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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2

       찰리의 동료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카타콤에 기거하면서 각자 눈여겨 봐뒀던 장소들이 있었다. 그곳들은 모두 미궁에 침입한 적들을 기습하기 좋은 것이었다. 동시에 자신들의 재주를 효율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곳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잘 파악해 두었다. 혹시나 작전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전투를 각오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석굴의 입구에서 흩어진 것은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함이 아니었다. 다들 자신이 선택한 전장으로 상대를 유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그곳에서라면 저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여겼다.

       지형적 이점도 이점이지만 실력에도 자신감이 있었다.

       

       찰리가 그러지 않았던가? 그들은 각자 특기에 한해서라면 레카체프의 전공 1등 학생들보다 뛰어나다고.

       

       처음에는 찰리가 자신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과장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곳에 도착해서 실제 레카체프 학생들의 실력을 보고 나서 그들은 찰리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주특기로 삼은 전공에 대해서는 시골의 가난한 학교 출신들인 자신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엘리트 학교 출신들보다 뛰어난 것이다.

       

       미키가 카렌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카타콤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었다. 그곳은 특이하게도 바닥에 모래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미키는 조심스럽게 모래 속에 발을 담그며 신중하게 입구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뒤를 쫓아오던 카렌이 그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야, 꼬맹이! 드디어 지친 거냐!”

       

       그녀는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히 그녀의 실수였다. 그녀의 발이 모래를 밟는 순간, 그녀의 몸이 아래로 쑥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으앗, 뭐야, 이거!”

       

       분명 미키가 밟았을 때는 발목 정도밖에 오지 않았던 모래가 지금은 그녀의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미키는 당황해하는 그녀를 보며 히죽 웃었다.

       

       “히힛, 작전 성공.”

       “뭐야, 너, 이게!”

       

       카렌은 자신이 그저 흙구덩이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재빨리 몸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모래는 더욱 그녀를 깊숙한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미키는 허리까지 모래가 차오른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여 보였다.

       

       “어허, 움직이지 않는 게 좋아. 움직일수록 몸이 더 깊게 파고들 거야.”

       

       미키가 전장으로 택한 이곳은 석굴의 침전된 모래들이 지하수가 흐르는 곳과 만나면서 형성된 유사(流沙)였다. 베가스의 사막과 늘 붙어살았던 자신들은 이것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곳의 유사는 사막만큼 깊지 않았다. 많이 빠진다고 해도 가슴 정도 깊이가 한계일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고. 어차피 안 죽어. 일이 잘 풀리면 나중에 풀어 주……자, 잠시만 그렇게 움직이면……뭐야!”

       

       미키는 카렌이 저지른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재차 몸부림을 치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는 그녀가 헛수고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막상 그녀가 버둥거리기 시작하자 그녀의 몸이 점점 모래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어떻게 이, 이 함정을?”

       “흥. 별것도 아니군. 늪지 훈련하고 요령은 비슷하잖아.”

       

       카렌은 양팔로 암반을 붙잡더니 몸을 쑥 빼고 일어섰다.

       미키는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늪지 훈련……누나도 땅재주 전공?”

       “물론이지.”

       “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쉽게 빠져 나오다니?”

       

       ‘버티기’와 ‘흘려보내기’, 그리고 ‘하중의 분산’은 땅재주의 3대 핵심 기술이었다. 유체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전개할 수 있어야 했다. 몸이 모래의 ‘단단함’을 만났을 때는 버티기를 사용하고 모래의 ‘흐름’을 만났을 때는 흘려보내기를 사용해야 유사 속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모래를 밀어내기에 근력이 부족하니 하중의 분산으로 부력을 확보하는 것 역시 필요했다.

       

       고향에서도 유사 속에 허리까지 빠졌다가 나올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신을 포함해 3명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히 나머지 둘은 엘라와 찰리였다. 그런데 저 여자도 그 정도로 땅재주를 익히고 있다고?

         

       “홉스가 수조 속에 진흙을 채워 넣고 다짜고짜 던져 넣을 때가 생각나네.”

