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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4

    <284 – 든든한 아이>

     

    첫날과 둘째 날 경매에서 후반 전략을 목표로 보급품이나 방어수단을 구매한 자쿠와 로지니와 달리, 아카디아와 헤스티아는 습격전략을 선택했다.

     

    “다른 팀의 경매물품을 습격으로 다 뺏자.”

    “가능할까요?”

    “날 믿어.”

     

    전날의 자쿠 습격은 매스각키 2황녀의 등장으로 인해 단념하였다.

     

    “왜 말렸어? 황녀는 괜찮아. 싸우면 어떻게든 됐을지도 몰라.”

    “그 대신 황녀에게 조종당하는 자쿠가 저희를 막느라 무리해서 암흑마나를 사용하다가 덜컥 죽어버릴지도 모르잖아요.”

     

    아카디아는 자쿠가 오크노디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습격중지를 요청했다.

    오크노디의 미움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은 헤스티아도 마찬가지였기에 첫 날의 후퇴에는 납득했다.

     

    “둘째 날은 안 돼. 여기서도 경매품을 뺏지 못하면 우리 정도의 어설픈 선상포인트로는 양질의 경매상품을 가져갈 수 없어.”

     

    하루에 하나씩 주어지는 상품.

    며칠이건 계속 체류할 수 있는 경매장도 아니다.

    채집할 식량은 전부 불탔고 가져온 식량에도 한도가 있다.

    무엇보다도 무인도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

    둘째 날의 습격에는 헤스티아도 아카디아도 큰마음을 먹고 나섰다.

     

    “킥킥. 너무 서둘렀네.”

     

    결과는 소득 없는 승리.

    로지니는 조각상이 되어 뾰이와 함께 크루즈선으로 돌아갔다.

    즈앙의 비웃음대로 다른 팀은 모두 전날 밤에 소란을 일으킨 것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며 정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 분명한 경계심을 보였다.

     

    유대 깊은 2인조 지젤&손오천.

    용사 이슈타르&성녀 유피.

    자쿠&제국2황녀 매스각키.

    암살자듀오 즈앙&오크노디.

     

    다섯으로 줄어든 팀에서 헤스티아&아카디아 콤비를 제외한 전원의 주목을 받는 것은 두 사람에게 무척 부담되는 일이었다.

     

    “자신 없어? 습격에서 버틸 자신.”

    “모르겠네. 궁금하면 해보든가?”

     

    킥킥 웃으며 오크노디의 뒤로 쏙 숨어버리는 즈앙.

    기싸움을 태연하게 받아넘기는 즈앙의 태도에서 헤스티아는 직감했다.

    남은 팀 중에서 그들이 습격해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부할만한 약팀은 없다고.

    이제는 그들도 경매상품을 낙찰 받고 지키는 것에 몰두해야했다.

     

    “너무 아쉬워 말아요. 전날의 습격이 아무 의미도 없던 건 아니었으니까.”

     

    아카디아는 헤스티아에게만 들리도록 곁에서 작게 속삭였다.

     

    “여차하면 우리도 로지니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 되니까요.”

    “…과연.”

    “아니면 오늘 나오는 상품에 선상포인트를 몰빵하고 바로 크루즈선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죠.”

     

    습격을 당하면 하루를 버티는 것도 가능할지 자신하기 힘든 강적들.

    상품을 말소하는 자살전략도, 모든 포인트를 올인해서 하나라도 건지고 당일치기로 즉시 철수하는 올인전략도 모두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상품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저희에게 최악의 경우는 말소할 가치도 없는 애매한 상품이 나와 건지는 것도 없이 떠나거나 밤에 다른 팀들의 합공을 받는 것이죠.”

    “…용사가 상대라도 쉽게는 지지 않아.”

    “객기 부리지 마요. 밤은 길고 상품을 지키면서 싸우기엔 더욱 벅찰 테니까.”

     

    아카디아의 뜻은 완고했다.

