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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4

       파지직-!

         

       사방팔방 퍼지는 마력과 함께 게이트가 열렸다.

       제대로 된 술사의 제어 없이 발동되어 마치 쓰레기를 버리는 것처럼 뱉어내는 대상물.

       그 안에서 문하연이 튀어나왔다.

         

       털썩-!

         

       왼팔을 제외한 모든 사지를 잃어버린 문하연.

       그녀가 착지한 곳은 경사가 심한 뒷골목이었다.

         

       자연스럽게 제어하지 못한 몸뚱이가 데굴데굴 굴렀다.

       1분 정도 그렇게 구르다 쿵! 하고 떨어지며, 널브러졌다.

         

       “……”

         

       문하연은 찢어진 이마로부터 피를 흘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익숙한 풍경.

       공교롭게도 낯이 익었다.

       곧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에 눈살을 찌푸렸다.

         

       “씨발, 왜 하필 여기야?”

         

       <문가>에서 처음 도망쳐서 당도했던 슬럼가.

       그곳에 있는 대형 쓰레기장이었다.

         

       물론, 말이 쓰레기장이지,

       사실상 온갖 더러운 짓이 버젓이 벌어지는 비리와 유혈의 장소였다.

         

       시선을 내리자, 제대로 분리수거되지 못한 쓰레기들과 함께 사람의 시체로 추측되는 뼈다귀가 몇 개 굴러다녔다.

         

       인신매매가 흔하게 일어나는 장소다.

       별 이상하지도 않았다.

         

       뚝뚝.

         

       문하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거세지며,

       그녀의 얼굴을 마구잡이로 때렸다.

         

       슬쩍 옆을 보자, 유일하게 챙겨온 물품.

       남자치고는 곱상한 오른손이 들려있었다.

       게이트가 닫기며 잘려 나간 김민수의 팔이었다.

         

       “……”

         

       자신도 모르게 소중하게 품에 간직하는 문하연은 곧 인기척을 느꼈다.

         

       눈동자만 굴렸다.

         

       “……”

       “……”

        “……”

         

       총 6명.

       뒷골목에서 슬금슬금 나오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 슬럼가의 주민들이었다.

         

       퀭한 눈빛에는 오랜만에 굴러들어 온, 상품에 대한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각성자는 아니지만, 당연하다는 듯 무기를 꺼내 들었다.

         

       문하연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래, 자신이 살아온 곳은 이랬다.

         

       아마, 다들 하나같이 장기라던가,

       뒤틀린 성욕의 배출구라던가…

       그런 추악한 욕망에 침을 꿀떡꿀떡 삼키고 있겠지.

         

       문하연은 유일하게 남은 팔로 상체를 일으켰다.

       앉은뱅이처럼 주저앉으며 생명력을 녹여내 만든 냉기를 손에 집었다.

         

       “그래, 와라! 개자식들아!”

         

       *

         

       잠시 뒤, 문하연은 마지막 주민의 눈덩이에 손가락을 찔러 그대로 뇌를 동사시켰다.

         

       “…오물오물.”

         

       입안에 이물질이 느껴져 퉤 하고 뱉었다.

       주민 중 누군지 모를 녀석의, 잘린 귀 조각이 침과 함께 범벅이 되어있었다.

         

       순간, 저거라도 배 속에 집어넣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피식 웃으며 무시했다.

         

       문하연은 숨을 몰아쉬며 기었다.

       싸우는 소리에 다른 개자식들이 몰려올 확률이 높았다.

       그 밖에도 <아카데미>의 추적자가 붙을 테고…

         

       ‘어떻게든…!’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턱.

         

       그 순간.

         

       문하연의 눈앞에 나타난 두터운 가죽 신발.

       익숙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고,

       곧 등장한 노인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뭐야 역시 살아있었어?”

       “물론이다. 오히려 너야말로 살아있구나.”

         

       대충 천 조각으로 눈 하나를 가린 노인.

       바로 검귀(劍鬼) 소항우였다.

         

         

       * * *

         

         

       약 40분 전.

         

       <아카데미> 내 인적 드문 부지.

       싸움으로 인해 초토화가 된 그곳.

       거친 소음이 울려 퍼졌다.

         

       검귀 소항우.

       

       그는 무념무상 한 표정으로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일격을 모조리 쳐냈다.

         

       그를 죽일 듯이 압박하는 것은 둘이었다.

       <패천검> 팽진아,

       <매화검후> 위가령.

         

       각각, 호랑이와 같은 맹렬한 일격의 검술을,

       유려하며 화사한 매화 꽃잎을 피우는 검극을 펼치며 압박해 왔다.

         

       먼저 기세를 잡은 것은 팽진아였다.

