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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5

    여러가지 소동으로 며칠 외출을 할 수 없었던 루크는 오늘에야말로 밖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했다.

     

    아공간을 열기 위해 숲에도 한번 가야할 필요성이 느껴진데다, 오랜만에 바깥에 나가 연주로 용돈벌이도 하면서, 자신이 살려낸 그 남자가 잘 살고 있는지 확인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루크에게는 신경써야 할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다.

     

     

    그것은 바로, 갑자기 자란 뿔과 머리카락.

     

    지금의 루크는 신성력에 의해 성장한 영향으로 머리카락과 뿔이 온전히 회복되어버리기는 했지만, 하루아침에 부러졌던 뿔이 고쳐지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았고, 그것은 머리카락도 동일했다.

     

    뭐, 머리카락 정도는 요즘 같은 털갈이 시기의 수인들의 발모속도는 다른 종족과 그 결을 달리 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거의 두배가 자라난 꼴인지라 밖에서 평소 루크를 아는 친한 사람들이라도 만나면 설명하기에 곤혹을 치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뿔의 경우엔 확실히 문제가 된다.

    뿔은 아무리 빨라도 한달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회복되는 기관이었고, 종족에 따라서는 아예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어느날 하루아침에 갑자기 회복되었다고 하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는 것이다.

     

    루크도 만나는 사람마다 그에 대해 일일히 설명하기도 싫었기에 감추는 작업이 필요했다.

     

    루크 자신도 애초에 뿔에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었기에 아쉽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뿔은 옷을 입는 데 걸리적거리고, 눕거나 엎드릴 때 불편하며, 누군가와 부딫히면 위험하기까지 했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숨길 수 있다면 숨기는 편이 좋았다.

     

    머리카락도, 뿔도 당분간은 이전과 같이 해 두는 편이 좋겠지.

     

    루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폴리모프.”

     

    루크의 낮은 중얼거림과 함께, 뿔이 서서히 사라져 자취를 감추고, 허리를 덮을 정도로 길었던 머리카락이 올라가 어깨뼈 부근에 위치할 정도로 짧아졌다.

     

     

    그러자 거울 앞에는 여느때와 다름없는, 그러니까 성장이 있기 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루크의 모습이 비쳤다.

    뿔이 없고, 머리가 그다지 길지 않은 모습이 말이다.

     

    본래 현대사회에서 폴리모프를 말하는 경우엔 영구적인 외모 성형을 의미하기에 한번 시전에 꽤나 비싼 돈과 대량의 마나를 들이는 고등 마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영구적인 변환이 필요한 경우고, 서클마법에서 사용하는 일시적인 변환에는 그 정도로 심각한 소비는 일어나지 않는다.

    루크는 소모되는 마력의 양을 가늠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현재 이 모습부터가 ‘서클’인 자신이 이미 육체구성과 제어를 하고 있는 상태나 다름이 없으니 그 소모량은 더욱 미미했다.

    또한, 신체 외부에서 마나의 조작과 배열이 발생하는 클래스마법과는 달리 마법사의 육체 내부에서 작용하는 서클의 경우에는 그 마법의 주체와 객체가 동일한 경우, 해제 시 소모된 마나를 다시 서클로 반환할 수 있는 방법을 루크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루크 자신이 이 모습을 취함으로 잃는 것은 적었다.

     

    당분간만 일시적으로 유지하기엔 별 문제가 없으리라.

     

    루크는 새로 산 옷의 매무새를 다듬었다.

     

    평소 루크가 선호하던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세세한 모양새가 살짝 변화했다.

     

    혹시나 또 신성력을 사용하게 될 일을 대비해 성장해도 입을 수 있는 옷을 구비해 두는 편이 자신에게 이롭기도 했고, 애초에 몸이 자라면서 이전에 입던 옷은 슬슬 불편함이 느껴지던 차이기도 했으니.

    루크는 더욱 품이 넓은 블라우스 상의에, 전보다 긴 치마를 허리까지 올려 입은 뒤에 단추가 있는 벨트 코르셋으로 치마의 실루엣을 잡았다.

    썩 나쁘지 않은 모양새였다.

