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85

   하긴, 그녀는 테라시우스가 일방적으로 얼굴을 비추었을 뿐.

   그가 무엇을 하는지 옆에서 지켜본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럼 평소에 한 번 잠들면 쥐 죽은 듯이 잤던 것도.”

     

   그래도 짐작 가는 건 있었는지 그녀가 중얼거리자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영혼 이탈 마법을 사용하고 있던 거겠지.”

     

   바이오렌은 새삼 테라시우스를 미친놈처럼 보았다.

     

   “오, 마황님이라 그런지 똑똑하네.”

     

   그리고 이곳에 미친 녀석은 한 명 더 있었다.

   로나가 테라시우스의 연구 방법을 긍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로나, 혹시나 하는 거지만 만들 생각은 마라.”

   “아쉽게도 영혼 이탈 관련 마법은 아직 배운 게 없어!”

     

   로나는 해맑게 대답했다.

   그럼 배웠으면 해봤을 거라는 소리잖아.

     

   정말 같은 미치광이과 다운 대답이었다.

     

   “아슬란 너도 검토해보지 마라.”

     

   그리고 크라슈는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아슬란에게도 주의시켰다.

   이래서 마법의 천재란 것들은 죄다 나사가 빠져 있다.

     

   꿈틀-

     

   그 순간 때마침 테라시우스의 몸이 반응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안대를 치켜올리더니 이쪽을 보았다.

     

   “왔군.”

     

   무척이나 덤덤히 말한 그는 그대로 흔들 침대에서 공중에 뜨는 마법으로 내려왔다.

   그는 일상에 모든 것이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크라슈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왜 계속 그 모습으로 있는 거냐?”

     

   제블람으로 돌아온 뒤 마법을 해제하면 되는데.

   테라시우스는 구태여 계속 테마린의 모습으로 있었다.

     

   “네게는 이게 더 익숙할 거 같으니까. 부탁을 청하는 건 이 모습이 더 편하겠지.”

     

   그리고 그건 테라시우스 나름대로 배려였다.

   그가 본모습으로 있는다면 여기 있는 이들은 자신을 편히 대하지 못할 터였다.

     

   “그보다 부탁할 건 그것만이 아닌 모양이군.”

     

   테라시우스는 눈치 빠르게 로나와 아슬란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부탁할 건 두 가지가 더 있었다.

     

   “아슬란 쪽은 마법의 조언을, 다른 한쪽은 마도구 실을 빌려줬으면 한다.”

     

   크라슈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할 부탁을 전했다.

   그러자 테라시우스는 크라슈를 응시했다.

     

   “내가 도와주는 대가로 네가 지불할 대가는?”

   “24시간.”

     

   크라슈는 자신의 등 뒤에 있을 크림슨가든을 언급했다.

     

   “그 시간 동안 마음껏 어울려 주고, 덤으로 내 몸에 관해서도 네 연구 자료로 써도 된다.”

   “훌륭한 거래다.”

     

   테라시우스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거닐었다.

     

   감정까지 마법으로 절제시켜버린 만큼 가짜 웃음이긴 했으나.

   테라시우스가 마음에 드는 거래임은 확실했다.

     

   “마도구 실은 뒤로 돌아가서 3번 출구로 들어가면 있다.”

   “으아!”

     

   테라시우스가 알려주자마자 눈이 돌아간 로나가 뛰어 가버렸다.

     

   “마법의 조언은 우선, 고대 마법 이론 서적부터 보는 게 좋겠지. 6번 출구로 가라. 마법에 관련된 도서는 전부 있다.”

     

   아슬란이 유유히 떠나갔다.

   그의 눈동자는 거칠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도서관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읽어 버리겠지.

     

   “그리고.”

     

   테라시우스는 바이오렌과 눈이 마주쳤다.

     

   “난 감시야. 이 녀석에게 허튼짓하지 못하게 감시.”

     

   바이오렌은 크라슈를 툭 가리키며 말하자 테라시우스는 별 말하지 않았다.

     

   “따라와라.”

     

   대신, 몸을 돌려 그 또한 마법 연구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크라슈와 바이오렌도 곧장 그 뒤를 따랐다.

     

   “테라시우스.”

     

   그러던 중 크라슈는 앞서 걷던 테라시우스에게 말을 걸었다.

