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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3

       

        

        

        

        

        

       ───드르르륵!

        

        

        

       “…!”

        

        

        

        사방이 진동 투성이였다.

        

        본래라면 진동 감지를 통해 적이 대략적으로 어디에서 나타날지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건물이 무너짐에 따라 사방팔방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감각 혼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가져오지 않는 디스어드밴티지가 되었다. 온전히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정보만으로 로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산출해내야만 했다.

        

        물론 섣불리 몸을 내미는 순간, 방금처럼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와 채찍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 벽면을 깎아낸다. 내가 느끼고 있는 애로사항만큼 로건 역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긴 했지만, 글쎄다. 나보다 잘 버티면 잘 버텼지 더 힘들어하지는 않을 게 확실했지만.

        

        아무튼, 가장 급선무가 있다면 – 바로 적의 위치 파악이었다.

        

        

        

       “흡…!”

        

        

        

        투두두두!

        

        다리에 힘을 주고 그대로 지면을 박찬다. 주변 지형지물이 순식간에 잔상이 되었다. 엄폐물과 엄폐물 사이를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순간 총알이 몇 발 정도 날아들지만 실질적으로 적중한 탄환은 한 발도 없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상대방의 위치를 어림할 수 있었고.

        

        로건은 공중정원의 가장자리에 있었고, 나는 정원을 둘러싼 건물의 내부에 있는 상황. 실질적인 거리는 대략적으로 40~50m 사이. 몇 분 전 저 지역을 가로지르며 이곳저곳에 설치해두었던 폭탄과 나나이트 켐을 기폭시켜 로건을 1층에 흐르는 용암에 확실히 묻어버리려면 좀 더 푸시해야만 했다.

        

        물론 저 지역의 지반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은 상대도 알고 있겠지. 쉽게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을 터였다. 오히려 억지로 밀어붙이는 순간 다른 방향으로 이동할 확률도 높았고.

        

        

        그렇다면 움직이게 해주는 수밖에.

        

        

        

       ───퓽!

        

        

        

        유려한 형태의 발사기 끄트머리에 점착폭탄을 장착. 목표는 천장. 보통이라면 천장과 낙하 지점을 정확히 일치시켜야만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어림짐작 및 눈대중으로 순식간에 계산을 마친 후 안 그래도 이곳저곳 금이 잔뜩 간 천장에 폭발물을 꽂는다.

        

        그것을 기폭시키는 순간, 쿠궁 하는 소리가 들리며 폭발 진원지로부터 거대한 균열이 마구잡이로 생겨난다. 그리고 그 다음 발생한 일은 뻔했다. 굉음을 일으키며 내 몸보다도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지반을 두들겼다.

        

        바닥과 부딪힌 덩어리들이 수만 개의 파편로 파쇄되는 가운데, 진동이 전부 걷히지도 않은 시점에서 즉각 행동을 개시했다. 로건 역시도 그 즈음이 분수령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순식간에 방패를 펴는 소리가 들려왔다. 런앤건이 시작되며 족히 30발이 넘는 탄환이 방패 위를 우박처럼 두들겼다.

        

        한 손으로 허니뱃저를 갈기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나나이트 캐니스터를 발사. 퉁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갔지만 상대의 반응속도가 심상찮다. 한계까지 압축된 스프링이 켐을 밀어내는 순간 방패를 순식간에 접은 로건이 고개를 까딱여 이를 피해낸 것이었다.

        

        

        

       -치이익!

        

        

        

        그리하여 녹은 것은 방패가 아니라 로건의 뒷편에 있던 대형 돌덩어리. 고작해야 몇 초 안에 흔적조차 없이 소각되어 사라진다. 나나이트와 동일한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나노머신이었으니 당연히 그런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지만.

        

        거리가 가까워진다. 이제 로건이 물러날 차례였다. 남은 캐니스터는 세 개였고, 그녀가 숨을 수 있는 엄폐물을 전부 녹여버리기에는 충분한 숫자였다. 서서히 내려앉는 콘크리트 먼지를 관통하며 서로를 향해 탄환을 쏘아대면서 엄폐물의 숫자를 하나씩 줄여갔다. 물론 로건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지만.

        

        외부에서는 흥미진진하게 비춰질지 몰라도, 교전은 실질적으로 교착 상태였다.

        

        하지만 그 상황을 파기하는 것은 결코 사람이 아니었다.

        

        

        

       ───으직!

