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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4

       *** ***

         

       “이대로 나가시면 되겠군요.”

         

       “음. 위장은 잘 부탁한다.”

         

       “악.”

         

       나는 조용히 적귀대 주둔지를 빠져나갔다. 현재의 나는 주둔지를 탈출하는 죄수였지만 익숙한 얼굴의 보초와 순찰자들은 나를 못 본 척하며 지나갔다.

         

       나를 과잉진압한 탓에 내 정체를 알고 있는 적귀대원들이었다.

         

       내 전담요원들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낯익은 적귀대원들의 배웅 아닌 배웅을 받으며 주둔지를 빠져나갔다.

         

       현재 사도련의 문파들은 다 적귀대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속령파를 사도련에서 탈퇴시켰고 암룡문에서는 문주의 자식들까지 잡아들였다.

         

       이미 적귀대를 감시하고 있는 사파 세력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그들의 눈에 비칠 용지맹은 그저 이설이 내세운 희생양에 불과하니 특별히 신경쓰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할 것은 조심해야지.

         

       한밤중의 산길을 조용히 걸었다.

         

       속령파는 공식적으로 사도련을 탈퇴했다.

         

       독고이설이 암룡문의 소문주 직에 올랐다는 소문도 귀에 들렸다.

         

       독고이설을 생각하니 어쩐지 입안이 씁쓸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뭐…착각이겠지. 지금의 나는 용지맹이 아니라 호천안이니까.

         

       달조차 빛을 발하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의 산길을 걸으며 용지맹으로서의 부분을 조용히 정리했다.

         

       절정이 좋긴 해.

         

       이렇게 어두컴컴한 곳에서 빛 하나 없이 산길을 걷고 있음에도 넘어지거나 발이 걸리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어둠에 잠긴 길을 걷고 있자니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내가 주둔지를 빠져나올 것을 알고 있던 혁기린이었다.

         

       “그냥. 이리 달빛 한 점 없는 밤길을 걷고 있자니 새삼스럽게 경지가 올랐다는 것이 체감되는군요.”

         

       “후후,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습니다.”

         

       혁기린이 웃으며 동의해 주었다.

         

       “저 역시 절정에 오르고 왠지 밤을 정복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괜스레 뿌듯해 야밤에 산길을 걸어다니고는 했지요.”

         

       “그렇습니까.”

         

       “예. 그 모습이 사제들이 보기에는 멋져 보였는지 저를 따라 밤에 산책을 하다가 발을 접질리고 구르는 사제도 나왔었지요. 그 일로 밤 산책은 금지되었습니다.”

         

       “하하.”

         

       “곧, 사매에게 제 진짜 모습을 보여주겠군요.”

         

       혁기린의 말에 나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여일예 소저는 혁기린 대협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얼추 감은 잡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매와는 오랜 기간 봐 왔지만 이렇게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사매는 속이 깊거든요. 제가 남장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여자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해 보았을 텐데 그런 요구를 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필시 저를 배려해 주었기 때문이겠지요.”

         

       혁기린은 오래간만에 여일예를 만난다는 사실에 꽤나 들뜬 모양이었다. 혁기린과 여일예 사이의 이런저런 일화를 들으며 길을 걷고 있자니 동이 터오르기 시작했다.

         

       “아, 저기 보이는군요.”

         

       멀찌감치서 비천마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와 혁기린을 발견한 것인지 흑묘가 힘차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각기 주변을 살피던 일행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먼 거리지만 각자 나름의 반가움을 표시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속령파 잠입이 끝났다고.

         

       *** ***

         

       일행의 해후는 제법 복잡했다.

         

       “혁기린 대협~”

         

       “아니, 흑묘 소저…머리가…”

         

       오래간만에 본 혁기린이 반가웠는지 단번에 품에 안아버리는 흑묘와 흑묘의 백색 머리카락에 경악하는 혁기린.

         

       “그럴 일이 있었어요. 머리색은 곧 돌아올 테니 걱정 마세요! 그나저나 정말 오래간만이네요!”

         

       “아앗, 하으으…저도 반갑습니다.”

         

       흑묘가 혁기린의 뺨에 얼굴을 부비고 난리를 피웠고.

         

       “어….음…”

         

       여일예는 남자로 위장하지 않은 혁기린을 보고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간만이로구나.”

       

       “…예, 그렇습니다.”

         

       사연 많은 점창파 사제지간은 잠시 서로만을 위한 시간을 보낸 뒤에 여느 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림에는 옥룡신협 혁기린이라고 알려진 혁기린입니다.”

         

       “당소열입니다.”

         

       “스승, 혁기린 대협의 성별은…”

         

       “그래 안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비밀은 지키겠습니다.”

         

       당도연과 당소열에는 혁기린의 성별만 알려주고 신분은 숨기기로 했다. 점창파 대제자가 사실 여자였던 사실과 점창파 대제자가 사실은 황국의 황녀님이었다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아무튼 간단하게 식사를 하며 해후도 풀고 안면도 익혔다. 흑묘는 혁기린에게 철썩 달라붙었고 여일예는 그런 흑묘와 혁기린의 모습에 웃음 지었다.