         

       [패천검법], [팽아호령검].

       두 검법을 하나로 합친 [패천호검]을 펼치는 팽진아.

         

       그녀는 훨씬 더 빠르고 맹렬한 기세를 <청운>에 담으며, 쉴 새 없이 검귀의 목숨을 노렸다.

         

       “소항우!”

       

       팽채린을, 내 어머니를 기억하느냐!

         

       “……”

         

       검귀는 [패천호검]의 묘리를 너무나도 간단하게 파훼하며, 명백히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패천검>의 어미이자 모친, 팽채린.

       당연히 기억은 한다.

         

       검귀가 상대해 온 이들 중,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강자였으니까.

         

       그렇기에 대답할 수 있었다.

       단언할 수 있었다.

         

       “모른다.”

       “…뭐라고?”

        “모른다고 했다.”

       

       검귀는 확신을 가지며 대꾸했다.

       절대로 팽진아를 도발할 목적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패배하여, 이슬로 변한 자들은 그저 기억할 가치가 없는 망자.

       귀영검(鬼影劍)을 더욱 발전시키고,

       천체(天體)의 세상으로 도달하게 할 제물에 지나지 않았다.

         

       “패배한 이상 더는 기억할 이유가 없다.”

       “……”

         

       팽진아는 핏발 선 눈으로 살의를 담았다.

       어머니의 유품인 <청운>에 마력을 담으며, 종횡무진 검을 이어갔다.

       오로지 죽일 생각으로 펼치는 말 그대로 한계를 뛰어넘는 검술.

       드문드문, [패천호검]의 파생스킬까지 곁들였다.

         

       지금의 팽진아는 벽처럼 막혔던 S급을 확실히 넘어서, 사저인 매화검후와 동등한 수준까지 날아올랐다.

       틀림없이 S급 중에서도 중위권의 실력.

         

       그런 대단한 수준의 강함에도,

       검귀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듯 시큰둥했다.

         

       그때, 팽진아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절묘한 찌르기가 펼쳐졌다.

         

       이 일격마저 여유롭게 피한 검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매화접무]를 펼쳐, 보랏빛의 나비를 날리는 검후가 보였다.

         

       검귀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안 본 사이 꽤 쓸만해졌구나, 가령.”

       

       대답에 매화검후, 위가령은 분노를 터트렸다.

         

       가느다란 실눈 사이로, 팽진아에 뒤지지 않는 살의가 터져 나왔다.

         

       “친한 척 내 이름 부르지마, 개자식아!”

       “8살쯤이었나. 재능있어 보이길래 당당히 너를 납치해 왔지.”

       

       말 그대로 종일 두들겨 패며 가르친 수업.

       피떡이 되는 와중 위가령은,

       살기 위해 검귀의 수업을 악착같이 따라갔다.

         

       그렇게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르친 결과.

       검귀는 위가령을 버렸다.

       마치, 쓰레기통에 휴지 조각을 던지듯이 말이다.

         

       “실망이었지, 지금도 그렇구나. 너는 결국, 쓸만해졌다는 것에서 넘지를 못하는구나.”

         

       위가령,

       네년은 겨우 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다.

         

       “……”

         

       명백히 모욕적인 언사에도, 위가령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도 지금 둘이 합공함에도, 검귀에게 별다른 상처하는지 주지 못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절호의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위가령은 눈짓을 주었고,

       팽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후,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들어오는 필살기.

       동시에 새겨지는 문신.

         

       “<백섬이며 꿰뚫어라>!”

       “<떨어지는 꽃잎이며, 피어나라>!”

       

       [팽아호령검], [이십수매화검법]의 <궁극스킬>

       [팽아호천], [매화낙화]의 발현.

       두 필살기가 강렬한 빛을 내 뿜었다.

         

       *

         

       쿠구구-!

       퍼져나가는 연기.

         

       팽진아 그리고 위가령.

       두 의자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틀림없이 궁극스킬이 작렬했음에도,

       검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서 있었다.

         

       여기서 더 충격적인 건,

       미동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의 주변에는 실낱같은 무언가가, 날카로운 소음을 내며 윙윙 회전하고 있었다.

         

       위가령은 저것이 뭔지 바로 알아챘다.

         

       ‘귀영검…’

         

       심검을, 검귀 본인만의 방식으로 체화하여 펼친 지고의 검술.

       지금 검귀가 펼친 것은 유세하와의 격전에서 선보였던,

       휘두르지도 않고 검기를 발산하는 지고의 경지.

       말 그대로 심검의 끝자락에 도달했기에 펼칠 수 있는 궁극의 기예였다.

         

       ‘설마, 그것을 갑주처럼 몸에 둘러서…대응했다고?’