   한 가지 그에게 줄곧 묻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너 라헬른 아카데미에는 왜 온 거냐.”

     

   그가 구태여 테마린의 모습까지 하며 라헬른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유.

   크라슈는 줄곧 이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 크라슈의 질문을 들은 테라시우스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고개를 스윽하니 돌렸다.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치자 크라슈는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시간 마법.”

     

   자신이 느낀 기분에 크라슈가 의문을 표한 순간.

   크라슈는 자기 귀에 들려온 이야기에 몸이 굳었다.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이건, 정말 상상도 못 한 이야기였다.

     

     

   * * *

     

     

   크라슈는 최대한 얼굴에 내색하지 않은 채 테라시우스를 응시했다.

     

   시간 마법.

     

   예전에 들었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겼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직접 회귀를 경험한 인간이니까.’

     

   거기다가 라헬른 아카데미에는 크라슈와 같이 회귀를 경험한 이가 두 명이나 더 있었다.

   시그린과 메리, 둘 다 라헬른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마리는 찾았냐?”

     

   크라슈는 테라시우스에게 떠보듯이 물었다.

   동시에 크라슈의 몸에 미약한 긴장이 서렸다.

     

   ‘나는 테라시우스가 라헬른 아카데미를 방문한 목적 중에 포함되어 있었어. 어쩌면 회귀를 꿰뚫어 보고 찾아온 걸지도 몰라.’

     

   크라슈는 테라시우스를 완전히 신용하지 않는다.

   크라슈에게 있어 테라시우스는 여전히 변수 덩어리인 인물이었으니까.

     

   크라슈가 아무리 크림슨가든이라는 수를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줄곧 경계해야만 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니 크라슈는 테라시우스에게 회귀에 관해 함부로 알릴 생각 없었다.

     

   “비슷한 걸 찾았다.”

   “……찾았다면?”

   “라헬른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는 학생 중 한 명, 그가 시간 마법과 관련되어 있다.”

     

   테라시우스는 크라슈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그게 너가 아니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크라슈는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그게 누군데.”

     

   크라슈가 다음 질문을 툭 던졌다.

     

   나냐.

   메리냐.

   혹은 시그린이냐.

     

   아니면 셋 전부냐.

     

   “아서 그라말테.”

     

   돌아온 대답을 듣고, 크라슈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이건 정말로 예상 못한 대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서?”

     

   크라슈가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테라시우스는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아서가 시간 마법과 관련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원래의 아서가 아닌 가짜 아서가 말이다.

     

   “그에게서 시간 마법의 흔적을 발견했다. 나조차도 꿰뚫어 보기 힘들었지만, 그 흔적이 발견된 건 확실하다.”

   “잠깐, 그게 대체 무슨……. 네가 말하는 아서 그라말테가 지금 라헬른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는 아서 그라말테를 가리키는 게 맞아?”

   “맞다.”

     

   크라슈는 입술을 벙긋거렸다.

     

   가짜 아서한테 시간 마법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대체 어째서?

     

   ‘설마 가짜 아서가 진짜 아서였다고?’

     

   아서의 곁에서 그를 오래도록 보아온 크라슈다.

   그가 아무리 분장했다고 해서 구분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무리 그가 회귀의 기억이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아서는 아서였으니까.

     

   ‘그 녀석이 오히려 수상쩍은 행동을 했으면 했지.’

     

   크라슈는 그가 절대 아서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크라슈는 굉장히 복잡한 머리를 느꼈다.

     

   가짜 아서는 아벨라 녀석이 준비한 수라고 생각했더니.

   뜬금없이 가짜 아서가 시간 마법과 관련이 있었다.

     

   당연히 머리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마황, 한 가지만 물어보자.”

     

   한동안 조용히 침묵하던 크라슈가 입을 열었다.

     

   “뭐지?”

   “네가 만난 아서 그라말테에게서 혹시 폴리모프와 같은 마법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냐?”

     

   만약, 가짜 아서가 크라슈조차 꿰뚫어 볼 수 없을 만큼 치밀한 마법을 이용해 모습을 바꿔 들어왔을 가능성.

   크라슈는 그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었다.

     

   “없었다.”

     

   그러나 무려 마황, 테라시우스가 그런 게 없다고 단언했다.

