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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6

       

        

        

        

        

        

       “우와, 사람이…!”

        

       “차를 타고 갈 필요가 없다고 해서 무슨 소린가 했더니, 타임스 스퀘어 몇 블록 전부터 이렇게 붐빌 줄이야….”

        

       “와, 주변에 경찰 늘어선 거 봐요. 미쳤네. 재수없으면 미국에서 미아 되게 생겼다.”

        

        

        

        와글와글.

        

        오후 6시 가량의 뉴욕은 사람으로 미어터졌다.

        

        이실직고하자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렇게 많은 인파를 본 적 없었다. 과거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갔을 때 보았던 무수한 인파가 내 마지막이었지만, 이건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심지어는 타임스 스퀘어의 신년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건물에 달린 거대한 전광판 집합소에 접근하기 몇 블록 전부터 이런 상황이었다. 듣자하니 12월 31일에 발생하는 볼드랍(Ball Drop) 이벤트에 있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전날 캠핑까지 하면서 자리를 맡는 사람들도 허다하고, 기저귀를 몇 개씩 들고 다니며 한 자리에서 대기하는 건 예사라나.

        

        헨리에게 들었을 때는 반쯤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벌써부터 이리 혼잡한 상황을 눈 앞에 두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다행히 각자 보유 중인 휴대폰을 통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서 아예 일행을 놓쳐버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겠지.

        

        

        

       “와, 유진 씨. 저거 보세요. 코스프레 하는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네요. 마블 캐릭터랑 막…가서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 싶은데.”

        

       “10달러씩 팁을 뜯기고 싶으면 다녀와도 괜찮아요.”

        

       “으엑….”

        

        

        

        사람이 많을수록 사기꾼도 많은 법이다.

        

        아무튼 목적지까지 거의 다 와간다. 웨스트 43번가와 44번가, 7번가 사이 왼쪽 건물. 타임즈 스퀘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전광판으로 뒤덮인 바로 그 건물과 고작해야 수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다목적 건물, 그곳의 최상층. 거기가 바로 오늘의 파티 장소였다.

        

        이런 곳을 빌릴 수 있는 재력과 인맥에 감탄을 보내야만 하는 건지, 아니면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 라고는 해도, 헨리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듯이 이카루스 기어를 빌려준 보답의 20%라는 능청스러운 대답만을 보내올 뿐이었다. 혹여나 의복이 문제라면 이 또한 빌려줄 수 있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들을 안심시켜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현재 시간은 오후 6시 58분.

        

        6시부터 시작된 시상식을 마무리한 뒤 즉각 빠져나온 시점이었다. 파티는 7시 30분부터였으니 도착 시간은 상당히 여유로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당한 착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통제하며 연신 소지품 검사를 진행 중인 교통경찰이 사방팔방에 깔려있었다.

        

        당연히 우리에게도 다가와 짐 검사를 했다. 사실 들고 있는 게 몇 개 없었기에 오래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그 와중 짐 검사를 끝낸 경찰관이 씨익 웃으며 덧붙였다.

        

        

        

       “모두들 12시에 한 번 폭죽이 터지고 종이 가루를 흩뿌리는 줄 알지만, 매 정각마다 예행 연습을 겸해서 폭죽을 쏘죠. 1분만 기다리면 꽤 괜찮은 광경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가요? 기대되네요.”

        

        

        

        그와 동시에 울려퍼지는 장중한 음악.

        

        자리에 몰린 수만 명의 사람들이 산발적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타임스퀘어 하면 생각나는 바로 그 건물의 전광판에서 카운트다운이 이어진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길게 느껴지는 60초가 지난 뒤, 폭죽이 터졌다.

        

        

         

       ───퍼펑!

        

        

        

       “…어우. 좀 많이 소소하네요.”

        

       “아직 5시간이나 남았으니까요.”

        

        

        

        물론 정말로 소소하게 터졌지만.

        

        ONLY 5 HOURS TO GO! – 라고 적힌 전광판이 12시까지 남은 시간을 안내했다. 그래도 5시간 후에는 이것보다도 훨씬 더 화려하겠지. 다행스럽게도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자 교통경찰들이 정말 나갈 거냐고 묻는다. 듣자 하니 한 번 나가면 다시 자리를 잡아야 한다나 뭐라나.

