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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5

       *** ***

         

       간만에 느긋한 여정이 펼쳐졌다.

         

       적귀대와 비슷한 시기에 임창에 도착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물론 느긋한 여정이라고 한들 비천마차의 속도가 느려졌다는 말은 아니었다.

         

       창밖의 풍경이 시원하게 밀려난다.

         

       어지간한 마차는 이 정도 속도를 냈다가는 마차 바퀴나 축이 부숴지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빠른 속도.

         

       마차가 천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쯤에서 쉬어 가시지요.”

         

       철컹!

         

       길잡이 겸 마부인 당도연의 선언과 함께 안전장치의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고생하셨습니다. 당도연 소저.”

         

       “별말씀을요.”

         

       마차에서 내려 당도연에게 인사를 건네자 당도연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마부석에서 내려왔다.

         

       “느긋하게 달리려니까 영 찌뿌둥하군요.”

         

       다시 말하지만 방금도 어지간한 마차는 어디 한 군데 박살나지 않을까 싶은 속도였다. 공중자세제어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미친 속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마차의 최고 속도로 달리는 것이 당도연에게는 느긋한 것으로 느껴졌나보다.

         

       감질맛난다는 듯이 연신 손을 꼼지락거리고 입맛을 다시는 것이 아무래도 슬슬 한계가 다가오는 모양이다.

         

       오독문 공략이 아니라 당도연에 대한 대책부터 먼저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심각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당소열이 내 어깨를 툭 때렸다.

         

       “야영 준비나 해라. 제자야.”

         

       “예, 예.”

         

       적귀대가 하루종일 이동해야 할 거리를 한 시진이면 주파할 수 있는 비천마차. 당연히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도 한 시진 전후다.

         

       이러니 느긋한 여정이지.

         

       일행은 익숙하게 야영을 준비했다. 천막을 치고 불을 준비했다. 당소열이 만들어낸 접이식 야영용품을 깔고 나면 끝.

         

       “후.”

         

       당소열을 의자를 거의 눕히더니 드러눕다시피 앉았다.

         

       “마차에서 편히 쉬셨으면 좀 움직이시지요.”

         

       “무공에는 취미가 없으니 너나 열심히 하거라.”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젓는 당소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일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흑묘는 비천마차 안에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구음기를 제압하는 과정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브릿지 염색을 한 것처럼 머리카락 일부가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비율로 따지면 검은 머리가 1이고 흰 머리가 9이긴 하지만.

         

       “호 낭인님, 그럼 잠시 몸을 풀고 오겠습니다.”

         

       “예.”

         

       혁기린과 여일예는 야영지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했다. 내 검술 스승 노릇을 하는 여일예였지만 혁기린의 눈에는 뭔가 부족해 보였는지 일대일로 검술교습에 들어갔다.

         

       나 역시 가볍게 몸을 풀고 일휘청운검의 기수식을 잡았다.

         

       아직 몸에 익숙해지지 않은 경운심법의 이치에 따라 차근차근 기를 인도했다. 안정적이고 조화롭기에 내공 운용 난이도가 매우 낮았던 천원심법에 비하면 경운심법의 흐름은 그야말로 거칠고 위험했다.

         

       천원심법이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였다면 경운심법은 그야말로 늑대 같은 놈이었다. 경운심법의 거친 흐름은 걸핏하면 운용 경로를 벗어나려 했으며 불순물이 남아 있는 기맥이 갑갑하다는 듯이 활개치기도 했다.

         

       참으로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솨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그 까다로움이 이해가 될 정도로 강맹한 힘을 발휘하는 심법이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일휘청운검의 초식을 하나하나 이어나갔다.

         

       내공의 성질 자체가 보다 패도적으로 변했기에 더 이상 일휘청운검으로 부드러움의 묘리를 펼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애써 익히고 배운 일휘청운검의 1/4토막이 날아갔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공심법을 갈아 끼웠는데도 사용하던 검술의 3분의 4를 보존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런 점이 바로 모든 묘리를 포함하는 일휘청운검을 고생해가며 익힌 이유라고 볼 수 있겠지.

         

       검술을 펼치며 집중력이 분산되니 아직 몸에 익숙치 않은 경운심법의 기운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 경운심법의 고빼를 죄고 달리고 어르고 때로는 강제로 기맥에 밀어넣으며 간신히 일휘청운검의 초식들을 펼쳐나갔다.

         

       사실 이렇게 우악스럽게 내공심법을 운영하는 것은 무림에서는 금기로 통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억지로 내공을 운영하다가 실수로 고삐를 놓쳐 그 흐름이 다른 기맥으로 확 흘러버리면?

         

       바로 내상이나 주화입마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 수련은 스승이나 사문이 있었다면 혼구멍이 날 만한 수련 방법이다.

         

       스승이나 동문들의 조언과 인도를 따르면 위험을 최소화하며 무공을 익힐 수 있는데 왜 위험을 자처하냐면서 갈굼을 잔뜩 먹었겠지.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이 방식이 최선이다.

         

       무정패검 서학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인물이고 나에게 경운심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경운심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몸으로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그렇게 알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후우.”

         

       일휘청운검의 초식을 몇 번 돌리니 전신이 땀범벅이가 되었다. 달아오른 신체를 식히기 위한 땀도 좀 섞여 있겠지만 경운심법을 무리하게 운용한 결과 난 식은땀이었다.

         

       “좀 쉬었다 하거라. 아주 숨 넘어가겠구나.”

         

       내 수련을 지켜보던 당소열이 참견했다.

         

       “후우. 그래도 좀 쓸만해지지 않았습니까?”