        

        

        

        공중정원의 지반 강도가 한계에 가까워진다.

        

        처음에는 실금, 그러나 곧 척추에 직접적으로 치미는 듯한 불길한 소음을 내며 바닥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총체적인 붕괴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마 비슷한 충격이 한 번만 더 가해지면 그걸로 끝이겠지. 이를 다르게 말하면 구태여 로건을 함정까지 유인할 시간이 없다는 소리와 동일했다.

        

        원래 함정이란 이런 경우가 대다수긴 했다. 기껏 공들여 설치해놓은 것조차 사용되지 못하고 기폭시켜야만 하는 상황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큰 신경은 쓰지 않았다. 그리하여 사전에 묻어놓은 것들을 일제히 기폭시키자, 로건이 숨어있는 엄폐물로부터 대략 10미터 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옅은 진동이 일었다.

        

        상대가 나오지 못하도록 제압사격을 해대며 몇 발자국 물러선 순간,

        

        

        

       “윽…!”

        

        

        

        그그극!

        

        20미터 가량 떨어진 지반이 질러대던 비명을 멈추며 중력에 의해 안쪽으로 함몰되기 시작했다. 물론 거기까지는 예상했다. 그에 맞춰 점차 후퇴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나 붕괴 범위가 예상보다도 더욱 컸고, 건물에 돌입하기까지 고작해야 15미터쯤 남은 순간이 되서야 균열이 멈춘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로건은 엄폐물을 밟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니, 이 무슨….”

        

        

        

        순간 경기 중인 것조차 잊어버린 채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바닥이 무너지는 순간 엄폐물을 밟고 뛰어오른다. 그 순간 방금까지 발을 디디고 있던 지점이 통째로 기울며 수십 미터 아래로 추락, 용암 바다에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공중정원 위를 부유 중이다. 마치 점프맵이라도 하는 것마냥 부서지는 지면을 발판 삼아 몇 번씩 튀어올랐다.

        

        까놓고 말해서, 로건이나 로렌티나의 교전 방법은 특별할 게 없었다. 나 이상으로 한계까지 벼려진 전투 스킬과 신체능력이 결합되면 어지간한 악조건과 지형지물은 손쉽게 극복 가능했고,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좌였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로서 그녀를 로비로 사출시킬 수 있는 기회를 하나 날려먹은 셈이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CQB에 돌입할 시간. 너나할 것 없이 제압사격을 해대며 둘 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토대로 확인했다.

        

        

        

       ‘…방패를 든 채 한 손으로는 기관단총 사격이라. 프로세서 처리 문제 때문에 스킬이 두 개였더라면 권총만 사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건 방패만 해금한 건가?’

        

        

        

        순간 의심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다시금 자문했지만, 딱히 틀린 결론을 내리지는 않은 듯했다. 그렇다면 다른 스킬이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고, 해당 영역에 할애할 힘을 다른 곳으로 넘겨버릴 수 있게 된다.

        

        다르게 말해서, 이제부터는 오로지 힘싸움 뿐이었다.

        

        잠시간의 소강 상태가 되었을 때 황급히 가방을 벗고, 초반 교전 때 업어왔던 트로피 시스템을 잘 보이지 않는 돌무더기 사이에 조심스럽게 숨겨놓는다. 그 와중 아까 다이스가 던지려다가 말았던 수류탄 두 개가 벽면에 굴러다니고 있었기에, 이를 주워 다용도 파우치 안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사용할 허니뱃저 탄창 하나를 몰리 대신 파우치 안에 넣었다.

        

        그것을 끝으로 다시 교전이 시작되었다.

        

        

         

        엄폐물이 많아지면 교전 거리가 줄어든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40미터 가량이었던 교전 거리가 절반으로 반토막난다. 원활한 사격이 불가능하고 우회할 통로가 많은 지역에서는 무엇보다도 탄환의 소모를 심도있게 고려해야만 했다.

        

        물론 살아 움직이는 성벽마냥 조금씩 전진하며 밀어붙이는 로건의 모습은 실로 위압적이기 짝이 없었지만.

        

        

        

       ───콰아앙!

        

        

        

       “무슨…!”