        

        괜찮다고 말해준 후 북적북적한 인파를 벗어났다. 150m를 이동하는 데도 5분이나 걸릴 정도의 혼잡함이었다. 이는 건물 안에 진입했음에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말이긴 했지만,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게이트를 통해 엘리베이터와 로비를 완전히 분리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와중 스캐너가 자동으로 가동되어 우리를 위아래로 훑었고, 동시에 램프가 초록으로 점등하며 엄중히 닫힌 게이트가 열렸다. 추운 날씨에 건물 안에서 대기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그 시선을 맞이할 시간은 없었는데, 스캐너가 작동하여 우리 전원을 들여보냄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즉각 1층으로 왔기 때문이었다.

        

        

        

       -문이 열립니다.

        

        

        

        모두가 탑승하자마자 문이 닫히고, 마치 하늘로 치솟듯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그리하여 엘리베이터가 정지했을 때, 제법 어두운 인테리어 일색인 내부 복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단순히 조명이 없다든가 하여 어두운 게 아니라 의도적인 신비감 및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함인 듯했다.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자 해당 층의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먼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짐을 맡아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분들은 드레스룸으로 안내해드릴 예정이오니, 필요하신 만큼 둘러보시고 적합한 드레스 코드를 선택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저 해석 못 했어요, 유진 씨.”

        

       “불필요한 짐이 있으면 여기 맡기고, 복장을 미처 갖추지 못한 분들은 이곳에서 원하는 의상을 빌려줄 거란 말이에요.”

        

        

        

        그 후 자동 번역 기능은 두었다가 어디다 쓸 거냐고 작게 툴툴대긴 했지만, 뭐어.

        

        나는 미리 선물해준 세미 정장을 또 입고 왔다 – 물론 입고 나면 세탁을 맡기는 건 당연했다 – 뉴욕에 와서 이런 공적 혹은 조금 엄숙한 모임에 나가는 날이 상당히 많았으며, 그때 이 복장은 실로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다. 따라서 몸 위를 두텁게 가린 백색 패딩을 제외한다면 그닥 맡길 게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두어 명 정도는 좀 더 괜찮은 복장을 입고 싶다며 잠시 드레스 룸으로 향했고, 나는 그 사이 아래쪽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해 몰래 5명분의 팁을 건넸다.

        

        그렇게 대략 5분 정도 기다렸을까, 다들 좀 더 괜찮은 복장으로 다시 로비에 섰다.

        

        그 후 직원은 어딘가로 연락을 보냈고-

        

        

        

       “생각보다 빨리 왔군. 12월 31일의 뉴욕은 어땠나?”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줄 알았지요.”

        

       “그게 내 고향인 기회의 땅, 빅 애플, 뉴욕의 특징이지. 자자, 다들 들어와 앉게. 내년부터 운영하게 될 레스토랑에 미리 발을 들여놓는 건 오늘 자네들에게 주어진 영예이니.”

        

        

        

        헨리가 등장했다.

        

        일주일 전에 본 것치곤 다들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누군지 상당히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혹은 얼핏 기억이 날듯말듯 하는 대략 그런.

        

        그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브릿지로 찾아오라는 말을 남긴 후, 자신이 있으면 분위기가 칙칙해진다며 너스레를 떨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갑자기 묘해진 분위기를 뒤로 하고, 다이스가 입을 열었다.

        

        

        

       “유진 씨, 저 분은….”

        

       “내년 12월 즈음에 이 나라의 대통령 되실 분이죠.”

        

        

        

        그와 동시에 나를 제외한 모두의 입에서 물음표가 터져나왔다.

        

        세상이란 이다지도 기이한 법이었다.

        

        

        

        

        

        

        

        

        

        

        

        

        

        

        

        

        

        

        

        

        

        

        

        

        

       “으엑, 배불러어….”

        

       “너무 많이 얻어먹었어요.”

        

       “그치만 보통 철판구이 코스요리집은 이렇게 양을 많이 안 준다구요….”

        

        

        

        하모니와 다이스가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의자에 앉아, 거칠게 숨을 들이쉬었다.

        

        사실 그 말대로긴 했다. 심지어는 오늘 접대를 맡은 셰프 두 분조차 가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식재료 며칠 분량을 하루만에 전부 구워보는 건 말 그대로 처음이라면서 대단히 도전적인 표정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말대로, 아마 철판 코스요리 전문점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될 대량 조리가 시작되었다. 전채 역할로 나온 샐러드와 사시미까지는 여섯 명의 인원 전원이 동일한 양을 받았지만, 야채구이 이후 나오는 새우부터 무언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더니 – 두 분은 그 자리에서 블랙타이거 새우 20마리를 요리했다.