         

       유유히 공격을 막아내는 검귀는 돌연 인상을 팍 썼다.

       너무나도 실망이라는 반응이었다.

         

       “상대할 가치도 없는 년들.”

         

       네 년들이 다 합쳐도 유세하의 발끝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 목을 가져갈 수 있는 건 오로지 그 녀석뿐이다!”

         

       직후, 그의 검지가 위가령을 향했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위가령은 급하게 초식을 펼쳤지만 이미 늦었다.

         

       콰콰콰-!

       마치 마법을 부리듯 손끝에서 귀영검이 터져나왔다.

       놀랍게도 마름모와 정사각형 형태의 검기가 서로 뒤섞여 하나의 구체처럼 이루어져 있었다.

         

       유세하와의 격전에서 처음으로 영구적인 신체 결손을 경험한 검귀이다.

       그리고 그의 오성은 수십 년 동안 자신을 갈고닦아 드높은 하늘에 도달한 지 오래.

       이는 곧 유세하라는 절대적인 강적을 통해 그 또한 한 단계 위로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는 소리였다.

         

       위가령은 전력을 다해 귀영검을 막아냈다.

       그것만으로도 몸이 두둥실 떠올라,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가기에 충분했다.

         

       다행히 온 힘을 발휘.

       위로 튕겨내는 데 성공했으나,

       순간, 기력을 너무 몰아 쓴 위가령은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지켜보던 팽진아가 소리쳤다.

         

       “사매!”

         

       검귀가 대꾸했다.

         

       “한눈팔 여유가 있느냐?”

       “……!”

         

       팽진아는 서둘러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검귀는 말만 했을 뿐,

       별다른 대처는 하지 않았다.

       명백히 팽진아를 쓰러트릴 기회임에도 말이다.

         

       검귀는 물끄러미 팽진아를 쳐다봤다.

       이를 악다물며 복수심에 모든걸 불태우는 같잖은 암컷을 바라봤다.

       이내, 기가 찬다는 듯 내뱉었다.

         

       “대충 말은 들었다. 유세하, 네놈이 내 제자의 스승이라지?”

       “……!”

         

       ‘내 제자’라는 말.

       팽진아는 두 눈에 불을 켰다.

       아직도, 아직도 그런 망발을 하는 건가,

       이 노인은!

         

       “제자라는 단어를 올리지 말라 검귀! 그는 나의 수제자-”

       “-단어를 올리지 말아야 할 것은 너다. 패천검!”

         

       자르고 들어오다 못해 팽배하게 울려 퍼지는 검귀의 호통.

       팽진아는 어마어마한 위압에 한쪽 무릎을 굽혔다.

         

       검귀가 천천히 다가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절대적인 강자의 위압감이 팽진아를 짓눌렸다.

         

       “너 같은 비루한 암컷이 감히 그의 스승을 자처하지 마라.”

         

       조금 날카로운 부리와 튼튼한 날개를 가지고 태어났을 뿐인 맹금류(猛禽類)여.

       네놈이 어찌 별을 넘어설 봉황(鳳凰)을 품으려고 하느냐.

       그 좁디좁은 둥지에 그를 집어넣는다고 들어갈 거라 여기느냐?

         

       팽진아는 이를 부서지라 다물었다.

       그녀도 오면서 느꼈다.

         

       유세하, 이형의 육체를 취한 그가 펼치는 터무니없다는 수준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무위를 말이다.

         

       “너는 이미 그에게 추월당하는지 오래다.”

         

       그리고 죽어라 노력하여도,

       그 어떤 대가를 바친다고 해도.

         

       “지금 그가 있는 곳에 갈 수 없지. 결국 너라는 위치는 고작 그 정도인 거다.”

       “…닥…쳐!!!”

         

       일순, 한계를 넘어선 분노로 위압을 떨쳐내는 팽진아.

       그녀는 <청운>을 움켜쥐었다.

       백색의 불꽃이 휘감겼다.

       동시에 위력 하나만 보면 최정상급의 스킬을 시전했다.

         

       “<찢어발겨라>!!!”

         

       검귀의 왼팔을 작살냈던 [패천멸섬]의 시전.

         

       검귀는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끼었다.

       번개처럼 장도를 휘둘렀다.

       터져 나오려던 수십 개의 검기가 단숨에 증발했다.

         

       마지막으로 허망한 표정으로 이것을 바라보는 팽진아를 향해 비웃었다.

         

       “위력도, 속도도, 기세도…유세하가 펼친 것에 비할 바 못 되는구나.”

       “……”

       “단언하마.”

         

       검귀 소항우.

       두 눈에 시뻘건 불길을 담은 노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년은 복수를 이룰 수 없다.”

         

       너의 검이 나의 목에 닿을 일은 없다.