        

        

        

        몸을 기대고 있던 벽이 갑자기 거대한 충격파에 의해 밀린다. 그것이 수류탄의 지연 폭발로 인해 콘크리트 엄폐물이 통째로 부서지며 생겨난 상황임을 깨닫기까지는 조금 더 약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부서진 콘크리트 벽 너머로 실드를 접고 총을 들어올리는 로건이 보였다. 즉각 옆의 벽에 숨었지만, 벽을 박살낼 듯 한 탄창을 통째로 갈겨댄다. 그리하여 대략 30발 가량을 사격했을 즈음 벽이 무너졌고, 탄환을 막을 것은 오직 내 실드밖에 남지 않은 상황.

        

        황급히 자리를 피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개머리판.

        

        UFC 헤비급 챔피언조차 저걸 한 대 맞는 순간 허공에 붕 떠 몇 미터는 날아갈 것이었지만, 그것을 목을 뒤로 빼는 것으로 간신히 회피.

        

        

        

       -쉬익!

        

        

        

        소름끼치는 파공성. 그러나 다음 순간 날아드는 발차기에 적중. 몇 미터 가량 뒤로 굴러떨어짐과 동시에 총알이 실드를 두들긴다. 자세를 잡으며 황급히 벽 뒤로 몸을 피하는 순간 기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지면을 박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순간 장전되있던 점착폭탄을 전방 지향성 폭발 모드로 변환시키고, 급제동하며 총알을 갈기는 로건에게 돌격. 복부에 발사기를 틀어박고 검지를 당기자마자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거리 폭발과 함께 로건이 허공을 날았다.

        

        

        

       ───투쾅!

        

        

        

        나 역시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이미 뒤로 나동그라질 걸 알았기에, 빠르게 자세를 잡으며 HP를 회복시키고 부상을 치유하는 나노머신 인젝터를 주사했다. 물론 로건 역시도 그새 사라졌다. 아마 벽면 뒤에 엄폐 중이겠지. 이로서 교전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상황은 지지부진했고, 탄환도 다 떨어져간다. 남은 탄창은 두 개 – 물론 파우치에 숨겨둔 것까지 하면 3개 – 였고, 로건이 보유한 수량은 확실하지는 않았으나 점차 SMG에서 권총을 더 자주 사용하고, 수류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닐 터.

        

        벌써 전투가 5분 이상 지났으니 그럴 수밖에.

        

        몇 가지의 트릭을 섞어 로건을 유도하는 편이 가장 좋겠지.

        

        물론 미끼는 나 자신이었다.

        

        

        

       “역시.”

        

        

        

        다이스의 총으로 바꾸면서 버려뒀던 MCX를 빠르게 되찾는다.

        

        비록 프로세서 처리 문제로 인해 이카루스 기어와 연동시킬 수 없어 반동 제어는 불가능했지만, 애초에 어떤 총이든 내가 제어하지 못하는 반동은 없었다. 왼손 약지랑 소지, 중지랑 약지, 검지랑 중지에 40발짜리 탄창을 하나씩 끼운 채 MCX를 들고 탄환 아까울 것 없이 방아쇠를 연신 당겨대었다.

        

        총소리가 달라진 것을 느꼈는지 움직임이 좀 더 소극적으로 변하지만, 그 순간 왼손으로 그립을 잡은 후, 방아쇠에서 오른손을 떼고 파우치에서 수류탄을 꺼내어 까던진다. 아마 시청자들이 보기엔 내가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실제로도 그게 어느 정도 맞긴 했고.

        

        하지만 내 노림수는 로건의 방패를 완전히 까부수는 것에 있었다. 탄도 방패는 존재만으로 내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카카카캉!

        

        

        

        로건이 본격적으로 방패를 들고 맞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4개의 탄창 중 2개를 사용했다. 로건은 대략 몇 초 가량 방패로 탄환을 막다가 방패를 잃느니 차라리 퇴피하는 게 옳다는 듯 빠르게 후퇴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날카로운 제압사격을 통해 내 실드 일부를 도려낸 것은 덤이었고.

        

        그렇게 1분도 되지 않아 양측 모두 족히 120발 이상의 탄환을 소모한다. 사실상의 소모전. 그러나 깊게 파들어가면 불리한 것은 내 쪽이었다. 양쪽이 탄을 전부 소진했다고 가정했을 때, 택티컬 해머 하나만 들고 방패를 든 로건과 정면에서 맞붙는다면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음은 자명했으므로.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나는 상당량의 총알을 태워 트로피 시스템을 교묘하게 숨겨둔 위치로 로건을 성공적으로 유인했고, 그 순간 수류탄의 핀을 까는 소음이 들려왔다.