       

       모래 속에서 빠져나온 카렌은 신발 속에서 들어간 모래를 털어 내고는 미키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그녀는 그를 향해 손을 까딱이며 소리쳤다.

       

       “덤벼, 꼬맹이!”

       “큭, 이거 쉽지 않겠는데.”

       

       미키는 모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이 준비한 함정이 너무 쉽게 격파당하는 당혹스러움은 베로니카 역시 겪고 있었다.

       그녀는 마야가 자신이 설치한 석궁 함정에서 쏘아낸 화살들을 모두 공중에서 요격해내자 질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 어둠 속에서 그것들을 다 맞춘다고? 무슨 탐지 마법이라도 쓴 거냐?”

       “아니, 보이는 순간 바로 궤도를 계산했을 뿐인데.”

       

       마치 자신을 깔보는 듯한 무덤덤한 답변에 베로니카는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그에 따라 그녀의 광대 분장 역시 일그러졌다.

       

       그녀는 품에서 단검 한 뭉치를 꺼냈다. 모두 손가락 사이에 낄 수 있는 작은 곡예용 단검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투척용이 아닌 저글링 용이었다. 날들이 모두 120도 이상으로 구부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직한 궤도로 쏘아 보내는 것으로는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없을 것 같았기에 꺼내든 것이었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에 단검들을 끼우고 그것들을 동시에 마야를 향해 던졌다.

       어둠 속에서 8개의 곡도가 포물선을 그리며 그녀에게 날아들었다.

       

       한편, 레이나가 도착한 곳은 사방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넓은 돔 형태의 공간이었다. 그녀는 여기저기 걸쳐져 있는 쇠사슬 하나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두컴컴해서 바닥이 보이지 않았지만, 물 떨어지는 소리를 통해 깊이를 유추할 수 있었다. 적어도 수십 미터는 되어 보였다.

       

       “도시의 지하 저수조예요. 빗물을 저장하는 데 쓰이죠.”

       

       비올라가 레이나의 반대편 쇠사슬 위에 올라섰다. 그녀는 이곳으로 상대를 유인하던 중에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황금 천칭, 레이나 마기어 맞죠?”

       “그래. 너흰 누구지? 왜 단장님을 납치한 거야?”

       “그분에게는 관심 없어요. 그저 엘라를 협박할 인질에 불과하죠.”

       “엘라……? 그렇군. 경기장에서의 일은 사고가 아니었어.”

       “…….”

       

       비올라는 레이나를 빤히 바라봤다. 고향 친구 중 남자애들은 대개 엘라를, 여자애들은 대개 찰리를 좋아했었다. 그녀 역시 찰리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중에서 가장 티를 덜 내는 편에 속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늘 한 발자국 떨어져서 찰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찰리를 좋아하는 다른 여자애들과 달리 그녀는 엘라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했다.

       그것이 전략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기회가 있으면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려 했었다. 찰리가 엘라에게 외출을 제안했을 때, 일부러 미키도 같이 놀다 오라고 끼워 넣는다거나, 둘이 뭔가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같으면 어거스트를 부추겨 찰리에게 시비를 걸게 하는 등의 행동이 그랬다.

       

       그녀는 필요하다면 찰리의 사생활을 몰래 관찰하는 등의 행동 역시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에 그녀는 찰리가 보관 중인 편지들을 몇 장 훔쳐봤다. 그것들은 모두 레이나가 보낸 것이었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나를 노려봤다.

       

       “황금 천칭과 겨루게 된다니. 줄타기 곡예사로서 영광이에요.”

       “납치범과 나눌 인사는 없어.”

       

       어두운 하수도의 수십 미터 상공에서 두 사람이 공중을 박찼다.

       

       

       ***

       

       

       “크윽, 쿨럭, 쿨럭.”

       

       원더스타인은 피를 한 바가지 토하며 주춤주춤 벽을 짚고 일어섰다. 그의 몸에는 성한 데가 없어 보였다. 말 그대로 걸레짝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함정에 얻어맞아 가면서 조금씩 망가져 가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평범한 서커스단 단장 원더스타인이라면, 처음 함정 한 방에 기절해 버린 척을 하면 됐지만, 상대는 악마 원더스타인을 알고 있는 자였다.