     

    이 옷이라면 혹여 신성력을 사용해 몸이 성장한대도, 어느정도까지는 그대로 입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의상조차 입을 수 없게 될 정도로 커진다면 그 때는 아린세이아에 미리 챙겨둔 옷으로 갈아입으면 될 것이고.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아공간을 활용할 엄두를 전혀 못 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공간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었다.

     

    ‘뭐어, 결국 어딘가로 도망치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와야했겠지만.’

     

    그래도 결국 아공간은 텔레포트가 아닌지라, 들어간 장소로 나올 테니 도망을 위해선 어쨌든 밖으로 나와 장소를 옮겨야 했다.

    때문에 아공간을 활용한다고 해 봤자, 루크에게는 그것도 결국 이동식 탈의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허나 이제는 제대로 복식을 갖추고 도주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보다 확실히 나아진 셈이다.

     

     

    “그럼 어디, 폴리모프가 제대로 먹혔는지 볼까.”

     

    루크는 거울 앞에서 제 모습을 확인하며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생각보다 몸에 위화감이 들지 않는 것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폴리모프는 딱 이 정도면 되겠군.”

     

     

    옷도 마음에 들고, 폴리모프의 성능도 좋았다.

     

    이 정도로 자연스럽다면야, 언젠가 필요하다면 귀와 꼬리까지 숨겨 완전한 인간의 형상으로 폴리모프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쓸 일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

     

    휴일의 어느 광장.

     

    그러나 바람을 타고 흘러온 선율 탓일까, 평소라면 모두가 그저 어딘가로 향하기 위해 지나칠 뿐인, 누구도 큰 의미를 담지 않던 공간에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이 소린…….”

     

    그리고 지금 한 중년 남성도, 가던 걸음을 멈추며 그 익숙한 선율에 어떤 기대를 품고 이끌리듯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걸음을 향한 곳에는 아니나다를까, 평소 그곳에 앉아 연주하던 소녀가 현악기를 다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또다른 남성이 곁으로 다가와 아는 체를 했다.

     

    “오오. 역시 자네였나. 꽤 오랜만이군? 그동안 전혀 보이질 않더니.”

     

    그에게 말을 걸어온 자는 언제나 자신과 비슷한 시간에 이곳을 지나기에 자주 함께 연주를 듣곤 하던 친구였다.

    그리 깊지는 않지만, 이 또한 소녀가 맺어준 인연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인연을 맞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는 웃으며 그에게 대꾸했다.

     

    “하하하, 한동안 일이 있었지.”

     

    남성의 대답을 들은 그는,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하긴.

    어차피 이곳에서 함께 이 선율에 취하기 위해서 잠시 걸음을 멈춘 동료일 뿐, 마음 속 깊은 비밀을 터 놓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는 아니었다.

     

    그는 털모자를 잠시 벗어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는 말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모자를 다시 쓴 그의 아무렴 상관없다는 듯 한 대답에, 그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직장에서는 모두가 어쩔 수 없이 깊은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려 애쓰지만, 그것이 즐겁지는 않다.

    어쩔때는, 상대를 잘 모를 때 간단히 나누는 이야기가 더 즐거운 법이니까.

     

    그는 다시 시선을 돌려 우아하게 첼로를 연주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모자를 쓴 남성이 그에게 중얼거렸다.

     

    “저 아이도 고작 일년 사이에 꽤 성장했어.”

    “아아, 그렇지. 몸도, 실력도. 정말 몰라보게 컸구만.”

     

    소녀의 연주는 예전에도 듣기에 좋기는 했지만, 어딘가 단순하고 투박한 부분이 있었다.

    가끔은 귀에 거슬리는 화음이 섞이기도 했으며, 미묘하게 불안정한 음도 자주 들려왔다.

    그것은 소녀의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제되지 않은 부분이었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게 모난 부분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 성장을 보면 자식들도 그렇고, 아이들은 정말이지 빠르게 성장하는구나, 하고 새삼 실감하게 되어 흐뭇하기도 하다.

     

    이렇게 소녀의 손에서 물 흐르듯 연주되고 있는 첼로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한 폭의 예술품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소녀가 첼로를 켜며 목소리를 내었다.

