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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5

       속을 게워낼 것 같다는 엔리의 투정은 엄살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의 거처에 다시 도착할 때까지 엔리는 자신의 위장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숨기는 데 성공했으니까.

       

       그래도 속이 울렁거린다는 건 사실이었던 모양인지 내가 그녀를 바닥에 내려주자마자 시체마냥 바닥에 널부러지더구나.

       

       “스켈레톤의 뼛가루에, 미궁에서 파밍할 수 있는 인챈트된 도구들에, 금화까지 이렇게 많다니! 대박이에요!”

       

       바깥으로 나온 피피에게 우리가 모아 온 물건을 보여주었더니 그녀의 눈에 활기가 돌았다.

       

       엔리에게 듣자하니 그대는 이 게임을 상당히 오랫동안 해왔을 터인데 그래도 새로운 풍경을 보면 신이 나는 것이냐?

       

       잔뜩 흥분한 피피의 모습에 신기해 그리 물었더니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아뇨! 매번 신선하고 재밌는데요?! 그러니까 엔리님! 빨리 가방 털어 봐요! 그러고 있지 말고!”

       “잠깐… 기다려줘요… 속이… 속이.”

       

       일련의 소란이 마무리 된 후 엔리는 내게 잠시 쉬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도저히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서.

       

       평소라면 저런 소리를 할 때에 엔리에게 불같이 화를 냈을 시청자들이다만 이번에는 다들 엔리의 휴식을 인정해줬다.

       

       그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엔리의 안색이 좋지 못했던 것이다.

       

       “차라리 던 이스케이프에서 탔던 자동차가 나았어…”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구나. 탑승자의 안전을 신경 쓴 탈 것과 빠르게 내달리기 위해 타인의 사정을 신경 쓰지 않은 본인이 비슷할 리가 없잖으냐.

       

       대충 보기에도 엔리의 상태가 금방 호전되지 않을 것을 짐작한 나는 혼자서 이 섬을 둘러보고 오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엔리는 이 곳에서 쉬고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피피도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는 길에 집 몇 개 박살내서 나무랑 돌 같은 기초자원 좀 모아와 주세요.”

       “알았다.”

       

       집 바깥으로 나온 나는 지도를 펼쳐 보았다. 섬의 넓이가 꽤나 넓은 만큼 이 곳 전체를 둘러보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

       

       본인은 이 섬을 측정하러 온 것이 아니라 관광을 하러 온 것이니 특정 지점 몇 개만 둘러보고 오면 족할 듯 싶구나.

       

       “아해들아. 쓰레드에서 관광지라 부를 만한 곳은 어디어디가 있느냐?”

       

       – 거인보러 가자!

       – 뭔 거인이여. 판타지 세상에 떨어졌으면 용부터 보러 가야지.

       – 도박장도박장도박장…

       – 요정이 사는 숲이 예뻐요!

       – 낡은 마탑도 꽤 재밌는데.

       – 바다 관광도 괜찮긴 함.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일단 이동수단부터 얻죠?]

       

       “이동수단?”

       

       앞서 말했던 것처럼 섬의 크기가 꽤 넓다 보니 쓰레드에는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여러 수단들이 있다는 모양이다.

       

       와이번을 구매해 날아다닐 수 있고, 그리핀이나 소형 용족 같은 것을 길들이는 것도 가능하고,

       

       말 같은 것이야 당연한 이야기이며 이외에도 수많은 이동수단들이 존재한다고 시청자들은 설명했다.

       

       그 중에서 본인의 흥미를 끈 것은 하나였다. 늑대.

       

       지금 본인이 있는 곳에서 북쪽으로 향하다 보면 눈이 끼어 있는 숲이 나오는데 그 곳에서 하얀 색의 털을 지닌 늑대를 발견할 수 있단다.

       

       그 개체를 굴복시킨 후 먹이 같은 것으로 길들이면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가능.

       

       – 늑대 괜찮지.

       – 전투 때 도움도 주고 체력도 좋고.

       – 근데 다른 것들에 비해 느리지 않나?

       – ㄴㄴ. 개체마다 다름. 잘 고르면 말보다 빠른 애도 있어.

       

       “아해들아. 잡다한 소리는 되었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으니. 그래서 그 늑대의 털은 부드럽느냐?”