       

       아무리 성역으로 끌어들였다고 해도 원더스타인 정도 되는 남자가 한두 방에 뻗어버리면 오히려 연기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계속되는 함정에 다치고 또 다치면서도 겨우 일어서는 시늉을 해야 했다. 상처 부위에서 촉수나, 입, 혓바닥, 가시 따위를 슬쩍슬쩍 비침으로써 자신이 몸에 깃든 괴물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겨우 버티고 있다는 티도 팍팍 내주었다.

       

       그는 그렇게 찰리와 엘라가 있는 방향을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그만……. 그만해……. 싫다고 이런 거…….”

       

       엘라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주먹은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톱에 찔려 피가 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를 구하러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찰리의 몇 마디 말이 아까부터 그녀를 꼼짝 못 하게 묶어 두고 있었다.

       

       “너도 알고 있잖아! 마을을 부수고 친구들을 죽인 게 저 남자라는 걸!”

       “저 괴물 같은 모습을 봐! 살아남은 친구들의 증언과 일치해.”

       “너는 알고 있었지? 알면서도 저 남자를 옹호한 거야?”

       

       찰리의 말은 너무나 정확히 그녀의 폐부를 찔러 들어왔다.

       죽은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복수를 말하는 찰리의 앞을 그녀는 가로막을 수 없었다.

       

       핑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함정이 발동되었다.

       이번에는 벽 쪽에서 화살들이 쏘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원더스타인의 몸 곳곳을 강타했다.

       그는 내장으로 보이는 것을 한 움큼 토하며 바닥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고 앞으로 엎어져서는 더는 일어서지 못했다.

       

       “단장!”

       

       엘라가 그의 이름을 외쳤다.

       바닥에 엎어진 그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괘, 괜찮습니다. 에, 엘라 양은……가, 가만히 계세요…….”

       

       그는 피투성이가 된 상태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본인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엘라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누구 단장인데. 무슨 수가 있을 거야. 믿을게. 믿을게, 단장.

       

       찰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 엘라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녀는 저자가 평범한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는 것을 아는데도,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을 죽였다는 걸 아는데도 그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그녀의 맹목에 가까운 신뢰는 악마의 소행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좋아해. 원더스타인. 진심으로.’

       

       찰리는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도록 이를 꽉 악물었다.

       그렇게 그녀를 손에 넣었단 말이지.

       그는 품속에서 준비해온 마지막 수단을 꺼냈다.

       

       “이제 이걸로 끝내자.”

       “아, 아아, 안 돼!”

       

       엘라가 그것을 보고 기겁해서 소리쳤다.

       찰리가 꺼낸 것은 총이었다. 그것은 팔뚝만 한 길이의 머스킷으로 총사들이 쓰는 라이플보다는 한 시대 뒤떨어진 물건이었지만, 암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탓에 범죄자들이 자주 쓰곤 했다.

       

       그는 머스킷 한 자루를 손에 쥐고 하나를 더 꺼내 엘라에게 건넸다.

       

       “자, 너도 들어.”

       “뭐?”

       

       엘라는 그것을 받아들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우리 함께 네 저주를 푸는 거야.”

       

       엘라는 그가 자신에게 한 제의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쏘라고? 저 사람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찰리는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네 무고를 증명하는 거야. 그를 쏴 죽여. 그러면 너도 분명 제정신으로 돌아올 거야.”

       “아, 안돼, 찰리. 하, 하지 마. 죽이다니……. 안돼……. 분명 사정이 있을 거야.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기다려……. 나 하루만 있으면 정신 차릴 거 같아. 응?”

       

       찰리는 엘라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저 남자에게서 못 벗어나는 그녀였다. 그런데 하루만 있으면 된다니. 아무리 봐도 그에게 조종당해 어떻게든 그를 살리려고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좋아. 나 혼자 할게.”

