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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2

       

       

       

       

       

       282화. 그 방패, 뭘로 만들었지? ( 2 )

       

       

       

       

       

       이스칼, 방패를 무기로 삼은 유일한 사도. 

       모든 사도를 통틀어 방패를 받은 자는 오직 이스칼 혼자였기에, 그는 훈련 시간이 되면 붕 뜨는 경향이 있었다.

       

       이스칼 혼자서 방패를 사용한다는 특이성 때문…

       

       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정말 의외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쾅쾅ㅡ!

       

       “나를 봐ㅡ라ㅡ!!”

       

       이스칼이 연병장에서 방패를 두들기며 강철같이 외쳤다.

       커다랗고 네모난 신의 방패를 한 손으로 들고, 반대 손에는 적당한 검을 굳게 쥔 모습이었다.

       

       이스칼의 외침이 퍼지자 주변에 있던 전사들이 절로 몸을 움찔하다가, 가까스로 멈췄다. 

       

       “으, 으음… 이스칼 사도님. 정말 죄송하지만… 그, 방패를 치시는 것은 좀 자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결국 참다못한 전사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서 이스칼에게 다가갔다.

       벌써 이번이 몇 번째다. 이래서야 훈련을 할 수가 없었다.

       

       “…좀 많이 심한가?”

       “……예에. 아무래도 다른 이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끄응. 알겠네. 폐를 끼쳐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이스칼 사도님. 저희야말로…”

       

       터덜터덜 뒤돌아 연병장을 나가는 이스칼은 쫓겨나는 처지였기에 불쾌했을 법도 했다.

       허나, 그는 난처하고 미안한 기색만 가득했다.

       

       이번으로 일곱 번째.

       이스칼이 연병장에서 쫓겨난 횟수다.

       

       그 일곱 번을 모두 같은 이유로 쫓겨났다.

       

       ‘내 방패 소리를 그렇게나 견디기 힘들어하다니…’

       

       그의 방패를 두들기는 소리. 

       쾅쾅-하고 단단한 강철의 소리를 내는 그의 방패 소리에는, 듣는 이로 하여금 이스칼에게 달려들고 싶게 만드는 기운이 서려 있는 것이다.

       

       덕분에 수련 때마다 방패를 두들겨 대는 이스칼은, 다른 전사들의 훈련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고 있었다.

       

       ‘이거 어디 산에 들어가서 수련해야 하려나…’

       

       하지만 산은 싫었다.

       이스칼, 그는 태생적으로 관심 받기를 좋아하는 인간이다. 산에 들어가서 혼자 방패를 두들기면서 수련하라니.

       

       ‘아무도 나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없잖아!’

       

       적당히 사람이 없지만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의 방패 소리에 홀리지 않고, 어느 정도 방패 훈련에 도움이 될 만한.

       

       그런 훈련장은 없을까.

       

       ‘……있을 리가.’

       

       결국 돌고 돌아 프리가에게 대련을 부탁하는 수밖에.

       투덜거렸지만, 프리가를 만나러 가는 것이 싫은 이스칼이 아니다.

       

       오히려 좋다.

       그의 하나뿐인 연인이다. 어찌 만나기를 꺼려하겠는가?

       

       “……그런데 대련 상대로는 조금 힘들단 말이지.”

       

       무기만 들면 돌변하는 것이 무서워서 그렇지.

       

       머뭇거리던 이스칼이 걸음을 돌렸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요즘 셀리나가 부쩍 업무에 힘들어하는 것 같던데, 가서 잡담이나 하며 좀 도와줘야겠다.

       

       ‘어째 셀리나가 요즘 나를 좀 피하는 것도 같던데.’

       

       셀리나에게 좋아하는 이라도 생긴 걸까?

       그렇다면 축하해 줄 일인데… 요즈음에 표정이 너무 어둡기도 하였고… 

       

       하여튼 여인의 마음이란 것은 도통 모를 것이다.

       

       “…ㅡ크읏! ㅡ…으으으…ㅡ!! 멈…ㅡ!”

       

       어디선가 작게 들려온 신음에 이스칼이 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고통에 겨워하는 소리.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기민하게 앞으로 꺼낸 이스칼이 반사적으로 발소리를 죽였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멈춰’라는 단어가 들렸다.

       

       만신전 깊숙한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싶지만… 항상 만약의 가능성을 놓쳐서는 안 되는 법.

       

       이스칼은 작게 신음이 들려오는 모퉁이 너머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곳에는…

       

       “크으으윽…! 머, 멈…춰…! 내 말을, 들어! 으으읏…!”

       

       한스가 있었다.

       그것도 왼손으로 오른쪽 의수를 붙잡고 온갖 기합을 뱉는 모습으로.

       

       긴장이 탁 불린 이스칼이 허탈한 숨을 뱉었다. 