        

        물론 절반은 내 거였고.

        

        

        그 다음으로 나온 연어, 조개 관자 및 다른 생선류 구이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본래 현란한 손기술과 화려한 불쇼로 대표되는 철판구이집이었지만 적어도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음식의 익힘 정도를 확인하고 제대로 구워내는 것만으로도 두 셰프의 역량이 한계까지 시험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 소스통이나 오일, 칼과 뒤집개 등을 돌리는 건 그야말로 음식을 망치는 자살행위였다 – 라고 두 명은 판단했던 거겠지. 물론 익어가는 순간에는 잠시 그런 걸 보여주긴 했지만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짧았다는 점은 감안해줘야 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나를 제외한 5명 – 하모니 포함 – 역시도 내가 이만큼 받아가는 걸 보고는 부러워했기에, 이 분들에게 부탁해 조금씩 분량을 늘려달라고 한 것도 이들의 배가 빵빵해진 이유에 큰 몫을 더했지만. 이미 코스요리라는 카테고리에서 많이 벗어난 감이 있었으나 다들 큰 신경은 쓰지 않았다.

        

        스테이크와 볶음밥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아마 나와 같이 온 이들은 살면서 이렇게 많은 고기를 먹은 적은 처음일지도 모를 테니까. 아마 이걸 제 값주고 먹었더라면 팁과 택스, 그리고 환율을 합쳐 한 끼에만 수백 만원을 태우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큰 무리 없이 지나갔다.

        

        그리하여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고들 하잖아요?”

        

       “지금 밥 먹은 배가 디저트 배까지 압박하고 있거든요.”

        

       “돼지.”

        

       “그렇게 말하셔도.”

        

        

        

        물론 그리 말하더라도 나는 많이 먹어봐야 살찌지 않는다.

        

        이들이 오늘 저녁에 더해 케이크를 포함한 오만가지 종류의 간식들을 놓고 뭘 어떻게 먹어야 배가 덜 부를까를 고민하는 사이, 나는 일단 별 생각 없이 하나씩 전부 받아온 다음 널찍한 통유리 창가석에 앉아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했다.

        

        난방이 작동하며 순환하기 시작한 내부 공기, 그리고 차가운 바깥 바람. 손가락과 닿은 유리창은 차가웠다. 90미터 아래의 지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신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 시간이 상당히 길어진 탓에 현재 시각은 10시 가량. 불과 몇 분 전만 하더라도 옆으로 보이는 원 타임스 스퀘어 건물에서 7시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폭죽을 뿜어냈다.

        

        각자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던 와중, 옆의 발코니에서 단독으로 있던 헨리가 내 앞자리에 앉았다.

        

        입은 내가 먼저 열였지만.

        

        

        

       “밖에는 딱히 별 일 없지요?”

        

       “다 누구 덕이겠나?”

        

        

        

        나는 말없이 왼손 손목에 찬 시계를 들어보였고, 그는 흐흐 웃으며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일은 다 끝나신 모양이로군요.”

        

       “그럴 리가 있나. 참모들이 얼마나 들들 볶는지 모르지.”

        

        

        

        그러더니 아주 조용하게 이어지는 말.

        

        

        

       “귀관이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을 슈퍼팩으로 제공한 것만으로도 캠프 헨리는 한층 더 날개를 크게 펼 테지. 뭔가 원하는 거라도 있나? 지금이라면 미한 관계에 대한 내 입장에 몇 가지 고견을 제시해도 내용 여하에 따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지.”

        

       “무슨 뒤숭숭한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12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나와 이 사람밖에 없는 곳에서 나누는 말치고는 너무 대국을 결정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황급히 제지했다. 기왕 잘 될 거라면 나와 가족, 내 지인들이 잘 되는 정도만이면 족하지, 한미 관계 같은 건 애초에 내가 신경쓸 부분이 아니다.

        

        그리하여 해줄 말은 다음과 같았다.

        

        

        

       “레임덕 없이 임기나 잘 마치고 내려오세요.”

        

       “하, 어느 북극곰 양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구만. 걱정 말게. 내가 책잡힐 요소는 어디에도 없으니. 내 별명이 민주당의 프레스터 존일세.”

        

       “그럼 저는 에덴의 뱀이로군요. 지금의 만남은 선악과 그 자체구요.”

        

       “농담 한 번 살벌하군.”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앞으로 몇 분 정도면 대거 팀의 식사도 끝나겠군. 별 일 없으면 이 늙은이도 다시 뒷방으로 물러나도록 하지. 즐기다 가게나. 호텔까지의 이동수단은 필요한가?”