       “찰리, 안 돼, 하지 마, 찰리!”

       

       엘라는 그를 막으려 했지만, 도저히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익, 제, 제발! 우, 움직여! 움직이란 말이야!”

         

       사실 찰리는 수첩으로 최면 관련 인스피라를 하나 빌려 그녀의 행동에 제약을 걸고 있었다.

       비록 이걸로 그녀를 원더스타인의 마법에서 구해주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그를 처리할 때까지 그녀를 구속하는 것은 가능했다.

       

       찰리는 제단에서 내려왔다. 암시장에서 구한 머스킷은 성능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제대로 맞추려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그만, 그만! 안 돼, 찰리!”

       

       엘라가 울부짖었지만, 찰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저러는 것도 잠시뿐. 일단 놈을 죽이면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다.

       

       “금방 끝날 거야.”

       

       그는 원더스타인과 엘라의 중간쯤에 서서 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그만! 손 떼란 말이야! 이이……비겁한 자식!”

       

       냉정하게 방아쇠를 당기려던 찰리는 그 말에 확 분노가 치솟아 그녀를 돌아봤다.

       내가 누굴 위해 이러는 건데!

       

       “너는 저 자식이 얼마나 음험하고 비열한 녀석인지 몰라!”

       “시끄러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좋아하는 사람.

       찰리는 이를 꽉 악물고는 다시 원더스타인을 노려봤다. 그리고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그만 됐어, 엘라. 제정신을 차리면 분명 넌 나에게 고마워하게 될 거야!”

       

       찰리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뒤에서 내지르는 엘라의 비명을 무시하고 그것을 당겼다.

       

       탕.

       한 발의 총성이 공동을 울렸다.

       

       총알은 너무나도 쉽게 사람의 피부와 살을 관통하고 뼈와 장기를 부쉈다.

       찰리는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엘라를 바라봤다.

       

       “엘라…….”

       “그러니까……그만두라고……했잖아.”

       

       엘라는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으며 흐느꼈다.

       찰리는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엘라……너…….”

       

       찰리가 그녀의 손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엘라는 자신의 손에 쥔 총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왁 소리를 내지르며 그것을 바닥에 내던졌다.

       

       “뭐, 뭐야, 이게 왜…….”

       

       그녀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다시 찰리 쪽을 돌아본 그녀는 몸이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그곳에는 그녀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째서 친구의 가슴에 붉은 자국이 번져 가는 걸까.

       어째서 친구는 저렇게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엘라는 그제야 깜짝 놀라 자신이 던진 총을 바라봤다.

       

       “내, 내가……? 아, 아냐, 나, 나는……나, 나는…….”

       

       찰리의 입에서 쿨럭하고 피가 흘러나왔다. 그의 몸이 뒤로 쓰러졌다.

       

       “차, 찰리?”

       

       그 순간, 그녀를 구속하고 있던 암시도 풀렸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제단을 마구 뛰어 내려갔다.

       

       “찰리? 대, 대답해 봐. 찰리?”

       

       그녀는 바닥에 누워 덜덜 떨고 있는 찰리의 몸을 안았다. 그의 가슴에서는 울컥울컥 피가 솟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찰리의 눈동자 속에는 고통, 애정, 슬픔 등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에, 엘라…….”

       “나, 나는 이럴 생각이……아아, 찰리, 제발……대답 좀 해 봐……응? 차, 찰리? 찰리! 아아!”

       

       그녀는 친구의 몸을 붙들고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그때, 검은 그림자가 그녀의 몸 위로 드리워졌다. 엘라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있었다.

       

       “어……?”

       “수고하셨습니다, 엘라 양.”

       

       그곳에는……너무나 멀쩡한……멀쩡한 모습의 원더스타인이 서 있었다.

       방금까지 죽어가던 모습은 다 연기였다는 듯 그녀와 그녀의 친구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다, 당신……어째서……아니, 이, 이건…….”

       

       피바다 속에서 웃고 있는 그와 죽어가는 친구.

       죄책감과 배신감이 동시에 그녀를 감쌌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기억이 모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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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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