       네가 내 목숨을 거두는 날은,

       죽어도 오지 않을 거다.

       말을 마친 검귀는 돌연 몸을 돌렸다.

         

       “나는 더 이상 네년이 눈에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구나.”

         

       검귀는 그저 팽진아를 없는 셈 치고 지나갔다.

         

       그 모습에 팽진아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

         

       팽진아는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크게 소리쳤다.

         

       “어딜, 어딜 가는 거야! 이쪽을 봐, 이쪽을 보란 말이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검귀가 그녀를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검귀는…

       유유히 떠나갔다.

       당당히 등장했던,

       처음처럼 말이다.

         

         

       * * *

         

         

       “……앗!”

         

       잠시 뒤, 위가령은 의식을 되찾았다.

       그녀가 기절한 지 정확히 15초.

       부러진 환도를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호흡으로 진탕이 된 내부를 정리.

       특유의 보법으로 빠르게 전장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되돌아온 곳.

       검귀는 진작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

         

       위가령은 허탈하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손을 타고 부러진 검이 바닥을 뒹굴었다.

         

       천천히 걸어 나갔다.

       비참하게 무릎을 꿇은 팽진아의 옆에 앉았다.

         

       다행히 팽진아는 무사했다.

       여기저기 다친 상처가 보이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염없이 눈물을 터트리는 사매의 모습에…

       위가령은 서글픈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위가령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직시했다.

       구태여 그 단어를 입으로 곱씹었다.

       그래야 했다.

         

       ‘졌다.’

         

       그것도 의견이 여지가 없는 완벽한 패배이자, 농락이었다.

         

       뒤늦게 도착했을 때의 검귀는,

       위가령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다친 상태였다.

         

       한쪽 귀가 없었고,

       한쪽 눈을 잃었다.

       몸 곳곳에는 무수히 많은 잔 상처가 출혈을 일으켰다.

       결정적으로 왼팔.

       무인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팔 한 개가 없었다.

         

       이 모든 게 유세하군이 해주었던 공로였다.

       그 하나가 다 해주었던 노력이었다.

       감히, 싸움이라는 게 성립되면 안 될 정도의 일방적인 부상이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판이었다.

       무조건 죽여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졌다.

       그런데도 졌다.

         

       두 명이 합공했음에도…

       제대로 된 상처조차 입히지 못했다.

         

       이러한 생각은,

       팽진아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컸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비와 함께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눈물.

       팽진아는 죽고 싶었다.

       너무나도 비참했다.

         

       ‘유세하가…’

         

       소중한 수제자가…

       아니 이제는 제자라는 말을 붙일 수 없는 그가 모든 것을 다 해주었는데…

         

       이렇게까지 몰아붙이고 기회를 주었는데…

       뒤를 맡겨달라고 당당히 외쳤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자신은…

         

       ‘지금까지 뭘 한 거지?’

         

       “끄, 끄흐으윽!”

       “……”

         

       터져 나오는 절망.

       터져 나오는 울분.

         

       팽진아는 살아온 이래 가장 큰 절망감을 느꼈다.

       뭐가 노력했다는 거냐.

       뭐가 <검제의 탑>이라는 거냐.

       뭐가 <미공략 층>이라는 거냐.

         

       고작, 고작…

       목숨 걸고, 층 몇 개 깼다고…

       거기서 주는 능력치, 레벨업 보상가지고…

         

       이것으로 해낼 거로 생각했던 그 모든 게 얼마나 큰 오산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아아아악!!!”

       “……진아.”

         

       팽진아는 울부짖었다.

       유세하를 볼 면목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를 본다는 말인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기린의 하체를 단 그의 모습을.

         

       도대체 얼마나 큰 대가를…

       이제 겨우 19살 먹은 소년이 치르겠다고 약조했길래…

       그런 모습이 되었다는 말인가.

         

       그렇게까지 해서 몰아준 기회를,

       등신 같은…

       머저리 같은…

       병신같은 자신이 모두 말아먹었다.

         

       팽진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땅을 후려쳤다.

       후려치고, 후려치고, 후려치며,

       울분을 토해냈다.

         

       몸을 보호해 줄 마력조차 없는 주먹질.

       손톱이 부러지고 피가 흘러나오지만, 지켜보던 위가령은 말리지 않았다.

         

       결국, 빗물로 진탕이 된 진흙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절규했다.

         

       “아아아아아악!!!!!”

       “……”

         

       매화검후 위가령.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그저 말없이 팽진아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복수를 다짐하며 칼을 갈았던 두 의자매의 결의는,

       패천검, 매화검후라 불리며 세간에 존경받는 두 검사의 혈투는,

       적을 눈앞에서 놓쳤다는 비참한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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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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