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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6

    이 동네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던 루크의 열화와도 같은 재촉에, 예르나는 하는 수 없이 미리 눈여겨보던 집을 루크에게 소개도 할 겸, 한번 이사 갈 동네에 방문해볼 계획을 세웠다.

     

    ‘루크가 이사갈 집이 엄청 기대되나 보네.’

     

    루크나 다른 아이들은 새 집을 전혀 보지 못했으니, 한번쯤 보여줄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일정을 앞당겨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말에, 오늘은 일정을 조금 앞당겨 내일 이사 갈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마침 예르나도 갑자기 루크의 힘으로 나아버린 오른팔을 감추기 위해, ‘치료’를 명목으로 휴가를 쓰게 된 참이라 시간도 많았고, 다이튼 역시 쉬는 날이라 일정이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왕 가는 김에, 다이튼도 부르기로 했다.

    다 같이 살 집이니, 모두 한자리에서 의논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니까.

     

    “어때, 다이튼은 오늘 갈 수 있다고 하는가?”

     

    루크의 물음에, 예르나는 전화를 귀에서 떼며 루크에게 말했다.

     

    “응. 다이튼은 오늘 체육관에 들릴거라, 갈 때 데리러 와달라고 하네.”

     

    “체육관?”

     

    루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체육관이라, 이미 루크 숲에는 숲지기들을 위해 어느정도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아마 어지간한 운동은 무료로 숲에서 다 할 수 있을 텐데, 다이튼이 굳이 따로 체육관을 다닐 필요가 있나?

     

    루크는 의문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체육관이라니? 다이튼은 숲지기의 체육시설을 쓰지 않는 건가?”

    “아아, 그게 궁금한거야?”

     

    예르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은 다이튼이 체육관을 쓰는 게 아니고, 체육관에 평소에 봐주는 동생이 있어서 그렇대.”

    “음, 다이튼이 운동을 가르쳐주는 건가?”

    “그런가봐. 물어보니까, 그 동생은 예전에 시설에서 자랄 때 알던 사이였는데 최근에 우연히 만났다더라. 많이 친한가봐.”

    “그렇군.”

     

    루크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지인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아무튼, 다이튼을 데리러 갈 시간이다.

     

    ——

     

    ‘뤼폰 체육관’

     

    이곳은 다이튼이 예전에 다니던 격투기 도장과 체육관을 겸하는 운동시설이다.

     

    전화를 받고 돌아온 다이튼의 표정은 마치 얼굴에 라이트 마법이라도 인챈트한 것 처럼 밝았다.

    어찌나 해맑게 웃고 있었는지, 신경이 쓰인 나머지 운동에 전혀 집중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그는 궁금증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

     

    “형,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아, 그게 티나?”

     

    같은 시설에서 자랐던 친한 동생, 테너의 질문에 다이튼은 입가를 만지작거리며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네, 엄청 기분나쁘게 히죽거리고 계시던데. 대체 무슨 일인데요? 뭐, 복권이라도 당첨되셨나.”

    “아니, 복권은 아니고. 오늘 아내랑 살 집 보러가기로 했거든.”

    “네? 아내요?”

    “아, 말 안했던가.”

     

    테너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이튼을 바라보았다.

     

    운동을 하다보면 쉬는 시간에 꽤 많은 잡담이 오가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하지만, 다이튼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그야, 말로만 결혼인 상태고, 아직은 연애를 한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나 결혼했다. 최근에.”

     

    다이튼은 테너에게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상대는 누군지, 어쩌다 결혼하게 되었는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 등등.

    한창 때의 청소년인 테너는 그 연애담을 굉장히 흥미롭게 들었다.

     

    “진짜 축하해요, 형. 그냥 너무 당황스러워서 순간 놀랐네요.”

    “축하 고맙다. 아무튼 그래서, 이따 딸이랑 잠시 들린대. 딸이 체육관이 궁금한가봐.”

    “아하.”

     

    심지어는 벌써 딸까지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피는 섞이지 않은, 그냥 입양된 딸이라고.

     

    ‘흐음, 벌써 딸이라니.’

     

    본인이 좋다는 와중에 뭐라고 할 생각도 없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솔직히 20대 중반에 결혼하는데 벌써 10살 된 딸이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테너는 알 수 없는 영역의 고민이었다.

     

    -뚜 뚜 뚜 뚜…….

     

    그 때, 쉬는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음이 울리기 시작하자, 다이튼이 박수를 짝, 치면서 테너를 일으켰다.

     

    “그럼 이제 충분히 쉬었지? 다시 시작하자. 여기서 더 쉬면 근손실 난다.”

    “네.”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근손실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슈였다.

    대충 궁금증이 해결된 테너는 다시 운동에 집중하기로 하고 바벨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현재 테너가 하는 운동은 벤치프레스.

    상체를 조지기에는 그만한 운동이 없다.

     

    테너가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부드럽게 바벨을 들어올리는 것을 본 다이튼은 살짝 감탄하며 말했다.

     

    “오, 너 이제 그 무게는 가볍나보네?”

    “그런가요? 좀 익숙해지기는 했어요.”

    “대단한데, 그거 네 나이 치고는 꽤 무거운 무게인데.”