        

        그 순간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돌무더기 사이에 감춰진 요격 시스템이 작동을 시작했다. 그것은 로건의 손을 막 떠난 수류탄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우.”

        

        

        

        콰앙.

        

        수류탄 폭발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작았지만, 불과 손에서 십수 센티미터나 떠났을까 싶은 수류탄이 통째로 요격당하며 생겨난 여파는 상당했다. 로건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밀려나 벽에 부딪히는 사이, 화학물질 발사기에 그 사이 충전된 나나이트 캐니스터를 장전. 사방을 녹여버리며 엄폐물을 전부 갉아먹는다.

        

        그리하여 로건은 더 이상 방패를 접을 틈이 없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남은 건 허니뱃저 탄창 2개 분량. 이제부터는 내가 보유한 탄환이 먼저 떨어지는지, 로건의 방패가 먼저 박살나는지를 겨루는 치킨 게임이었다.

        

        쫓고 쫓기는 교전. 아쉽겠지만 속도는 내가 더 빨랐고, 그리하여 로건은 방패의 내구도와 자신의 실드 중 먼저 깨지는 것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 즈음 나는 탄창을 교환하였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주무기의 마지막 탄창이었다. 아마 로건도 내 방어구 파우치에 탄창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진즉 알고 있겠지.

        

        그러나 이 즈음에서 내게 꽤나 큰 문제가 발생했다.

        

        

        

       ───드르르르르르르르륵!

        

       “…!”

        

        

        

        런어웨이 현상.

        

        다르게 말하면 쿡 오프.

        

        약실이 심각하게 과열되며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도 총알이 자동으로 격발되고 있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소음기 실린더가 새빨갛게 달궈질 정도로 쏘아댄 것도 그렇거니와, 건물 아래쪽을 뒤덮고 복사열을 뿜어대는 용암으로 인해 공기 자체가 달궈진 탓에 총이 식지조차 않은 것이었다. 당연히 그 결과는 참혹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

        

        그리하여 탄창을 분리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남은 걸 다 쏴버리자는 마인드로 조준을 이어나갔고, 마지막 한 발까지 몽땅 사격함과 동시에 로건이 완전히 박살난 방패를 땅바닥에 집어던졌다.

        

        그 순간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들고 사격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밑천까지 긁어 겨루는 전투 그 자체. 권총의 유효사거리와 조준 때문에라도 삽시간에 교전 거리가 좁혀졌다. 이제는 진짜 끝을 내야 할 차례였다.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용암에 삼켜지기까지 고작해야 1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윽…!”

        

       “큭!”

        

        

        

        

        콰앙!

        

        벽 하나를 두고 대치하다가, 다이스가 남긴 마지막 수류탄 중 남은 한 발을 먼저 까던지자마자 로건이 엄폐물에서 튀어나온다. 폭발로 인해 생겨난 충격파가 나와 로건을 덮치는 사이 남은 탄환을 전부 실드에 꽂아넣는다. 적의 실드가 먼저 깨지지만, 나 역시도 탄창의 탄환을 전부 소진한 상황.

        

        탄창을 교환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이제부터는 CQB가 아닌 CQC를 시작할 차례. 권총을 한 바퀴 돌려 앞부분을 잡고 손잡이 부분을 해머로서 휘두르며 나이프를 정교하게 휘두르는 로건에 맞섰다.

        

        물론 상대의 칼날은 말 그대로 섬광보다 빠르다. 푹 하는 소리. 오른팔을 가로로 관통한 칼날. 그러나 칼을 휘두른 손을 잡고 있어 팔이 잘려나가지는 않았고, 그 상태에서 발로 복부를 걷어차 밀어보낸다.

        

        으직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팔이 완전히 망가진다. 발로 차 튕겨나가는 사이에도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있었던 듯했다. 무시하고는 꼬리로 권총을 감고 꼬리 끄트머리를 방아쇠울에 넣으며, 힘이 빠진 오른손은 놔두고 왼손으로 권총 탄창을 교환.

        

        그리하여 나는 왼손에 택티컬 해머를 들었고, 오른손에 꼬리를 감아 지지한 후 끄트머리로 권총을 잡아 상대를 겨눈다.

        

        

        

       “하아….”

        

        

        

        소름끼치는 정적.

