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84

       “이건 무슨 버그야?”

       

       영문도 모른 채 미궁에서 죽었다가 부활한 단영은 돌벽으로 이루어진 집 벽을 바라보다 어이가 없어서 목소리를 냈다.

       

       그녀는 최근까지도 쓰레드를 열심히 플레이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니만큼 빈손으로 시작해 최대한 빠르게 테크를 올리려면 어찌 해야 하는 지 최적화가 잘 되어 있었고 빠른 속도로 무장을 한 그녀는 즉시 미궁으로 내달렸다.

       

       길을 찾기가 어렵게 패치된 미궁이라 하지만 결국 파밍 장소. 아예 공략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지는 않다.

       

       고인물 특유의 테크닉을 활용해 순조로히 던전을 진행하던 단영이었지만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옆 벽이 박살이 나더니 죽어버린 것이다.

       

       물론 벽을 부수고 유저를 습격하는 것이 미궁의 주요 테크닉 중 하나이긴 하지만 벽을 박살낼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을 지닌 마법은 지금 시점에서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

       

       운이 좋으니 고인물 테크닉이니 뭐니 하기 이전에 물리적으로 안되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까 방금 그 현상은 버그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하아. 빌어먹을 똥겜. 병신같은 제작사. 패치 한 번 하니까 또 버그가 창궐하는 거야?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거 버그 아님.]

       

       “무슨 헛소리야? 이 시점에 벽이 박살날 리가 없잖아.”

       

       – 버그 맞지 않음?

       – 미궁 벽이 박살날 시점이 아니잖아.

       – 겜안분이 또.

       – 진짜 버그 아니라니까? 그거 벽 화령이 박살낸 거임.

       

       “화령님?”

       

       스트리머이자 터렛 여러 방송의 시청자인 단영은 당연히 화령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요즘 커뮤니티와 가까운 사람 중에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더 적겠지.

       

       “화령님이 벽을 박살냈다고?”

       

       다른 이름이 언급됐다면 단영은 헛소리하지 말라 이야기하고 말았겠지만 화령이란 이름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을 그럴 듯 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그 분이 벽을 박살내고 날 죽인거라면 킬로그가 뜰 텐데.

       

       [※화령]

       

       “엨.”

       

       – 이왜진?

       – 저 사람 또 상식을 박살내고 있네.

       “미안합니다. 화령님일 줄은 몰랐네요.”

       

       화령님이라면 그럴 수 있지. 그 분께서 상식 외의 일을 저지르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말이야.

       

       “화령님이 스트리머 서버에 참가하실 줄이야. 엔리님 초대인가?”

       

       – ㅇㅇ

       – 그쪽 파티 엔리/화령/피피 에 한 명 더 추가한대.

       “미친. 너무 비대칭 전력 아냐?”

       

       쓰레드라는 게임은 야생에서 파밍을 하며 성장하는 재미도 있지만 결국 이 게임의 최종 컨텐츠는 파티 간의 대결이다.

       

       서로의 성을 공격하고 부수고 약탈하는 것이야 말로 쓰레드를 하는 의미라 할 수 있다.

       

       그런만큼 파티의 전력이 이 게임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데 엔리의 파티는 아무리 생각해도 규격 외였다.

       

       엔리는 그렇다 치고.

       

       쓰레드 스트리머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고인물인 피피.

       

       맨몸으로 산을 부수고 하늘을 가르고 바다마저 뒤집어 버릴 수 있는 화령.

       

       이 두 사람이 함께라는 것은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화령이 맨몸으로 이 세상에 떨어지더라도 천재지변 소리를 들었을 텐데 그를 지원해 줄 든든한 고인물인 피피까지 붙어 있다니!

       

       “그 쪽 파티는 건들면 안 되겠다.”

       

       잘못 건드렸다가 원한을 사면 기껏 만들어두었던 집이 초원의 일부가 될 수도 있으니까.

       

       단영은 자신의 분수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불길로 뛰어 들어가는 불나방이 되고 싶지 않았다.

       

       “단영아!”

       

       허나 모든 사람이 그녀처럼 이성적인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의 파티원 중 하나인 멍게가 그러했다.

       

       “왜요?”

       “화령님 잡으러 가자.”

       

       얼마 전 화령에 의해 열심히 파밍해두었던 모든 것을 빼앗긴 그녀는 이미 이성이 날아가 있었다.

       

       단영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단영이 들으라는 듯 한숨을 내뱉어주고는 말을 이었다.

       

       “그게 되겠어요?”