    소녀는 항상 첼로만 켜기보다는, 동시에 허밍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연주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별로였다면 오히려 방해가 되었겠지만, 소녀의 목소리는 연주에 참으로 잘 어울리는 예쁜 음색을 갖고 있었고, 노래 역시 거슬리지 않고 연주에 잘 어우러져 굉장한 조화를 냈다.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저 음악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조차 벅찼으니까.

    아마 이런 건 이 대륙 어느 길거리를 다니더라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어찌나 그 모습에 빠져들었는지, 다들 몽롱한 표정으로 소녀의 연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저 음악을 듣는 모두가 자신과 같은 느낌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체로 최면이라도 당한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난 것은 마침내 연주가 끝났을 때였다.

     

    “연주, 들어주어서 정말로 고맙군.”

     

    그렇게 소녀의 한 곡의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고, 소녀의 첼로 케이스는 쏟아지는 잔돈과 지폐를 받아내기에 바빴다.

     

    연주가 잘 되어서일까? 후원이 많아서일까?

    소녀는 아주 즐겁다는 웃으며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연주가 끝나니, 사람들도 하나둘 제 갈길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여운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도 있는 법이다.

    지금은 그와 동료가 그랬다.

     

    소녀가 혼자서 첼로를 정리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동료가 곁에서 중얼거린다.

     

    “참 천사 같은 아이야, 그렇지 않나?”

    “아아, 맞아. 참 천사 같은 아이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천사, 천사라…….’

     

    하지만 천사라는 말을 들은 그는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듯 했다.

    그에, 그는 마치 홀린 듯이 입을 열었다.

     

    “이봐, 자넨 천사를 직접 본 적이 있나?”

    “천사를 직접 봤냐고? 갑자기 그게 무슨 주접인가.”

     

    천사 같다는 말과, 천사를 직접 본 적이 있냐는 말은 전혀 뉘앙스가 다른 말이었다.

    소녀의 연주가 너무나 좋은 나머지 주접을 떠는 거라고 볼 수 밖에 없는 말에 그는 모자를 벗고 허허허, 웃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부끄럼 한점 없이 평온했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인 듯 싶다.

     

    “사실, 나는 보았다네.”

     

    역시나 예상이 틀리지 않았는지, 그는 꽤 진지하게 말했다.

    그에 그 말을 들은 남성은 대체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러나하고 가만히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리엔느 숲에서,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봤다네. 어쩐지 저 연주를 보니 그 천사의 생각이 나.”

     

    그는 그렇게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어느날 자신이 기억을 잃고 숲에서 깨어난 일, 온 몸에서 빛을 내는 천사가 자신을 고쳐주고는 자신의 작은 하인과 함께 다시 하늘로 날개를 펼쳐 올라가는 장면까지 전부.

    남들에게 털어놓기는 조금 이상한 말이지만, 오히려 잘 모르는 사이이기에 할 수 있는 말도 있는 법이었다.

     

    “자네……. 못 본 사이에 꽤 많은 일을 겪었군 그래.”

    “그 덕분에, 원래 있던 비염이나 관절통도 싹 나았다네. 요즘은 피로도 잘 쌓이지 않아서 팔팔해.”

    “그건 참 잘 된 일이군.”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의 표정은 거짓말이나 허풍을 떠는 사람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밝고 활기찼다.

    뭐, 거짓말이나 허풍이면 또 어떤가?

    어차피 여기서 손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그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천사는 어떻게 생겼나?”

     

    그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천사의 온 몸에서 너무나 빛나서 눈을 감느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네. 형상만 어렴풋이 볼 수 있었지.”

    “그거 아쉽군.”

    “하하, 뭐어. 나도 아쉽게는 생각하고 있다네.”

     

    그는 하하하 웃으며 문득, 첼로를 정리하던 소녀에게 물었다.

     

    “얘야.”

    “으, 헥? 뭐, 뭐라? 뭐라고? 왜, 왜 부르는가?”

     

    소녀가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조금 이상했지만, 갑자기 말을 걸어 놀란 것이겠거니 하고는 말을 이었다.

     

    “너는 이 아저씨가 하는 천사 얘기를 믿니?”