    “형이 가르쳐준 덕분이죠.”

    “아냐, 이거는 재능의 영역이지. 내가 네 나이 때는 이런거 엄두도 못 냈으니까.”

    “그래요?”

     

    요즘 들어 몸이 확실히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던 테너는 다이튼의 감탄에 자신감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가슴에 힘도 들어가는 것 같다.

     

    “내일부터는 슬슬 무게를 올려도 될 것 같다. 괜찮지?”

    “네, 형.”

     

    꽤나 자신감있는 대답이었다.

    그 때, 다이튼의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전화기소리.

     

    “아, 잠시만. 지금 왔나보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 혼자서 하고 있어봐.”

     

    원래 벤치프레스는 그 특유의 위험성 탓에 보조자가 있어야 하는 운동이지만, 저렇게 쉽게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는 테너가 지금 무게에서 사고가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테너 역시, 자신이 그런 사고의 대상이 될 것이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갔다오세요.”

     

    그렇게 다이튼이 자리를 비운 사이, 테너는 한동안 생각을 멈추고 바벨을 들어올리고 내리고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사이, 다시 체육관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벌써 다이튼이 돌아온 것일까?

     

    “오호, 이곳이 바로 체육관이로군.”

     

    그건 어쩐지 익숙한 아이의 목소리였다.

    어디서 들어봤더라?

     

    테너는 단순한 호기심에 살짝 그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모습이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다.

     

     

    양쪽으로 내린 백금발의 머리카락, 청록과 금빛으로 각각 다른 눈동자, 머리 위로 솟은 앙증맞은 고양이 귀…….

     

    기억 속의 모습보다 꽤 자란 것 처럼 보이지만, 그건 틀림없이 테너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테너는 너무나 놀라 순간적으로 팔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치명적인 실수가 되었다.

     

    “……!”

     

    평소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꽤나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던 상태.

    들어올리는 힘이 무너지자 바벨은 곧바로 테너의 가슴을 향해 쇄도했다.

     

    ‘아차!’

     

    뒤늦게 정신을 차린 테너가 팔에 힘을 주었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은 바벨은 간단히 멈출 수 없었다.

    팔을 들어올릴 수 없는 이상, 그에게는 더 이상 시도할 방법이 없었다.

    저 무거운 바벨은 바로 자신의 가슴을 강타할 것이고, 어쩌면 그대로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테너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식은 땀 때문에 조금 미끄럽기까지 한 봉은 그것을 평소보다 훨씬 멈추기 어렵게 하고 있었다.

    오늘 이렇게 죽어버릴 줄 알았다면 지금 무게를 늘리는 거였는데.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나중에 돌아온 다이튼이 자신의 봉에 무게를 20KG씩 더 추가해줄 지도 모를 일이다.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어쩌다 죽었느냐 물어보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다 죽었다고 할 수 있게끔.

    하지만 그런 시덥잖은 생각은 당장에 이 위기의 해결에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여전히 바벨은 떨어지고 있고, 자신은 그것을 붙잡을 힘이 없다.

    테너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원망하며 가슴을 향해 떨어지는 쇠봉을 바라보다 차마 공포감에 더 이상 그 광경을 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을 뿐이었다.

     

    “으, 으아악!”

     

     

    하지만, 테너가 대비하고 있던 강한 충격은 없었다.

    봉의 무게도 꽤나 가벼웠다.

     

     

    “……?”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천천히 눈을 뜨니, 봉은 자신의 앞에서 딱 멈춰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새하얗고 조그만 손 두개가 봉을 들어올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는 것.

     

    그것에 이상함을 느낀 테너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또 한번 경악했다.

     

    걱정스럽다는 듯 한 표정의 소녀가 자신의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소녀는 테너와 눈이 마주치자,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을 이었다.

     

     

    “휴우, 괜찮은가? 운동중에는 조심해야지.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구나.”

     

    “어, 어떻게……?”

     

    테너가 벙찐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고 있자, 루크도 그의 얼굴을 가만히 살피다가 단번에 표정을 굳혔다.

     

    “잠깐만, 그대는……. 그 때, 그 강도?”

     

    그는 과거 뒷골목에서 한 학생의 돈을 빼앗던 악인들 중에 한명이자, 자신이 무릎을 반대로 접어버렸던 그 청년이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시 만나기까지 무려 200화가 넘는 긴 텀….!
    다들 잊어버리셨을 것 같지만, 저 친구는 예전에 루크한테 개쳐맞은 돈 뺏던 양아치중에 제일 쎈(?) 애였습니다.

    지금은 돈 안 뺏고 배달알바로 돈 벌고 있지만요.

    ps. 헬창 이야기를 써놓긴 했지만, 저는 사실 헬스는 단 한번도 해본 적 없어요.
    심지어 체육관 들어가본적도 없음 ㅋㅋㅋ

    근데 다이튼을 왜 굳이 근육 헬창으로 만들었냐고요?
    근육 좋아하는 거 아니었냐고요?

    으음…

    사실 별 생각 없이 그냥 근육 그리는데 연습이 될 것 같아서…ㅎㅎ;

    패치노트 : 테너의 바벨 무게가 100KG으로 상향되었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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