       “왜 안 돼? 화령님도 사람인데.”

       “그걸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맨 손으로 쓰레드의 고위 마법과 비슷한 수준의 화력을 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사람일까?

       

       그보다는 쓰레드 대륙에 존재하는 여러 보스급 몬스터들. 그러니까 거인이나 거대 늑대, 용 이런 애들하고 비교를 해야 되지 않나?

       

       아니 따지고 보면 그것보다 더 위험하지.

       

       “나중에 장비 맞추고 나면 기회가 없어. 장비가 애매한 지금이 유일한 기회라고!”

       “그거야 그렇지만.”

       “뭣보다 지금 화령님 미궁에서 파밍 마치고 오는 길이라 가방이 꽉 차 있잖아! 장난 아니게 맛있을 걸?!”

       

       장비 한 번 날리는 셈치고 기습을 걸어보자는 멍게의 말에 단영이 얼굴을 쓸어 내렸다.

       

       “그러다 저희 집으로 쳐들어오면 어쩌게요.”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지!”

       “여기 저희가 모아둔 재료는 누가 복구라도 해줘요?”

       “내가 밤새서 다 모아 올게! 걱정하지 마!”

       “다른 파티원 분들의 의견은.”

       “다 수락했어!”

       

       이게 사실이냐 묻기 위해 방 안을 둘러모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저마다 달랐지만 화령을 습격하겠다는 것에 동의한 건 분명해 보였다.

       

       단영은 이쯤에서 멍게를 말릴 수 없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거절을 하더라도 멍게는 다른 파티원들을 이끌고 화령을 습격하러 가겠지. 그 여파는 단영도 함께 감당해야 할 테고.

       

       쾌락없는 책임을 질 바에야 같이 습격을 하고 성대하게 실패해보는 편이 나았다.

       

       하아. 기왕 스트리머 서버가 열린 거 빡겜해서 세력을 좀 키워 볼 생각이었는데 이래서야 그건 어렵겠네.

       

       “알겠어요. 대신 제대로 합시다.”

       “당연하지!”

       

       좋게 생각하자. 습격을 성공하는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많은 이득을 거둘 수 있어.

       

       지금 화령님이 가방에 들고 있는 아이템의 양은 상당할 테니까.

       

       게임 외적으로도 여러 이점이 있긴 해. 화령님을 쓰러트린 스트리머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고, 방송적으로도 그림이 나쁘지 않겠지.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걸로 멍게를 까면서 복구하려 한다면 할 수 있을 테고. 어쨌든 간에 오늘은 1일차니까.

       

       “준비해보죠.”

       

       혹시나 지더라도 발렸다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안에 존재하는 장애물은 벽 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괴물들과 유저들. 그리고 보물상자들.

       

       거기서 얻은 대부분을 내버려 두고 가야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안타까웠던가.

       

       본인과 엔리의 가방이 조금 더 넓었다면 더 많은 것을 챙겨올 수 있었을 터이나 이를 아쉬워한다 하여 가방의 크기가 늘어나지는 아니했다.

       

       다음번에 이 곳을 돌아다닐 일이 있다면 가방의 용도를 할 사람을 하나 더 데리고 와야겠구나.

       

       어찌되었든 여러 고생 끝에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나는 엔리를 데리고서 거처가 있는 쪽을 향해 달렸다.

       

       “전 왜 만날 짐짝 취급인가요오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 않으냐? 그대가 짐짝이기 때문이지.”

       “내려 주시면 안 될까요?! 저 속이 좀.”

       “안 된다. 참아라.”

       “그런!”

       

       엔리는 자신의 취급이 부당하다며 소리를 쳤지만 본인은 그 투정을 들어줄 틈이 없었다.

       

       폭주시킨 천마신공의 내기가 본인의 몸을 갉아먹는 중이었으니까.

       

       미궁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미리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을 소모한 게 문제였다.

       

       바닥에 널부러진 것 중에서 무얼 챙겨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길었어.

       

       엔리 녀석의 낡아빠진 지식과 시청자들의 훈수 사이에서 고민을 하느라 쓰잘데기 없는 시간을 날린 게 너무 컸다.

       

       이 육신이 어느 정도 무에 익숙한 상태라면 어떻게든 부여잡아 볼 터이나 이 몸은 그보단 일반인에 가까우니 말이다. 억지로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게 무작정 내달리던 중에 저 멀리에서 여러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자원을 채취하고 있는 이들이었다면 무시하고 지나갈 터이나 그는 아닌 듯 싶구나.

