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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3

    <283 – 상품쟁탈전>

     

    언제든지 약탈당할 수 있는 흑빵 한 박스를 5만 포인트에 낙찰 받은 자쿠는 우울한 얼굴로 경매참가자들을 불러 모았다.

     

    “너희가 힘으로 흑빵을 훔치려고 하면 내 실력으로는 막을 수 없겠지. 그러니 2차 경매를 벌이겠다. 가장 많은 포인트를 내게 주는 사람에게 흑빵을 넘기고 기권하겠다.”

     

    오크노디와 용사 이슈타르, 제국2황녀 매스각키.

    세 명의 강자 중 한 명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기고 이 자리에 맞지 않는 자신은 빠르게 물러나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웅덩이에 비친 얼굴을 보며 자신이 할 말을 미리 연습하던 그에게 불길한 손님이 찾아왔다.

     

    “암흑마나는 편리해♡ 상하복종이 뚜렷하잖아~?”

     

    순도 높은 암흑마나가 자쿠의 신체에 강제적인 명령을 걸었다.

    결국 흑빵 한 박스는 매스각키 2황녀의 식량으로 전락하였다.

     

     

    * *

     

     

    첫 경매 이후, 포인트가 부족해서 손해를 보는 것 이상으로 서로의 견제와 약탈로 손해를 볼 확률이 가장 높음을 깨달은 경매참가자들.

    그들은 서로 동맹을 맺을 멤버를 찾아 똘똘 뭉쳤다.

     

    “용사도 황녀도 오크노디도 전부 위험해. 이럴 땐 약한 사람끼리 뭉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단 말이야.”

    “응, 동감! 같은 여자끼리 힘내보자! 친목회를 겸해서 비키니아머 하나 선물해줄까?”

    “필요 없어…”

     

    과일나무 방화범 로지니와 비키니아머전사 뾰이.

     

    “으하핫. 역시 궁지에 몰리면 이 멤버가 되나?”

    “의지할 수 있는 관계란 마음이 놓이죠.”

     

    입학시험 전부터 함께 해왔던 지젤과 손오천.

     

    “무력은 내가 채워줄게. 대신 경매에서 머리 쓰는 일은 부탁해.”

    “후후. 귀족영애의 식견을 적극 발휘해드리죠.”

     

    뜻밖의 협력을 체결한 아카디아와 헤스티아.

     

    “허접♡ 흑빵셔틀♡ 고기방패 노릇은 똑바로 하라구~?”

    “이놈의 암흑마나를 배운 것이 이토록 후회되는 순간이 없군…”

     

    자쿠를 허접방패로 삼은 제국2황녀 매스각키.

     

    “자쿠는 사실상 리타이어라고 봐야겠네요.”

    “…황녀의 저 암흑마나, 꽤 위험한데. 만일 오크노디마저 황녀가 조종할 수 있으면…”

     

    그런 황녀를 불온한 눈으로 경계하는 이슈타르와 용사의 단짝 성녀 유피.

     

    “남은 페어는 우리네.”

    “하얀 돌 주웠는데 먹을래?”

    “필요 없어.”

     

    암살자 듀오 즈앙과 오크노디.

    이상의 여섯 무리로 경매참가자들이 각기 페어를 이루며 나누어진 가운데, 둘째 날의 상품을 실은 보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경매장소로 나온 모두를 돌아보며 조나가 상품을 덮은 암막을 붙잡았다.

     

    “무인도 경매 두 번째 상품을 공개하겠습니다. 오늘의 상품은 <절대방어 석화스크롤>입니다.”

     

    뾰이가 번쩍 손을 들었다.

     

    “넵, 저요! 절대방어 석화스크롤에 대한 상품설명을 요청합니다!”

    “기각합니다. 이곳은 아카데미가 아닙니다. 아가씨의 친구라면 자신의 안목을 적극 활용하여 상품가치를 추측하고 경매전략을 수립하십시오.”

     

    배우는 곳이 아닌 배움을 실천하는 곳!

    인내가 아닌 증명을 요구하는 기조에 뾰이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것이 현실이었다.

    아카데미는 아무리 살벌해도 일단은 교육기관.

    배움을 위해 있는 곳이다.

    재단은 배움에 필요한 장학금을 지원할 뿐, 직접적인 교육을 하지는 않았다.

    아카데미 입학을 노리는 예비장학생이라면 모를까, 현역 아카데미생들에게 가르침을 줄 이유가 없었다.

     

    “실수했어. 샌드쿠커라면 석화스크롤의 상세제원에 훨씬 빠삭했을 텐데.”

    “그럼 이번 상품은 포기하는 거야?”

    “꼭 상품가치를 정확히 알아야만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가치를 아는 사람을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

    “대단해! 로지니는 곁눈질을 잘하는 친구구나?”

    “…그거 칭찬 맞아?”

     

    마법스크롤은 보통 해당 색의 마탑에서 제작된다.

    제한된 면적에 마법에 문외한인 사람도 써먹을 수 있는 마법스크롤을 작동시키기에 스크롤은 귀족이나 고위모험가들이나 써먹는 값비싼 소모품이다.

