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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2

       하오문주는 말했다.

         

       변수 제거에 너무 과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고.

         

       백우진은 이를 순순히 인정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이세계에서 완벽하다고 여겨질 만한 작전들이 작은 변수에 의해 덧없이 바스러지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아왔기 때문에.

         

       특히 규모가 큰 작전일수록 작은 것 하나에 무너지기 쉬웠다.

         

       그리고 이번 작전이 그 대규모 작전에 속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

         

       그러나 백우진은 이번만큼은 더 과해야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하오문주와 머리를 맞대어 수립한 작전의 실행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마침내 그는 찾아내고 말았다.

         

       모든 변수를 차단하고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꾸미면 되는 거구나?”

         

       생각을 뿌리째 바꿔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혈교 놈들이 일을 벌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놈들의 계획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자신이 혈교가 꾸민 것처럼 일을 벌이고 이를 막아내면 그만 아닌가.

         

       백우진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지구, 그것도 한국식 속담이었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는 건데 말이야.”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혈교의 정체를 까발리는 데에 있어 필요한 건 혈교 놈들 그 자체일 뿐이지, 꼭 그들의 작전을 분쇄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미 백우진과 하오문은 혈교가 이곳에 잠입했다는 것을 알고, 대부분의 정체도 파악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놈들을 붙잡아둔 뒤, 스스로 일을 꾸미고 해결한 뒤 억류하고 있던 혈교 놈들을 증거랍시고 내비치면 그야말로 변수 없는 완벽한 작전이 된다.

         

       “캬하! 완벽하다, 완벽해!”

         

       스스로 고안해낸 자작극에 완벽하다며 기뻐하는 백우진의 머릿속에 양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꾸민 자작극으로 명성을 얻으면 찔리지 않냐고?

         

       아니, 천만에.

         

       누구 하나 다치지 않기 위한 선택이고, 결과적으로 혈교의 정체를 까발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데, 여기서 찔릴 게 어디 있단 말인가.

         

       “바로 시작해야지.”

         

       백우진은 곧장 하오문주를 찾아 작전을 변경했다.

         

       처음에 마뜩잖아하던 하오문주도 자작극이 기존의 작전에 비해 훨씬 효율이 뛰어나다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가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먼저 혈교 주구들의 신변을 확보했다.

         

       야심한 밤을 틈타 정파와 사파에 숨어든 녀석들을 모조리 붙잡아 한 곳에 묶어두었다.

         

       포획률은 대략 8할 정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녀석들이나, 재빠르게 도망친 놈들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한 수치였다.

         

       모두 잡아들이지 못한 건 아쉽지만, 상관없다.

         

       2할 가량의 남은 인원으로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쉽지 않을 테니까.

         

       “자아, 그다음은….”

         

       살아 움직이는 변수인 혈교의 주구들을 억류해 두었으니 남은 건 하나뿐이다.

         

       자작극에 출연해줄 조연을 찾는 것.

         

       가장 큰 파급력을 보이려면 백우진 본인이 당한 척하는 게 옳겠으나, 그는 이 자작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야 하기에 다른 인물이 필요했다.

         

       머릿속에 하나둘씩 떠오르는 후보군.

         

       그중에서 가장 파급력 있고, 개연성 넘치는 인물 하나를 선정했다.

         

       “역시 그녀뿐이지.”

         

       도경.

         

       자신의 비무 결승전 상대이자, 사흑련주의 딸인 그녀라면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칠 터.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녀가 자신이 꾸민 자작극에 어울려 줄 것인가.

         

       “아, 어렵겠는데.”

         

       혈교의 주구들을 잡아들이는 것보다 그녀를 설득하는 게 더 어려울 듯했다.

         

       현재 그녀는 자신에게 더없이 많은 원망을 품고 있는 상황.

         

       솔직히 함께 즐겼으면서 왜 갑자기 그리됐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좋게 좋게 이야기해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만은 확실하다.

         

       “…어쩔 수 없나.”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일단은 부딪혀 보기로 했다.

         

       백우진은 밤의 장막을 펼친 채 사파의 진영으로 향했다.

         

       그녀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 정도는 하오문주에게 물음 한 번 건네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녀가 머물고 있는 방의 불이 아직 훤하다.

         

       “다행히 아직 안 자고 있나 보네.”

         

       잠든 사람 깨우면 또 얼마나 기분 나빠할지 걱정이었는데, 잘됐다.

         

       백우진은 작은 돌조각 하나를 주워 그녀의 방 창문에 가볍게 내던졌다.

         

       틱!

         

       아무런 반응이 없다.

         

       예상한 바다.

         

       한 번 정도는 그저 우연이겠거니 넘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다시 한번 작은 돌조각으로 그녀의 이목을 끌었다.

         

       이윽고 그녀가 창을 열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백우진이 손을 흔들자, 도경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여기서 소리를 높이긴 어려우니까….’

