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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3

   제블람으로 향하는 방법 자체는 간단했다.

     

   누가 마법 왕국이 아니랄까 봐, 제블람의 텔레포트 시설은 전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가장 잘 만들어져 있었다.

   마황이 직접 주관한 만큼 저번처럼 중간에서 가로 채일 일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제블람으로 이동하기 위해 그 길에 오르기 전.

   한 사람의 호출을 받고, 어느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오랜만인데. 여기.’

     

   평소에 잘 두드릴 일이 없어서일까.

   크라슈는 조금 어색함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눈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총장실이었다.

     

   “들어 오게.”

     

   크라슈는 들려온 말과 함께 문을 밀어 열었다.

   그리고 보인 것은 거대하기 짝이 없는 육체를 지닌 노년의 남성이었다.

     

   때마침 그는 근무하고 있있던 듯 손으로 넘기던 서류를 멈췄다.

   그러고는 근무할 때 쓰던 안경 너머 크라슈를 보더니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

     

   “훈련 이후 오랜만이로군.”

   “예, 호출을 주셔서 찾아왔습니다.”

     

   크라슈를 호출한 이는 다름 아닌 전투황 듀란달이었다.

     

   작년, 그에게 아우라를 배운 이후 크라슈는 듀란달과 마주친 적이 없었다.

   크라슈가 워낙 바쁘기도 했거니와 듀란달 또한 자리를 비웠을 때 생긴 업무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신학기.

   총장인 그에게도 처리해줘야 할 서류가 산더미 같이 밀려 들어오고 있으리라.

     

   결국 모든 의견의 최종 승인은 듀란달의 몫이니 말이다.

     

   “크라슈 학생, 이번에는 제블람으로 간다지.”

   “예, 사자단 일원도 몇 명 같이 갈 예정입니다.”

     

   크라슈는 사전에 바이오렌과 마도구 제작사 로나 임블라이즈를 사자단 소속에 넣어놨다.

   그런 만큼 함께 움직이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크라슈를 보고 듀란달은 장난 섞인 웃음을 그렸다.

     

   “아무래도 자네를 가르치기에는 라헬른 아카데미의 수준이 너무 조약한 모양이야.”

     

   크라슈가 라헬른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로.

   크라슈는 대부분을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지내지 않고, 외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외부 활동 점수가 있는 만큼 크라슈는 외부 활동 면에서는 만점을 따내었으나.

   내부 활동 점수는 아무래도 저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

     

   덕분에 아카데미에서 그의 점수는 수석과 많이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이번 해에도 무학과 수석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듀란달이 미리 사전에 외부 활동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이들을 위한 점수 제도를 새로 창설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교수들에게도 항의는 있었다.

   이래서는 다른 학생들에게 불공평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듀란달은 교수들을 차근히 설득했다.

     

   크라슈는 라헬른 아카데미에만 갇혀 있어야 할 인재가 아니다.

   그는 조금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은 경험과 재능을 쌓아야 한다.

     

   라헬른 아카데미는 최고의 교육소를 내세운 곳이다.

   그렇다면 평등을 외치기보다는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이 우선시 되어야만 한다.

     

   크라슈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라헬른 아카데미가 성장을 막는 울타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라헬른 아카데미는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 시설이다.

   교육 시설이라는 이름 아래 점수로 아이들을 얽매어 성장을 억제해서는 안 된다.

     

   그걸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들의 의견에 맞춰서 이와 같은 제도를 창설할 것이고.

   혹여나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느낀다면 그에 관한 합당한 이유를 말해주기를 바란다.

     

   이유에 따라 제도의 실행을 멈추거나 혹은 수정하여 다시 창설하도록 하겠다.

     

   듀란달의 진심 어린 말에 교수들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무학 2기생 담당 교수, 가논 사르샤도 같은 말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크라슈 학생은 제가 가르칠만한 영역을 넘어섰습니다. 교수가 가방끈이 짧은 것을 어떻게 학생 탓을 하겠습니까.