    샌드쿠커처럼 해당 마탑 관계자가 아니라면 다양한 스크롤을 접할 기회가 있는 고위귀족이나 돈이 아주 많은 거상, 뛰어난 모험가만 알아볼 수 있다.

     

    ‘안목과 부유함의 지젤. 몰락영애 아카디아. 제국2황녀 매스각키. 금패용병 헤스티아. 용사 이슈타르. 스크롤의 가치를 짐작할 사람은 이 정도인가?’

     

    물론 로지니도 어렴풋이 짐작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절대’라는 수식이 붙은 이상, 저 스크롤의 효과는 매우 뛰어남을 짐작할 수 있다.

    적어도 돌이 된 물질이 간단히 와장창 박살나는 일은 없으리라고 본다.

     

    “경매 시작가는 3천 포인트. 시가는 3천씩 올리겠습니다. 입찰에…”

    “3만.”

     

    시작부터 입찰가를 크게 올리는 지젤의 선언에 모두가 살짝 놀랐다.

    그러나 지젤이 부르는 것이라면 납득할 수 있었다.

    지젤과 페어를 이룬 손오천은 일단은 기사학부 지망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급반의 일원이고 전투력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 경매에 참여한 실력자들에 비하면 손색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부족한 전투력을 보강하려면 저런 스크롤 하나쯤은 입수해도 나쁠 건 없다.

    그래도 과한 건 사실인지 아카디아나 매스각키, 헤스티아, 이슈타르 전원은 손을 들려는 기색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도 따라가자.”

    “알았어. 6만!”

     

    뾰이는 일단 저질러놓고 물었다.

     

    “근데 저걸 왜 사려고?”

    “…따라가라고 했다고 두 배로 부를 것 까지는… 하아. 됐어. 정확히 지시하지 않은 내 잘못이니.”

     

    로지니는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지젤을 노려보며 제 곁의 뾰이에게 말했다.

     

    “지젤 팀은 강해. 마법배낭에 충분한 식량이 있고 전투력도 그럭저럭 준수해. 유일한 약점인 방어력마저 보강되면 경매 끝까지 살아남아서 모든 경매품을 다 쓸어 담을지도 몰라.”

    “아항. 경쟁자 견제구나?”

    “스크롤 자체도 분명 어딘가에는 쓸모가 있을 테고. 여기서 쓰지 않더라도 아카데미에 가져가면 언젠가는 도움이 될지도 몰라. 황색마법사인 샌드쿠커에게 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

     

    나름의 여러 가지 계산이 담긴 결정!

     

    “7만.”

    “지젤. 7만 포인트 나왔습니다.”

     

    로지니가 입모양을 가리며 뾰이에게 물었다.

     

    “3만 포인트만 보태줘. 우린 힘을 합쳤잖아.”

    “저게 그렇게 가지고 싶어?”

    “적어도 저 수상한 실눈에게는 넘겨주고 싶지 않아.”

    “음… 알았어. 보태줄게!”

    “10만.”

     

    지젤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로지니. 10만 포인트 나왔습니다. 1분 뒤, 새로운 입찰제시가가 없을 시 로지니 10만 포인트로 확정됩니다.”

     

    손목시계의 시간경과를 모두 지켜본 조나가 경매가 확정되었음을 알렸다.

     

    “2일차 경매상품 <절대방어 석화스크롤>은 로지니 참가자에게 10만 승선포인트로 낙찰되었습니다.

     

    다소 과한 포인트를 투자하기는 했지만 이 투자가 지젤의 발목을 붙잡은 건 틀림없다.

     

    “자, 우리는 이제 스크롤만 믿고 마지막 날까지 버텨보자. 날생선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채집해서 구워먹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

     

    베스트는 스크롤은 스크롤대로 챙기고 최대한 오래 버텼다가 후반부에서 경매상품을 더 챙기고 돌아가는 거지만 도중에 습격을 당하면 스크롤을 사용하는 것도 각오했다.

    그러나 로지니의 후반전략을 다른 학생들이라고 모를 리가 없었다.

     

    “로지니, 쉿!”

    “뭐야 갑자기.”

     

    입술을 꾹 누르는 손가락을 뚱하게 쳐다보며 확 물어버릴까 고민하던 로지니에게 뾰이가 평상시의 밝은 목소리와 같은, 그러나 낮게 가라앉은 시선을 보냈다.

     

    “습격이야.”

    “!!”

    “이 기척이면… 아마도 두 명.”

    “그럴 리가. 여기 동굴로 내려오는 길에는 화염마법트랩을 설치했는데…”

     

    로지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방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가뿐한 몸놀림으로 투사체를 연달아 쳐내며 로지니를 지키던 뾰이가 몸의 긴장을 높였다.

     

    “설치한 트랩. 종류가 뭐야?”

    “폭발 술식을 새겨둔 나무기둥. 기둥을 묶은 식물줄기가 발목 높이에서 끊어지면 나무기둥이 추락하면서 폭발과 충격, 섬광피해를 주는 트랩이야.”