     

    “당신이 남겠다고 해도 저는 무조건 오늘 떠날 거예요. 그러니 각오를 굳히세요.”

    “…알았어. 경매 운이 좋기만 기도하자고.”

     

    삼일 차의 경매.

    두 사람은 기도메타를 맞이하듯이 간절히 기도했다.

    조금이라도 가치가 높은 상품이 나오기를.

     

    “무인도 경매 세 번째 상품을 공개하겠습니다. 오늘의 상품은 <피렌체 왕국 항구습격>입니다.”

     

    기도는 성공했다. 그들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경매 상품이 나왔으니까.

     

     

    * *

     

     

    조나 와이히엠하이는 냉정하게 선언했다.

     

    “경매 시작가는 1만 포인트. 시가는 1만씩 올리겠습니다. 입찰에 참여하실 분 있습니까?”

     

    모두가 피렌체 왕국의 백작령으로 강등된 귀족가문의 영애, 아카디아를 돌아보았다.

    안 그래도 지난 사건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은 피렌체 왕국과 아카디아다.

    여기에 재단이 항구습격까지 나선다면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입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묻지 않을 수가 없겠네.”

     

    용사가 이글거리듯이 타오르는 눈으로 조나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항구습격은 대체 뭐지? 경매에서 낙찰된 사람이 원하는 날에 언제든지 항구를 습격할 수 있는 상품이라도 팔겠다는 거야?”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상품의 가치와 사용법에 대해서는 스스로 고민하고 추측하여 경매전략을 수립하십시오.”

     

    지극히 냉정한 선언에서는 아카디아를 향한 일말의 배려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용사의 시선이 연이어 오크노디에게 향했다.

     

    “이거였나? 네가 ‘친구’들을 불러 모은 이유가. 재단의 힘을 과시하고 모두를 이런 식으로 협박하며 굴복시킬 작정이었어?”

     

    오크노디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경매상품은 랜덤으로 나오느라 저도 몰랐는걸요. 조나. 아카디아 언니가 제게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 알려드리지 않았나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상품을 내보내면 어떡해요. 놀러 왔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지잖아요!”

     

    좋게 말해서 경매를 없던 일로 되돌리거나 상품을 취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권하는 오크노디.

    그러나 조나의 뜻은 오크노디의 생각보다도 더욱 완고했다.

     

    “아가씨의 명령이라도 이 건만큼은 취소할 수 없습니다.”

    “왜요?”

    “이사장님의 특별지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사장님이라면 파파가…?”

    “이사장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가씨의 친구분들이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품을 경매에 반드시 내놓으라고.”

    “제 기분이 나빠지라고요?”

    “아가씨께서 친구분들을 도울지, 그 뒤에 나올 개인의 성장을 도울 상품을 고를지를 궁금해 하셨기 때문입니다.”

    “!”

     

    오크노디뿐만 아니라 이슈타르나 아카디아, 그밖의 모두가 이 경매에 숨겨진 의도를 깨달았다.

    이것은 시험이었다.

    자신을 지킬 역량을, 승선포인트를 개개인이 충분히 비축해서 참여했는지를 묻는 시험.

    동시에 오크노디가 자신의 친구들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묻는 시험.

    성장을 위해 경쟁자를 위험에 빠뜨릴 상품에 높은 포인트를 제시하도록 친구들끼리 서로 싸우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겠냐고 우정의 가치를 묻는 시험.

     

    노골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비웃고 있다.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

    우정의 가치를 포인트와 경매상품으로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참가자들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정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작 아카데미 1학년 따위에게 주어지기에는 너무나도 가치가 큰 경매 상품이자 리스크이기에.

     

    “파파라면 그럴만하죠!”

     

    흔쾌히 납득하는 오크노디가 이상한 것이다.

    결코 자신들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참가자들은 확신했다.

     

    “모두들 경매를 보이콧하죠.”

     

    아무도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모든 상품이 소멸될지도 모른다.