       

       속도니 강함이니 뭐니하는 것은 전혀 중요치 않다. 그 부분은 본인이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허나 털의 부드러움은 다르다! 그 부분은 본인의 힘으로 어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대답하라! 그 녀석들을 쓰다듬고 품 안에 안았을 때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느냐!?

       

       – 이상할 정도로 털에 진심인 사람.

       – 퍼.

       – 바루 괴롭힐 때 천마가 보인다.

       – 털이 있긴 한데 부드럽진 않지?

       – 관리가 안 돼서.

       

       “말도 안 돼.”

       

       기다랗고 새하얀 털이 있는데 그것이 푸석푸석한데다가 짐승내가 난다니. 이 얼마나 비통한 일인가.

       

       이 게임의 제작사라는 녀석들은 짐승에 대한 환상이 없는 것인가?! 어찌 짐승의 털을 부드럽지 않게 만들 수 있단 말이더냐!

       

       – 동물애호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거 미용시키면 부드러워져요.]

       

       “…자세히. 자세히 말해 보거라. 본인은 지금 침착함을 잃어가고 있으니.”

       

       그러니까 그대의 말에 따르면 여러 재료를 모아서 만들 수 있는 마법의 샴푸로 씻기고 빗질을 해주면 인형과도 같은 보드라움을 느낄 수 있다 그 소리구나.

       

       그들의 털이 푸석푸석한 것은 어디까지나 야생의 짐승이기 때문이고 관리를 하면 전혀 달라진다는 거군.

       

       “그런 고로 오늘 본인의 할 일은 숲에 들어가 늑대를 길들이고 그를 관리하는 것이다.”

       

       본인이 그에 관해 잘 알지는 못한다만 피피와 시청자들의 조언을 들으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당장은 늑대를 길들이러 가보도록 할까!

       

       그로부터 얼마 있지 않아 풀과 바위를 뒤덮은 눈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차가운 공기가 본인의 주변을 둘러쌌다.

       

       숨을 내뱉은 순간 올라오는 새하얀 김을 본 나는 문득 옛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

       

       북방에 있을 적에는 이게 일상이었는데.

       

       발을 움직일 때마다 파삭거리는 소리를 내는 눈길을 지나쳐가던 중 저 멀리에 사람이 지어 놓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가 작긴 하다만 피피가 지어 놓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구나. 늑대를 길들이고 돌아오는 길에 저 곳을 습격하도록 할까.

       

       한 장소를 눈에 새겨 둔 나는 숲을 향해 계속해서 발을 움직였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어느 순간 생물의 기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늑대의 것은 아니고 곰인가.

       

       곰도 나쁘지는 않지.

       

       살짝 날이 선 듯한 털은 거세게 쓰다듬는 보람이 있으며, 지방 때문에 보드라운 살은 만지작거리면 기분이 좋으니 말이다.

       

       탈 것으로는 적합하지 않겠지만 보들보들한 털을 향한 본인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적합한 생명체지.

       

       잘 됐다는 생각을 하며 곰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녀석은 나무에다 등을 긁고 있다가 본인을 마주하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찌할 테냐. 처음으로 본 자를 공격할 테냐? 아님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올 테냐.

       

       어느 쪽이라도 본인은 환영하도록 하겠다.

       

       곰은 본인이 생각하지 않은 제 삼의 선택지를 골랐다.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기겁을 하더니 숲 속으로 도망치는 걸 택한 것이다.

       

       아니. 이게 뭐하는 짓이지?

       

       곰이라면 나름 숲의 패자라 부를 수 있는 짐승이지 않은가. 어찌 본인을 보자마자 봐선 안 될 걸 마주한 것처럼 도주를 택하는가!

       

       – 곰 도망치는 거 처음 봨ㅋㅋㅋ

       – 곰이 저렇게 빨랐나.

       – 빤스런의 표본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보자마자 위험하단 걸 깨달았구나! 역시 짐승의 본능은 대단해!]

       

       “대체 본인의 어디가 위험하단 말인가!”

       

       실로 억울한 누명이다! 지금 본인의 어디가 위험천만하다는 소리인가!

       

       보라! 본인이 지닌 나약한 육신을!

       

       현실의 본인을 보고서 도주하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다!

       

       화룡무인에서 본인을 보고서 도주하는 것? 그것도 어느 정도 양보하면 이해해줄 수 있다!