    “나무기둥이 추락하지 않게 트랩을 회수하면?”

    “…술식이 새겨진 나무기둥이 남겠지?”

     

    동굴 바닥에 지핀 모닥불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침입자의 실루엣.

    커다란 나무기둥을 한 손에 짊어지고 던질 준비를 하는 형상을 보며 로지니가 망연자실했다.

     

    “힘이 얼마나 센 거야!?”

    “미안하네. 마나연단법은 익히지 못했어도 근력단련은 멈추지 않아왔던 몸이라서.”

     

    챕터 1, 광란의 헤스티아.

    오크노디의 지뢰트리거 제거로 챕터보스화를 일으키지 않았던 숨은 실력자가 나무기둥을 던졌다.

    쾅!

    눈부신 폭음과 폭발, 충격으로 난장판이 된 동굴 안.

    전차처럼 달려드는 헤스티아의 돌격을 발치에서 튀어나온 원형방패가 제지했다.

    회피력이 뛰어난 비키니아머전사답게 충격범위를 재빨리 벗어나며 하단태클을 걸어오는 뾰이의 반격!

     

    쾅!

     

    방패 채로 걷어차인 뾰이가 멀리 날아갔다.

    연이어 걸음을 내딛는 헤스티아의 얼굴 앞으로 묵직한 질량이 실린 불덩이가 날아들었다.

     

    후웅!

     

    파괴적인 질량이 실린 도끼질에 양단되어 흩어지는 불덩이.

    연이어 쏘아지던 일곱 발의 불 투척마법 파이어애로우가 헤스티아의 허리춤에서 순식간에 뽑아 던진 손도끼에 펑펑 터졌다.

     

    “야습이라니, 치사해!”

     

    볼멘소리를 내며 동굴 안에서 기다란 채찍을 뻗어 헤스티아의 손도끼가 로지니를 위협하는 것을 연달아 막아낸 뾰이.

    연이어 헤스티아의 도끼를 묶으려던 채찍이 급히 제 앞으로 회수되었다.

     

    탕탕!

     

    “어머. 총알도 막는 채찍이라니. 하급반에 달인급 무기술을 지닌 실력자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과연 우리 디의 친구라고 해야 할까요?”

    “총은 더 치사하잖아!”

    “미안해요. 개인적인 원한은 없어요. 단지… 실력에 비해 과한 보물을 지니면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도 생각해뒀어야죠. 그 스크롤은 지젤과 교섭할 때 사용할 교섭재료로 저희가 받아가겠어요.”

     

    아카디아의 총에 막힌 뾰이가 이를 악물고 채찍 대신 방패를 내세웠다.

     

    “훗. 제 사격술을 너무 얕보는 건 아닌가요?”

     

    작은 크기의 방패 하나로 다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무른 사격술이 아니다.

    자신만만하게 총을 겨누는 아카디아.

    하지만 뾰이의 회피력은 그녀의 예상을 가볍게 웃돌았다.

     

    ‘…빨라!’

     

    총구가 몸을 겨누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엎어진 모닥불의 불씨가 비치는 영역과 어둠 속을 넘나들며 돌진하는 뾰이.

    아카디아의 사격이 번번이 뾰이를 놓치다가 마침내 사격권에 잡아내었을 때에는 원형방패가 총알을 튕겨내었다.

    기어이 견제를 뚫고 채찍을 뻗은 뾰이였지만 그때는 이미 헤스티아의 도끼가 로지니에게 향했다.

     

    “쯧. 당신들이 몰아세운 거야.”

     

    찌이익.

    캉!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도끼의 면으로 후려치려던 헤스티아.

    그런데 스크롤이 찢어지자 로지니의 전신이 <절대방어의 석화스크롤>의 영향을 받아 도끼에 실었던 충격을 모조리 흡수하였다.

    마치 주먹으로 단단한 나무나 바위, 벽을 때리고 되돌아오는 충격에 손이 지잉 울릴 때의 기분!

     

    “아. 이런. 써버렸잖아.”

     

    뾰이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듯이 헤스티아도 김이 샌 얼굴로 도끼를 내렸다.

     

    “그래서 석화는 어떻게 됐어?”

    “이렇게.”

     

    헤스티아가 돌이 된 로지니 조각상을 가리켰다.

    뾰이가 손가락으로 로지니의 피부를 꾹 눌러보았다.

    돌보다는 금속이라고 해도 좋을 수준의 단단함!

    과연 절대방어의 석화스크롤이라는 표현에 걸맞은 단단함이었다.

    하지만 이 스크롤에는 기가 막힌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거 언제 풀리는데?”

    “우리야 모르지.”

    “…그럼 나 1 대 2로 싸워?”

    “기권할래, 싸울래?”

     

    뾰이는 로지니 조각상과 함께 크루즈선으로 돌아가는 기권자 전용 보트에 탑승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파괴왕님이 계묘년 기념 바니걸 오크노디를 그려주셨습니다.
    해당 팬아트는 표지 및 팬아트게시판, 노벨피아 아틀리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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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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