        

        그러나 다음 순간 침묵이 깨진다. 안 그래도 사용 불능이 된 오른팔을 완전히 망가뜨리려는 듯, 로건은 새롭게 꺼낸 블레이드 외에도 투척 단검을 연이어 던져댄다. 더 이상 쓸 수 없는 오른팔로 이를 방어함과 동시에 꼬리로 권총 사격. 꼬리를 오른손에 감은 채 사격 중이었기에 반동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로건도 나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본격적인 근접전이 시작된다. 이제 저 망할 북극곰은 아프지도 않은지 권총 탄환을 맞아가며 돌격했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나이프와 해머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살인기예를 허공에 펼쳐냈다.

        

        날붙이와 해머에 실린 힘이 어찌나 막대했는지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콘크리트 벽이 부서지고 깎여나간다. 왼손에 들린 해머로 북극곰의 쇄골을 부숨과 동시에 망가진 오른팔과 꼬리가 일시에 잘려나간다. 권총을 든 꼬리가 허공을 날았다. 그러나 신경쓰지 않고 거리를 조금 벌린 다음, 히죽 웃으며 덧붙였다.

        

        

        

       “저 아직 스킬 하나 있거든요.”

        

        

        

        그리고 퓨웅.

        

        순식간에 왼손에 쥐여진 점착폭탄 발사기. 구태여 몸에 꽂을 필요도 없이 그저 상대방의 발치에 대고 당기면 그만. 물론 그때마저도 상대는 최후의 발악으로 들고 있던 택티컬 나이프를 던졌고, 복부가 관통당했다. 그러나 로건이 입은 피해에 비하면 굉장히 적을 것이다.

        

        폭연이 걷힌다. 다행히도 그녀는 이번에까지 살아나갈 수는 없었다. 팔다리 한두 개쯤 날아간 채 바닥에 몸을 뉘인 로건이 어처구니없단 웃음과 함께 말을 이었다.

        

        

        

       “네가 이겼다.” 

        

       “그럼요. 누가 가르친 건데.”

        

        

        

        총체적인 건물 붕괴까지 남은 시간은 15초.

        

        발사기를 내버리고 왼손으로 힘겹게 다용도 파우치를 열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탄창 하나가 허니뱃저에 끼워지는 순간 로건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지만, 큭큭 웃으며 덧붙였다.

        

        

        

       “…진즉에 쓰면 편했을 텐데. 왜?”

        

       “확실히 하고 싶었거든요.”

        

        

        

        철컥. 약실로 탄환이 밀려들어가는 금속 마찰음이 어깨와 귀로 선명히 느껴졌다. 이제는 꽤 식었는지 다행히 쿡오프 현상은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왼손으로 AAC 허니뱃저를 들어올리고, 어깨에 단단히 견착했다.

        

        무어라 할 말을 찾았지만, 크게 할 말은 딱히 없었다. 나도 앞으로 30초 정도만 지나면 과다출혈로 인해 사망할 터였으니까.

        

        

        

       “정말로 잘 싸우셨습니다.”

        

        

        

        그것이 마지막 대답이었다.

        

        왼손 검지를 당긴 순간 느껴지는 미묘한 반동과 함께 총구가 파드득 떨렸다.

        

        

        

       -[알림 : 오퍼레이터 사살.]

        

       -[당신이 바로 포식자의 정점입니다!]

        

        

        

        그 한 발을 끝으로, 파이널 챔피언십이 끝났다.

        

        

        

        

        

        

        

        

        

        

        

        

        

        

        

        

        

        

        

       “제3회 파이널 챔피언십의 마지막 경기, 그 우승자는 바로 유진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그리고 터져라 질러대는 목청. 그 수만 하더라도 무려 6만 명. 가장 프로페셔널한 사회자조차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는데, 관중들이 이에 대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만큼 제3회 파이널 챔피언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고 열정적이었다.

        

        심지어는 관중들 뿐만이 아니라 선수들마저 그러했고, 이는 디브리핑 룸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미쳐 날뛰는 한국 대표팀으로 구체화되었다. 모두가 얼싸안는 건 기본 소양이었고, 심지어 다이스는 자신이 쓰던 총으로 1등을 거머쥔 유진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입을 가리고 환희의 감정을 토해내었다. 눈물은 덤이었고.

        

        물론, 그렇게 모두가 환호를 질러댈 무렵,

        

        

        

       “…아.”

        

        

        

        진짜 더럽게 힘들다.

        

        세션이 종료된 가운데, 유진은 아무도 없는 방에서 대자로 누워 천장을 쳐다보며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물론 뉴욕편은 아직 안 끝났습니다 여러분들

    그래도 다음 주 내로 전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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