   가짜 아서는 그 모습이 본모습이 맞았다.

     

   그런데도 그에게 시간 마법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가짜 아서에게 시간 마법을 사용한 것은 아벨라의 짓일 거다.’

     

   그렇다면 그녀가 가짜 아서에게 시간 마법을 사용한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진짜 아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크라슈는 턱을 누른 채 잠시동안 생각에 잠겼다.

     

   [ 그 가짜 아서라는 놈이 진짜 아서인 게 맞는 거 아니더냐? ]

     

   그 순간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크라슈에게 울려 퍼졌다.

   크라슈의 몸이 움찔거렸다.

     

   지금까지 애써 부정하고 있었던 사실.

   어쩌면 가짜 아서가 진짜 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왜인지, 가짜 아서를 진짜 아서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진짜 아서일 가능성을 몇 번이고 부정했지만.

   그가 시간 마법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네.”

     

   크라슈는 기다란 한숨과 함께 결국 그 사실을 인정하고 가정하기로 했다.

     

   대신, 크라슈는 다른 점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가짜 아서는 어째서 진짜 아서와 모습이 다른가.

     

   크라슈는 손으로 이마를 천천히 쓸어 올렸다.

   왜냐하면 한 가지 다른 가능성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원래 아서의 본모습일 가능성.’

     

   크라슈가 봐온 진짜 아서야 말로 사실 만들어 낸 가짜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래, 진짜 모습이 사실 가짜 모습이라 치자.’

     

   크라슈는 팔짱을 끼며 대충 납득했다.

   하지만 크라슈에게서는 다른 의문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아서는 왜 모습을 바꿔야만 했던 걸까.

     

   ‘한가지 추측하면 그나마 가짜 아서가 여성스러운 느낌이 있는 외모라는 점이긴 한데.’

     

   구태여, 남성적인 외모로 바꾸는 것도 이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꼭 바꿔야 하냐고 묻는다면.

   크라슈는 의문을 품을 뿐이었다.

     

   그것도 늘 옆에 붙어 있던 마법의 대가, 붉은 마녀 아벨라조차 그 모습이 가짜라는 것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분장을 왜 아서는 해야 했는가.

     

   ‘……어쩌면 나는 아서라는 녀석을 전혀 몰랐던 건가.’

     

   꽤 오랜 시간을 아서와 함께 지낸 크라슈다.

   그는 창공의 세대의 주역이었고, 크라슈는 그들을 보좌하는 저주받이 역할이었으니까.

     

   그런 만큼 나름대로 아서에 관해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다.

   크라슈는 눈치가 빠른 축에 속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아서에 관해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실상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 녀석이 날 못 믿을 만도 하네.’

     

   크라슈는 아서가 왜 자신을 회귀에 함께 해주지 않았는지 새삼 깨달았다.

     

   크라슈는 아서의 진짜 모습을 한 번도 보려고 해본 적 없었다.

   아서가 크라슈를 이용했듯이, 크라슈도 멸망을 막기 위해 아서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차례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라헬른 아카데미로 돌아 가면 다시금 할 일이 생겼다.

     

   가짜 아서가 진짜 아서라면.

   녀석에게 물을 이야기가 참 많았다.

     

   “알려줘서 고맙다.”

     

   개운한 표정으로 변한 크라슈를 보고, 테라시우스는 별 말하지 않았다.

     

   “시간 마법에 관해 알아 온다면.”

     

   덜컹-

     

   그 순간 테라시우스가 자신의 앞에 있는 문고리를 밀었다.

     

   내부에 잠금장치가 존재하는지 철컹철컹 소리가 몇 번인가 들려온 후.

   곧 새하얗고 차가운 냉기를 내뿜으며 문이 열렸다.

     

   “허.”

     

   열린 문 내부를 본 순간 바이오렌이 무심코 감탄사를 내뱉었다.

   내부에는 마법을 한 번이라도 접한 이들에게는 압도적임을 선사할 자료와 도구가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대화 없이도 부탁을 하나 들어주지.”

     

   잠시 멈췄던 테라시우스의 말이 이어졌다.

     

   무척이나 반가운 이야기다.

   시간 마법에 관해 크라슈도 궁금한 것이 꽤 있었으니까.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오늘 더 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자고.”

     

   환골탈태를 마칠 시간이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