    성녀 유피의 흔치 않게 성녀다운 발언에 모두가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계시겠죠. 여기서 포인트를 올린다면… 그분과 저는 평생의 적이 되리라는 것을. 부디 신중히 고민하세요.”

     

    아카디아의 엄중한 경고까지 이어졌다.

     

    “60초간 입찰자가 나오지 않을 시, 이번 상품은 유찰됩니다.”

     

    부디 이대로 무사히 60초가 다 지나가기를.

    많은 이들이 조용히 바라는 그때, 한 사람이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10만.”

     

    모두의 시선이 발언자에게 향했다.

    아카디아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배신감이 묻었다.

     

    “어떻게… 어떻게 당신이 그럴 수가 있죠?”

    “미안하게 됐습니다.”

    “이건 너무하잖아요.”

     

    떨리는 입술로 아카디아가 경매참가자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지젤!”

     

     

    * *

     

     

    지젤은 가차 없이 입찰가를 높였다.

     

    “아카디아. 11만 포인트.”

    “지젤. 15만 포인트.”

    “아카디아. 16만 포인트.”

    “지젤. 20만 포인트.”

     

    암흑상회라는 공동사업까지 벌였던 협력자, 지젤.

    경매에서 경쟁할 수는 있어도 어디까지나 평범한 경쟁일 때의 일이라고 여겼던 아카디아에게 지젤의 태도는 배신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아카디아. 21만 포인트.”

     

    한껏 경매가가 올라가고 나서야 경매상품은 아카디아에게 낙찰되었다.

    지젤은 배신감에 치를 떠는 그녀의 시선에도 미안함의 뜻을 담은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요?”

    “아카디아 영애야말로 제 낙찰의 진의를 깨닫지 못하셨군요. 진정하고 제 얘기를 들으십시오.”

    “웃기지 말아요. 겨우 아카데미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저희 세비체가문의 마지막 명줄인 항구를 기어이 재단에게까지 습격당하게 만들어놓고 대화…? 그딴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사납게 화를 내는 아카디아.

    이건 중재가 필요한 순간이다.

     

    “진정해요, 아카디아 언니! 지젤에게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요!”

    “디는 믿는 건가요? 지젤에게 제 가문을 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뜻이 있다고?”

    “물론이죠!”

     

    어쩔 수 없지.

    까치발을 들며 귓속말을 하려는데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웠다.

     

    “…”

     

    자기주장이 강한 귀족영애의 자존심봉우리가 머리 위를 막고 있다.

    보채는 애기처럼 옷깃을 잡아당기며 올려다보자 아카디아가 한숨을 내쉬며 무릎을 굽혀주었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는 아카디아의 손짓을 따라 감귤향이 물씬 풍겼다.

    무릎을 굽히며 무방비하게 목덜미가 훤히 드러나는 자세로 귀를 허락하는 자세는 남자였을 때는 상상도 못할 개방적인 태도였다.

    응애로 빙의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카디아의 귀에 대고 양손을 모아 입을 가리며 속삭였다.

     

    “경매가 길어져야 선상반란을 일으킬 수 있어요!”

    “선상반란!?”

    “쉿!”

     

    조나의 눈치를 본 아카디아가 여전히 놀람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물었다.

     

    “포인트를 잘 모은 학생은 전부 여기에 있는데 선상반란을 누가 일으킨다는 건가요?”

    “그야 당연히 여기에 없는 사람들이죠!”

     

    아카디아가 이 자리에 없는 실력자를 떠올리고 납득의 기색을 보였다.

     

    “과연. 북부대공녀 아이린과 동방검객 싱이라면 승무원쯤은 거뜬히 얼리거나 베어 넘길 수 있겠네요. 그 두 사람이라면 믿을만하죠.”

    “세명인데요!”

    “조력자가 더 남아있다고요? 하지만 그 둘에게 비견될만한 실력자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데요.”

     

    섭섭한 소리 하시네.

     

    “제일 중요한 한 명이 남아 있잖아요. 티토소가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든든한 티토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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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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