   크라슈 학생에게는 바깥의 넓은 세상이 더욱더 적합한 교육 환경입니다.

   다른 교수님들에게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제자들이 있겠죠.

   그들이 먼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학생들은 결국 이 세상 밖으로 나아갈 이들.

   그게 조금 빨라졌다고 해서 나무랄 이유는 없었다.

     

   “아뇨. 라헬른 아카데미는 분명 최고의 교육 시설입니다.”

     

   그런 사실을 알기에 크라슈는 조악한 교육 환경이라는 듀란달의 말을 부정했다.

     

   회귀 전, 라헬른 아카데미는 권력의 암투를 끝내 잡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본래라면 적어도 반반으로 유지되어야 할 권력이 제국 쪽에 너무 기울어진 탓이었다.

     

   그도 그럴 게 당시에 최정상에 있었던 이들은 전부 제국파 소속이었으니까.

   아무리 교수와 총장이 손을 쓴다 한들 막을 수가 없었다.

     

   ‘교육 시설 특성상, 초기에 권력을 균등하게 잡아야 했지만.’

     

   초창기부터 너무 제국 쪽에 기울어져 버렸으니.

   아무리 듀란달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균형을 되돌리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1기생에 샬롯이 시그린과 권력을 균등하게 나누어 가졌을 뿐만 아니라.

   2기생에서는 가장 권력의 중심이 되는 이들이 전부 사자단에 들어와 있었다.

     

   아래에서 아무리 권력 다툼한다고 한들.

   맨 위에 있는 이들이 서로가 함께 어울리며 지내고 있는 마당.

     

   그러니 그들도 정상의 권력들의 눈치를 보느라 서로에게 함부로 칼을 겨눌 수가 없었다.

     

   덕분에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권력 다툼은 다들 쉬쉬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배운 게 많아서 말입니다.”

   “그럼 한 가지 더 가르칠까 하는데 어떤가.”

     

   듀란달의 말을 들은 크라슈가 멈칫하였다.

   크라슈의 고개가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듀란달의 눈은 진심이었다.

     

   “그 말은.”

   “아우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지 않겠나.”

     

   듀란달은 어느새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의 손아귀에 새하얀 빛이 몰려들었다.

   크라슈는 일순간 빛이 역류해 듀란달에게 전부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몸에서 빛이 후광처럼 떠올랐다.

     

   듀란달이 다루는 아우라였다.

   잠시 후 아우라는 그 색이 점차 변질하기 시작했다.

     

   변질한 색깔은 잿빛.

   듀란달의 손에 옅은 재가 휘날렸다.

     

   “내가 만든 비술 재룡락은 아우라를 한껏 불태운 뒤 남은 재일세.”

     

   그러한 잿가루들은 듀란달의 팔을 서서히 두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크라슈는 듀란달을 중심으로 세상 전체가 서서히 이끌려 가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잠들어 있던 거인이 허리를 쭈욱 펴고, 일어서기라도 하듯.

   듀란달의 존재감이 점차 거대하고 압도적인 벽이 되어갔다.

     

   구구구구국!

     

   폭력적인 힘의 집중에 대기가 비명을 내질렀다.

     

   세계를 이루는 힘 아우라.

   그 힘이 듀란달의 팔 하나에 전부 집중된 것이다.

     

   오싹!

     

   크라슈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어느새 크라슈는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느꼈다.

     

   시간이 느리막하게 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인가 거대한 자연의 앞에 크라슈는 덩그러니 놓였다.

   몸을 적신 땀 때문에 와이셔츠가 질척할 정도로 달라붙어 있었다.

     

   크라슈의 고개가 서서히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보인 것은 끝없는 크기의 태산이었다.

   날개를 펼친다 한들 넘기 힘들 것 같은 높이의 태산.

     

   하늘에서 거대한 거인이 아랫것들을 내려다보듯.

   듀란달은 그러한 산 위에 우뚝 서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크라슈의 눈에 어느새 다시금 현실이 비치었다.

     

   듀란달의 팔 위.