        

       “걸어서 20분도 안 걸리니 걱정 마세요. 다들 배가 터지도록 먹었으니 좀 걸어서라도 소화를 시켜야만 할 테고….”

        

       “그렇다면야.”

        

        

        

        그는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분이나 지났을까,

        

        

        

       “유, 유, 유진 쌤! 로렌티나 씨가! 로렌티나 씨가 진짜였어요!?”

        

       “아.”

        

        

        

        민아가 상어에게 붙들렸다.

        

        생각해보니 하모니는 로건만 알지 로렌티나와는 처음 만나겠구나. 로렌티나는 드물게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민아의 볼따구를 주물거렸고, 모니도 다행히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외모가 상당한 이들끼리 붙여놓으니 보는 즐거움은 덤이었고.

        

        물론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이들까지 전부 모이자 발코니 인원 총합은 열넷이 되었고, 아주 사방에서 이야기꽃이 피었다. 물론 취조 아닌 취조를 당하며 미국으로 건너올 생각이 없냐는 물음을 받게 된 미카엘과 갬빗, 잉크에겐 그저 묵념.

        

        덩달아 바빠진 건 파티셰들이었다. 다들 하나씩 간식들을 집어가는 탓에 대여섯 명만 있을 때와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져, 삽시간에 페이스트리를 이만큼 반죽하고 수십 개의 계란을 까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저들은 합당한 대가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인만큼 신경써줄 필요는 없을 터였다.

        

        

        그리하여 이야기꽃이 피고, 시간은 11시를 넘어 12시를 향해 달려간다.

        

        나와 대거 팀, 그리고 한국 대표 선수들 뿐만이 아니라 시설을 깔끔하게 정리한 아까 코스요리 전담 셰프들과 파티셰 4명 역시도 창가석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바깥을 구경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호화스럽게 12월 31일을 맞이하는 날이 아닐까 싶었다.

        

        눈이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수많은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내려온다. 그러나 그마저도 끝이 났고, 이제는 진정 몇 분밖에 남지 않은 신년.

        

        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무어라 형용 불가능한 감회에 젖고 있자, 로렌티나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덧붙였다.

        

        

        

       “이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다 막내 덕분이죠.”

        

       “…그런가요.”

        

       “물론이죠. 가슴을 펴고 자랑스러워하세요. 대거 팀의 일원이라면 무릇 그래야만 하니.”

        

        

        

        잘게 웃었다.

        

        그리고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았다.

        

        새해가 1분밖에 남지 않자 다들 웃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기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들 두 팔을 벌리는 순간 무슨 뜻인지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명씩 포옹이 이어지는 순간, 다들 입을 열었다.

        

        

        

       “수고했다, 막내.”

        

       “내년에도 큰 문제 없이 지내고. 힘든 일 있으면 도와줄 테니 연락해.”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1년을 마무리하는 다채로운 기원들.

        

        어느덧 10초밖에 남지 않은 상황. 유리창을 뚫고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함께, 하모니와 다이스가 각자 만면에 웃음을 품고는 두 팔을 크게 벌렸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유진 씨.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고….”

        

       “항상 고마워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그에 나 역시 웃으며 답했다.

        

        

        

       “두 분 역시도, 여기까지 따라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와 동시에 허그.

        

        그리고-

        

        

        

       ───퍼벙! 퍼버벙!

        

        

        

        아름다운 배경음악과 함께, 종이꽃가루와 폭죽이 신년의 검은 하늘 위로 만발했다.

        

        생애 최고의 1월 1일이었다.

        

        

        

        

        

        

        

        

        

        

        

        

        

        

        

        

        

        

       “…그건 그렇고, 유진 씨. 방송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헉.”

        

        

        

        그 순간 손짓해서 재빨리 방송을 켰다.

        

        다행히 이제 막 폭죽이 터지고 있었기에, 헐레벌떡 들어온 시청자들 전원이 미국의 1월 1일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다들 정신을 어따 팔아먹고 다녔냐면서 나를 신나게 놀리기에 바빴다. 그래도 불꽃놀이는 예뻤고, 모두가 두 번째 신년을 즐길 수 있었다.

        

        

        

       -진짜 엉성한 사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댕 청 비 얌 w w w w w

       -빙구 그자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별명 하나가 또 늘어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 났 다 !

        

        

        

        그렇게 내 별명 목록에 빙구가 추가되었다.

        

        이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빙 구 비 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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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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