         

       “네 무공은 전부터 쓸만했다. 역전을 노릴만한 성명절기가 없는 게 단점이지만 애초에 신체가 탄탄하고 내공도 고강한 편이니 수세에 몰릴 일 자체가 별로 없겠지. 이번에 사파의 영역에서 홀로 행동했으니 검을 휘두를 기회가 있었겠지?”

         

       “음.”

         

       생각해보니 그렇네.

         

       우릉을 상대로는 힘조절을 실패해서 툭 친다는 것이 홱 날아가버려서 일이 꼬였고 절정의 고수들로 구성된 이설의 수하들 중에서도 적수가 될 만한 자가 없었다.

         

       “절정에 오른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거늘 너는 이미 구파일방의 명문제자가 아니면 적수를 찾아올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니까 그렇게 무리하지 말고 좀 쉬엄쉬엄 해라.”

         

       당소열은 연초를 피우며 마치 지나가는 듯이 말했지만 그 안에는 희미하게 책망의 어조가 섞여 있었다.

         

       “아니 왜 혼내고 그러십니까? 정철을 따라잡는게 가능할지도 의문인데 죽어라 달려야죠.”

         

       “미련한 녀석. 네놈은 꼭 비천마차 같은 놈이로구나.”

         

       “….예?”

         

       아니 싯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저 영혼탈곡기에 비유하다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솔직히 네놈도 알지 않느냐? 당도연이 모는 비천마차가 전복될 일이 없다는 걸 말이다. 안전하다는 것을 알아도 비천마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느냐?”

         

       “어, 음…”

         

       “네놈도 그와 같다. 너는 안전하다 여겼을 테고, 지금도 느리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과연 너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그리 여길 것이라 생각하느냐?”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니.

         

       “…음”

         

       “너는 너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도박에 마술에 남들은 부리지 못하는 독보적인 재주를 여럿 가지고 있다. 그려먼서도 또 무인으로서의 재능도 뛰어나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이미 절정의 정점에 올랐다. 그런 녀석이 위험한 일에 뛰어들어서 혼자서 다 해먹고 빠져나왔지. 그런 너를 보는 흑묘와 여일예의 심정이 어떻겠느냐?”

         

       …내가 너무 활약을 했기에 흑묘와 여일예가 위기감을 느꼈다는 뜻일까.

         

       두 사람이 그런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암룡문에 잠입한다고 헤어졌을 때, 저들은 너와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했지. 어떻게 생각해도 적진에 홀로 잠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데 너는 그 적진을 아주 한껏 휘젓고는 유유히 돌아왔다. 그 소식을 접한 흑묘와 여일예는 말없이 수련에 박차를 가하더군.”

         

       “이대로 앞만 보고 달린다면 저들 역시 떨어져 나갈 것이다. 태음지체? 점창파의 후예십시? 저들도 지금의 너를 따라 달리기에는 부족하다. 너는 정녕 모든 이들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그저 앞만 보고 달려나갈 것이냐?”

         

       “…”

         

       “목적을 직시해라. 호천안. 정녕 정철을 꺾는 것만이 너의 지상과제인가? 그 과정에서 주변의 모든 이들이 나가떨어지더라도 상관이 없는가?”

         

       “그건…”

         

       한숨이 나왔다.

         

       흑묘와 여일예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라.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나에게 있어 흑묘나 여일예나 나보다 고강한 경지의 무인일 뿐이었으니까.

         

       “무얼, 그리 죽상을 지을 필요는 없다. 나처럼 다른 사람들일랑 팽개치고 일로매진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지.”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드는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스승.”

         

       “그래. 열심히 하거라. 나는 뒤에서 구경이나 할 터이니.”

         

       내 복잡한 표정을 보고는 세상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는 당소열을 보니 기분이 더 나빠졌다.

         

       “…만약 누군가 떨어져 나간다면 스승님이 가장 먼저 떨어질 것 같은데요.”

         

       “어이쿠, 그러냐? 이거 조심해야겠군.”

         

       그러고는 연초를 힘껏 빨아 연기를 푸욱 내뿜는 당소열. 분명 담배연기로 얼굴이 가려진 틈에 밉상 표정을 지었겠지.

         

       딱밤 마렵네 진짜.

         

       당소열이 미래의 천하제일장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말해봐야 나만 손해다. 그리고 당소열의 조언은 확실히 뼈가 아팠다.

         

       서장에서 두 사람은 날 배려해서 한 발자국씩 물러섰다. 나는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두 사람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무의식중에 피해왔다고 해야 할까.

         

       답을 주는 것과 별개로 취해서는 안 될 태도였다.

         

       “어렵네요.”

         

       “네가 선택한 길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스승, 제가 초절정에 오르면 가장 먼저 스승의 이마에 딱밤을 놓겠습니다.”

         

       “초절정에 오르고 가장 먼저 하는 짓이 스승 폭행이라니 정말 그릇이 남다른 놈이로고.”

         

       킬킬거리는 당소열을 보면 한숨을 내쉬었다. 반쯤 식었던 땀이 완전히 식어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도 몸이 싸늘해졌다.

         

       “대화를 해볼 생각이냐?”

         

       “그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하면 되겠구나.”

         

       덜컥.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었는데 비천마차의 문이 열리며 흑묘가 나타났다.

         

       아니 이 사람은 나랑 같은 절정인데 어떻게 흑묘가 운기조식을 끝낼 걸 알았지? 이게 바로 거문지체의 힘인가?

         

       당소열은 휘적휘적 걸으며 내 어깨를 툭 치고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하여간 속 모를 사람이었다.

         

       “…선배?”

         

       흑묘가 나와 고개를 마주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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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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