   잿빛의 건틀릿 하나가 둘러 있었다.

     

   그러한 건틀릿에는 강대한 힘을 응축시켜 놓은 파괴력이 담겨 있었다.

   위압적이고 패도적이나 지극히 너그러운 힘.

     

   그러나 만약, 저게 삐끗하는 순간.

   라헬른 아카데미는 초토화된다.

     

   크라슈가 그걸 확신할 만큼 듀란달이 만들어낸 건틀릿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이게 재룡락의 오의 일세.”

     

   아우라를 이용하여 창조해낸 재룡락의 오의.

     

   창제무신(唱制武神)

     

   크라슈가 경외심을 느낄 만한 힘이 건틀릿 하나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미완성이지.”

     

   미완성이라는 말을 듣자 크라슈조차 눈을 크게 떴다.

   저 정도로 패도적인 힘을 지닌 게 미완성이라니.

     

   듀란달은 창제무신을 아쉬운 듯이 내려다보았다.

   그의 말대로 창제무신은 미완성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고작해야 건틀릿만이 아니었다.

     

   아우라로 만들어낸 무구로 전신을 덮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바로 창제무신이었다.

     

   하지만 듀란달의 힘으로는 양손에 건틀렛과 부츠까지가 한계였다.

   그가 창제무신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은 전성기가 한참 지나고 나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듀란달은 그동안 자기 후예를 꾸준하게 찾았다.

   언젠가 창제무신을 완성 시켜줄 거라 확신할 수 있는 후예를 말이다.

     

   전회차에서 그는 끝내 후예를 찾지 못했다.

   아서가 있긴 했으나 그가 나아가는 방향은 듀란달의 마음을 이끌지 못했다.

     

   결국, 라헬른 아카데미가 무너지는 날.

   라헬른 아카데미를 지키다 죽은 듀란달은 창제무신을 누구에게도 이어주지 못했다.

     

   “크라슈 학생, 자네는 앞으로도 더 강해질 생각이지.”

   “예.”

     

   크라슈의 눈이 거세게 빛났다.

     

   크라슈는 끝없이 위를 추구하고 있다.

   자신이 강해질수록 세계를 지키는 것도 더 수월해진다.

     

   언젠가 다가올 멸망을 위해 크라슈는 현재도 미래에도 끊임없이 위만을 추구할 것이었다.

     

   “이번에 돌아오게 된다면 창제무신을 가르쳐 주도록 하겠네.”

     

   크라슈의 동공이 떨렸다.

     

   듀란달에게 재룡락을 배운 뒤로 크라슈는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었다.

     

   만약 이번에 창제무신까지 완벽히 습득할 수 있다면.

     

   ‘분명 야수왕과도 맞설 수 있다.’

     

   크라슈의 양 주먹이 꽉 쥐어졌다.

   창제무신에는 분명 그만한 힘이 담겨 있었다.

     

   습득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겠지만, 크라슈는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예, 배우겠습니다.”

     

   크라슈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크라슈의 눈에 깃든 강함을 향한 열망을 엿본 듀란달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재룡락을 배우는 것보다도 더한 고생을 하게 될 걸세.”

   “인생이란 원래 고난의 연속 아닙니까. 죽어라 구르는 건 특기입니다.”

     

   굉장히 독종다운 말이었다.

     

   “잘 갔다 오게. 갔다 와서 보지.”

     

   그리고 듀란달은 크라슈의 그런 독종다움을 보았기에 그를 후예로 삼고자 하였다.

   크라슈는 듀란달에게 고개를 숙였다.

     

   듀란달은 크라슈에게 있어서 또 다른 스승이었다.

     

   “라헬른 아카데미의 총장이 듀란달 님이어서 다행입니다.”

     

   의외의 말을 들은 듀란달은 거친 웃음을 흘렸다.

     

   그가 키워낸 수많은 인재가 창공의 세대로서 날아오르는 그 날.

   그날은 듀란달에게 더없는 선물을 받아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크라슈는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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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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