       

       “하…”

       

       도대체 한스는 이런 외진 곳에서 혼자 무엇을 하는 걸까? 괜히 사람을 헷갈리게 할 말이나 하면서 말이다.

       

       그런 의문이 든 이스칼은 잠시 한스를 지켜봤다.

       

       “으그으윽…! 들어…가! 크으읏…!”

       

       한스의 오른쪽 팔은 흰 붕대를 두른 까만 의수였다. 지금은 붕대나 풀어진 모습이었다. 아마 한스가 푼 것 같다.

       

       ‘저 의수가 소문의 그 의수인가…’

       

       심연 원정대가 해치운 용왕이 의수에 깃들어서 대사제들이 봉인했다는, 소문이 무성한 의수.

       소문에 따르면 의수에서는 용왕의 그것과 같은 흑염이 나오고, 이를 막기 위해 한스가 제법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과연 저 모습을 보면 그런 것 같다.

       한 손으로 의수를 붙잡고 굵은 땀을 주륵주륵 흘리는 모습이라니.

       

       의수 안에 깃든 힘을 제어하는 수련의 일환으로 보였다.

       

       “크으, 으윽…! 멈춰…!”

       

       까만 의수 주변에서 흑염이 솟구치며 혀를 낼름거렸다. 흑염의 기세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한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둔 붕대를 향해 떨리는 손을 뻗었다.

       

       “으… 커읍…! 아, 안… 안 되는데…”

       

       붕대를 향해 왼손을 뻗다가 다시 의수를 붙잡았다.

       저대로는 힘들어 보인다고 판단한 이스칼이 나서서 한스의 붕대를 감아주려고 할 때.

       

       토도도도-

       

       “한스 님! 한스 님! 괜찮으세요? 세상에, 얼굴이 너무 창백해요! 아, 붕대. 붕대 감아 드릴게요!”

       

       어딘가의 수풀에서 튀어나온 데이지가 다람쥐처럼 달려 나와 한스에게 봉인의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이스칼이 몸을 흠칫 떨었다.

       

       ‘도, 도대체 어디서…?’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데이지의 저 발놀림과 몸동작.

       단련한 흔적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움직임은 가볍고 발소리 하나 없다.

       

       저런 몸놀림이 저 나이의 아이에게서 나올 수 있는 움직임인가?

       

       ‘…꿀꺽. 데이지, 무서운 아이다…’

       

       나중에 검을 잡으면 필시 크게 이름을 떨치리라.

       

       “…쩝. 한스 경에게 대련을 부탁하려 했더니, 나중에 해야겠군.”

       

       아쉬운 마음에 이스칼이 혀를 다셨다.

       

       데이지는 한스를 살갑게 챙기며 붕대를 감고 있었다.

       어쩐지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이스칼은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힐긋.

       

       그리고, 한스에게 붕대를 감아주던 데이지가 조용히 눈을 돌려 이스칼이 숨어 있던 모퉁이를 바라봤다.

       

       ‘…가신다.’

       

       끼어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나름 숨는다고 숨은 모양인데 데이지에게는 이스칼이 너무 잘 보였다.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그냥 찾을 수 있었다. 마치 동물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휴우.”

       

       방해받지 않고 좀 더 한스와 있을 수 있다.

       기분이 좋아진 데이지는 야무지게 한스의 의수에 붕대를 감았다.

       

       

       

       ***

       

       

       

       그런 느낌으로 오늘의 훈련을 마무리한 이스칼.

       

       셀리나의 집무실을 향해 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어.”

       

       시선이다. 하늘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어딘지 모를 구름 사이에서, 어쩌면 하늘에 걸린 눈동자의 별자리에서.

       그를 바라보는 은근하고 집요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스칼은 이따금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느낄 때면… 으레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는 했다.

       

       ‘아마도 이 시선의 주인은…’

       

       어렴풋하게도 알 것 같지만 이스칼은 이에 대해 경솔하게 굴지 않았다.

       입으로 꺼내는 순간 말은 힘을 갖게 되니까.

       

       이스칼은 천천히, 그리고 태연하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곳에 도착한 이스칼이 무릎을 꿇었다.

       

       “만물을 아우르시며 빛으로 길을 인도하시고, 번개와 불로 하여 악을 벌하시는 분을 뵙습니다.”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숙이며 입으로는 찬미의 기도를 외운다.

       그러자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강렬해졌다. 온몸이 짜릿할 정도의 시선이다.

       

       정답이다.

       

       “그, 그대의 종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다면…”

       

       더욱 심해진 압박감에 이스칼이 말을 더듬었다. 시선의 주인께서는 구태여 말로 설명하지 않았다.

       

       츠파아아앗ㅡ

       

       “어, 어어ㅡ!”

       

       이스칼의 발부터 빠르게 빛에 감싸이더니, 이내 번쩍하는 짧은 섬광과 함께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파앗!