       

       매복을 하고 있다는 것. 함정을 설치해 두었다는 것. 그리고 무장을 한 채 최대한 숨을 죽이고 있다는 것.

       

       어느 하나 온건한 부분이 없어. 거기에 더해 본인이 다가옴에 따라 긴장감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저들의 목표는 아마 본인인 듯 싶군.

       

       본래라면 저리 철저히 준비를 한만큼 조금 시간을 들여가며 놀아줄 터이나 지금의 내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살의와 내기를 섞어 짓눌러 버릴까?

       

       아니지. 저들은 굳이 따지자면 직장 동료나 다름없다. 저들의 마음을 부서서 어디에 쓰겠는가.

       

       막 현대에 돌아왔을 무렵이라면 그리 했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분별이란 것이 있다.

       

       적당히 박살만 내놓도록 하자꾸나.

       

       

       “엔리. 꽉 잡고 있거라.”

       “네?! 또 뭐 하시려고요?!”

       

       돌파해보도록 할까.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앞으로 내달리다 일부러 함정이 있는 부분을 밟았더니 바닥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종류를 알 수 없으나 무언가 마법이겠지. 이미 예상했던 바였기에 미리 그려두었던 도술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주변의 기운이 사라지며 마법이 자취를 감추었다.

       

       “공격!”

       

       자신들이 준비해 둔 게 사라졌으니만큼 당혹스러웠을 터이나 저들은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하고 내게 달려들었다.

       

       습격자들의 수는 여섯인가.

       

       머리 위로 날아든 화살을 건곤대나이의 이치로 되돌려주었다.

       

       이로써 하나.

       

       그 다음 본인의 머리를 노리고서 날아드는 검을 회피하고 그 턱을 날려 주었다.

       

       투구를 착용하고 있다 한들 뇌가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순 없었으니.

       

       공격자가 바닥에 널부러진다.

       

       이로써 둘.

       

       본인의 뒤를 노리고 날아드는 창을 피하며 창대를 붙잡아 다른 곳으로 이끌자 본인을 덮치려던 이의 목을 꿰뚫었다.

       

       동료를 찔렀음에 당황한 창수의 명치를 가격해주니 놈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이로써 넷.

       

       두려움에 이성을 잃고 달려든 놈을 가볍게 쓰러트려주었으니 이로써 다섯.

       

       마지막으로 남은 이는 마법사였다.

       

       그녀는 지팡이를 마구잡이로 뒤흔들며 왜 마법이 발동되지 않느냐며 비명을 내지르다 내 모습을 확인하곤 무기를 내버리고 두 손을 들었다.

       

       “살… 살려주세요! 있는 물건 다 드릴게요!”

       “필요 없다.”

       

       어차피 챙길 공간도 없으니 말이다.

       

       그 한 마디로 마법사의 유언을 묵살하고서 그 목을 날리니 이제 이 곳에 남은 이는 아무도 존재치 않았다.

       

       “엔리.”

       

       빨리 이 자들의 물건 중에서 챙길 만한 것이 무어가 있는지 이야기해 보거라.

       

       지금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챙길 것만을 챙기고 돌아가야 한단 말이다.

       

       “…”

       “엔리?”

       

       어찌하여 대답을 하지 않는가.

       

       의아함에 고개를 돌리자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엔리의 표정이 눈에 보였다.

       

       얼굴이 시퍼렇게 물들어 있는 것이 그녀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속이 안 좋으냐?”

       

       혹시나 싶어 물어보니 엔리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방금 전 본인의 움직임이 상당히 과격하기는 했지.

       

       이 게임에서는 저런 것까지 구현이 되어 있는 것인가. 실로 현실적이구나.

       

       “그래도 좀 더 참거라.”

       

       안타까운 일이다만 지금 본인에게도 그대를 배려할 여유가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동안 고생해서 모은 물건들을 초원에 흩뿌리게 될 위기란 말이다.

       

       정 안 된다면 본인의 등 너머로 속을 게워내도 괜찮으니 버티도록.

       

       그럴 수 없다는 듯 엔리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본인은 그를 외면했다.

       

       “그러게 왜 길도 모르면서 본인을 미궁으로 이끈 것이냐. 그대가 길만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터 아닌가.”

       

       알겠느냐? 이 모든 것은 그대의 잘못이다.

       

       그러니 본인을 원망하지 말도록.

       

       – 리엔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는 오늘을 기억할 것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발렸다는 이야기만 듣게 생겼네요.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