         

       서장에서의 충돌 이후 미묘하게 틀어진 두 사람. 혁기린이라는 윤활유가 둘 사이에 끼어들자 두 사람 역시 서로를 한결 편하게 대하는 모양이었다.

         

       “음.”

         

       당소열 역시 혁기린을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다.

         

       연신 손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봐서는 혁기린의 뺨을 만질 기회를 노리는 모양이다.

         

       “거, 스승 변태 같습니다.”

         

       “시끄럽다 제자야.”

         

       그냥 착실하게 친분을 쌓고 호감을 산 뒤에 당당하게 만지면 될 것을 그저 편법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한탕 해보겠다고 벼르고 있는 모습이 참…

         

       이게 당소열 답다면 당소열 다운 모습인데 하여간 인생 어렵게 사는 사람이다 싶었다.

         

       비천마차의 건을 제외하면 정말 건실한 상식인인 당도연은 모두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혁기린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어찌 움직이실 계획입니까? 속령파가 사도련을 탈퇴했고 다른 문파들이 속령파를 압박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혁기린에게 쏠렸던 시선이 다시 나에게 몰렸다.

         

       확실히 다음 선택지를 명확하게 정해야 할 시간이었다. 서장이라는 위협에 속령파의 탈퇴까지.

         

       “흐음.”

         

       시간을 끈다는 본래의 목적은 달성했지만…확실히 지금 상황은 그냥 물러서기에는 아쉽지. 적귀대라는 패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지금 우리 일행에는 초절정이 여럿 섞여 있었지만 지방을 대표하는 대문파들을 상대로 뭔가를 하기에는 힘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혁기린의 합류로, 정확히는 적귀대와의 합류로 그 힘이 어느 정도 채워졌다.

         

       무력이라기보다는 공권력이지만 아무튼 힘은 힘이지.

         

       나는 혁기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혁기린 대협, 혹시 적귀대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들은 것이 있습니까?”

         

       나를 만나는 것이 혁기린의 계획은 아니었을 테니 혁기린도 적귀대를 이용해 뭔가를 하려던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일단은 그 계획을 한번 들어볼까.

         

       “임창으로 향한다 들었습니다.”

         

       임창. 임창이라면 오독문의 본거지인가.

         

       확실히 오독문은 관군이 공격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문파다.

         

       온갖 불법적인 약물을 유통, 재배하여 돈을 벌고 있으니 말이다.

         

       “오독문이라…”

         

       오독문.

         

       당가와 마찬가지로 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문파다. 단순하게 독이라기보다는 음지의 각종 약물을 다룬다. 노루표 무협지의 단골 손님인 춘약, 혹은 무인조차도 중독시킬 수 있는 마약 등을 취급 한다.

         

       “흠.”

         

       오독문이 언급되자 당도연과 당소열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오독문은 독을 다루는 문파라는 점에서 당가와 함께 구설수에 오르고는 하지만 사실 오독문과 당가의 수준 차이는 현격하다. 검을 사용하는 무인에 빗대 비교하면 세인들이 일류고수와 절정고수를 맞수처럼 엮는 셈이었다.

         

       절정고수 입장에서는 그 실력차이가 현격한 일류고수랑 맞수로 엮이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당문 역시 그런 심정이겠지.

         

       당문이 오독문을 싫어하는 이유는 또 있다.

         

       당가는 독을 쓸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그러나 오독문은 그렇지 않다. 당가에서는 최종병기와 같이 사용하는 수준의 독도 그냥 내킬 때 사용해버리니 당문이 어떻게 오독문을 곱게 볼 수 있을까.

         

       독에 관한 안좋은 편견은 다 오독문이 만들어 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사람들이 지닌 편견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당문이니 정파 사파를 떠나서 당가는 오독문을 좋게 볼 수가 없다고 봐야 했다.

         

       “다음 목표가 오독문이라면 전 찬성입니다.”

         

       드물게 당도연이 강하게 말했다.

         

       “황군의 움직임에 편승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는 쉬이 오는 것이 아니니 나쁘지 않은 의견이군.”

         

       “당소열 소저와 당도연 소저가 있으니 오독문의 독에도 대처할 수 있을 테고 말입니다.”

         

       일행들 역시 긍적적인 의견을 표했다. 다들 오독문을 목표로 삼는 것에 큰 불만은 없는 듯 하군.

         

       나 역시도 오독문을 타격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그렇다면 임창으로 이동하지요.”

         

       “음.”

         

       다음 행성지는 임창.

         

       사도련의 문파 중 한 곳인 오독문을 타격하기 위해 이동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연휴를 앞두고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연재가 늦고 말았네요!

    다들 즐거운 설연휴(한가위로 적았다가 수정) 되시길 바랍니다!

    *
    [미공개]님께서 [100코인]후원해주셨네요.

    어음…저번에 적어주신 메세지가 농담이시라는 것은 결국에는 본 중대장은 실망했다! 드립을 치고 싶으셨다는 의미일까요.

    무려 수십번의 후원을 해 주시는 동안 말 한마디 없으시다가 갑자기 본 독자는 실망했다! 라고 시작되는 후원메세지를 들어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평소에 잘 했다면 이렇게 제발 저릴 일이 없었겠지만요!

    오늘도 지각한 마당에 뭔 변명을 하겠습니까.

    그저 실망하지 않으셨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네요.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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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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