 않는 한 떨어지지 않을 수준이니.

       오히려 떨어질 경우를 걱정해야 했다.

       

       ‘나한테 뒤지게 맞을 테니까.’

       

       동네 창피하게 시리, 그렇게 열심히 키워줬더니만.

       이거 하나 통과 못하면.

       

       혼쭐이 나야지. 아주 크게 말이야.

       

       움찔.

       

       뒤편에 있던 구절엽이 갑자기 한기를 느꼈는지 갑자기 몸을 흠칫하며 나와 거리를 벌린다.

       

       그걸 보며 내가 물었다.

       

       “왜.”

       “…아닙니다. 왠지 모르게 방금 한 대 맞을 것 같았거든요.”

       “쯧…눈치는 빨라서.”

       “예…?”

       

       구절엽이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을 짓는 게 우스꽝스러웠다.

       아, 그렇다고 농담은 아니다.

       

       

       떨어지면 진짜 작살을 낼 생각이니까.

       

       그렇게 구절엽을 놀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하나 느껴졌다.

       

       누구일까, 내게 다가오는 인물은.

       지금 딱히 나한테 올 사람이 없는데 말이다.

       

       누구인가 싶어 조금 집중하니.

       

       ‘쯧.’

       

       알아차리자 마자 혀를 차야 했다.

       꺼림칙함이 가득 올라오는 기운이다.

       

       ‘그렇지, 저 새끼도 왔겠지.’

       

       애당초 그걸 기억하고 따라 들어온 것이었으니.

       이상할 일은 아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주하기에는 짜증 나는 놈인 것은 변함이 없다.

       

       특히, 이쪽으로 오는 의도가 뻔했기에 더욱이.

       

       진짜, 왜 다가오는 거지?

       얘도 어지간하네.

       

       놈은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하얀색 무복에 묵빛 무늬는 여전했고.

       

       잘나신 얼굴 또한 여전하다.

       

       그간 수련을 부지런히 했는지.

       그때보다 나아진 육신 또한 눈에 들어온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그래.”

       

       목 끝까지 차오르려고 드는 살의를 꾹 참는다.

       여기서 못 참고 분출했다간 진짜 조질 수 있었다.

       

       내가 아니라 주변에 이들이 말이야.

       

       마음 같아선 일단 엎고 보고 싶으나.

       앞으로를 위해 조금 참아야 한다.

       

       그러니 우선, 꾸욱 참고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편하게 뱉어야 했다.

       

       나는 웃으며 눈앞에 있는 놈.

       

       장선연에게 말했다.

       

        가능하면 다정하게 말이다.

       

       “이 씨발놈아.”

       “…”

       

       이게 최선이었다.

       

       

       

       

       

       ******************

       

       

       

       

       화륵.

       

       어깨를 타고 내뿜으려던 기운이 허공에 흩날린다.

       적당한 기운을 담아 한 번에 베어내려 하였는데.

       

       우습게도 담으려던 기운이 담기지 못해 휘날린 것이다.

       

       철컥.

       

       손잡이를 잡고 순식간에 뻗으려던 팔이 굳는다.

       다른 이의 손에 뽑히지 못하도록 막혔기 때문이다.

       

       검을 뽑으려던 장본인.

       

       위설아는 다소 차가워진 눈매로 자신의 손잡이를 막아 세운 이를 바라봤다.

       

       “예상보다 과격한 소저시군.”

       

       빠른듯 듯 느리고.

       느린 듯 묵직한 목소리.

       

       그곳에서 풍겨오는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위설아가 바짝 본능을 세운다.

       

       그걸 눈치챈 듯 청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하기야, 제 스승을 닮았다면 필히 그럴 터.”

       “…”

       “무엇을 하려 했는지 모르겠으나, 참는 게 좋을 거요. 그대로 집에 돌아가기 싫으면.”

       

       청년이 씩 웃으며 주의를 내어준다.

       

       어떻게 알았을까.

       

       장선연이 그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위설아는 검을 뽑아내려 했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게끔 말이다.

       

       하지만.

       

       ‘언제?’

       

       이 청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살기를 죽였다.

       누구도 눈치 챌 수 없도록.

       

       살의를 품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일, 그런 것쯤은 위설아에게 쉬운 일이니 말이다.

       그러니 이를 알아챈 청년이 더 이상한 것이다.

       

       위설아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청년을 보고 있으니.

       

       “내가 누군지 궁금한가 보오.”

       

       청년은 다소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은 채 위설아에게 말한다.

       

       “비의진. 비가의 비의진이라 하오.”

       

       이름을 들은 위설아는.

       사뭇 놀란 표정을 지어야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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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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