       

       허나 지금은 아니잖은가! 쌓인 내기도 없고 마력도 거의 없다시피한 이 몸의 어디가 위험하다는 소리더냐!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인축무해하지 않은가!

       

       – 파비리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안에 든 게 위험하잖아.]

       

       –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

       – 맨 손으로 하늘을 가르는 사람이 무슨.

       – 지금 이 몸으로도 게임의 최종보스 정도는 때려잡을 수 있으면서.

       

       “허어.”

       

       통탄스러운 일이다. 어찌 본인의 방송을 보는 이들 중에서 본인의 말을 수긍하는 이가 하나가 없단 말이더냐.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간신배가 날뛰어야하는 법이거늘 어찌하여 본인의 방송에는 충신밖에 없는 것인지.

       

       – 리부엔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이러면 늑대 길들이는 게 불가능한 거 아님?]

       

       그럴 리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 말을 내뱉는 게 불가능했다. 과거 여러 동물들에게 거절을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으니까.

       

       이성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렇다. 곰만 하더라도 본인을 보자마자 저리 경기를 일으키는데 저보다 약한 늑대는 어떻겠는가.

       

       아직 그들을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반응이 나올지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본인은 그를 이전에 본 적이 있으니까.

       

       우선은 다급하게 도망칠 것이다. 위험한 짐승이라도 본 것 마냥.

       

       그것을 본인이 추적하면 이제 패를 갈라서 이리저리 흩어지겠지. 한 놈이라도 살아남기 위하야.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녀석 하나를 골라 추적해 사로잡으면 배를 까뒤집고 복종의 자세를 보이며 제발 살려달라고 빌 것이다.

       

       그 후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들 그 늑대에게 본인은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리라. 본인이 경험한 바에 따르면 말이다.

       

       인형으로써는 나쁘지 않은 관계일 터이나 본인이 바루와 함께하듯 가까운 관계를 맺기는 어렵겠지.

       

       기껏 나약한 몸을 얻었으니만큼 친밀한 애완동물 하나를 키워 보려 했다마는 아무래도 본인에게 그는 허락되지 않는 듯 하구나.

       

       어쩔 수 없지. 인형마냥 보드라운 털을 만지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일단 시도를 하러 가보자꾸나.”

       

       그리 이야기를 하며 숲의 안으로 들어가게 된 내가 마주한 광경은 상상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숲의 짐승들은 작은 것과 큰 것을 가리지 않고 본인의 존재를 마주하자마자 필사적인 도주를 결심했으니. 본인의 주변은 언제나 소란스러움 뒤의 고요함이 따라 붙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지진 날 때 동물들이 도망치는 거 보는 거 같음]

       

       – 살아 움직이는 천재지변

       – 앜ㅋㅋ 진짜 너무했다.

       – 근데 뭐가 무서워서 저렇게 도망치는 거지?

       – 근데 왜 아무것도 안 쫓아감?

       

       “아직 본인의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말이다.”

       

       이 숲에 사는 늑대들은 현실의 늑대보다 거대한 덩치를 지니고 있긴 하나 그 뿐이다. 본인이 타고 다닐 만한 녀석이 아니란 것이다.

       

       저 중에서 먼저 본인에게 다가오는 녀석이 있었다면 본인도 기꺼이 애정을 드러냈을 터이나 현 상황에서 그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일 터.

       

       애정을 기대할 수 없다면 최소한 성능이라도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고르겠노라.

       

       그리 생각을 하며 까탈스러운 눈으로 도망치는 녀석들을 눈에 담던 도중 한 녀석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인간의 기척은 아니고 이는 네발로 걷는 짐승의 것이구나.

       

       늑대일까? 그런 것치고는 그 크기가 상당하구나.

       

       이 정도면 늑대보다는 코끼리와 비슷하다 이야기하는 편이 낫겠어.

       

       발을 멈추고 기다리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거대한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꽤나 매력적으로 생겼구나. 속도도 빠르고, 크기가 커서 많은 것을 싣고 다닐 수 있을 듯 하고, 뭣보다 털이 풍성해.

       

       늑대는 본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으르렁대는 소리를 냈다.

       

       하하. 그대가 이 곳의 주인이더냐? 자신의 거처가 위협받았기에 대처를 하러 온 것이냐?

       

       강단이 있구나.

       

       좋다. 마음에 들었어.

       

       이제부터 그대는 본인의 애완동물이 되어주어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늑대 넌 내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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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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