       

       “으악!”

       

       빛과 함께 사라진 이스칼은 전혀 다른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허공에서 쿵 하고 떨어진 이스칼이 엉덩이를 문질렀다. 

       

       “아그극… 아, 아파라…”

       

       습관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가 방금까지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에 이스칼이 멍청한 표정으로 사방을 살폈다.

       

       “여기는…”

       

       도시의 풍경이다. 그런데 도시의 모든 것들이 강철과 보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광장의 분수대에서는 황금이 솟아나고, 색색의 보석이 세밀하게 가공되어 우아한 그림을 완성하고 있었다.

       

       강철의 차가운 은백색과 보석의 화사한 빛이 어우러져 한 편의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이스칼은 변방 약소 왕국의 귀족 출신이었지만, 나름 이것저것 보고 들은 것이 많았다.

       귀족의 소양이라며 어머니가 아낌없이 배움에 투자한 까닭이었는데…

       

       지금 보는 도시의 미관은 그 어느 국가의 것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모든 국가의 건물들은 어느 정도 고유한 특색을 지니기 마련이었다.

       

       성도는 외형이 하얗고 장식은 없지만, 우아한 조각으로 담백한 미관을.

       신성 로마니안 제국은 색색의 염색과 화려한 지붕으로 멋들어진 외형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도시의 모습이란 주변이 지리와 풍습에도 어우러져 나타나는 것이었으니.

       

       “그런데 이곳은 도대체…”

       

       이스칼이 혼란스럽게 중얼거렸다.

       

       외형, 조각, 그리고 도시의 설계까지.

       모든 것이 실용적이지 않았다.

       

       그저 아름다고 화려하게 보이는 것에 충실한 모습.

       이래서야 도시가 아니라, 마치…

       

       “보석함 같은 모습이군…”

       

       도시 자체가 거대한 예술품이었다. 

       

       화룡점정은, 모든 건물을 아우르며 우뚝 솟은 거대한 궁전.

       

       궁전은 마치 대장간을 궁전으로 승화시킨 듯한 느낌을 줬다.

       강철로 된 벽에는 세밀한 조각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고, 성문은 아름다운 보석과 벽화로 꾸며져 있었다.

       

       찌르르르-

       

       어디선가 소리 없이 날아온 형광빛의 벌레 한 마리가 이스칼의 주변을 맴돌다가 파르르 날개를 움직여 궁전으로 날아갔다.

       벌레가 지나간 자리에 작은 불빛이 발자국처럼 머물렀다.

       

       “따라오라는 건가…”

       

       이스칼을 더욱 강하게 내리누르는 시선과 압박감. 

       그리고 기묘하고 아름다운 도시와 궁전.

       

       형광의 벌레를 따라 이스칼이 천천히 궁전으로 향했다. 커다란 궁전의 성문은 이스칼이 다가가자 저절로 움직이며 길을 열었다.

       

       “허어…”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

       햇빛이 형형색색의 유리를 통과하며 오색의 그림으로 갈라져 흩어졌고, 온갖 조각과 식물들이 조화롭게 벽을 장식한다.

       

       그리고, 성의 내부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하고 뜨거운 푸른색의 불꽃.

       이글거리는 열기가 온몸을 달구며 익히는  듯했다.

       

       “크, 으윽… 뜨, 뜨겁군…”

       

       반사적으로 입과 코를 막은 이스칼이 침음을 흘렸다.

       

       오묘하고 우아하게 타오르는 푸른 불꽃은 망막마저 태울 열기를 뿜어냈지만, 결코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존재했다.

       태생의 아름다움이, 푸른 불꽃에게 존재했다.

       

       아름답다-라고.

       이스칼은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뭐야. 케니스 언니가 아니잖아?》

       “어?”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퉁명스러운 소녀의 목소리에, 이스칼이 벙찐 목소리로 대답했다.

       

       갑자기 여기서 케니스 용사를 찾는다고?

       

       《에이…난 예쁜 언니가 아니면 도와주기 싫은데.》

       

       “…”

       

       《남자는 진짜 내가 도와주기 싫은데… 하아. 어쩔 수 없지. 내가 이번만 특별히 아저씨를 도와줄게. 위대하신 분의 명령도 있으니까.》

       

       “…”

       

       이유 모를 적대감 가득한 목소리.

       이스칼은 영문도 모른 채 조금 억울하다고 느꼈다. 

       

       ‘난 아직 아저씨가 아닌데…’

       

       소녀의 목소리로 아저씨라고 부르니까, 조금 상처받은 이스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허억… 그, 그런 과분한 댓글이라니…!! 하지만… 그런 무거운 댓글을 받아버리면… 나약한 작가가 짓눌려서 팍-!하고 터질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마음은 정말정말 감사하지만…!! 저어는 독자님의 그런 응원어린 마음으로 벌써 배가 부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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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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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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