         

       그는 그녀를 향해 히죽 웃어 보인 뒤,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제 기척을 그녀가 느낄 수 있도록 선명하게 남겨두었다.

         

       이 정도면 무슨 뜻인지 대충 알아차렸겠지.

         

       백우진이 멈춰 선 곳은 물안개가 잔뜩 낀 동정호 인근이었다.

         

       습기 가득한 숨이 콧속으로 빨려 들어갈 즈음, 그의 뒤편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대체 무슨 속셈으로 비무 전날에 상대를 찾아온 거지?”

         

       날 선 음성이 그의 귀를 쿡쿡 찔렀다.

         

       등을 돌린 백우진은 칙칙한 흑의무복으로 옷을 동여맨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이라 흑립까진 쓰고 오진 않은 덕분에 그녀의 얼굴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네게 제안할 것이 있어서 불렀어.”

       “제안? 제안이라…, 그것 참 불순한 의도로 들리는군.”

         

       그녀가 비딱한 태도로 대답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태도였다.

         

       동이 트면 서로 검을 맞대야만 하는 상황에서 상대를 찾아와 건네는 제안이라니, 수상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네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백우진이 솔직하게 말하자, 도경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도움? 하! 내가 네놈을 도울 것 같아?”

         

       예상했던 대로의 답변.

         

       백우진은 쓰게 웃으며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도저히 믿기 힘든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그녀에게 전한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황금상단에서 혈교의 존재를 눈치챘고, 이들이 지금 이곳을 노리고 있다는 것.

         

       이를 들은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나보고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야.”

         

       더없이 진중한 그의 태도에 도경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태도나 행동이 시시껄렁한 인간이기는 하나, 말 자체에 무게가 없는 인간은 아니기에 더더욱 흘려듣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차라리 마교가 정파와 사파를 노리고 침입했다면 믿었을 터다.

         

       그런데 이백 년 전 정사 연합군에 의해 괴멸당한 혈교가 살아서 이곳을 노리고 있다니.

         

       이는 아비인 흑사패황이 얘기를 꺼내도 곧장 믿기 힘든 수준의 이야기였다.

         

       “…좋아. 네 말대로 혈교가 이곳을 노리고 있다고 가정하자고.”

         

       도경은 믿음 대신 한 걸음 물러나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네가 내게 하고 싶은 도움이란 건 뭐지?”

         

       반신반의.

         

       그러다 여전히 불신의 비율이 더 높아 보이는 물음에, 백우진은 짤막한 단어로 답했다.

         

       “연극.”

         

       도경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 * *

         

         

       장내의 뜨거웠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누구 하나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이유인즉, 사건이 벌어진 비무대 위에서 백우진이 날 선 시선으로 모두를 감시하듯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

         

       그가 외쳤다.

         

       “범인은 이 안에 있소!”

         

       모두가 침을 꼴깍 삼키며 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파의 무인 중 하나가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높였다.

         

       “흥! 범인이 이 안에 있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그대 아니오!”

         

       이에 사파의 무인들이 동조하여 소리쳤다.

         

       “옳소!”

         

       이는 충분히 예측한 상황.

         

       백우진은 차갑게 웃으며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만일 내가 이런 비겁한 암수를 사용했다면 그 자리에서 즉시 목을 내놓겠소.”

         

       그리고 다시 용기가 팽배한 사파의 무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도 목숨을 걸 자신 있다면 이곳으로 올라오시오.”

       “윽…!”

         

       그는 섣불리 발을 떼지 못했다.

         

       백우진이 내뿜는 기백에서 완전히 밀려버린 탓이었다.

         

       모두가 웅성거리며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백우진이 다시 한번 외쳤다.

         

       “얼마 전, 믿을 만한 이로부터 첩보를 하나 입수했소.”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보던 이들의 시선이 백우진에게로 모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곳에 모인 정파와 사파의 무인들을 노리고 숨어든 제삼의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소.”

       “제, 제삼의 세력?”

       “정파와 사파가 아닌 다른 세력이라니…, 설마?”

         

       제삼의 세력.

         

       이를 들은 모두의 머릿속에 한 집단이 떠올랐다.

         

       중원에서 멀지 않은 십만대산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호시탐탐 이 땅을 노리는 맹수.

         

       지금도 청해성에서 정사의 무인들과 크고, 작은 다툼을 연이어 벌이고 있는 그들.

         

       당대의 천하제일인으로 일컬어지는 천마가 이끄는 가장 거대한 단일 세력.

         

       마교(魔敎)!

         

       관객들의 머릿속에 그들의 이름이 각인되는 순간.

         

       “바로 혈교요!”

       “……?”

       “……?”

         

       뜬금없는 집단이 마교의 이름을 걷어차고 새로이 머릿속에 들어앉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슬슬 에피소드의 끝이 보이네요.

    그럼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읍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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