    “요즘 같은 세상에 천사는 없다네. 허황된 소리를 하는 군.”

     

    소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천사가 없다는 것이 아주 명확한 진리라는 듯이.

     

    “아하하, 그래? 하긴, 믿지 못 할 수도 있지.”

     

    애들이라고 다들 천사 이야기를 좋아할 거라 생각한 게 편견이겠지.

    그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면, 자네도 내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의 물음에,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조그맣게 답했다.

     

    “뭐어, 사실 나도, 그 쯤에 천사같이 생긴 여자를 본 적은 있다네.”

    “으음? 그래?”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도 자신과 같은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니.

    “자네가 말한 그날 밤에, 나도 정말 예쁜 여성을 보았는데 말이야. 몸에 맞지도 않는 아주 작은 교복을 입고 다니더군. 특히나 다리는 거진 다 드러내는 수준이었지. 교복은 아무래도 티그 아카데미였던 것 같은데…….”

     

    몸에 맞지도 않는 작은 교복을 입은 여인을 천사에 빗댄다?

    갑자기 범죄 같은 냄새가 나서 그는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티그 아카데미의 학생이 아닌가? 자네 지금 큰일 날 소릴 하는 군.”

     

    그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리가, 아카데미에 재학중인 학생이라면 그렇게 작은 옷을 입겠나? 다 새로 자란 몸에 맞추겠지. 내가 볼 땐, 아마도 옛날에 입던 옷을 꺼내입은 것 같아. 아니면 어린애 옷을 뺏었던가. 어떻게 봐도, 학생은 아니었네.”

    “흠…….”

    “하여튼, 그래서 내가 가만 보아하니, 재빠르게 몸을 숨기며 뛰어다니던데. 그게 마치 날렵한 고양이 같았어. 그게 뭔가 놀이의 일종인 것 같아 보였네.”

    “흐음……. ”

    “얼굴도 어두운데다 손으로 반쯤 가리고 있어 잘 보지 못했는데도, 드러낸 몸매만큼이나 아주 예뻤지. 굉장했다니까.”

    “…….”

     

    가만히 그의 설명을 모두 들은 그는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봐, 그건 천사라기보다는 단순한 변태가 아닌가. 괜히 들어주었군.”

    “아하하, 아니, 하지만 살짝 보기론 정말로 생긴 것 만큼은 천사 같았다니까.”

     

    천사를 주제로 한 잡담에서 갑자기 그런 이야기로 넘어가다니.

    그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어쩌면 이 사람과는 너무 친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득 살펴본 소녀의 얼굴이 굉장히 빨갰다.

    작게 떠든 소린데, 혹시나 들렸을까?

     

    “얘야, 혹시 너도 들었니?”

    “…….”

     

    대답은 없었지만, 소녀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들렸나. 예끼, 이 사람아. 지금 굳이 그 얘기를 했어야 했나.”

    “으음, 애를 앞에 두고 할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네.”

     

    그는 반성한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뒷목을 문질렀다.

    아이에게 들린 것이 자신도 부끄러운 모양이다.

     

    이 어린 소녀에게도 아저씨들의 음담패설은 꽤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니, 그 소녀는 티그 아카데미를 다니기도 하니까 그 대화가 더 가깝게 다가왔겠지.

     

    그는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교훈으로 바꿀 궁리를 했다.

     

    “너도 되도록 밤에는 혼자 다니지 말거라, 아이 혼자 다니다간 아까 얘기한 변태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아, 알겠다. 주, 주의하지…….”

     

    소녀는 시선을 피한 채 계속 첼로를 정리했다.

     

    —— 

     

     

    그 날, 황급히 집에 돌아온 루크는, 빨개진 표정으로 예르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예르나, 우리가 이사를 언제 간다고 했지?”

    “응? 이사? 날짜는 갑자기 왜?”

    예르나는 루크의 질문에 살짝 당황한 모습으로 물었다.

    갑자기 이사라니, 무슨 이유가 있는걸까.

    “……되도록 빠르게 이사를 가고 싶어서.”

    루크는 가능한 빠른 속도로 이 동네를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의 흑역사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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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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